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밀히 말해 대승비불설은 학계에서 사라진 적 없어. 성철스님이 백일법문에서 그렇게 말한건데, 대승경전만 비불설이다 하는 것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대승경전이 친설이 아니다 라는건 아무도 부정안해. 나 석사과정때도 아예 기본으로 깔고가는 수준이던데.

2. 그럼 아함경이나 니까야가 친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야. 학자 본인의 개인적인 신앙심에 기초해 사석에서 그러는 사람은 종종 있어도 공석에선 안그래. 그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잘 아니까. 솔직히 친설이라 안 믿는 사람이 더 많을걸?
불교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학자든 유학 연구자든 도교 연구자든 공석에서 자신들이 연구하는 성경, 사서삼경, 도장경 등의 텍스트가 창시자의 친설 그대로라고 말하지 않아. 이유는 같고.

3. 예전에 초기불교 시원론 논쟁때 언급된 거지만, 현존 팔리어 율장을 포함한 여러 부파의 율장에 "불타의 가르침 외에 성문, 선인, 천, 변화인이 설한 것도 경전으로 본다"고 적혀있듯이 사실상 불경은 한 번도 부처님 친설이었던 적이 없어. 부파불교 시절에 부파끼리 논쟁벌일 때도 결론은 부처님의 유언에 입각해 전승이 부처님 사상에 맞고 해탈에 도움이 된다 판단되면 불설로 인정받았고, 그 전승이 맞냐 틀리냐 외에 그 전승을 불설로 볼 수 있냐 아니냐도 주요 논쟁대상었어.

4. 결론은 아함경이든 대승경이든 밀교경전이든 경전은 문자대로 읽지 말고 부처님 사상을 중심에 놓고 봐야하고, 경전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항상 생각하면서 이해해야 한다는 거야. 부처님이 입멸하신 지 2천 년이 넘었고, 그동안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겪으면서 삼장 텍스트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어. 단순한 주장이나 기록만 따지자면 아함경은 물론 아비담마 논장, 초기 대승경인 법화경, 더 후대의 화엄경이나 아주 후대인 티벳불교 매장문헌도 다 친설 그대로가 돼.

5. 왜냐고? 아함경은 대승이건 상좌부건 밀교계건 친설이라 전해지고, 논장은 부처님이 천상에서 설한 거라 전해지고, 법화경과 화엄경은 인도 부파불교 중 대중부에서 부처님 가르침이라며 전승했다는 기록이 현존하고, 매장문헌들은 그걸 인정하는 닝마빠의 전승에 부처님이나 고승대덕들이 심오해서 중생들이 이해 못하는 가르침을 시절인연에 맞게 전수하기 위해 숨겨놓은 거니까. 근데 현실은 아니거나, 그런 기록의 존재는 인정한다 해도 거기 언급된 경전이 현존 텍스트 그대로라고 볼 순 없어. 이 부분은 이미 셀 수도 없이 비판과 연구가 끝난 부분이지.

6. 결국 중요한 건 경전의 메세지야. 현대의 전 세계 학자들이 바보라서 아함경이든 대승경이든 밀교문헌이든 힌두교나 자이나교 영향이 보이거나 여러 판본이 난립하거나 문헌학적으로 후대 추가한 부분들이 빤히 보이는데도 00경은 불설이 아니다라고 단정하고 배척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부처님의 메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