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그림쟁이다.

게임,영화,만화,애니,소설 기타등등 현대의 예술산업에서 글과 그림은 땔래야 땔수 없는 관계라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예를 들어 만화가 잘되면 소설로도 나오고 영화, 게임으로도 나온다. 소설도 마찬가지로 이 모든 산업과 연계되어있다.

즉 게임이면 게임 만화면 만화 소설이면 소설 이렇게 산업 단위로 구분하는게 아니라 

소설 작가하는 양반이 게임이나 영화 시나리오도 쓸수있고 만화 스토리작가도 할수있고, 게임회사에서 캐릭터 원화작업하던 양반이 자기 만화 낼수도있고 영화판가서 컨셉아트도 만들수있고 소설 표지 일러스트도 그릴수 있단 말이다.  

이렇게 여러 산업들이 연계된 바닥에서 노동을 하는 양반들은 그림이던 글이던 맡은 노동물량이나 노동강도에 따라 그에 맞는 보수를 받는게 맞는거지 이쪽 시장에선 적게 받고 저쪽 시장가선 많이 받는건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산업이 다르다고해서 우리가 하는 노동의 형태가 바뀌진 않으니까..(어느 분야던 상상력 동원해서 작업물 뽑아내는건 마찬가지)

글이나 그림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힘들게 산다. 그래도 다른업계는 어느정도 선은 지키고 있는거 같은데 유독 이 소설 바닥 일러스트 표지 가격은 유별나게 창렬하다.

웹소설이란 시장이 커지기 전에 대략 2000~2009년 사이 출판 소설 일러스트 표지 가격이 표지 앞,뒷면 포함해서 70~90만원 정도였다. 그때의 일러스트 표지는 제법 비싼 일거리에 인식되었고 주로 이름있는 작가들이 작업했다.

하지만 지금은? 출판 시절때랑은 비교도 안되게 웹소설 시장은 커졌는데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일러스트 표지 가격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요새는 최저임금 오르는것 때문에 안그래도 쓰레기바닥인 표지 일러 가격인데 최저임금에 올랐는데 그거도 안 맞춰주면 아무도 안할테니까 눈치보면서 딱 최저임금 오른 만큼만 가격 올려서 출판사새끼들이 표지 외주 구할때는 평균적으로 50~60정도 주고 구한다.

심지어 아직도 표지 일러 30~40만원 짜리들도 많이 있다. 

10~20년전에 비해 요즘 그림 바닥의 퀄리티 수준이 떨어졌나? 아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물론 예나 지금이나 저퀄은 있다)

그럼 가격이 낮은 만큼 낮은 노동 강도로 작업을 하는건가? 그것도 아니다. 요즘 소설 일러 표지들 퀄보면 TCG게임에 나오는 카드일러스트 수준이거나 간혹 게임 홍보 포스터 정도의 퀄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들이 과연 제값을 받고 작업이 된 결과물일까?

2010년대초부터 슬슬 웹소설 바닥에서 출판사들이 일러스트 표지 외주 돌릴때 주로 하던 말이 '아 저희는 출판쪽 보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많이 주기 어렵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면서 출판소설 일러표지 외주의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15~20만원을 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가격엔 좋은 퀄리티가 나올수가 없다. 하지만 울며겨자먹기로 당장 사정이 급해서, 또는 그림쟁이가 마음씨가 좋은 호구라서 여차저차 이유로 그 가격에 일한 사람들은 노력하면 언젠간 나중에 보상받을꺼란 생각으로 낮은 가격으로도 좋은 퀄을 내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사례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출판사들은 어? 이 가격에 이게 되네?라며 개 어거지 사례들을 들먹거리며 시장 전체 평균적인 단가를 낮춰갔다.

'출판 소설 보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시작된게 지금 웹소설 표지 일러 가격이다. 

그래 백번양보 해줘서 그때는 시장이 작아서라고 치자. 그런데 지금은 시장이 이렇게 커졌는데 왜 표지가격은 제자리 걸음인건데?

낮은 가격? 있을수도 있다. 그림 입문자들도 할수있는 난이도로 하면서 그에 맞는 보수만 주어진다면 문제될건없다. 시장의 가격은 다양할수록 좋고 소비자들은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하지만 시장 전체의 절대다수의 일감이 낮은가격뿐이라면? 그게 웹소설 일러 표지 바닥이다.

웹소설 시장이 이렇게 커져갈 동안 그 껍데기를 장식해주는 그림쟁이들은 외면되고 있는거 같아서 적어봤다.

소설 일러 한장 그리는데 일정 보통 2~3주 잡아준다. 하지만 그렇게 그리면 건당 50~60만원짜리 외주로는 굶어 죽겠지.  

여기 소설 표지 일러 외주로만 평생 벌어먹고 사는놈이 있다. 일감은 무한대로 들어오고 토,일 주말은 쉰다고 가정하고 그놈이 보편적인 회사 신입 최소 월급인 월 200~240 벌려면 현재 웹소설 일러 표지 외주 평균 단가 건당 50~60만원 짜리를 5일에 한건씩 처내야 된다.

작업은 전부 배경,캐릭터 다 들어가는 풀 일러스트 조건이다.(캐주얼체냐 반실사체냐는 덤이다. 실사쪽으로 갈수록 빡세다.) 자 그런 조건으로 5일안에 쌔빠지게해서 모든 수정 조건 다 들어주면서 완성해낸다? 그놈은 이미 개씹프로다. 그런데 월 200대가 고작이다. (TCG 카드일러스트 외주 경우 같은 조건으로 두배를 번다.)

웃긴건 현재 웹소설 표지 외주 뛰고있는 작업자들 중에서도 이 속도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거다. 물론 더 빠른 사람들도 있을수도 있겠지. 

그럼 최고로 속도를 더 내서 똑같은 조건으로 2.5~3일에 하나씩 완성한다고 가정해보자.(이번엔 토요일에도 일한다) 주6일 하루 작업시간은 아마 12시간 이상. 거의 공장 풀가동 돌리는 수준이다. 그는 괴물이다. 더 이상 잘할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400~480번다. 하지만 인생은 망가지겠지.

이건 가정을 해본거고 현실은 더 혹독하다. 작업자에 비해 일감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잘해도 일감이 없어서 한달에 두개 이상 받기가 힘들다.

여기는 글쟁이들 갤이니까 궁금한게 있는데 너희는 이걸 다 알고서도 출판사에게 표지 작업을 맡기는거냐? 그리고 출판사 십새끼들은 왜그런거냐?

웹소설 표지 일러 따위 저급하다고 쓰레기같다고 욕 많이 먹는데 가치가 높건 낮건 그래도 그 표지 일러하나 그린다고 좆뺑이 깐 노동의 값은 주고싶다는 생각은 안드니?  

우리 고통도 좀 이해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