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차 국공 내전의 중요한 세 개 전역(战役) 중 하나인 랴오선(辽沈) 전역 기념관을 방문한 작가 모옌(莫言)이 글귀를 남겨달라는 직원의 요청을 받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음 글귀를 썼다:

炮火连天只为改朝换代, 横遍野俱是农家子弟!
계속되는 포화는 왕조를 바꾸기 위한 것일 뿐이고,
들판 곳곳에 널려있는 시체는 모두 농부들의 자식들이다!

나는 이 글로 모옌이 무슨 필화 비슷한 것이라도 입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상에서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들끓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기나긴 중국사를 놓고 보면 중국인들 대다수를 차지했던 농부들 입장에서는 왕조의 교체는 자신들의 삶의 조건의 개선으로 이어지기는커녕 그 교체에 수반되는 격변과 동원으로 인해 안 그래도 고된 삶이 더 고되진 경우가 많은 사건이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기도 했을 것이다.

국공내전 당시에도 공산당이 중국을 차지하든 국민당이 중국을 차지하든 우리랑은 상관없다, 그 두 중국 간에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동원당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무사히 그 격변을 통과하는 것이 장땡이다라고 생각했던 보통 중국인들이 적잖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둘 다 정치경제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꽤 성공했다. 후자는 한국만큼 잘살면서 한국보다 더 자유민주주의적인 나라로 보인다. 전자는 독특한 현능주의 정치 시스템으로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미국과 더불어 인류의 앞길을 좌우할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공산당이 대만으로 밀려나고 국민당이 대륙을 차지했어도 정말 별 차이가 없지 않았을까? 누가 대륙을 차지하든 두 중국 다 정치체제의 차이들을 관통하는 문화적 저력과 인구의 힘으로 이만큼 발전할 운명이었을텐데, 그리고 통일도 될 가능성이 높았을텐데, 그렇게 서로를 죽여대야 했단 말인가? 게다가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 절대다수는 보통 사람들, 민초들, '농부들의 자식들'이었다. 잘난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모옌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글귀를 남겼을까? 정말 내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 '그런' 생각을 피력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모옌에게 좀 실망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좋다. '그런' 생각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기 쉬운 글귀를 감히 그런 곳에 남길 수 있을 만큼 중국의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