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시험의 속성 및 노장 수험생의 유불리

광개토민법 · 2021.05.31 17:53:40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서 통상 하루에 몇시간 정도를 순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순공이라고 한 것은, 그냥 외형적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두뇌를 가동하면서 공부를 하는 시간, 즉 매우 엄밀한 관점에서의 순수 공부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가 50대 중반의 나이에, 시력도 안좋고 체력도 비실 비실한 상황에서, 뒤늦게 법무사 공부에 뛰어든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의 우려와 반대가 심심찮게 있었다. 특히,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소울 메이트여야 할 집사람까지도 대놓고 반대까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그만두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이렇듯 내 법무사 공부를 반대하거나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법무사 시험이 공부량도 어마 무시하고 전업으로 공부만 하는 사람들도 수년이 걸리는 시험이라고 하더라, 전업 수험생들은 하루에 14~15시간씩 공부를 하고도 1차에도 몇년씩 떨어진다고 하는데, 직장이 있는 사람이, 그것도 50대 중반이나 되는 양반이 무슨 뒤늦게 공부한다고 책을 펼쳐 드느냐 하는 것이다. 법무사 시험을 직장과 병행해서 합격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머리와 체력이 쌩쌩한 젊은 직장인들도 퇴근 후 독서실 다니면서 공부해도 하루 평균 3~4시간 이상씩 지속적으로 공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인데 너무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는 것이죠.

나는 위와 같은 말을 듣거나, 그런 눈치를 느끼게 되면 사람인지라 다시 한번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위의 주장들은 다 맞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일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여기에 대해서 내 생각을 피력해 보고자 합니다.

1. 법무사 시험이 과연 정말로 그렇게 어려운 시험이 맞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나도 정말 어려운 시험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분들이나 지금도 불철주야 공부에 정진하고 있는 분들께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법무사 시험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크게 2가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첫째는, 기억해야할 분량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는 법무사의 공부분량이 참으로 방대하는 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1차 시험은 어차피 선지 속에 답이 존재하고 스킬적인 부분도 작용한다고 치더라도, 2차 시험은 또 어떻습니까? 비록 법전이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법전이라는 무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지식들을 충분히 달통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공부분량, 즉 시험장에서 2차 답안지를 펼치고 답을 써내려 가는 전과정에서 존재해야만 할 기억의 분량이 상당하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고성능 정보처리 속도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1차도 그렇지만 특히 2차 시험의 경우에서 볼 때, 법무사 시험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하게 지식과 정보의 양, 즉 하드디스크 메모리 성능만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많은 내외부의 관련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연산처리하여 합리적인 답을 도출해 내는, 즉 CPU 기능을 측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1차이든 2차이든 시험이라는 것은 그 환경상, 시간의 제약과 심리적 압박 속에서 치루어야 하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시험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그 시험의 전시간을 좋은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힘을 구비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아주 기초가 되는 필수요건인 것이고 그 바탕위에 진검승부, 즉 비로소 지식의 양과 많은 정보의 신속한 연산 역량을 평가받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법무사 시험은 분명 최고 난도의 시험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나이든 노땅 수험생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체력과 두뇌가 쌩쌩한 사람들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시작하는 시험공부라고 보여집니다.

2.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노장 수험생들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의 통념과는 다소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통념상 직장인들은 법무사 시험공부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 주된 이유는 공부시간의 부족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도 과연 그럴까요? 공부시간은 여러가지 기준에 의해서 측정, 평가할 수 있는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전업 수험생들이 과연 얼마나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을까요? 여기서 하루 평균이라고 하는 것은 수험기간 전체를 평균한 개념입니다. 따라서 월요일~금요일까지는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하더라도 주말에 2~3시간 정도 밖에 공부를 안한다면 하루 평균 10시간은 턱없이 모자르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라는 것은 그냥 제너러스하게 말하기는 쉬워도 실제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도록 실천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 전 사법시험 시절에 조차도 진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몇년간 지속적으로 공부했다면 합격을 노려볼 만한 실력자의 반열에 가까워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공부시간은, 설령 엄밀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한가지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공부시간을 측정할 때, 가령 아침 7시부터 점심시간인 12시까지 중간에 휴식도 없이 책상에 앉아서 잠도 안자고 두눈으로 책장을 응시하였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 공부시간을 5시간으로 계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 공부시간과는 큰 오차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책상에 앉아서 두눈으로 책을 응시한다고 해서 다 공부한 시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말에 막걸리 마실 생각으로 5분 이상을 보낼 수도 있고, 어제 야구 중계 생각에 10여분을 대충 보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스톱워치를 책상 위에 두고 잠깐이라도 집중이 안되어 잡념을 갖는다든가, 피곤해서 잠시 먼 곳을 응시하는 시간들 조차, 공부시간에서 철저하게 제외하여 실제 순수공부 시간을 측정해 보면 바로 알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의 집중력은 그리 강하지도 않고 신뢰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나는 과거에 공부만 하던 시절에, 주위에서 외형상 하루 10여시간 공부시간을 찍지만, 추측컨대 실공부 시간은 맥시멈 5시간도 안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이 그럼 다 무늬만 수험생인 사람들이었느냐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고 나름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던 사람들, 즉 공부깨나 한다고 하던 사람들이었죠.

실제로 볼 때, 그 사람이 전업 수험생이든 직장인이든 구별할 것 없이 1년 12달 내내 하루 평균 실공부 시간 5~6시간 이상을 찍을 수만 있다면 그는 상당한 실력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같은 경우는 직장인이므로 하루 목표가 순공부 3시간인데, 책상 위에서 단 1~2초라도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시간은 스톱워치로 공부시간에서 가차없이 바로 바로 제외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3시간을 채우기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3. 결론

법무사는 어려운 시험입니다. 일단 기억할 분량이 상당히 방대하고, 그 정보들을 실제 시험환경에서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요구되는 법학적 연산능력에 높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법무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상당한 기간과 시간의 누적 공부량을 요구하는데, 함정은 도서관에 머문 시간이나 책상위에 앉아있던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두뇌를 집중해서 순수하게 공부한 시간, 즉 순공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순공시간은 각자 마다의 종자 시간(즉, 하루 24시간 중 본인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순공시간으로 전환 가능한 절대 시간)은 다르지만 그 차이는 각자의 '집중력' 레벨 및 그 운용능력에 따라 간극이 유동적이라는 것입니다. 전업 수험생이냐 직장인이냐, 또는 소장파냐 노장파냐 하는 것은 그것에 비할 때 부차적인 고려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따라서 극복 불가능 할 정도로 크게 불리할 것은 없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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