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코쨩, 아니, 야부키상에게.

저랑 얘기하기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 이렇게 짧게라도 편지를 드립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모두의 모든것을 실망시킨 나쁜 여자입니다.

.... 좀 된 얘기를 꺼내서 그렇지만,

바쁜가운데 일탈로,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대는 유명한 연예인이었고.. 지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신 어머니께 제일 가는 보물로 사랑 받으면서 자라온 저는,

도저히 아이를 지울수 없었습니다.

문득 야부키 상을 처음 만났을때가 기억납니다.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고, 제가 뒤에서 많이 괴롭힌것, 미안해요.

모두에게 비난을 받는 것은 원래 있었던 제 죗값입니다.

제 딸아이가 저에게 나쁜것만 배워서, 벌써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딸이 특히 야부키상의 열렬한 팬입니다.

벌써부터 야부키상이 나오는 프로를 다 찾아보고 있어요.

그저 팬의 엄마된 사람의 한명으로,

딸에게 주고싶은 야부키상의 싸인을 한장만 받고 싶어서

이렇게 주절주절한 변명을 늘어놓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부디 동봉한 그림에 아이를 위한 싸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코는 그제서야 그 그림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약간은 희끄무레 해졌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10년전, AKB SHOW에서 나코가 그린 미쿠의 우스꽝스러운 초상화였다.

모두가 웃고 미쿠가 내 보물로 여길께라며 받아 넘겼던 네타.

얼기설기 찢어지고 구겨진 그 그림은, 정성스럽게 한땀 한땀 이어붙여져 있었다.

'그래서 나를...'

나코가 자신의 뺨을 만지며 생각에 잠기고 있을때, 병실 문이 열리며 한 아이가 들어왔다.

"엄..마?"

거기엔 나코가 처음 만났을때의 미쿠.. 랑 완전하게 똑같이 생긴 아이가 서있었다.

"네... 네가..."

나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미쿠의 딸이니?"

"응! 근데... "

미쿠의 딸은 춤을 연습하듯 나코의 주위를 한바퀴 휘 -하고 돌았다.

미쿠를 닮아서 춤실력은 없어보였다.

"언니 나코상 아니에요? TV에서 본 나코상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응? 아,,응, 맞아."

"와! 근데 우리 엄마가요, 나코상이랑 어렸을때 알고지냈던 사이라고 했어요!"

목소리까지 어떻게 이렇게 미쿠 어릴때랑 똑같을 수가 있을까, 라고 나코는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어요! 어떤게 진짜에요?"

"그... 그게.."

우물쭈물 하는 나코의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엄마 일어났어?"

미쿠가 어느덧 눈을 부스스 하게 뜨고 말하고 있었다.

"...나코가 와 줬구나."

"그래... 큰 일은 안나서 다행이네."

나코가 매니져에게 힐끔 눈치를 주자 매니져가 벌떡 일어섰다.

"... 난 이제 가봐야겠어. 스케쥴도 있고."

"조금 늦긴 했습니다."

말이 빨라진 매니져,

나코가 다시 매니져에게 눈치를 줬다. 이번에는 좀 강하게.

"그리고 싸인은 미안해, 사무소에서 개인적인 싸인은 절대 NG라고 했어."

아쉬워하는 미쿠의 딸의 머리를 살짝 만져 정리해주곤, 나코는 문 밖으로 매니져와 같이 걸어나갔다.

문득, 나코는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혹시, 딸이랑 둘이 다음달에 한국 올수 있어?"

어리둥절 하던 미쿠의 얼굴이, 곧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변했다.

아직 때에 물들지 않았던 그 나날들 처럼.

"근데 나코상 우리엄마랑 진짜 아는 사이에요? 거짓말이에요?"

"완-전히, 베프였어 베프."

'나코년 저런 표정은 진짜 오랫만에 보는구만. 평소에도 저거 반만...'

왁자지껄 하는 사이로, 매니져는 차키가 어딧는지 잠바를 뒤지며 생각했다.

창밖으로는 긴 가을 장마가 어느덧 끝나고 있었다.

비 내린 뒤 도쿄의 가을하늘은, 푸르다기보다 오히려 투명했다.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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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 굉장히 반응이 좋았던 작품인데, 나코 미쿠의 관계를 처음 들은 처음부터 문득 든 플롯이고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되지 않았나.... 무엇보다도, 두 아이돌분의 캐릭터가 워낙 독특하고 완성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