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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4: xix 탄원자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6 20:45:59
조회 781 추천 29 댓글 6
														




4: xix

탄원자들



“일어나라.”


불칸이 지시한다. 그라마티쿠스가 일어선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전하?”


불칸의 눈은 타오르는 행성의 내핵처럼 붉게 달아오른다.


“너를 기억한다.”


불칸이 답한다.


“간신히, 꿈같은 기억이지. 우리가 만났을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죽인 이의 얼굴은 잊기 힘들지.”


이오스 라자의 금빛 그림자가 창을 휘두른다. 창은 존의 목에서 머리 한 올 차이로 멈춘다.


“나를 죽이고, 그렇게 내 구원을 가로챘다고 해야겠구나.”


불칸이 계속 말한다.


“창을 내려라, 동행대원이여. 이 남자는 나를 살리기 위해 제 목숨을 바쳤다. 그의 희생이 없었다면, 나는 테라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벌써 한참 된 이야기 아닙니까.”


빛나는 창이 목에서 멀어지자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상당히 단순화된 이야기군요.”

“어쩌면 그렇겠지.”


불칸이 답한다.


“마크라그, 그리고 그 이후에 여러 요소들이 개입되긴 했다만, 어쨌든 네가 핵심적 역할을 했지. 그리고 나를 위해 너의 목숨을 내어 주었다.”


불칸이 잠시 멈칫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서 있군.”

“전하께서 제 앞에 서신 것처럼 말입니다.”

“영속자의 기묘한 논리를 아는 듯 말하는구나.”

“부분적으로는 그러합니다.”


존이 답한다.


“하지만 저는 그 드문 종자가 아닙니다. 그냥 거친 복제품이었죠. 최소한 한동안은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조차 아닙니다. 제가 목숨을 바쳤을 때, 저는 수없이 남겨진 삶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저는 단 하나의 목숨을 가질 뿐인 필멸자입니다. 전하의 안에는 많은 삶이 남아 있겠지요.”


존은 올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그 옆에 무릎을 꿇는다.


“이 사람이 전하께서 만나야 할 사람입니다.”


존이 다시 입을 연다.


“그는 영속자의 기묘한 논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지요.”

“네 이름이 무엇이냐?”

“존 그라마티쿠스입니다. 이쪽은 올라니우스 페르손이지요.”


올은 천천히 일어선다.


“너희 둘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하지만 지금은 어렵겠다. 지금 상황을 방해하는 것은 어떻게든 용납되기 어려우니. 그러나 하산이 당신들의 인상적인 침투와 비정상적 요구에 대해 모두 보고했고, 둘 모두 최선임자의 권위 하에 처리되어야 했지.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기에, 너희들을 이리 오라 했다. 설명이 필요하다. 간단히 하도록.”

“전하의 아버지를 뵈러 왔습니다.”


올이 대꾸한다.


“어디서 왔더냐?”

“칼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요. 사실 과거일 뿐입니다. 저는 긴 세월 전 그를 알았고, 그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너를 언급하신 바 없다만.”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전하의 아버지께서 입에 무엇은 많이 담으셨습니까?”


불칸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다.


“무리를 이끌고 온 것이냐?”

“여행의 동반자요, 칼스의 생존자들이지요.”


올이 계속 입을 연다.


“저희는 서로를 필요로 했습니다. 다만, 감시자 자매들이 제 벗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겸허하게 말씀드리오니, 저들을 물러가게 해 주십시오.”

“보안을 유지해야 합니다!”


라자가 바로 쏘아붙인다.


“자매단을 물리도록 하라.”


불칸이 라자에게 지시한다.


“내 인내를 모욕할 셈인가?”


라자는 고개를 숙이고, 수어를 보낸다. 일행을 호위해 온 자매단과 커스토디안들이 물러서 더 넓은 구획으로 퍼져나간다. 올은 악타이가 내쉬는 안도의 한숨을 듣는다. 라자는 곁에 남은 채, 그가 들고 왔던 무효화 상자를 발 아래 빛나는 바닥에 내려둔다.


“감사합니다.”


올은 프라이마크에게 말한다. 불칸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아버지를 찾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 갈등의 과정과 목적, 그리고 의미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새로운 정보라도 있는 것인가? 결정적인 적에 대한 정보라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왜 너와 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누겠더냐?”

“전쟁에 대해 수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으니 말입니다.”


올이 대답한다.


“우리는 함께 전쟁을 계획했고, 함께 싸웠습니다. 과거에 전하의 아버지께서는 제 관점을 소중히 여기셨지요.”

“너는 군인인가?”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께서 조언을 구하셨다면 당신의 무용에 있어서의 지혜는 출중한 것이겠군.”

“저는 그냥 평범한 군인일 뿐입니다. 아니, 평범한 군인일 뿐이었지요.”

“하지만 모험을 감수할 만치 스스로의 군사적 역량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겠지.”


라자가 입을 연다.


“스스로 인정하듯, 엄청난 거리를 와서 큰 소리로 떠들려 드는 것 아닌가?”

“동행대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지.”


불칸이 입을 연다.


“이것은 종말의 전쟁입니다, 전하.”


올은 불칸의 눈을 직시하며 말한다.


“어쩌면 모든 것의 종말과 죽음이겠지요. 군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않는다면, 제 의무에 반드시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진실을 아끼지 않고 있구나.”


불칸이 답한다.


“위대하신 전하, 어떤 것들은 오직 전하의 아버지께만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입니다. 제가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요?”

“불가하다.”

“어째서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전하의 결정이십니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아버지는 여기 계시지 않다. 너는 그분과 대화를 나눌 수 없지. 지금 테라의 최선임자는 나이며, 그래서 너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어디 계신 겁니까?”


존이 끼어든다.


“전장에 나서셨다.”

“그럼 인장관은?”


올이 묻는다. 불칸은 몸을 살짝 돌리고, 강력한 손을 펼쳐 보인다. 옥좌실을 가득 메운 맥동하는 빛의 근원을 가리킨다. 끔찍한 빛, 처음 일행이 발을 디딘 순간 모두를 갉아먹기 시작한 살아있는 빛이다. 압축된 고통과 찢긴 희망, 불타는 금과 속삭이는 고뇌의 냄새가 풍긴다. 눈부심에 맞서 선 불칸은 석양의 절벽처럼 역광 속에서 버틴다.


“말카도르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옥좌에 앉았다.”


올은 눈에 고통이 일 때까지, 편두통이 피어날 때까지 빛을 응시한다. 저 멀리, 눈부심 속에 바삐 오가는 작은 형상들이 보인다. 기이한 기계들의 형상이 보인다. 장엄히 세워진 거대한 옥좌의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앉은 이의 형상은 알아볼 수 없다.


입을 벌려 말하려던 순간, 그는 침묵을 지킨다. 황제는 떠났고, 불칸을 제외한 모든 선임 지휘관들이 그와 함께 떠났다. 인장관은 필멸자들이 우스갯소리처럼 ‘옥좌’라 칭하는 기술로 빚어진 지옥의 업화 속에 길을 잃은 채다.


그들은 너무 늦었고, 모든 것이 헛수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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