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 안 쪽의 작은 방, 연구실에서는 중훈이 흉칙하게 망가진 얼굴의 환자들이 나오는 의학 서적을 펼쳐놓고 금애에게 자신의 턱을 치료할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영국의 의사인 길레스 박사가 전상자들을 치료할 때 사용한 방법을 사용할 겁니다>
<없어진 부위에 뼈대를 장착한 뒤 다른 부위의 피부조직을 덧대서 새 살이 자라나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저는 제 방식대로 치료 시간을 단축시키고, 치료할 부위의 기능도 최대한 복원해 보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래 턱뼈가 움직이듯이 움직여 줄 뼈대가 필요하고, 신경들도 복원해야 합니다>
<금애 양께서 가장 크게 치료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부분은 아마 신경에 관한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서양 학자들의 말로는 뇌도 결국 신경이 모인 것이라니 저보다 다루는 법을 잘 아실테니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깔끔한 한복을 입은 덩치가 큰 소년 - 중훈의 약방 점원인 민수 - 가 들어왔다. 몇 년 전에 병을 심하게 앓다가 중훈이 고쳐줘서 살아난 뒤 그 이후로는 약값을 갚겠다며 약방에서 손님들에게 약을 팔고 가게를 청소하는 등의 잡일을 하기 시작한 아이인데, 눌러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약방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아이가 착하고 순박하지만 원래 성정이 그리 영특하지 않아서 의학에는 재능이 없었고, 혹시나 해서 열심히 가르쳐 보았지만 완전한 의학 이론을 알아듣기는 커녕 간단한 고약이나 만들 줄 아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었다. 물론 중훈의 고약이 종기나 상처 자국 등을 없애는 데 좋은 효능을 보이니 그 정도의 고약만 만들 줄 알아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 별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다.
"의생님, 손님이 왔는데 보기에 아주 귀한 집 아가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임부도 보냐고 묻던데요."
중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공책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목이 아파서 말을 못하고, 여기서는 수술 같은 건 못 하니 맥을 보고 약만 드릴 수 있다고 전해 드려라>
<알았다고 하시면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드리고, 곤란하다고 하시면 저기 큰 병원에 가시라고 전해 드리면 된다>
민수가 가자 중훈은 금애를 돌아보고 공책에 다시 글을 적기 시작한다.
<조금 묘하군요>
<원래 귀한 집 분들은 그냥 서양식 병원으로 가지 여기까지는 굳이 잘 오지 않습니다>
<여기는 원래 그런 곳에 갈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찾아오는 곳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굳이 이런 곳까지 온 걸 보면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애 양이 동석해주시면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으니 도와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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