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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 제 8장 오늘은 돌아가기 싫은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1 10:44:59
조회 408 추천 6 댓글 4
														

제 8장 오늘은 돌아가기 싫은걸




◇ 카나 


【고철의 너클 다스타】 제1장에 해당하는, 권수로는 15권에 해당하는 분량의 만화를 완독하고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메피스는 이제것 없었던 긴장된 얼굴로 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나는 오른손의 검지로 【고철의 너클 다스타】를 가리켰다.

"이것은"

메피스는 불안한듯이 코에서 내쉬는 숨결이 거칠어졌고, 침내에서 일어나 입구를 향해 두걸음, 뒤이어 창문을 향해 세걸음을 걸어가 카나를 되돌아본다.

"재미있다"

메피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녹아내리고 대신 기쁨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카나는 표정을 무너트리는 일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근심으로 넘치는 시선을 방금 완독한 책에 향했다.

"하지만, 괜찮은것일까"

"재밌잖아. 그럼 아무 문제 없다고"

"재미... 이것은 너무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자극이 강하다. 중독성이 높다. 방금 1장을 완독하여, 1장의 스토리의 대단원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다음을 읽고 싶어져서 참기가 힘들다. 도망간 타츠오를 붙잡은 무리는 누구인가. 류이치에게 속삭인, 그의 안에 존재하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너클 다스타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전설의 총장은 도대체..."

"즉, 빠졌다는거잖아"

"이 자극성은 시판해도 좋을 범위를 일탈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모든것을 던져버리고 독서에만 빠지게된다면 국가는 붕괴해버릴것이다. 대량으로 생산되어 누구나 입수가능하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고있는 창작물이,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면 그 영향은..."

"그러니까 어려운 말 그만하라니까! 넌 정말 그런 부분이 안된다니까"

"그런 부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었으..."

"됬으니까!"

메피스가 윽박지르는 듯이 카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억지로 앉게되는 형태로 다시 침대에 앉쳐지고, 메피스도 빨리 그 옆에 앉았다. 행동에 포함된 폭력성은 미뤄두면, 메피스로는 드물게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입가와 볼이 느슨해진채 사랑스럽게 웃고있었다.

"너무 달아올랐다고 한다면 말야, 쿨 다운하면 되잖아. 이럴 때는 만화에 대해 얘기하면된다고. 이 장면이 재미있었다던가, 이 부분을 잘 모르겠다던가, 여기에는 이런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이건 복선이 아닐까 라던가, 그런걸 얘기하면서 다음을 기다리는 거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식으로 머리를 식히는 법이라고"

"그런가. 재미있어서 달아올랐다면, 어떻게 재밌었는지를 되짚으면서 진정한다는 것인가. 이치에 맞을지도 모르겠군"

하고 싶은 얘기는 산처럼 쌓여있었다. 주인공과 호적수의 관계, 폭주족들이 벌였다고 말해지는 만행은 정말로 그들이 한 것인지, 회상장면에서 성묘를 하고 있었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묘하게 돌려말하는 듯한 말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있는 그대로 말했으면 안됬었는가, 같은 것들을 카나가 얘기하고, 메피스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네' 하고 말하면서도 카나 이상의 열의를 가지고 돌려주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사랑의 형태에 관해서는 '흥미없어', '장르가 달라', '그런 부분은 냅두고' 하면서 받아주지를 않았다.

"누구를 연인으로 삼을지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만"

"양아치 만화니까 배틀에 대해서 얘기하자고. 연애는 러브 코미디는 로맨스든 있으니까 그쪽에 맡기고 말야. 맞짱의 정석은 말야"

"앞으로 어떤식으로 핏줄을 이어나갈 것인지, 후세를 남기는 생존경쟁도 일종의 배틀이라고 할수있는 것은 아닌가"

"배틀 만화에서 취급할만한 주제가 아니잖아"

"메피스가 얘기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면, 내가 가슴에 품은 생각은 어디에서 풀어놓아야 하는것일까"

"그렇게 호들갑 떨 필요없잖아. 리리안이라던가 연애에 엄청 흥미있으니까, 그 녀석에게 말하면 받아줄지도 모르겟네. 좋아해 라던가 사랑해 라던가 그런 말로 넘쳐나는 연애 만화를 읽고 있으니까"

"그런 종류의 만화도 있는것인가"

"이 방에는 없지. 난 좋아하지 않으니까"

카나의 상상이상으로 만화라는 문화는 광대한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메피스의 방이다. 메피스의 취미에 맞지않는 것은 들이지 않는다. 카나가 진정으로 만화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면, 언젠가는 이 방에서 떠나야 할 때가 올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먼 일이며, 지금은 이 방의 만화 만으로도 충분했다. 중독적인 오락을 과하게 즐기는 것은 정신에 이상을 초래한다. 뺨에 손을 대보면 희미하게 열이 올라있었다. 평상시의 체온보다 높다. 만화에 대한 반응이 신체에 까지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메피스는 진정하기 위하여 잡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진정하기는 커녕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 이상의 만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라고 카나는 판단했다.

"리리안은 연애 만화를 좋아한다고 말했지 않는가"

"그렇다. 소녀향 만화잡지인 레이코믹인가 하는 잡지를 본다고. 얌전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말야, 남녀만이 아니라 여자와 여자라던가, 남자와 남자간의 연애도 괜찮다는 타입이라고. 연애묘사가 전혀없는 수준인 소년 만화까지 '이 장면, 이런 의미인거잖아', '어쩌고 군이 뭣이던가 군을 좋아한다는 것을 전하려는 걸지도' 하면서 꺄꺄 거리면서 달아오른다고"

"그렇게 즐기는 방식도 있는것인가"

"나도 매주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가지고 팬레터를 보내는데, 한번도 실린적이 없다니까. 그런건 미리 조작하고 하는걸까? 나 정도의 애독자는 거의 없으니까 팬 서비스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의미를 알기 어려웠으나,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는 대체로 이해가 되었다. 카나는 오른손의 검지로 앞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정돈하고면서 메피스를 바라보았다.

"리리안과의 교제가 긴 가? 잘 아는것 같다만"

"뭐, 중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니까, 일단 길다고 하면되지 않을까"

"쿠미쿠미는 어떤가?"

"그 녀석도 리리안이랑 별 차이없네. 악연이라는 거지"

"아델하이트는?"

"그 녀석은 학교에 들어와서부터야. 뭐, 나쁜녀석은 아니지"

"그렇다면 테티는"

메피스의 눈이 가늘어지고 한쪽 무릎을 세웠다. 카나를 바라보는 눈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방금 전에 비하여 다소 낮아졌다.

"기분에 거슬리는 말을 한것인가"

"거슬리냐 아니냐고 한다면 거슬리지. 하지만 그다지 큰건 아니야. 초등학생때 같이 지냈고 같이 마법소녀가 되었다. 그 뿐이야"

"그렇다기에는 상당히 험악한 관계로 보인다"

"그야 그렇지. 오랜만에 만났더니 우물쭈물거리고 있게 되었으니까. 옛날에는 어딜 가더라도 나를 쫓아다니면서 말야, 무슨 일이 있으면 내 뒤에 숨었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듯이 본단말야. 잘난듯이, 뭐라도 된듯이말야. 모의전에서도 그렇고, 뭐야 그건"

"흠"

"테티따위 보다도 말야, 넌 어째서 그런걸... 캐낸다거나 그런거냐?"

"캐내려는 것은 아니다. 메피스와 나는 같은 조, 즉 동료다. 동료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이는 것이겠지"

"헤에~ 흐~응?"

"나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쿠미쿠미도 리리안도 아델하이트도 메피스에 대해 걱정하는듯 했다"

"켁"

"테티도 마찬가지다. 걱정하는 듯이 눈을 돌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어? 진짜로?"

"진짜다"

메피스는 천장을 향해 입을 벌리고, 귀를 막고싶어지는 괴성을 내지르고, 카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을 때는 양 눈썹이 곤두서 있었다. 뒤이어 코를 울리면서 외쳤다.

"어무이냐! 그 녀석은!"

"어무이란 무엇인가"

"엄마 행세 하는거냐고! 무슨 짓거리냐! 어떤 시점으로 보는거야! 아랫사람을 보는 시선이잖아! 바보! 멍청이! 얼빠진 자식! 테티!"

내던져진 쿠션이 벽에 튕기고 바닥에 떨어져 튕겨 올라,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쳤다가 떨어졌다. 격렬하게 화를 내면서 일어난 메피스의 모습은 흑발의 악마의 마법소녀로 변신해 있었다. 주먹을 쥐고 벽을 후려치기 직전, 벽까지 손가락 하나 정도의 거리에서 멈추고, 길게 숨을 내쉬고, 치솟았던 어깨에서 힘을 뺐다.

되돌아본 메피스는 본인이 말하던 '쿨 다운' 을 한듯이 보였으며, 이제것 없었을 정도로 냉정하여, 그것이 오히려 감정이 격렬하다는 것을 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째서 멈추지 않는거야"

"어째서, 라는것은?"

"여기 임대 안파트라고. 마법소녀의 파워로 벽을 때리면 터무니 없는 일이 되잖아"

"집 주인이 하는 것이기에, 자유롭게 놨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똑똑한것 같이 말하지만, 실은 전혀 아니잖아, 너"

메피스는 방금 전의 절반정도의 길이로 숨을 내쉬고 카나의 옆에 앉았다. 다리를 크게 벌리고, 무릎에 팔꿈치를 얹고, 허리는 새우의 등처럼 구부렸다. 그 상태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아래에서 부터 카나를 올려다본다.

"내 마법은 말야, 의외로 그렇게 실전적이지 않잖아? 정면에서 싸우기 위해 사용하는 종류가 아니잖아?"

"나의 마법보다는 전투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말야, 테티라던가, 그 녀석은 마법까지 완전히 전투지향이라고. 정면에서 부딪치면 이쪽의 손발은 간단히 붙잡을수 있고, 한번 잡으면 그대로 끝. 뜯겨나간다고, 그 녀석의 마법에"

"모의전에서 크게 활약했다"

"왠지 말야, 이렇게 말야, 예전에는 말야, 내가 지키는 쪽이었다고. 그런데 말야, 마법소녀가 되고나서는 말야, 뭐라고 할까, 이렇게, 저편이 싸우는 마법인거야"

"말하려는 것을 잘 모르겠다"

"괜찮아, 뭐, 모른다면. 나도 말야 별로 알아줬으면 하는것도 아니고. 그런것보다, 너에 대해 얘기하자고. 뭔가 말야, 비밀주의 같단말야"

다리를 끌어안고, 오른손 엄지의 손톱을 입술에 대고, 등을 뻗었다. 늘어진 머리카락이 파도치는가 하더니, 상하좌우에서 머리카락의 끝이 카나를 가리킨다. 카나는 가볍게 놀라 살짝 뒤로 물러섰다.

"너, 내 앞에서 변신해제한적 없지"

"없다"

"역시 비밀주의 같지않아?"

변신해제 종용은 자유의사를 침범하는 행위이며, 카나가 그것을 따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는 것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말해보았자, 화를 살 뿐이라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입학한 이후, 몇번이나 경험한 실패를 바탕으로 얻은 경험칙 중 하나이다. 화를 돋구지 않으면서 거절하기 위해,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시도해 보는것이 좋을듯하다.

"과거, 마왕 팜이라는 마법소녀가 있었다"

메피스의 미간이 찡그려지고, 머리카락들은 원을 그리듯이 꿈틀거린다.

"알고있어. 마왕숙을 만든 녀석이잖아. 어째서 지금 그 이름이 나오는거야"

"마왕팜은 설령 친우라 하더라도 타인의 앞에서 변신을 해제하지 말라고 했다"

"어째서"

"아니, 거기까지는 듣지못했다. 나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아니,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가. 마왕 팜과 친한 마법소녀가 있었을 것이다. 기억이 흐릿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흥미깊게 듣고 있었다는 감각은 남아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전해들었을 뿐이며, 이유를 파고들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뭐야, 카더라잖아. 수상쩍은 괴담에 자주있는거. 왠지 한번에 신빙성이 날라가버렸고"

"아니, 올바르게 전해졌을 것이다. 변신을 해제한 상태라는 것은 약점일 뿐이다"

"그렇다면 말야. 나는... 그전에 클래스케이트 전원이, 일방적으로 너한테 약점을 보였다는게 되잖아. 동료라면 말야 그런 일방적인건 어떨까라는 얘기야. 서로 개방적으로 가보자고"

메피스는 얼굴의 한쪽 만이 웃고있었다. 불온한 미소다. 카나는 무심코 메피스를 따라서 좌우의 한쪽만 웃어보인다. 이쪽은 힘없는 미소라고 불러야 할것이다. 카나와 메피스를 비교했을 때, 말의 능숙함에서 카나가 메피스를 따라갈수는 없을것이다. 메피스는 때로는 위협하는 듯한 말투로, 때로는 달콤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카나의 마음을 침범할려고 한다. 거기에 그녀의 마법이 더해지면, 말을 듣고 견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인내력이 요구된다.

"슬슬 등교하지 않으면 안된다. 메피스,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한다"

"응 안되, 오늘은 야간 실습이니까 낮에는 쉬라고 어제 카루코로가 말했었고"

"...그러고보면 그런 얘기도 있었던것 같다"

"얼버무릴지 말라고. 별로 커다란걸 요구하는게 아니니까. 변신해제 하자고?"

카나는 자신의 인내력에 전혀 자신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형무소에 수감되는 사람은, 인내력이 없는 사람의 쪽이 더 많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한다.

카나는 언제까지고 견뎌낼 자신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메피스가 말한 '동료라면' 이라는 문구가 인내라는 자물쇠를 흔들며 열쇠구멍에 기름을 바르고 있었다. 마치 카나가 나쁜짓을 하는것 같은 흐름이 되어있었다. 있을리 없는 죄악감에 가슴이 술렁거리며, 갑자기 사죄하고 싶다는 마음이 소리없이 샘솟았다.

역시 악마를 모티브로 하고있는 만큼, 입이 잘 돌아간다. 불쌍한 늙은 박사처럼, 깨달았을 때에는 터무니 없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더라도 전혀 신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나는 방침을 전환하기로 정했다. 후퇴는 없다. 전진이다. 메피스를 흉내낸 힘없는 미소를 무너트리고 입을 다물었다. 카나의 진지한 표정에 메피스도 이끌린것인지, 표정에 심각함 듯이 굳어지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카나는 신중하게 말을 딱딱 끊으면서 들려주었다.

"지금은, 아직, 그 때가, 아니다"

"아? 무슨 소리야?"

"나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으응?"

"녀석의, 눈을 봐라. 그것은, 살쾡이의 눈이다"

"너 말야. 그거... 아까 전부터 모조리 만화 대사잖아!"

"사투를 벌이는 늑대라를 자처하면서도 분노에 몸을 떠맡기는 녀석들 따위, 개와 마찬가지다. 개라고 밖에 생각할수없다"

"그만둬! 진지하게 묻고있는거야 이쪽은!"

"네 녀석은 말야, 이 몸이 지켜주겠어"

"이 자식! 이 색히가!"

메피스가 덤벼들고, 카나는 이불에 기어들어간다. 머리카락의 꼬리가 이불속으로 파고들지만, 카나는 안쪽을 구르면서 이동하여 베게가 있는 쪽으로 탈출하여 침내에서 뛰어내린다. 아까 전에 떨어진 쿠션을 들어올려, 메피스가 뒤따라 이불에서 모습을 들어냈을때, 얼굴에 던졌다. 도망가면서도 계속해서 만화를 읽으면서 언젠가 써보고 싶어 기억해둔 대사를 반복한다.

메피스가 울부짖고, 카나는 몸을 웅크폈다. 의식하지 않으면서 술래잡기로 유도하여, 어느새 변신 해제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잊어버린듯 하다. 메피스의 분노를 살수도 있는 상황을 잘 얼버무렸다. 악마를 상대로 여기까지 해낸 자신의 교섭능력에, 성장을 느껴 입가를 느슨하게 풀었고, 얼마안가 따라오던 쪽도 '어째서 한번 읽었을 뿐이면서 그렇게나 기억하고 있는거야' 하면서 웃고, 두명의 마법소녀는 한동안 좁은 방에서의 술래잡기를 즐겼다.




 ◇ 테티 굿니길


갑작스러운 실습에 의해서 예정이 비어버렸다. 청소, 세탁을 하고 방정리를 끝내어, 쉬는동안 정리해두고 싶었던 것을 끝내 버려 할일이 사라져버렸다. 학교가 끝나면 마법소녀 활동을 하는, 마법소녀로서 일직선으로 살아온 후지노에게는 취미다운 취미도 없다.

일반 교양의 예습과 복습, 마법소녀로서의 이론 공부의 예습과 복습, 얼리와 드리의 커리큘럼을 짜내고, 시계를 보니 아직 11시였다. 1조의 친구와 점심 약속이라도 해두는게 좋았을까 하며 입술을 깨물며, 별 생각없이 달력을 본다.

5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마법소녀 학급에 들어오고나서 한달 이상이 경과하고 있었다.

잘 하고있는 것일까, 하고 되돌아 보면, 잘 풀리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떠올랐다. 메피스와 화해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결국 메피스와 화해하지 못했다. 했는 것은 화해가 아닌, 단순한 사과일 뿐이었다.

후지노는 원래부터 누군가를 부르거나, 끼어들거나 하는 것이 서툴었다. 그것은 어린애에게는 사활문제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얼마 안됬을 무렵,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고립되어있던 후지노와 제일 먼저 친구가 되어준 것은 메피스-사야마 후우코였다. 친구가 되어 얼마안가 함께 마법소녀 시험을 받았다. 서로가 라이벌이니까, 어느쪽이 합격해도 불평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둘 다 시험에 합격했을때는 힘이 빠져서 웃음이 나왔었다. 그때는 정말로 즐거웠다.

지금은, 같이 웃을 일은 없다. 마법소녀 학급에서 재회했을 때는 나름대로 달아오르기도 했고, 4월까지는 조에 구애받지 않고 얘기를 나눌수 있었지만, 지금은 교제가 끊긴 상태였다.

조 간의 분단, 이라는 최근의 경향은 테티레 의한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떻게든 해야한다. 메피스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테티도 알고 있으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봐야 할까? 하지만 스스로가 말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은 재확인 한 직후였다. 사토 씨가 가르쳐 준 안뜰을 중심으로 좀 더 능숙하게 할수없을까? 하고 느슨한 화해 계획을 써내려간다. 계획을 세워봤자 계획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지금은 손이 비어 따로 할게없으니 어쩔수없다.




 ◇ 프슈케 프레인스

 

갑작스러운 실습에 의해서 예정이 비어버렸지만, 생각지도 못한 권유를 받았다. 약속 장소인 교문 앞에서 만나, 추천한다는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과연 사복은 얼마나 세련된 모습일것인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평소와 같은 교복이었다. 뭐 프슈케도 별반다르지 않았지만, 평일의 오전부터 교복을 입은 여중생 둘이서 차를 마시는 것은, 학업을 내팽겨쳤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도 둘을 제외한 손님은 없었으며 점원도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야간 실습 때문에 낮에 수업이 없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타인 들의 눈초리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것이다.

이렇게 주위를 신경쓰는것도 상대의 외견이 눈에 띄는것 때문이었다. 프린세스 라이트닝이라는 인간의 규격을 넘어서는 미모를 자랑하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빛이 바래졌기는 하지만, 변신 전의 샐리 레이븐은 패션 모델을 하고있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눈은 크고 코는 보기좋게 오똑하게 선 반듯한 용모를 가진 샐리가 라이트닝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일상은 한장의 그림과 같아서, 동성이 보더라도 그 모습에 매혹되고만다.

"조금 얘기하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에요"

"학교에서는 말할수 없는 일인거야? 솔직히 귀찮은데"

"그렇게 말하지말고요. 프슈케는 말이지요. 최근의 일들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않아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생각한다' 라고 즉답했다.

"라이트닝이 아델하이트와 싸웠다던가, 라이트닝이 모의전에서 1조와 협공해서 2조를 밀어내려 했다던가, 샐리는 그런걸 말하고 싶은거지?"

"얘기가 바르네요. 프슈케가 말한대로에요"

"그러니까 말야. 그런게 귀찮을것 같다는거야. 어차피 다들 한창 사춘기인 때이고, 마법소녀는 원래부터 이상한 녀석들이니까, 오히려 이상한 짓을 하는게 당연하다고. 그런걸 일일히 관여하는건 정말 귀찮아. 싫어"

"그러지 말고요. 기분은 알겠지만"

주문했던 【레인보우 아이스티】가 나왔기 때문에 일단 대화를 멈추었다. 일곱가지 무지개의 색깔으로 층이 나뉘어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복숭아 아이스티 다. 가게 밖에서 부터 들어오는 태양광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자태를 찰칵, 거기에 더해 샐리와 나란히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찰칵.

사진을 찍고 자리에 돌아와 대화를 재개했다.

"프슈케는 말이지요. 학교에 오기 전부터 프로로서 일하고 있었지요?"

"프로?"

"큐티힐러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경비를 맡고 있었잖아요? 저는 홍보부문의 마법소녀니까, 큐티 힐러를 좋아해서 기억하고 있어요"

알려져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연히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그게 어떻다고?"

"아니, 프로라면 알고있겠지요. 라이트닝이 고의로 휘젖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걸요. 뭔가,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저지르고 있는게 아닐까하죠

"그게 어떻다고?"

"없는 사람의 험담을 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지만"

"싸움 거는거야?"

"아뇨, 아뇨. 프슈케가 말하는건 괜찮아요. 어디까지나 제 취미가 아니라는 것 뿐이니까, 너무 화를 내지 말아주세요. 그럼 다시 본제로 돌아가지요. 란 유이도 디코도 그다지 간섭할 생각이 없는것 같아보이지요? 그렇다면 라이트닝이 마음대로 날뛰었을 때, 멈추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뭐... 그렇겠지"

"저에게는 라이트닝의 목적이 학급의 붕괴를 도모하는 것처럼 보여요. 지금과 같이 라이트닝이 목적을 위한 행동을 계속해서 벌인다고 한다면, 최악의 경우, 같은 조인 저희들까지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사태까지 일어날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수긍하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라이트닝은 단순히 자유를 즐기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3조와 다른 조 간의 친목을 다지려하지 않으면서, 테티와 메피스의 싸움을 붙였고, 아델하이트와 직접 싸움을 버리기도 했다.

"아델하이트와의 싸움도 말이지요. 아무 속셈도 없이 벌였다고 생각이 들지않아요. 그리고 란 유이와 디코의 반응도, 그건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있는 듯 한 느낌이었지요"

주변을 잘 살피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에 담아 칭찬을 할 생각은 없다.

"졸업까지 가지는 않아도 말이지요. 어덯게든 내년 1학기 까지는 별일없이 보낼수 있었으면해요. 제가... 그, 제가, 다다음 분기인가, 그 다음인가, 그 다음 정도의 큐티힐러로 뽑히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있어서 말이에요. 이미 큐티 레이븐이라고 이름까지 내정되어있고요. 이건 더할나위 없는 기회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문제에 휘말리는것 만큼은 정말로 사양하고 싶어요. 프슈케에게도 학급에 들어온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요?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서로 프로답게, 프로로서 정말 위험한 경우에는 협력했으면 해요. 어떤가요?"

미간에 지은 주름이 약간 풀어졌다. 말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수있었다. 실제로 동의하고 있다. 라이트닝의 엉뚱한 짓거리에 휘말려 퇴학되는것 만큼은 절대로 피하고 싶다. 최악의 경우, 조를 배신해서라도 자신만은 살아남을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 뿐으로 샐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운명공동체로 여기는듯한 얼굴을 지으며 프슈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찬성. 그렇게하지. 여차하는 경우에는 서로 돕는걸로"

"얘기가 빨라서 좋네요. 역시 프로군요"

"뭐 그렇지. 돈이 걸렸으니까 말야. 그쪽도 돈이 걸려있겠지? 큐티 힐러로 선택받는다고 한다면 제법 돈이 들어오는거야?"

"아니요. 그런건 아니고요. 마법소녀 애니메이션화 된다는 명예 뿐이에요"

"엑? 그런거야? 그거 시시하고 쓸데없네"

"그렇지는 않아요"

"아니 그렇지만 큐티힐러 따위 되어봤자말야. 그런거 명예도 뭣도 아니잖아. 단순한 상업용 애니메이션이고"

샐리의 얼굴에서부터 확하고 표정이 사라졌다. 상태가 이상하다. 프슈케에게 닿을 정도로 길디긴 한숨을 내쉬고는, 내쉬는 것과 비슷한 시간동안 숨을 들이키고 샐리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프슈케. 세계에는 두 종류의 마법소녀가 있어요. 하나는 큐티힐러를 좋아하는 마법소녀. 다른 하나는 큐티힐러의 훌륭함을 아직 모르는 마법소녀"

아, 실수했다. 몇번이고 경험한것이다. 큐티힐러는 지뢰였는가.

"오늘은 야간실습까지 수업이 없으니까 시간이른 충분히 있겠군요. 좋아요. 그러면 가르쳐 드리지요. 큐티힐러의 훌륭함을 프슈케가 이해할수 있을 때 까지요"

샐리의 미소가 점점 짙어져갔다.




 ◇ 쿠미쿠미


갑작스러운 실습에 의해서 예정이 비어버렸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생겨난 여가시간을 유용하게 쓸수있는 것은 아니다. 정오 직전까지 다시 자고, 근처의 슈퍼에서 점심과 저녁의 장을 보고, 장바구니를 자전거의 바구니에 담고 맨션으로 돌아와, 녹이슨 난간이 계단을 걸어올라가면서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고, 마찬가지로 녹이슨 현관의 자물쇠를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학급의 일 뿐, 이라고는 하더라도 자신의 일은 아니다. 메피스다. 대체로 메피스가 나쁘다고 쿠미쿠미는 생각한다. 네가 나쁜거야 하고 말하면 화를 낼 뿐이고 얘기가 전혀 나아가질 못하니까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고, 클래스 메이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것이 틀림없다.

메피스와 테티의 두 사람은, 마법소녀 학급에서 재회해서 트럼프나 모의전 등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고를 벌여서, 지금은 학급에 심어진 불화의 씨앗이나 마찬가지다.

쿠미쿠미로서는 당연히 화해하기를 바란다. 무사히 졸업하고 싶다. 친구 둘이 매일같이 다투고 있는것은 지켜보는것도 힘들며 좋은 일도 없다. 문제는 사이를 중재하기에는 쿠미쿠미는 너무나도 말솜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변신 후의 리리안에게 상담한다면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보살의 모티브 답게라고 해야할지 깨달음을 얻은듯한 얼굴로 '시간의 흐름이 모든것을 해결해줄거에요' 라고 끝냈다.

리리안은 도움이 되지않는다. 의지할수있는 것은 자신 뿐이다. 비록 말이 서툴더라고 하더라도, 성의를 가지고 의도를 전하려고 한다면, 조금은 통할지도 모를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할것인가. 생각해가면서 냉장고를 열어 식품류를 집어넣는다. 어제 끓인 보리차의 병을 손에 쥐고 컵에 붓는 도중, 손이 미끄러져 떨어트린 것을 바닥에 부딪치기 직전에 간신히 낚아챘지만, 바닥에 물이 튀는것 만큼은 막을수 없었다.

바닥재에 스며들게 냅둘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히 테이블 위에 티슈곽이 있을 것이다. 미닫이 문을 열고 거실에 나가 티슈곽에서 티슈를 뽑던 도중,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던 사람을 눈치챘다.

"이야, 돌아왔군요"

즉시 마법소녀로 변신하여, 곡괭이를 쥐고, 휘두르기 직전에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본적이 있는 마법소녀였다. 점쟁이 풍의 코스튬에 커다란 수정구슬, 그리고 코스튬보다도 특징적인 끈적끈적한 미소, 의외로 태평한 눈매와 어째선지 듣고잇으면 안심이 가는 목소리. 이름이 뭐였었지. 근위대에도 얼굴을 보인적이 잇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위에 있는 것인지는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지위가 굉장히 높은 마법소녀, 기분을 해쳐서는 안되는 상대였다.

쿠미쿠미는 머릿속에서 기억을 죄회하여, 앞선 정보에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묘한 곳에서 유치하여 이상한 서프라이즈를 벌이는 경우가 있다는 선배의 불평을 떠올렸다.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테이블을 사이에두고 그녀의 앞에 앉았다.

"무슨... 용건, 이십니까"

"훌륭한 리액션이네요. 당신을 찾아오기를 잘했어요"

"저기... 용건은"

"저는 보리차라도 상관없어요"

당황해서 일어나려다가, 테이블에 무릎을 부딪쳤다. 마법소녀이기에 아프지는 않지만 부끄럽다. 눈 앞의 여성이 부끄러움을 부추기는 듯이 입가를 가리고 어깨를 떨고있다.

쿠미쿠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컵에 보리차를 따라서 손님 앞에 내놓았다. 단순한 생수에 티백으로 끓인 보리차일 뿐인데도, 여성은 마치 훌륭한 차를 마시는 듯한 자세로 입에 대었다.

"사실은 오늘은 중요한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답니다. 아아, 이 방에 도청기가 설치되어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체크해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감사합니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마법소녀 학급은 말이지요. 원래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것은 푸크 파였다고요. 푸크푹의 사후에 오스크파가 빼앗아버렸지만, 진정한 목적에 대한것은 오스크 파도 알수없었답니다. 아니, 저도 최근까지는 몰랐으니까 다른 사람을 놀릴수도 없겠군요. 그래가지고요. 마법소녀 학급이란 어디까지나 눈을 가리기 위한 장막이며, 푸크푹이 마법의 나라를 구제하는 계획의 서브 플랜으로서 이용할 예정이었다는듯 합니다. 푸크푹은 서브 플랜에 손대지 못하고 메인 플랜에서 목숨을 잃어버렸지만, 서브 플랜이 완전히 기능을 잃은것은 아닙니다. 잘풀린다면 재이용 할수있을지도 모르는 것으로... 당신이 협력해주었으면 하는겁니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까지 잊지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기억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어쨌든 뭔가 부탁하고 있구나 하는것만을 이해하였다.




◇ 카루코로 


밤의 교실에 마법소녀로 변신한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에 도달할때 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를것 같지만, 꾹 참고 출석부를 펼쳤다.

준비를 하면서부터 기분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제 수업을 마치자 마자 뒷산의 예비 조사부터 시작했으며,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인트에 설치한 카메라가 총합 백개에 달하며, 그 모든 카메라에 은폐 마법을 걸어두었다. 이후 실습시 주의사항을 현장의 사진을 첨부하여 문서로 작성하고, 인쇄를 마쳤을 무렵에는 한번 저물었을 해가 다시 기울고 있었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약간이나마 수고를 경감하기 위해서 생각한 계획이었는데, 하루나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없었을 고생까지 짊어지게 되어버렸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아크 얼리의 이름을 부른다. 울음소리 같은 대답이지만 활력이 넘친다. 오십음도 순으로 차례대로 다음은 카나의 이름을 부른다. 조용한 대답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문득 카나 쪽을 바라보고, 카루코로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음 이름, 쿠미쿠미를 부를때 까지 필요 이상의 시간을 끌어버렸기에 헛기침을 한 다음, 간신히 쿠미쿠미의 이름을 부르고, 그 뒤로는 언제나와 같이 출석을 불렀다.

클래시컬 리리안의 이름을 부르면서 카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잘못본것이 아니다. 어제까지와 전혀 달랐다. 머리를 곳곳에 불규칙하게 묶은 것은 저주인가 뭔가일까? 패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엉성하다. 교복에 걸친 체인의 끝에는 가시가 박힌 철구가 달려있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패션이라고 우길수 있을수도 있겠지만, 오른손에 낀 너클은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무기였다.

어째서 하룻밤 사이에 복장이 변해있는 것인가? 교칙에는 분명 코스튬에 악세사리와 개조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방패로 내세워서 원래대로 되돌리라고 지시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말을 들을것인가. 애초에 평소부터 일반 교양 수업 때에는 변신하면 안된다는 규칙도 명백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메피스 펠레스의 이름을 불렀다. 카나가 메피스의 집에서 숙박을 하고있다는 얘기는 하루나에게서 들었기 때문에 카루코로도 알고있었다. 메피스의 불량한 취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가장 있을법한 흐름일까? 메피스를 보면, 어째선지 자랑스러워한다고 할까 어딘가 기분이 좋아보이는 듯한 얼굴을 하고있다.

만약 카나가 메피스에게 영향을 받고있다고 한다면, 떨어트려 놓는 것이 좋을것이다. 카루코로에게 있어서 형편이 좋은 학생이란, 결코 메피스와 같은 학생이 아니다. 우등생이 불량에게 물들지 않도록 떼어놔야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마치 교사 같다고 자조하면서 랏피 팁의 이름을 불렀다. 언제나처럼 대답이 우렁차다.

"그럼, 오늘은 사전에 설명했던 것처럼, 야간실습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전원 참가해주었다. 결석으로 인하여 하루나에게 혼날일은 없어졌다.

"실습장소는 학교 뒤의 산입니다. 조 별로 행동하며, 지정된 위치에서 대기해주세요. 오후 11시 30분이 되는 순간부터 실습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이동을 개시해주세요"

학생들이 교실에서 나가는 것을 확힌한 후, 카루코로는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이라고는 하지만 실험을 위한 방은 아니다. 주로 실험 등에 쓰이는 호문클루스의 설정을 하기위한 방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직원 2명, 즉 하루나와 카루코로의 승인이 없으면 사용할수 없는 곳이다.

위쪽의 리더기에 자신의 카드키를 인식시키고, 조금 떨어진 아래쪽의 리더기에 공용카드키를 인식시키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그에 맞추어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문에 의해 흐르는 것이 멈춰졌던 액체가, 문이 열리는 것과 함께 발밑으로 흘러오는 것을보며 카루코로는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상황을 이해할때까지 시간이 약간 걸렸다. 일어날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험실의 가운데, 긴 테이블에는 남자가 누워있었다. 연령대는 장년인것처럼 보이며, 로브, 챙이 달린 삼각모자라는 마법사의 기본적인 정장을 걸치고, 몸에서 부터 흘러 떨어지는 액체-혈액이 로브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발밑까지 흘러와 고이고있는 혈액을 뛰어넘어, 카루코로는 실험실에 입실하여, 남자의 곁에 달라붙어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멈춰있었다.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이 출혈량으로는 살아있을수가 없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진정되지 않는다. 피의 냄새가 충만한 가운데서 숨을 쉬고 들이키는 것 만으로도 쓸데없이 기분이 나빠진다. 질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우선 보고해야한다. 방에 비치된 통신장치에 손을 뻗던 도중 움직임을 멈추었다. 무언가로 두드려진듯한 흔적을 남긴채 통신장치가 부서져있었다.

고동이 빨라진다. 카드키를 사용해서 열은 것은 카루코로다. 여기에는 쓰러져있는 남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남자가 통신장치를 파괴한것인가? 대체 어째서?

어찌됬든 해야할 일을 한다. 마법 닽말을 꺼내들었다. 외부에 연락하는 것이라면 통신장치가 없어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었다. 연결이 되지않는다. 대체 어째서? 이유를 알수없다.

어떻게해야 하는가.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보고, 진정되지 않는 시선이 곳곳을 살피며, 축 늘어진 남자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떨어지려는 안경을 붙잡고, 손등을 얼굴에 가까이 가져왔다. 문신이다. 이 문신은 본 기억이 있다. 그들은 소속을 과시하는 듯이 손등을 내세운다.

-【실험장】의 인간...!

당황해서 호문클루스의 설정을 확인해본다. 모니터에는 본적이 없는 코드만이 나열되어있으며, 키보드를 쳐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코드만이 계속 나열되어간다. 카루코로는 허가를 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것인가?

하루나는 본부에서 회의중이다. 학교에는 없다. 연락을 취할수없는 이상 카루코로가 판단을 내릴수 밖에 없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뒷산에 호문클루스가-어떻게봐도 연습용이라고 생각할수없는 설정의 호문클루스가 풀려버린다.

-그런가? 메인 시스템을 조작한다면... 시간에 맞출수 있을까?

카루코로는 피에 미끄러질뻔 하면서도, 급하게 방 밖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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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이 마지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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