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내가 문창과로 진로를 정할 때였음. 그때 내가 하루하루 원고지 1000매짜리 한장 반씩쓰면서 되게 글쓰는 것에 대해서 괴로워하고 있었음. 진짜 원고지만 보면 진절머리칠 정도.

딱 그때쯤 학교 행사를 했는데, 내가 있던 부가 도서부였음. 학교 도서관 책정리하고 대출해주고.

학교 행사니깐 도서부도 뭔가 해야했음. 나도 준비를 해야하는데 존나 의욕이 없었지. 도서관에서 떡볶이를 만들어팔거야 뭐야. 이과계열부야 달고나 만들어판다고 했는데, 도서부는 도서관에서 그런 걸 할 순 없잖슴.

하기 귀찮고, 뭘 하기도 뭐하고. 그래서 나는 내 사심이나 채우기로 결정했지.

그게 바로 한국 장르소설 작가 만나서 인터뷰하기.

그날 페북이나 네이버 조져가며 작가 연락처를 찾았지. 그래봤자 블로그 주소나 카페 아이디 뿐이었지만.

그렇게 나는 전건우 작가님이랑 인터뷰를 잡았음. 솔직히 씹힐줄 알았는뎈ㅋㅋㅋㅋㅋ.

전건우 작가님 예전부터 단편집에서 자주 읽었고 했는데, 장편이 없었거든. 마침 딱 장편 출판되기도 했고. 무대뽀로 쪽지 보냈지.

홍대에서 약속잡고 인터뷰하러 나감. 싸인받을 책하고 녹음기 들고. 작가님 만아뵙는데 정말... 이선균 닮으셔서 깜짝 놀랐음. 작가님한테 말씀드리니깐 웃으시더라.

2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음. 원래 작가가 되는 방법이나 미래, 견뎌야할 점...같은 건 개나주고 내 꼴리는데로 물어봤음. 어차피 내 사심 채우기였으니깐.

고삐리가 얼마나 대단한 걸 물어봤겠냐. 작가님은 그래도 잘 대답해주셨음. 2시간 정말 짧더라.

그렇게 인터뷰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녹음기 붙들고 인터뷰를 정리했음. 다시 들으면서 왜 이딴 걸 물어봤지 쪽팔려하면서 매달렸다.

정리하니깐 한글로 7,8장 나왔음ㅋㅋㅋㅋㅋㅋ. 도서부 선생님이 이거 왤케 많냐곸ㅋㅋㅋㅋ. 내가 하나하나가 학생들한테 도움될만한 내용이라고 ㅇㅈㄹ하면서 밀어붙였닼ㅋㅋㅋ.

그때 생각하면 진짜 철없고 무대뽀였음. 그때 작가님 눈에 내가 얼마나 얼탱이가 없었을깤ㅋㅋㅋ. 심지어 카페에서 인터뷰했는데 내가 작가님한테 스무디 얻어먹었음ㅋㅋㅋㅋㅋ.

지금 남아있는 거라곤 작가님 싸인이 남아있는 책 한 권 뿐이지만. 아직도 나한테 인상깊은 작가님이심. 요즘 장편도 많이 쓰시고 꽤 나쁘지 않는 것 같더라.

지금 보면 날 알아보긴 할까. 고3때 대책없이 질렀었지만, 그래도 해볼만했던 일이었음. 몇 안되는 고삐리 추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