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V: HWAEJA ***

“이야아아압…!”

촤아악-!

힘찬 기합과 함께 내지른 세라의 얼음 폭풍에 다수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역시 강해… 날 지목할 용기가 근거 없이 나온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 나무는 그녀의 얼음 상대로 상성이 안 좋다. 게다가 주변엔 온통 불과 용암투성이… 내게 있어선 최악의 환경이지.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 그 정도 어려움에 무릎 꿇을 것 같았으면 애초에 여기 오지도 않았다. 반드시 끝까지 살아남아서, 증명해보일 거야…!

쩌저적…!

“헉… 허억…”

“후우…”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세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나도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남들이 보기엔 세라만 쎄빠지게 뛰어다니고 난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 같겠지만… 실제로 이 많은 나무 병사들을 지휘하는 건 상당한 집중력과 마나를 소모한다. 즉, 체력적인 문제로 보면 나나 세라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착잡한 표정(내 착각일까?)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유령과 눈이 마주쳤다.

당신에게는 이런 내가 제대로 보일까?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건 적을 일방적으로 농락하는 여왕일까, 아니면 진흙투성이가 되어서라도 승리를 위해 이를 악무는 소녀일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콰광------!!

“?!”

날카로운 폭음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앞을 보자… 세라의 몸에서 일어난 엄청난 얼음 폭발이 내 병사들의 거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이대로 가면 끝이 없겠어…

아니, 애초에 내 병사들이 속도에서 세라를 이길 수가 없다. 저렇게 계속 발밑을 얼려가며 스케이트로 요리조리 내달리는 애를 무슨 수로 잡아. 아니, 애초에 이 불구덩이 속에서 저 정도로 얼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점에서 이미 최상위권의 강자다.

그런 강자에게는 그에 걸맞는 예우를 보이는 게 여왕된 도리겠지.

“… 진작 직접 나설 걸 그랬네.”

한숨과 함께 옥좌에서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왕좌를 이루고 있던 나무의 일부가 앞으로 뻗쳐나와 날카로운 창의 형상을 띠었다.

그 창을 빼듦과 동시에… 그대로 세라를 향해 몸을 날렸다.

*** POV: SERA ***

마침내 여왕님이 옥좌에서 일어나며 무기를 집어드는 걸 봤을 때는 일종의 희열까지 느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인정받았구나, 하고.

그리고 다음 순간 -

카가각-!

“앗…!”

눈으로 쫓지도 못할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온 여왕님의 투창을 간신히 빌밑에서 소환한 고드름으로 막아냈지만, 바로 이어서 내 코앞까지 도약해 주먹질 한 방으로 그 고드름을 부숴버리는 모습에 경악을 삼켰다.

… 나 너무 바보 같았다. 말도 안되게 세잖아, 이 사람!!

“왜 그러지? 조금 전의 기세는 어디로 갔나?”

“큭…!”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상대하던 나무 병사들은 다들 지금 여왕님이 휘두르는 창과 비슷한 무기 때문에 리치도 길고 강했지만… 속도에 있어서는 발밑에서 계속 빙판을 만들며 스케이트로 내달리는 날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근데 그걸 여왕님은 해내고 있다… 꼴랑 나무창 하나에 신발도 안 신은 맨발로, 이 바위투성이 지형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며 날 위협하고 있다…!

부우웅-!

“으앗?!”

게다가 조심해야 할 건 화의자 님 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내가 나무 병사들의 수를 많이 줄여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적잖은 수가 남아 내 퇴로를 조금씩 조여오고 있었다. 물론 내가 작정하고 도망치면 못 잡겠지만, 문제는 저것들이 견제차 휘두르는 창도 메이지인 나한테는 한방 한방이 치명상이 –

콰직-!

“컥…!”

바, 방심했다…! 병사들의 창끝을 피하느라 생긴 방심은, 순식간에 내 오른쪽 어깻죽지에 꽂힌 여왕님의 투창으로 되돌아왔다. 그 충격으로 그대로 빙판 위를 쿠당탕 데굴데굴 구르는 나… 그리고 그런 내 위로 순식간에 덮쳐드는 여왕님.

“아악…!”

쓰러진 내 어깨 위로 돋아난 창을 붙잡는 여왕님. 누가 봐도 그걸 도로 뽑아서 날 끝장낼 심산이다. 그렇게 둘 순 없어…!

“윽…!”

퍼져가는 고통을 이 악물고 참으며, 아직 움직이는 왼팔로 박힌 창을 잡아 고정시켰다. 아파, 아파…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통증으로 머릿속이 새햐얘지는 와중에도, 악문 이 때문에 입 안에서 피맛이 느껴져도 발버둥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나갈 거야. 여기서, 반드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POV: HWAEJA ***

“세라, 너…!”

“……”

아픔으로 눈이 돌아가 흰자만 보이는데도 내 창을 붙잡은 채 못 뽑게 막고 있는 세라를 보며 숨이 턱 막혔다. 꼴을 보아하니 이미 이성이 날아가서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거겠지.

… 이 무슨 무시무시한 집념인가. 나도 모르게 기가 눌릴 뻔했다.

“하지만, 나도…!”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손을 펴 내밀자, 옆에 시립해있던 병사가 들고 있던 창을 즉시 내게 건네주었다. 창 하나를 못 쓰게 하면 다른 걸 쓰면 그만이야…!

“아… 으아아…!”

원래라면 그대로 아직 무력화된 세라에게 달려들어 끝장을 내면 된다. 되는데… 처참한 꼴이 되어서도,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저 모습에서 어째선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쩌적 – 쩌저적 –

“……!”

그래서… 세라의 몸에서 (아마 무의식적으로) 엄청난 냉기가 최후의 발악처럼 방출되기 시작했을 때, 원래의 나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도,

피하지, 못했다.

푸욱 -

*** ROUND 7: WATCHISWATCH VS NIKENA ***

(POV: NIKENA)

“그럼… 간다아!”

쥐어짜는 듯한 외침과 동시에 시계는와치의 몸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

파앙-!

“!!”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세차게 얻어맞고 뒤로 나가떨어질 뻔했다. 엄청난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파악하지도 못할 정도의 공격이라니… 방금 대체 –

팡팡팡팡팡팡팡팡팡-!

“크윽…?!”

순식간에 수십 대의 공격을 연이어 얻어맞고는 비틀거렸다. 고속이동인가? 아냐, 조금 달라. 이건 마치…

“아하… 너, 진짜 시간 능력자였구나.”

“어떻게 알았지?!”

아주 잠깐 멈춰서서 당황한 얼굴을 보여주고는 바로 사정없이 몰아치기 시작하는 와치. 애초에 시간 능력은 너무 밸붕이라 게임 내에서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계열이다. 와치의 경우는 아마 자신의 시간을 극단적으로 가속하는, 메이지지만 파이터처럼 싸우는 변칙적인 전투법으로 위세를 올린 거겠지.

하지만… 이제 능력의 작동 방식을 안 이상, 승리는 나의 것이나 다름없다.

팡팡팡팡팡팡팡팡팡-!

“이익… 얘 왜 이렇게 단단해?!”

내게 사정없이 연타를 날리는 와치가 경악해 외쳤다. 다행히 내 파이터로서의 패시브 스킬 <스톤 스킨>이 제공하는 높은 방어력이 와치의 속도 위주 공격에 효과가 큰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분석 개시… 승리를 위한 연산을 실시합니다.]

“뭐… 뭐하는 거야?”

당황한 와치의 외침에도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그녀의 공격을 받아낸다. 계산 결과 아직 타이밍이 아니라는 결과가 도출되니까.

내 클래스는 파이터(사이보그)… 즉 기계인간이다. 하지만 보통 사이보그와 달리 내 몸에서 기계화된 부분은 팔이나 다리, 눈 따위가 아닌… 뇌의 일부분이다.

덕분에 나는 상황을 좀 타긴 하지만 전투 시에서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얻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승리를 위한 최적해를 도출할 수 있는 기적의 능력.

그리고 지금 와치에게 승리하기 위한 최고의 움직임은… 일단은 버티는 것. 내 우월한 내구력을 이용해 버티고 버티면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팡팡팡팡팡팡팡팡팡-!

“이익, 왜 이렇게 안 쓰러져…!”

“큭…”

당연히 아예 안 아픈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와치 이 자식 계속 때린 데만 또 때리는 것 같아서 엄청 아파…!

하지만 아픈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중요한 거다. 그리고 계속 이러면서 와치의 공격 패턴을 분석하다 보면, 무조건 이길 길이 나온다…!

팡팡팡팡팡팡팡팡팡-!

도대체 몇 대를 맞은 건지 세는 것조차 포기했을 때쯤 – 마침내 와치의 움직임에 아주 잠깐이지만 빈틈이 생겼다. 계산대로 보인 – 승리로 향하는 길.

“이야아압!”

뻐억-!

“커흑-!?”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장소에 내지른 내 주먹이, 정확히 와치의 명치에 세차게 꽂혔다.

… 드디어 승리의 여신에게 첫 번째 승리가 주어지는 시간이었다.

*** ROUND 8. HIROO VS RUBY ***

(POV: HIROO)

“하아아압!”

콰앙-!

“우아아악?!”

루비의 기합 가득 실린 발차기에 내가 애써 세운 얼음 장벽이 산산조각이 났다. 원래라면 이건 그냥 벽이 아니라 닿는 모든 걸 얼려버리는 최상위 스킬인데…!

“후우… 이제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실감이 들어요, 하이루 님?”

“우우, 냉기 면역이라니 이런 게 어딨어~!”

할 수만 있다면 데스매치 조 선정할 때로 돌아가서, 루비를 고른 스스로의 쪼인트를 까고 싶었다. 아니, 진짜 그 땐 애가 얌전하고 소심해 보여서 싸움 같은 거 잘 못할 줄 알고 골랐지… 설마 루돌프 소녀 컨셉이라고 진짜 얼음 속성 공격을 죄다 씹어버릴 줄 누가 알았냐고!

쿠당탕-!

“으아악…!”

궁여지책으로 바닥을 얼려서 미끄러트리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이 크게 도약해 순록 발굽으로 내려찍는 루비의 공격에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 보면 알겠지만, 내 착오는 단순히 상성이 최악인 상대를 지목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얘, 생각보다 잘 싸우잖아…!

“후우… 그럼, 이기겠습니다!”

“크윽, 누구 맘대로…!”

안돼… 여기서 질 순 없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나가서 내 본체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하고, 그 와중에 캐서린과 같이 이 이벤트의 수수께끼도 풀어야 하는데…!

이를 악물고, 저 멀리서 다시 날 향해 도약할 준비를 하는 루비를 노려본다. 그래, 역시 이대로 끝낼 순 없어. 발악해서라도, 진흙탕을 구르는 수가 있더라도 여기선, 반드시…!

쩌저적…

직접적인 냉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이판사판이다. 고드름으로 수많은 칼날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루비가 순록 수인 특유의 무시무시한 각력으로 이쪽으로 뛰어들어-!

콰직-!

빠이루... ㅠ

오늘도 출전한 소녀들 능력 분석 드감:

시계는와치: 와치니까 당연히 시간 능력자...로 하긴 했는데, 원래 시간 능력은 함부로 썼다간 너무 씹밸붕이라 그냥 자기가속 능력을 메인으로 하게 함.

니케나: 본체의 별명이 스톤이기도 하고, 옛날에 자컨에서 로봇 분장한 적이 있어서 사이보그에 계산형 캐릭터로 디자인.

하이루: 냉동인간 출신이라 냉법으로 고안. 세라가 변칙적인 스피드스터 타입이라면 이쪽은 좀 더 정석적인 마법사 컨셉.

루비: 수인 캐릭터들이 다 그렇듯이 피지컬계로 고안했고, 추가로 루돌프 소녀니까 + 하이루를 발라버린 점에 착안해 냉기 면역으로 디자인.

담화는 치어 vs 김세레나, 키키 vs 캐서린, 크앙 vs 예니콜, 리엔 vs 도화로 한꺼번에 끼얹을거임 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