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전문을 가져오기엔 그 지적허영심과 비도덕성이 눈꼴시려워서 첫장만 가져온 글을 읽고.
나는 경제학과 학생이고, 비록 이 갤러리를 자주 눈팅하고는 있지만 내 스스로가 우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을 자주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자칭 우리학과 학생이 논한 글을 보고 참담함을 금할수가 없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는 학문을 왜 배우는가, 그야 당연하지만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배운다. 저 글쓴이가 그 잘난 손가락으로 나불댄 기회비용을, 20대 초반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대학생활이라는 장시간의 비용을 투자하여 학문을 배우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더 나은 한걸음이 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어째서 자칭 경제학을 잘 배웠다는 많은 사람들은 인간성을 버린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가?
이는 학문 이전에 도덕의 문제이다. 청소노동자가 자살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과중한 업무로 인해 돌아가신 사건이다. 그 앞에 대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느니 다른 일자리보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가 나았느니 하고 운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염치를 망각한 언행이다.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이는 학문을 그저 취직용 도구로만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문이 취직용 도구일 뿐이라고만 해도 저 말은 틀렸다.
경제학을 처음 배울때 가장 첫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누리기 위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4년간 대학을 다니면서 배우는 모든 내용의 근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진 것 중 가장 한정된 자원은 무엇인가?
바로 목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죽은 사건에 대해서 경제학을 운운하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려는 모든 시도는 학문적으로도 잘못되었다. 이는 케인지언이니 새고전학파니 하는 분류 이전에 경제학의 본질이다. 목숨이라는 가장 귀중한 자원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가 그러한 결과로 내몰린 것이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라고 운운할 수 있는가? 만에하나 그것이 본인의 자유로운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자기가 죽을 가능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내린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저 자칭 경제학과 학생의 언설이 부끄럽다. 먼저 비도덕적이기에 부끄럽다. 다음으로 학문적으로 잘못되었기에 부끄럽다. 마지막으로 그 둘 모두를 알지 못하는 무지함에 부끄럽다.
속되게 말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경제학을 배웠답시고 거들먹거린다는 뜻이다.
내가 비록 이 갤러리의 주된 정치성향과는 반대편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저렇게까지 스스로의 무지를 과시하는 말을 하면서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는 태도를 보고서는 한마디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제학자 이전에 사람이 되란 말을 하고 싶지만, 동시에 경제학자라고 자칭하려거든 좀 잘 알기나 하고 자칭하라고 하고 싶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