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던지다 보면 창을 땡기는 시간이 은근 거슬린다

창을 끄으으윽 모으면서 쏘는것도 짜증나는데 이속까지 떨어지니 여간 답답한게 아니다

분명 창의 대가인 아마존인데 왜 창을 이렇게 못쓰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로아 탑승과 함께라면 이속 페널티 만큼은 지울 수 있다

문제는 이 로아 탑승이 비정상적으로 페널티 덩어리라는 것이다

좌측 하단의 그로기 게이지가 다 차오르면 강제로 내려지는데, 로아에서 내려지는 것 만으로는 그들의 악의를 채우기가 부족했는지

캐릭터가 2초정도 철푸덕 넘어진다

0.1초만에도 죽을 수 있는 게임에서 2초는 그냥 나를 죽여주십시오 하는 것이다

이 탑승 페널티를 지우기 위해 기절저항도 올려보고 컨트롤도 해보고 별의 별 쇼를 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몹들의 움직임이 너무 잽싸기에 공격을 무조건 피하기도 힘들고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투사체에 삽시간에 내려지기 일쑤였다

로아에서 내리면 경험치가 올라가지만 답답함에 다시 로아를 타면 경험치를 다 까먹고 만다

내려가는 경험치를 보며 이 스킬이 악의로 가득 찼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조젬 하나에도 각종 페널티를 넣어 놓은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로아라고 그냥 타게 해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무언가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내 놓아야 하는 poe2의 특성 그대로 이속페널티를 지우면 처 맞는 순간 죽도록 만들어 둔 것이다

너희가 게임을 절대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듯, poe2는 악의로 가득 차 있다

그 반면 그 험난함을 극복할 도구는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poe를 사랑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난 poe를 극복의 미학이라고 생각해 왔다

별자리처럼 펼쳐진 압도적인 패시브 트리와 아틀라스 트리, 복잡한 계산을 요하는 스킬들과 각종 기제들

우리는 초보 시절엔 아무것도 모르고 게임을 하지만 죽음을 극복하려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개념들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레이클라스트라는 험난한 곳을 극복하게 해 주는 장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게임의 영역은 엄청나게 확장되고 pob를 들여다보며 이건 가능할까 저건 되는걸까 하는 시간 조차도 너무 행복해진다

마치 어른들을 위한 과학상자 처럼, poe는 우리에게 그런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극복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 나갈 때의 성취감은 세상 그 어떤 게임도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poe2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구르기 하나 던져주고 액션을 강화했다며 이걸 다 이겨내 보라는, 패링 따위나 하면서 당신의 손을 강화해 보라는 이런 철학을 난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지금도 재밌게 즐기고 있긴 하지만, 이젠 이 게임의 미래가 두렵다

우리가 사랑했던 poe처럼 만든다고 해도 결국 1편의 답습 이상의 무언갈 해낼 것 같지 않다

애초에 지금 존재하는 것들 또한 1편의 하위호환격 아닌가

내 이런 설레발이 기우로 끝나길 간절히 빈다

결합리그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그 시간동안 그 누구보다 이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 poe2에 맹렬한 비난을 쏟아붓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제 개발자 인터뷰를 보며 이 새끼는 로아를 타고 창은 던져본걸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난 오늘도 퇴근후에 로아를 타는 꿈을 꾼다

부디 그 꿈들이 헛된 것이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