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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중년탐정(175.208) 2020.08.28 18:26:12
조회 442 추천 1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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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이 소설을 읽다보면 하나의 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데, 대체 이시가미는 왜 자살을 하려고 했을까? 


작가가 이시가미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부분을 보면, "더 이상 수학자의 길을 걸을 수 없다면 살 이유가 없다" 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는게 전부야 


그런데 이 부분은 모순인 것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의 이시가미는 막상 자기는 머리만 있으면 어디에서도 수학을 할 수 있고, 누구도 수학의 길을 건드릴 수가 없다, 수학자로서의 명성 같은 것도 관심 없다고 하잖아 


그렇다면 평생 감옥에 가서 사는 것도 개의치 않는 이시가미같은 사람이 자살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여기서 그냥 "이건 그냥 재미로 읽는 추리소설이니까 그렇게 세세한 건 따지지 말자" 라고 넘어가기엔 이 책의 중심점 자체가 이시가미의 감정이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작품의 요점을 놓치게 된다고 봐 


이제 다시 이시가미가 자살을 결심한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비록 이시가미는 시시한 수학교사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본인 삶의 중심인 '수학 연구'를 자유시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수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이건 이시가미에게 있어 수학으로 채워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야


그럼 수학으로 채워질 수 없는건 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인간의 애정에 대한 욕구이지


그런데 이시가미는 죽음을 결심하면서도 그걸 알지 못해 


이시가미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에 매우 서투른 사람이고 자신의 감정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본인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조차 그 이유를 스스로도 모르니까 독자에게 설명할 수도 없었던 것이지 


아마도 여태껏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을 이시가미가 갑자기 어떤 모녀를 위해 그 정도로까지 희생한 이유는 그가 애착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던 와중에 마침 그 자리에 모녀가 나타났기 때문이야 


결국 수학에서 찾지 못한 삶에 대한 의지를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찾은 것인데, 이시가미는 그것을 "수학과 같은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할 뿐 여전히 감정을 논리에서부터 완전히 구분해내지 못해 


이시가미는 결국 사랑을 하면서도 수식을 풀어내는 수학자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본인이 상정한 절대가치인 모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 그리고 무고한 노숙자의 삶을 망설임 없이 희생시키는 부등호적 사랑을 하게 되지


그리고 누구도 풀어낼 수 없는 논리 문제 형식의 살인을 함으로써 그의 사랑을 완성시키려고 해    


그런데 이시가미의 트릭이 깨지는 것은 논리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사랑 자체가 증거가 되어 그의 발목을 잡게 돼


누구도 이시가미를 의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완벽했던 이 트릭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이시가미와 달리 인간의 감정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유가와 마나부가 이시가미의 감정을 알아챘던 순간부터야 


그리고 진상에 도달한 그의 옛 친구는 이야기를 결론 지을 마지막 판단을 야스코에게 유보하는데, 이시가미의 논리적 관점에선 야스코가 자백할 이유가 없어 


왜냐하면 야스코의 마음 속 부등호가 자신보다 이시가미 쪽으로 기울어진다고 해도 어차피 이시가미를 구제할 방법은 없으니 자백으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잖아    


그런데 마지막에 이시가미의 트릭이 박살나는 것은 논리로는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야스코의 감정적 선택은 이시가미가 계산할 수 있는 범주 밖에 있었기 때문이야


이시가미의 마지막 울음에 담겨있는 그의 마음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계속 감정을 억눌러 오던 이시가미가 야스코가 자신을 위해 자백하던 순간에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비로소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며 소설을 마무리되지  


결국 "용의자 x의 헌신" 은 논리에만 매몰되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던 수학자 이시가미가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는 성장이야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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