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결국 그 애미와 100% 똑같아진다.'

                                     - 주갤러

 하루가 지났다.

 나코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멈추지 않고 틀어져있던 에어콘은

 숙소를 서늘하다 못해 차갑게 얼려버리고 있었다.

 은비언니에게는 라인을 19통이나 보냈다. 한통 두통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고

 어느새 열몇통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내가.. 왜이러지?'

 신경이 쓰였다. 

 무엇이 신경이 쓰이는지는 몰랐다. 아니, 모르려고 한다는 말이 맞았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싫었다.

 '그냥 우리는 직장 동료였던것 뿐일까? 휴가때는 연락도 하지 않는...'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의지할만한 한국인 "언니"이지만

 자신을 잘 따르는 키작은 꼬맹이 따위는, 은비에게 그냥 열 몇번째인 나코일지도 모른다.

 그런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좋지 않은 생각"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터진듯 튀어나왔다.

 무시당한 것 같았던 일들.

 서운했던 일들.

 한국어로만 서로 쑥덕거리던 일들.

 그러고보니 은비언니한테 폰이 3개 있다는 말을 언듯 들은적이 있다. 

 하나는 일할때 쓰는 폰, 하나는 개인 폰, 하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미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인은 앞뒤가 다르대'

 .. 혼또?

 삿시의 모습도 떠올랐다.

 삿시는 화를 내고 있었다. 히스테리를 부리고있었다.

 극도로 화날때의 모습과 함께, 그때 즐겨 하던 말이 강하게 떠올랐다.

  "... 쿠소온나"

  자기 자신의 목소리였다.

  나코는 깜짝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도저히 참을수 없었다.

 빨래통에서 아직 빨기전인, 은비언니가 항상 입던 트레이닝 복을 찾아냈다.

 아직도 습기가 가시지 않은 구깃한 그 연습복에, 

 나코는 얼굴을 파뭍었다.

 항상 연습후에 나코를 안아주던 냄새가 났다.

 땀에 쩐 냄새라기 보다는, 포근하고, 편안한.. 그 냄새.

 '킁..카... 킁..카... 은비...온...니..'

 따뜻했다.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나..코야, 지금 뭐하는거야?"

 심장이 멈출듯 한 목소리.

 나코는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온갖 먹을거리를 갖고 온 은비가, 넋빠진 표정으로 나코를 지켜보고 있었다.

 -꼐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