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어 다이나믹의 DT1990Pro예요 

청음샵에서 들을 때마다 실망한 적이 없던 헤드폰인데 이상하게 인연이 없다가, 라인업 한번 대거 정리하면서 드디어 들여올 수 있었어요

시험기간 초입에 사가지고 인상이 남을 정도로만 써 봤다가 이제서야 리뷰를 쓰네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워낙에 리뷰를 잘 남겨 놔서 저는 부분부분 다 나눠서 쓰기보다는 제가 어떻게 느꼈는지 위주로 쓰려구 해요

1. 사용성

생각보다 착용감이 꽤 좋았어요 장력이 없는 편은 아닌데도 패드 재질 덕분인지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헤드폰 자체도 가벼운 편에 속해서 장시간 사용하기에도 꽤 괜찮아요

밴드도 편안한 편인 것 같고요 슈어는 반성좀해야함 

누음은 오픈형인데도 적은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많이 새는 밀폐형이랑 비슷한 수준...제가 가진 리시버들이 죄다 누음폭탄이라 상대적으로 덜하게 느껴진걸수도 있구요

다만 케이블이 짧은건 돼지꼬리고 긴건 3m라서 좀 불편한 편이에요

들고다닐일이 얼마나있겠나 싶긴 하지만 만일 들고다닌다면 케이스도 같이 주니 거기 담으면 돼요

솔직히 예상도 못한 부분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많이 만족스러워서 놀랐네요

2. 전체적인 소리 평가

특장점은 저음이에요

탄력있다는 말이 딱 어울리고 존재감이 강한 저음을 내 주는데, 이렇게 느끼게 하는 요인은 양감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질감적으로 훌륭하다는 게 느껴져요

부하기보단 단단하게 모여있고, 깔끔하고 힘있게 치고 빠지는데 DD보다는 평판에서 자주 느끼던 유형의 저음인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저음 대역만의 특성은 아니고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것 같은데, 

특히나 상당히 많이 건조한 배경, 얄쌍하지는 않은 음선, 좁은 공간표현이 이런 특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차례대로 건조한 배경은 뭔가 베이어 하면 생각나는 건조함이랑 맞닿아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음선은 770이나 700ProX에서 느껴지던 많이 얇은 소리랑은 거리가 있고, 오히려 좀 두꺼운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구요

공간표현은 절대 넓다고 할 수 없는데, 오픈형들 중에서 아마 제일 좁은 편에 속할 것 같아요 

어찌보면 재미없는 소리로 이어지기 쉬운데, 저로서는 이런 건조한 소리가 모던락에서 리버브 잔뜩 걸린 일렉기타 소리를 들을 때 너무 찰떡으로 들어맞는다 생각해서 엄청나게 인상이 좋았네요

사실 건조하고 밋밋하면 소리가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빠져서 음악 들을 때 재미없다고 느끼기 쉬운데, 1990Pro는 상기한 특성 덕분에 소리가 굉장히 재밌어요

전체적인 분리도도 훌륭한 편이라 소리가 하나하나 다 들리는 느낌도 받을 수 있구요

1990pro하면 고음이 말이 많은데 사실 저는 얘 고음이 특정 부분이 막 엄청 쏜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Online Tone Generator로 체크해 보면 9k~10k 부분에서 피크가 느껴지는데, 해당 대역이 민감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쓰실 때 아프실 수도 있구요 물론 비신뢰구간이라 피크 위치가 다르게 잡힐 수도 있지만...

근데 저는 웬만한 리시버는 다 9k~10k에 피크 잡히는 귀라서 해당 대역의 제 귀측정은 좀 부정확할 수 있어요

귀 찢어진다는 말 많은데 저는 잘 몰루겠고 이걸로 음악 다섯 시간도 들을 수 있어요

보컬은...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공간표현이 워낙 좁아서 보정 받는 것도 있는 듯해요

그냥 딱 들었을 때 아...악기랑 비슷한 선상에 있네 싶은 경우가 많았어요

근데 문제는 얘로 믹싱 망한 음악을 들으면 그러지않아도 묻혀서 잘 안 들리는 보컬이 더 잘 안 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소리가 재밌어도 프로용으로 나왔다 이걸까요 그래서 십덕곡용으로 폭넓게 굴리기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보컬한텐 이 특유의 건조함이 이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딱히 양념을 쳐준다는 느낌도 없고...이 부분은 다른 리시버들이랑 비청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네요

정리하자면

장점: 풀려있지 않으면서 탄력있는 저음, 강하게 쳐주는 힘, 상당한 밀도감, 건조한 배경으로 인한 박력있는 소리, 좋은 사용성

단점: 상당히 많이 좁은 공간표현, 안예쁜 보컬, 망한 믹싱 개선 효과 전혀 없음, 케이블이 돼지꼬리임, 사람 따라 빡세게 느껴질 수 있는 고역 피크 (9k~10k)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3. DT900ProX와의 비교

보기 편하라고 이래 정리해놨는데, 정리하자면 900ProX가 사용성 면에서는 '출력을 덜 먹는다', '패드가 더 편한 느낌이다' 라는 이점을 가져가고...

아 추가로 케이블도 900ProX 쪽이 좀더 맘에 들었어요 돼지꼬리 이제 그만...

소리적으로는 900ProX가 저음 박력은 1990Pro대비 못하고, 공간표현은 900ProX가 1990Pro에 비해 확실히 넓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피크 위치도 좀 다른데, 900ProX의 경우 이제까지 한 세 번 빌려서 들어본 것 같은데 전부 동일하게 6k쪽에 피크가 잡혔어요 1990Pro는 9k~10k쯤이었구요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900ProX가 더 귀에 부담이 많이 가는 소리로 들리는데, 이건 개인차가 좀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깡성능은 1990Pro가 확실히 한급 위라고 느껴지네요 

톤 제네레이터를 돌려 봤을 때도 900ProX는 1000Hz대역마다 계속 출렁거리는게 느껴지고 6k 근처의 피크 직전에 4k에서 딥이 잡히고 7k에서도 딥이 잡히는 등 좀 왔다리갔다리 하는데 

1990Pro는 7k 딥 이전에는 출렁거림이 훨씬 덜해요 고역 제어가 잘 되었다는 뜻일까요?

900ProX와 1990Pro를 혹시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1. 자기가 공간표현이 많이 좁은 소리도 좋아하는지

2. 자기 귀가 9k~10k쪽을 민감하게 듣지는 않는지

이정도는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친구 중에는 900ProX를 사용하다가 1990Pro를 들으니 너무 답답해서 못 듣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원래는 구클리어랑 Z1000이랑도 비교해서 쓸까 했는데 비교군으로 쓰기 좀 애매한것같아서 뺐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함니다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댓글로 ㄱ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