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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백업][팬픽]스바루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포탈이 열렸어" 하편

로마네콩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0.20 15:04:17
조회 1377 추천 0 댓글 0
														

1.



" 응? 스바루? 지금 바쁜 시간대 아니야? "

" 안녕, 「 에밀리아 」. 잠깐 이야기할 게 있는데, 혹시 지금 시간 괜찮아? "

' 어? 오늘은 내 이름 뒤에 땅을 붙이지 않네? '

" 응. 마침 할 일도 없었고, 어서 들어와 "



다음 목적지는 에밀리아의 방이었다. 스바루를 방으로 들이며 에밀리아는 두 가지의 의문점이 생겼다.

첫째, 항상 그녀의 이름 뒤에 '땅'을 붙이던 스바루가 오늘은 그녀를 정상적으로─그렇다고 에밀리아땅이 듣기 싫을 정도로 비정상적이진 않았지만─불렀다.

둘째, 스바루에게서 무릎베개를 해준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겼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곧 스바루가 일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겠거려니, 하고 지레짐작하며 그의 등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스바루는 잠시 에밀리아의 방을 주의깊게 빙 둘러보았다. 에밀리아는 두 잔의 차를 준비해 스바루에게 하나를 주었다.



" 자, 스바루. 일하느라 많이 피곤하지? "

" 아니…괜찮아. 이제는 익숙해졌으니까 "



─위화감



" 후룹…그래서,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지? 어떤 애긴데?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이야기야? "

" 그게… "

" 뭐든 말해줘. 난 스바루한테 엄청나게 많은 빚을 지고 있으니깐. 자, 스바루. 무엇이든 애기해보련? "



─위화감. 위화감. 위화감이, 춤춘다.

─그것은 흡사 눈처럼 살며시 내려와, 폭력적으로 마음 속 불안을 두들겼다. 그래, 소리없는 폭력이다, 이것은.

─싫다, 나 왜, 긴장하고 있는 거지?

─눈앞에 있는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스바루─



" 에밀리아. 나와 너 사이에 있는 빚은, 없던 걸로 하자. 더 이상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너는, 너의 왕선을 위해서만 노력하도록 해줘. 아, 덤으로 날 잊어주면 고맙겠는데 "



─누군가 그랬어. 불안한 예감은 항상 현실로 나타난다고.

─난 아닐줄 알았어.

─내겐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어.



" 스, 스바루…? "

" 좀 더 좋은 말이 있었겠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줘야 싹 잊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그쪽의 지혜를 참고해서 본론만 말할게.

그러니까, 에밀리아. 이제부터 나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도 쓰지 말고, 관심도 주지 말고, 말도 걸어오지 마.

더 이상 너를 에밀리아'땅'이라고 부르는 일도 없을거야. 더 이상 너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주책을 떠는 일도 없을거야.

더 이상, 너를, 좋아하지 않을거야─ "

" 어째, 어째서…? 왜, 왜 스바루는 그런 심, 심한 말, 을…? "

" 나, 곧 이 저택을 떠날거야. 이곳을 나와서 자유롭게 돌아다닐거야. 따로 정해놓은 목적지따윈 없지만, 카라라기였나? 그곳도 가보고 싶어서.

뭣보다, 여기서 적당히 일하면서 람렘자매하고 너희랑 어울리는것도 솔직히 좀 질렸거든? 그래! 자아찾기 여행이라는 걸로 해두자. 응, 좋은 말 나왔네.

이게 너한테 할 이야기, 아니, 전언이었어. 모쪼록 내 말대로 해주길 바랄게. 그럼 이만 "

" 기, 기다려! 스바루! "



종잡을 수가 없다. 에밀리아의 머릿속은 진흙탕과도 같이 이것저것이 뒤섞여져 카오스를 이루고 있었다.

그 심히 불안한 정신상태를 감지한 팩이 에밀리아의 가슴께에 붙은 녹색 보석에서 스바루보다 약간 큰 정도로 거대화해서 뛰쳐나와 그의 앞을 막았다.



" 멈춰, 스바루! 너의 태도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몰인정해! 도대체 리아한테 그렇게 구는 이유가 뭐야?! 뭔가 잘못을 한 게 있다면, 서로 말해서 풀자구! "

" ─비켜, 팩. 에밀리아한테 할 말도 없는데, 너하고 할 말이 있을 거라 생각하냐? "

" 큭…! "



그 서슬퍼런 기색에, 팩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스바루가 방을 나가는 걸 보고만 있을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팩은 그런 스바루를 신경쓰기보다, 바닥으로 스르륵 주저앉는 에밀리아를 보고 놀라서 날아가, 그녀를 일으켜 침대 모서리에 앉혔다.



" 리아! 정신차려, 리아! "

" 팩…나, 나 스바루에게 뭔가 크게 잘못한걸까…? "

" 아니야! 리아는 절대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내가 보증할게! 지금 스바루는 뭔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저런 태도를 취하는 걸거야.

이따가 내가 스바루한테 따로 가서 말해볼게. 그러니까 리아는 지금은 잠시 쉬고 있자. 응? "

" 팩은 사람의 속마음을 조금이지만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 너가 확답을 하지 않는다는 건, 스바루는 내게 진심으로 저 말을 했다는 거구나… "

" 리아… "



그 이후로 에밀리아는 다시 일어날 기색도 없이,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만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팩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사태에, 그저 리아 곁에서 필사적으로 그녀를 다독여주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이 때 팩은 처음으로 자신의 무기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2.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지금보다도 더 모질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감정 연기를 해 온 나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아, 역겹구나. 나란 놈의 본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에밀리아가 걱정되서, 렘에게 했던 말이 후회되서 만사 제치고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다.

사실은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고. 내가 했던 말들은 다 헛소리니 잊어달라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제와서 주워담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관계를 부순다는 게,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일이었구나. 새삼 짐작했다.



" 허억, 허억… "



과호흡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스바루는 극한의 피로감을 느끼며 벽에 기대서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심장이 뛰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귀속에서 찌잉하는 이명이 스바루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넓은 시야가 한 점으로 뭉쳐지듯이 좁아지는 듯하게 느껴졌다.

필사적으로 숨을 죽이며 스바루는 생각했다.

─이런 나도 아파할 자격따위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지금 내가 행하는 일에 대한 당연한 응보일지도 몰랐다. 천벌일지도 몰랐다.

처음 렘을 시작으로 이 짓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결과도 각오하리라 다짐했건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이 모양이라니.

꼴사나운것도 정도가 있다. 각오했으면 그 길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라, 나츠키 스바루!



" 스바루군! 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

…! 레, 렘… "



그 때 큰 이불이 펄럭거리며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렘이 다급하게 달려와 스바루에게 붙어 안색을 살폈다.

어젯밤에 그렇게 렘을 내쳤는데도, 이 소녀는 아직도 나를 진심어린 표정으로 걱정해주는구나.

─그 사랑이, 망극하다.

─그 사랑에, 감사한다.

─그 사랑을, 받쳐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럴 자격을 잃은, 천하의 쌍놈이다.



짜악──!!!!



" 어딜…어딜 만지는거야! 친한척 달라붙어와서 내 안색이나 살피고 있지 말라고! "



채찍과도 같이 날렵하게 움직이는 스바루의 오른손에 볼을 맞은 렘은 일순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윽고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한 뺨에 손을 얹고, 울먹거리는 얼굴로 스바루를 올려다본 렘은 구슬픈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 스바루…군… "

' 으윽…! '

" 어, 어젯밤에 그렇게 말했으면! 적당히 눈치가 있다면 나한테 다가오지 말아야 정상인 거 아냐!? 이 쓸모도 없는 오니가!

꺼져! 당장 꺼지라고! 지금은 너랑 말도 섞기도 싫고, 얼굴을 보는 것도,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질색이야. 소름끼칠 것 같다고! "

" 네…네에…스, 스바루군이…그렇게 원, 원한다면… "



충격을 다스릴 새도 없이, 렘의 몸은 스바루의 말에 따라서 비척거리며 일어났다.

─아냐, 아니야. 내 본심은 이딴 게 아니야.

슬픈 눈으로 스바루를 한번 올려다본 렘은 천천히 뒤돌아서 비틀거리며 빨래감을 향해 걸어갔다.

─차라리 날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나를 죽여줘.

이를 악 문 스바루는 그대로 달려가 카펫 위에 떨어진 이불을 발로 차고, 마구잡이로 짓밟았다.

─이 이불은 나다.

─나는 이렇게 짓밟혀도 아무 할 말이 없는, 진정한 쓰레기 새끼다.

─자아, 너의 '영웅'은 이딴 추잡한 모습이나 보이는 돼지 오물만도 못한 놈이야.

─더, 더, 더, 나를 경멸하고, 증오해.

격한 숨을 몰아쉬며 스바루가 더러워진 이불을 내려다보다 시선을 렘쪽으로 돌렸다.

렘은 그저 슬픈 눈으로 이불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 빨래를…다시 해야겠군요…스바루군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니…렘, 열심히 할게요 "

" 윽…열심히 하든말든! 그걸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얼간이가! "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그 자리에 있는 게 불가능했던 스바루는 전력질주로 그 곳을 벗어났다.

달리고 달렸다. 폐가 짜부라져도 좋으니, 심장이 터져도 좋으니 지금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로 달려서 그의 방에 도착한 스바루는 곧장 세면대로 향해 물을 최대로 틀고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뱉어냈다.



" 우웨에에──!!! "



뜨뜻하면서 끈적한 액체가 한 웅큼 터져나왔다.

다량의 피였다. 극도의 피로와 스트레스로 내장기관까지 영향을 받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죽은 피를 모아 입으로 뱉어낸 것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세면대를 붙잡고 피를 토해대던 스바루는 어느정도 토악질이 멎자, 황급히 피를 지웠다.

그가 생각하기에, 렘은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조용히 들어와 스바루의 방을 청소하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피냄새에 익숙할지도 모르는 그녀를 대비해, 스바루는 눈에 보이는대로 피를 지웠다.

어느 정도 청소가 끝나자, 스바루는 벽에 기대앉았다. 아직도 입 안에 피 특유의 비릿한 향과 맛이 감돌아 역겨움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 으아아아아!!!!! "



이윽고 스바루는 자해를 시작했다.

얼굴을 손톱으로 미친듯이 긁고, 머리를 긁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타일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몇 번이고 세게 들이박았다.

바닥을 꼴사납게 데굴데굴 뒹굴며 눈을 짓눌러 뭉개며 오열했다.

일어서고는 벽을 발로 몇 번이고 걷어찼다.

격통이 수반되는 자해였지만, 스바루는 그것을 갈구하고 갈구했다.

그것이라도 없으면 스바루의 마음은 당장에라도 바스러져 무너져내릴 듯했기에, 스바루는 더욱 충동에 부채질했다.

수십분 뒤, 스바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거울을 보았다.

어디 가서 혼자 수십명과 싸우기라도 한 듯한 몰골이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 왼쪽 주먹에선 피가 배어나오고 신발코는 짓뭉개져 있었다.

그걸 본 스바루는 자신의 한심하고 꼴사나운 모습에 조금 안도하며,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나섰다.

왼발이 아파서 제대로 걷기 힘들었지만, 스바루는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3.



…자네, 어디가서 누구랑 싸우고 왔나? 아니면 람하고 맞붙기라도 한건가? "

" 신경 꺼. 지금은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로즈월. 나한테 종이 몇 장 정도만 빌려줄 수 있어? 그걸로 할 게 있어 "

" 뭐어, 자네는 마법을 쓰지 못하니 종이를 강화시켜서 목매달 걱정은 없으니, 빌려주지. 하지만 이상한 데다 쓸 목적이라면 빌려주지 않겠어.

뭐에 쓸건지 말해줄 수 있나? "

"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글자연습을 좀 해두고 싶어서. 저쪽으로 가면 더 이상 쓸 일이 없을테니까 "

" 슬픈 일이군. 자네에게 있어선 "



집무실에서 뭔가를 끄적거리던 로즈월은 스바루의 몰골에 조금 놀라더니, 손을 휘둘러 양피지 10장 정도를 공중으로 들어내 스바루의 손에 떨어뜨렸다.

종이를 받은 스바루는 말없이 집무실을 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도중에 팩을 만난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 돌아와 문을 닫아잠갔다.

책상에 앉은 스바루는 얼얼한 오른손으로 펜을 들어 종이에 문장을 써내려갔다.

편지였다. 앞으로 자신은 이 세계에서 사라지지만, 이렇게 편지라도 써두지 않으면 렘과 에밀리아에게 했던 심한 행동들에 속죄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편지라도 써두자고 생각한 것이다.

각자에게 세 장씩 할당한 스바루는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왕이 된 에밀리아를 보지 못하고 떠나가는 미안함, 둘에게 했던 짓들에 대한 미안함, 이 세계에 남아 끝까지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그것들을 전부 편지에 꾹꾹 눌러담는 것이 끝났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저물어가는 시각이었다.



…이걸로, 됐어… "



종이 두 장을 더 꺼내 한장한장 렘과 에밀리아의 이름을 크게 쓴 스바루는 그것을 나눠서 놓은 뒤, 의자에서 일어섰다.

방을 나서기 전에, 스바루는 예전 자신이 이곳의 언어를 공부했던 작은 연습장을 들고 나왔다.



' 들고 갈 만한 추억의 물건이, 이런 종이쪼가리밖에 남아있질 않다니 '



난 도대체 이 세계에서 무엇을 해온 것일까, 하는 가벼운 자조를 씹어삼킨 스바루는 포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4.



" 그래서, 너희 둘은 대체 왜 지금 여기에 있는거냐? "

" 어리석은 질문이군, 스바루. 내 집에서 내가 어디에 있든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네 "

" 아까부터 저택이 시끄러워서 책에 집중을 못하겠어, 잠시 나온것 뿐일까 "

" 나는 로즈월님을 따라 걷다가 이곳까지 오게된 것 뿐이야, 바루스. 그나저나 잠깐 안 본 사이에 굉장한 꼴을 하고있는걸 "



스바루가 포탈을 감춰둔 그림 앞에는 이미 세 명이나 모여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즈월, 베아트리스, 람이었다. 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로즈월만 따라온 듯했지만, 베아트리스는 곧 일어날 일을 짐작했는지 우울한 얼굴로 스바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숨을 쉰 스바루는 이내 걸어가 그림을 떼서 옆에 세워뒀다. 그 뒤에 숨겨져있던 포탈이 모습을 드러내자 람은 놀라고, 로즈월은 흠흠 거리며 포탈을 살펴보았다.



" 저 쪽의 세계가 스바루가 원래 살던 세계인가. 자네처럼 희한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군. 시간도 이곳하고 비슷한 모양이고 "

" 스바루는, 정말로. 정말로 저쪽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야? "

" 그래, 베아트리스. 아마 두번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지도 몰라. 이봐, 람. 떠나기전에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하나 있어 "

…뭔데? "

" 내 방에, 람하고 에밀리아 둘한테 편지를 써놓은 게 있어. 그것을 둘에게 보여주고 읽게 해줘. 내가 남기는 유언장이라고 해도 좋아 "



어떤 의미로는 유언장이다. 자신은 이 세계에서 떠남으로서 이곳의 나츠키 스바루는 죽어 사라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었으니까.

람은 침통한 얼굴로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차마 그것을 들어주기는 힘들었는지 입술이 미미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그걸 본 스바루는 쓴웃음을 지으며 람 앞으로 걸어가 쭈그려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 사실 난 렘에게 심한 짓을 했었어. 그거에 대해서 정말 미안했다고, 그건 내 본심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고도 전해줘. 내 부탁, 들어줄거지? 람 "

…바루스는 비겁하구나. 하는 행동들이 참으로 지리멸렬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지금 하는 건 더더욱 지리멸렬해 "

" 그게 나츠키 스바루니깐. 그럼, 들어주겠다고 한 걸로 이해할게 "



일어선 바루스는 무덤덤하게 포탈을 바라보았다. 어제 발견했을 때하고는 다르게 크기가 약간 줄어든 듯 보였다.

로즈월도 이 포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아지고 있으니 돌아가려면 빨리 가야한다고 말했다.

스바루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이젠 절반정도의 크기가 된 포탈속으로 몸을 던졌다.

비틀거리며 착지한 스바루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 세계에 떨어지기 전, 물건을 사고 나온 편의점 앞이었다. 완전히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그에게서 등을 돌린 베아트리스와 손을 흔드는 로즈월,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스바루를 바라보는 람의 모습이 보였다.

포탈은 스바루가 완전히 돌아온것을 감지한 것인지, 무서운 속도로 작아지더니 이내 빛나는 하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다…끝났구나… "



스바루는 오랜만에 맡는 익숙한 냄새를 있는힘껏 들이킨 뒤, 다시 내쉬며 잠깐 감았던 눈을 크게 떴다.

다시 돌아온 이상, 스바루의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길은 저 세계에서 겪었던 일들 이상으로 힘든 가시밭길일지도 모르지만, 스바루는 어쩐지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 자, 가자. 그 둘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긴 싫으니까 "












작성자 : 디시인사이드 리제로 마이너 갤러리 ㅇㅁㅇ 님

원본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zero&no=45225&page=38&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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