탑 등반물은 흔하다.
헌터계에서 시작되는 탑 등반물은 역사는 약 1,2년 동안 장르소설 갤러리의 떡밥을 독차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를 쉽게 쓰고 버리는 티슈로 여기는 장르소설 독자의 기질을 생각하면 특이한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고, 다르게 말하자면 고이기는커녕 순식간에 썩어버리는 신선식품이기도 했다.
라면 역시 마찬가지다. 라면은 국가는 기본이고 지역에서부터 가정에서까지 재료나 방법의 차이가 분명하다. 도전적으로 변화를 주어도 라면이라는 틀을 벗어나기도 어렵고, 이상한 괴식이 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그래서 라면의 장인이라는 말은 그리 썩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에 소개하는 "탑 등반하는 여우신 버튜버"는 전체적인 내용에서 그리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탑으로부터 알 수 없는 목적을 위해 싸우고, 오르고, 쟁취하는, 여타 다를 것 없는 탑 등반물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인다.
다만 그 중에서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버튜버"라는 소재에 미쳐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얕은 장르소설 지식을 따랐을 때, 거의 대다수의 탑등반물의 주인공들은 돈과 힘(권력)을 위해 싸운다. 때문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온갖 더러운 인간군상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성장물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기에 작품 내외의 변화에 민감하며 작품의 흥망에 악영향을 끼치는 단초가 된다.
하지만 상기의 작품은 다르다. 비록 초기 먼치킨적 요소가 짙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상향(버튜버)를 위해서 기꺼이 개인적인 이득을 포기하는, 어찌보면 몽상가와도 같은 기질을 대놓고 내비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없이 이어지고 단 한 번도 자신의 버튜버론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인 적이 없다. 목적성이 뚜렷하니 작품 또한 외부의 환경에 흔들림이 없는 올곧음을 지녔다.
또한 작가는 작품의 외적으로 잘 안착해냈다. 알다시피 노벨피아는 2,3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충분한 표본 조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버튜버"라는 소재부터 2D애호가 성향이 짙은 다수의 한정 독자를 확보하였고 이를 대상으로 하는 니즈를 훌륭하게 잡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작품 속의 전개에 대한 이야기의 모순을 커뮤니티의 자연스러운 개입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과 독자의 인식을 일치시켰다.
작품 자체는 평탄한 탑 등반물에서 미소녀/모에 문화를 끼얹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독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얼마나 미쳐있고 열심이고 그것을 증명하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독자에게 팔리기 위한 소설을 쓰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번쯤은 작가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독자도 이걸 지지하는 것이 보이는 소설은 더더욱 좋다.
그래서 난 오늘도 피폐힐링퍼리쇼타 장르소설을 찾아 짐승처럼 노벨피아를 뒤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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