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기껏해야 독재자, (적국 입장) 대량학살자, 그나마 자국민조차 피폐하게 만든 전쟁광인건 역사만 봐도 알겠음.

그치만 예전부터 그랬고, 특히 최근에 읽은 카이로에서 프랑스군이 약탈하고 다녔다고, 나폴레옹이 가는 곳마다 망쳐놓는다고 사자후 토하는 주인공에 공감이 전혀 안됨.

포도탄 사건 -> 민간인 유혈진압이고 쥔공에게 트라우마 안겨준 사건이니 나폴레옹을 경멸하는건 이해함. 근데 특별히 주인공/주인공 주변인들에게 고의적으로 해를 끼쳤던가? 이용해먹은 수준이고 직접 죽이거나 죽이려 하진 않았다고 보는게 맞지 않아? 보통 이전의 원수들은 주인공에게 악의를 가졌거나 직접적인 해를 끼친 인물들이었고, 프랑스 떠돌다 하녀일 한 주인집도 죽이진 않았고 그냥 망해봐라 하고 한번 수작부렸잖아. 이게 왜 원한, 증오, 원수삼는 것으로 연결되는건 좀 과하게 느껴짐.

나폴레옹이랑 비슷한건 그대로 노예상에 악독했던 술탄 정도? 근데 영국인도 아닌 입장에서 나폴레옹이 범죄집단 우두머리인 술탄 취급 받아야할 인물인가? 그냥 흔한 군사독재자지. 

애초에 포도탄 사건이 실제 역사와 좀 다르게 묘사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역사상 무력동원도 있었던 확실한 왕당파의 반란이고 정부 입장에서 진압하는건 당연한 일임. 방데같은데 비하면야 훨씬 정당하고 피도 덜 본 진압이고. 그 '파리 시민'들이 혁명의 주동자들이자 식칼들고 스위스 근위대 찢어죽이던 사람들인게 작중에도 나오는데 무고한 민간인이니 진압 안한다는게 저 시대 사고방식으로 가능할까? 당시 시대상에서 나폴레옹이 특별히 악독한 인물인가, 혹은 혁명기 학살과 유혈의 책임자인가를 생각하면 술탄같은 취급을 하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함. 작중에서도 혁명은 집단광기에 가깝고 나폴레옹은 기회 잘 탄 야심가에 가까우니

사실 제일 문제는 주인공이 영국 해군이라는 점. 영국군이  포르투갈/스페인에서 약탈 안했던가? (해적소굴이긴 하다만 어쨌든 장물 처리하는 민간인(?)-평소에 사는거 생각하면 왕당파에 선동당한 파리 시위대랑 크게 다른지 모르겠는) 알제리에선 약탈 안했나? 영국 해군이 프랑스와 힘겨루기 하는 과정에서 각지 식민지 공격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애초에 대충 저시대 영국은 프랑스보다 규모에 있어 훨씬 악독한 제국주의 국가 아닌가? 인도도 그렇고 그동안 모험 다니면서 한두번 본거 아니잖아? 시간대가 섞여있어 영국 깽판들이 애매하지만 나쁘게 보면 곧 아편전쟁도 시작할 국가인걸? 

주인공이 유럽이나 영국 내부의 모순도 볼줄 아는 계몽주의자였던걸 생각하면 과연 전쟁 쳐들어가서 남의나라 민간인한테 행패부리는 짓으로 프랑스군을 욕할 처지가 되는지 모르겠음. 주인공 등장하는 모든 시대에 전 지구적으로 그러고 다니는게 왕립해군인데. 차라리 그냥 혐성 장착한 보통 영국인이면 그러려니 하지. 알면서 하는 내로남불같다는 느낌이 강함.

민간인 상태에서 가만히 있다 나폴레옹 전쟁에 휘말려서 직접 피해를 봤다거나 하면 주인공에게 좀더 이입이 되었을 거 같음.

근데 이건 영국정부 명령 받아서 스파이짓 하다가 상사(?)에게 이용당해서 눈앞에서 수백명 학살당하고 알던 꼬마도 죽는(맞나?) 트라우마 경험한게 다고, 이후 부딪힌건 주인공이 해군 들어가서 싸우다보니 생긴 원한인데... 첫 단추가 애매하니 뒤의 원한도 "누가 칼들고 영국해군 하라고 협박했냐" 라는 생각밖에 안들어. 

장황하게 썼지만

1. 포도탄 진압만으로 나폴레옹을 원수로 생각하게 된게 충분히 공감이 안된다. 

2. 공적인 임무(스파이, 군인)으로서 겪은 피해, 고난으로 원한 갖는게 인간으로 당연하긴 한데 공적 임무중 당연히 당하는 역경이고 상대편 입장에선 정당한 공격이라 이전처럼 정당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프랑스군은 영국군을 공격하는게 당연하고 애국이잖아? 

3. 나폴레옹 전쟁에서 영국에게 딱히 대의명분이랄게 없고 그냥 센 놈 패는 중이다

4. 온갖 깽판 다친 19세기의 영국군 자체의 이미지가 안좋다보니 프랑스군 악행을 지적해도 별 감흥이 없고 내로남불로 역겹게 느껴진다 (좀 지난 이슈지만 몰타도 해적질 하던 놈들인건 알제랑 마찬가진데 프랑스한테 털렸다고 징징댐)  

주인공이 가졌던 '다른 시각'이 예전에 모험다니면서 다른 문명 경험하고, 인도에서 영국 깽판 반성하고, 노예상 만나서 극혐하고 할 때는 장점으로 다가왔는데, 지금은 과거인/유럽인/영국인의 한계(?)가 드러나는 느낌. 주인공의 서사를 위해서는 필요하다고도 느껴지지만 한번 의식하고 보니 몰입이 잘 안된다... 어디까지나 개인 감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