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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멸망 후 이야기 - 종말을 기다리다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30 21: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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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후 이야기


세계관


아주 아주 먼 훗날에(3차 창작)


여행자와 마린과 드론


최후의 만인대


녹색 별똥별 상편 · 하편


불사신


내 너를 기억하마


Hunger(3차 창작)


휴식(3차 창작)






드라크'니옌.


최초의 살인에서 태어난 메아리이자 제국의 종말.


군림하는 자들의 심장을 찌르는 현실의 가시요, 카오스의 자기파멸성의 명백한 화신이자, 광기의 조각.


인류의 웹웨이의 미래를 짓이겨놓았으며, 여러 숙주들에 기생해 수많은 문명들을 내부부터 무너뜨려왔던, 워마스터의 손길의 인도로 인류 제국을 불태운 태초의 악.


카오스의 위대한 4대신들의 그 어떤 속박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그들에게조차도 경외를 받는 어둠의 존재.


그것이 한 때 인류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흉악에게 붙어있던 이름이자 칭호들이다.


그러한 존재는 지금 그 무엇도 살고 있지 않은 세계의 황무지에 외로히 꽂혀있었다.


아니, 이젠 이 그저 초라하고 녹슬어 바스러져가는 무기가 한 때 가졌던 공포스러운 칭호를 가진 마검과 같은 존재인건지조차 의문일 지경인 상태였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고 바스라져, 파멸의 욕망은 사그러지고 사악한 지성은 풍화되며, 그 자아는 무생물처럼 희미해져 갔다.


마검은 희박하게 남아있는 자아로나마 점점 소멸해가는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고정시키기 위해 과거를 회상했다.


워마스터 아바돈의 손에 들리며 수도 없이 많은 영혼들을 수확하며 살쪄온 마검은, 대전쟁이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기어코 황금옥좌의 앞에까지 당도하여 이제 자신의 존재이유인 제국의 멸망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인류는 점점 자멸해가고 있었고, 제국은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 있었며, 그 자리에서 마검을 막을 이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검은 자신의 생에서 후에는 다시는 없을, 최고의 만찬을 기대하며 입맛을 다셨다.


마침내 워마스터가 마검의 검신을 아나테마의 심장에 꽂았을 때, 그는 자신이 포식할 탐스러운 영혼을 취하기 위해 그 마수를 뻗었다.


그리고 그 손에 잡힌 것은 그의 예상을 훨씬 빗나가는 것이었다 - 우주 그 어떤 것보다도 빛나며 강력하고 순결한 영혼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미 꺼진 촛불처럼 시들어버린 보잘 것 없는 찌꺼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나테마는 이미 죽어있었다.


굳이 누군가가 죽이려들지 않더라도 애초에 꺼질 운명의 잔불이었던 것이다.


순간 당황한 드라크'니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나테마의 파멸은 곧 제국의 파멸이며, 자신만이 이를 행할 수 있거늘, 어째서 먼저 죽어버린 것인가?


자신은 필연적인 존재가 아니었던가? 인과의 절대적인 종말이자 집행자가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면 아나테마는 인과를 벗어난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애초에 이 상황 전부가 필연적인 인과였던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혼란에 빠진 마검은 이내 곧 마음을 다시 잡았다.


자신의 존재 이유야 어떻게든 찾아내면 된다.


파멸시킬 제국은 인류만이 아니다 - 은하계에서 스스로 군주라 칭하며 군림하는 이들도, 저 워프 속에서 소위 '위대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네 명도, 자신을 휘두르는 이 검은 전사도 자신의 제국을 이끄는 군주다.


나는 제국의 파멸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


그렇게 결정한 마검은 일단 자신의 휘두른 주인이었던 이와 그의 군단들을 가장 먼저 잡아먹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심연의 장막 뒤에서 기다리는 이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기 위해서는 여전히 힘이 필요했으니까.


허나....................








영겁의 대전쟁 속에서 쇠락해간 것은 아나테마 뿐만이 아니었다.


현실계에서 무한한 힘을 얻음에도 필멸자들을 정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너무나 많이 힘을 소진했던 탓일까, 아니면 현실계가 몰락함에 따라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던 탓일까, 이마테리움의 가장 절대적인 존재들조차도 이미 쇠퇴할 대로 쇠퇴한 상태였다.


피는 말라버려 더 이상 충분히 흐르지 못했고, 변화는 정체되어 침묵에 잠겼으며, 부패 속에서도 더 이상의 순환은 없었고, 과잉은 커녕 그 시작행위조차 이젠 일어나지 못했다.


하나하나씩, 워프의 절대자들은 자신의 하수인들과 함께 본래 태어났던 모습인 워프의 메아리가 되어 망각으로 돌아갔다.


종말의 악마의 검신이 채 닿기도 전에 말이다.


은하계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필멸자들의 강성한 세력들조차도 몰락했기에, 제대로 된 만찬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낼 수 없었다.


어떤 것들은 그 영혼이 너무 희미하고 수가 적어 그들의 다종족 제국을 파멸시켰음에도 기별이 가지 않았고, 어떤 것들은 그나마 있던 지성과 능력도 잃어버려 완전히 짐승으로 전락해 먹어치울 가치도 없었으며, 어떤 것들은 그나마 먹을 만해 보였었지만 이미 다른 아나테마의 인도에 따라 기약없이 은하계를 떠나버렸다.


이미 기능이 정지한 고철덩이들과 은하계를 떠나버린 벌레들은 말할 것도 없다.


마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절대자들은 칼끝이 닿기도 전에 이미 파멸을 맞이해갔다.


자신은 제국을 파멸시키기 위해 태어나고 그걸 위해 살아가거늘, 저들이 먼저 무너져 버린다면 대체 나의 존재의의는 무엇이었던 것인가?


그들이 먼저 몰락해감에 따라 마검은 점차 허망해져만 갔고, 또한 점차 굶주려갔다.


제국과 그 군주들을 참살하기는 커녕, 하찮은 필멸자의 미약한 감정조차도 제대로 취하지 못해 그 자아와 지성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이젠 자신의 존재의의는 고사하고, 급해진 마검은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유지시키기 위해 제국의 파괴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잡것들을 집어삼켜갔다.


예전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하찮은 감정의 찌꺼기들조차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그럼에도 그 막대한 양의 찌꺼기로 얻는 양분조차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가는 속도에는 맞춰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런 찌꺼기들조차도 점차 눈에 보이지 않게되었다.


아무런 생명도 꽃피지 않는 세계의 황무지에 덩그러니 떨어지고 나서야, 드라크'니옌은 이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제국의 파멸같은 게 아니다.


그저 스스로를 카오스의 자기파멸성의 진정한 화신이자 집행자라는 착각에 빠진 공허한 메아리다.


현실계와 물질계의 절대자들조차 몰락으로 몰아넣은 진정한 인과의 꼭두각시 놀음에 놀아난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자기파멸이 자기보다 이전, 혹은 이후에 더 거대한 신들에게 닥치는 종말이라면, 워프의 메아리 속에서 태어난 불멸의 네버본의 최후조차도 결국은 필멸자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마검은 통감했다.


그는 회한과 비통함 속에서 자조하며 회상을 마쳤다.


한 때 은하계를 호령하던 여러 군주들의 심장을 뚫고 그 영혼마저 파멸시킨 마검이었던 존재는 이제 자신이 참살해온 군주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설령 머나먼 후일 새로운 제국이 나타나 번성한다 한들, 그들을 몰락시키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드라크'니옌이 아닌 다른 존재일 것이다.


휘두를 주인도 잃고, 스스로를 움직일 의지와 자아마저 잃어버린 이 악마는 언젠간 완전히 바스러져가며 원래의 모습이었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갈 것이다.





종말은 커녕 이도저도 되지 못한 존재이자 은하계 최후의 악마는, 이제 아무도 자신을 찾아와주지 않을 황무지 속에서 쓸쓸하게 최후를 맞을 것이다.













이번 글을 쓰고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난 소설에 줜내 재능이 없다

그래도 일단은 종족별로 이야기 한 개씩은 끝맺어볼려고

다음에는 엘다의 이야기를 써볼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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