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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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별똥별 상편 · 하편

"아바디(Abadi)."

빛이라고는 반쯤 깨져버린 전구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밖에 없는, 무너져 버린 좁고 어두운 광산 지하의 밀실 속에서 어린 젊은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말한 젊은 이를 보고, 구석에 걸터 앉은 늙은 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 아바디가 맞죠?"

"아바디라...그 단어가 무슨 뜻이지?"

"불사신"

젊은이는 자신 앞의 늙은 이를 보고 이렇게 칭했다.

그런 젊은이의 말의 그는 희미하게 웃음쳤다.

"모두가 당신의 존재를 알아요. 당신을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어요."

젊은이는 그 전설을 어린 시절 부모가 들려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

별들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푸른 피부를 가진 불사신이자, 붉은 갑옷을 입은 검사.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 속의 다종족 유토피아의 반신 영웅.

"그런데 당신...정말 진짜인 건가요?

젊은이는 푸른 피부만 빼면 이야기 속의 인물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인상을 가진, 후줄근한 차림새의 늙은이를 보고 대답했다.

"아프지...않으셨어요?"

젊은이는 자신을 위해 죽음의 폭발 속에서 자신을 감싸주었주었던 이에게 물었다.

그들은 몰랐겠지만, 이 행성은 머나먼 과거의 다종족 제국의 얼마 안되는 잔재들 중 하나였다.

여러 서로 다른 종족들이 모여서 소규모 도시를 이룬 채 살아가는 이 행성은 지하자원이 꽤나 풍부했다.

그렇기에 도시는 광산업이 발달해, 행성 이곳 저곳에 수천 수만의 채굴광산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하다는 곳을 채굴한다는 것은 이익만큼 리스크도 크다.

어릴 적부터 광부일을 하던 젊은이는 최근에 조금 친해진 새로 들어온 늙은이를 포함한 광부들과 함께, 평소 하던대로 광산 동굴의 깊숙한 곳에서 광물를 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광부 한 명이 희귀 광맥을 찾아낸 상황에 눈이 멀어 조심성 없이 바로 채굴 폭탄을 터뜨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폭발의 뒤흔들림은 광맥만이 아니라, 주변에 미세하게 나있던 균열까지 벌려 동굴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광부들을 바로 대피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부에 눈먼 어리석음의 대가를 무너지는 지층에 깔리면서 목숨으로 치루었다.

그나마 젊은이와 늙은이는 구석으로 피한 덕에 다른 광부들보다 수 초 동안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지만, 어차피 천장이 전부 무너지면서 죽을 운명이었....었다.

떨어지는 종유석을 몸으로 막아 늙은이가 젊은이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리고 젊은이는 보았다.

종유선에 뚫린 늙은이가 박힌 돌을 고통 속에서 뽑아내면서도, 바로 그 상처가 아무는 모습을 말이다.

그러고 나서 젊은이는 바로 정신을 잃었다.

늙은이 말로는 젊은이가 하루종일 기절해있었다고 한다.

"그 정도 중상을 입었는 데도 아프지 않..."

"그래, 아프지"

늙은이는 말했다.

"뭐같이, 진짜로 아프지."

이 곳에 같힌 지도 벌써 약 이틀이 지났다.

다른 광부들은 죽은 것 같지만, 그 둘은 운 좋게도 목숨을 건졌다.

아마 구조대가 올려면 최소 하루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약간의 정적을 깨고, 젊은이가 물었다.

"대체...몇 살이신 거에요?"

"글쎄다. 이젠 언제 태어났는지도 기억 안나는 구만."

늙은이는 콧웃음치며 푸념했다.

"제일 선명하게 기억나는 거라곤 전쟁 밖에 없어."

늙은이는 기억했다 - 지키던 이들로부터 추방당하고도 이유조차 잊어버린채 끝없이 전쟁을 치르던 나날을.

늙은이는 기억했다 - 친구라고 생각했던 타 종족들과 AI들이 자신들을 등지고 배신했던 끔찍했던 시절을.

늙은이는 기억했다 - 동족들이 심연의 존재들의 농간에 넘어가 처참한 내전을 치루던 악몽같은 시대를.

늙은이는, 내전과 외세의 침공에 완전히 몰락해버린 과거의 제국을 누구보다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빌어처먹을 전쟁..."

늙은이는 나지막히 읖조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영웅으로서도, 전사로서도, 한 때 불리던 '파사이트'라는 이름으로서도, 젊은이가 말하는 '아바디'로서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저 모든 걸 내다버리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끝없는 전쟁을 치룰 동안 그 저주받을 검이 수도 셀수도 없이 적들한테서 빼앗고, 자신에게 부여한 무한한 수명이 전부 바닥날 때까지, 이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신분을 숨기며, 은하의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 때까지 숨어 살아가고자 했다.

신분이 들통나면 다른 신분을 만들어 다른 머나먼 곳으로 떳다.

이제는 이 행성을 떠나야 할때였다 -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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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들었던 젊은이가 다시 눈을 떳을 땐, 그는 병원의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아마 잠들어 있던 사이에 구조대가 와서 자신들을 구조한 모양이었다.

젊은이는 의사한테 자신과 같이 갇혀있었던 늙은 광부는 혹시 어떻게 되어있었냐고 물었다.

의사는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냐고 어리둥절했다.

시간이 지나 퇴원한 후, 젊은이는 늙은이를 찾아다니려고 했지만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늘 출근했던 광산에도 늙은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젊은이는 자신을 구해주었던 늙은이를 찾으려고 온갖 곳에 수소문을 했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젊은이가 입원했던 날에,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붉은 기계슈트가 저 하늘 멀리 날아가 사라졌다는 소문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멸망 후에도 살아있는 파사이트 이야기를 전에 본 엑스맨 영화에서 표절해서 재구성해봤는데

대체 뭔 개똥 스토리가 나온거지

참고로 abadi는 인도네시아어로 불사신이라 한걸 제멋대로 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