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후기/분석] 4회차를 진행하며 생각하다 (2화)

블라스티에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7 03:05:22
조회 2506 추천 44 댓글 26
														




(영상이 조금 긴데, 반드시 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차 마다, 해당 화의 전체를 개괄하고 싶었는데, 작품 밀도가 너무 높아서 씬 별로 나눠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쇼트 별로 할 이야기가 나와서 도저히 분량과 시간, 에너지 문제 때문에 전부 다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화 내에서 가장 중요하다 싶은 씬을 서너 개 뽑아 중점적으로 설명해보려 합니다. 우선 2화의 내용과 흐름을 간략하게 잡고 시작하겠습니다.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77272aaa468f12d257b1129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77022f7a739f123fa0ba8e5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17a25faf43ef076817065b0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47121aaa565a5718a2a1298



지난 화의 제목이 언더테이커 였다면, 이번 화의 제목은 스피어헤드다.

지난 화의 마지막 장면과 동일한 시간대 이지만 공간과 인물은 다르다. 이 작품의 1부는 이처럼 두 플롯이 기본적으로 다른 시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시간의 경우 초반에는 그리 심하지 않으나, 극이 진행 될 수록 어긋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1화에서 궁금증을 증폭시켰으니, 작품에 대한 디테일을 개괄할 차례다. 그러한 기능을 하려는 듯, 2화는 신에이 노우젠을 중심으로 스피어헤드 전대의 모습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시작 부분부터 보도록 하자. 오프닝 시작 전에 나오는 씬 이므로, 사실상 지난 화의 마지막 씬과 연결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에이 노우젠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이다. 작품은 그런 캐릭터의 심정을 주변 환경을 통하여 전달한다. 이전 화에서, 신은 쿠죠의 이름을 기체에서 떼어 낸 파편에 새기고 있었다. 그 때 레나의 통신이 들어온다. 그녀에게 대답하는 신의 목소리는 평소 그대로지만, 단검을 책상에 내리 꼽는 소리는 무척 섬뜩하게 들렸다. 그리고 이는 이 인물이 감정이 없거나,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노의 감정이다.

앞으로도 설명하겠지만, 신에이는 레나라는 인물에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하게 무관심했고, 어느 부분에서는 분노하기까지 했다. 많은 작품이 있지만, 주인공과 히로인의 첫 만남이 이렇게 무겁고 부정적인 관계에서 시작했던 경우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지각동조로 전달 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레나는 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도하고,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간다. 이 씬은 지각동조라는 장치가 드러내는 허상을 통해 앞으로 표현 될 이야기를 복선처럼 나타내고 있는 듯 보인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사람의 감각 일부마저도 느낄 수 있는 무손실 통신 장비. 하지만 그런 것으로 통신한다고 해서 타인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 일 리 없다. 허상 안에 있는 진실을 마주하라.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를 아무런 갈등 없이 내보일 리 없다.

이후 파트에서도 드러나지만, 레나는 자신이 공화국과 다르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관계를 새롭게, 바닥부터 쌓아 올리려 노력한다. 이 부분은 이후의 전개에 대한 빌드 업 처럼 느껴진다.


디테일을 보자.

일반적이라면, 이 장면에선 신과 레나의 쇼트를 번갈아서 보여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작품은 일반적인 연출로 서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유사한 이미지, 동일한 행위와 운동을 통하여 분리된 공간과 시간을 하나로 묶는 연출을 주로 택하고 있다. 다른 것들 사이에 동일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통하여 관객의 인식을 묶는 것은 교차 편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에선 그러한 편집의 호흡을 하나의 씬 내에서 컷 바이 컷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씬과 씬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조금 더 길게 잡고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백합의 떨어지는 꽃잎은 신에이가 책상에 꼽은 칼끝과 동일한 하강의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백합의 상징도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우선적으로 주목할 것은 하강의 이미지이다. 운동성은 상징이라는 언어성 이전에 읽히는 부분이 있다. 아니, 빛과 어둠, 공간의 구성 수준으로 화면에서 즉각적으로 읽힌다. 이것은 사고의 영역이 아니다. 감각의 영역이다. 이 작품은 생각 이전에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운동, 빛, 공간감 같은 부분들을 서사 이전에, 유사성으로 우선 묶어 내어 서로 다른 시공간을 직관적으로, 느낌 그 자체로서 연결한다.

이 씬에서, 작품은 두 인물이 통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화 이전에 하강이라는 공통 된 운동의 감각으로 읽어낼 수 있게 끔 전달한다. 그렇기에 신에이의 모습이 해당 씬 안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음에도, 관객은 레나가 단순히 통신을 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정보 이상의, 직관적인 정서를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지닌 정교함에 비하여 감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읽힌다는 사람의 수가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이유만 있었다면, 이 작품을 복잡하다 말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작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대비의 심상이다.

백합 꽃잎이 떨어지는 이전 쇼트를 보자. 번지던 잉크가 멈춰있다. 신에이에 대한 레나의 의구심,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음 쇼트에, 백합의 잎이 떨어지며 하강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여기서 관객은 지난 화에 나왔던 신에이의 단검을 감각적으로 떠올린다. 그리고 감각을 통하여, 감독은 관객을 순간적으로 신에이의 공간으로 옮겨 놓는다. 애초에 첫 번째 쇼트부터 인물을 완측으로 보여 준 것은, 레나에게서 쉽게 정서를 빼내기 위한 의도적인 구도였던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생각은 연쇄적으로 피어난다.

백합 꽃이 전부 질 때마다, 레나는 새로운 꽃을 사 놓는다. 옆에 새롭게 대체하기 위해 사다 놓은 꽃이 그 증거다. 여전히 백합이다. 이것은 레나가 86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레나는 여전히 공화국의 안에서 공화국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공화국의 맥락 안에서, 흰색, 청색은 기만과 위선, 허위를 상징한는 것을 떠올려 보면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3화 이후, 레나는 백합이 아닌 다양한 색채의 꽃을 사다 놓는다. 백합은 더 이상 장식하지 않는다.

결국 백합과 단검이 동일하게 보여주는 하강의 운동성은 다른 공간의 두 인물이 동일한 시간대에서 통화라는 형식을 행하고 하고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대상이 지닌 상징성과 소리의 연출은 단절의 심상을 드러내고 있으며, 작품은 이러한 어긋남을 통하여 두 인물이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감각과 이성의 수많은 대리인들을 동시에 교차 시키면서 말이다.

마지막 쇼트는 그러한 부분을 너무나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창틀, 반사 된 달빛, 공화국을 상징하는 백합, 이 모든 상징들의 공간 배치, 레나의 시선, 카메라의 위치, 들리지 않는 말 소리와 자동차 소음 등등. 작품의 시작부터 단절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모든 감각적 요소를 총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레나의 머리와 몸은 창틀 때문에 수평으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86의 공간을 상징하는 달빛의 공간과도 수직으로 분리되어 있다.


감각적인 요소들로 서사의 뼈대를 잡고, 상징을 통한 대비적 표현들을 통해 거기에 살을 붙인다.

다만 상징은 일단 명확하게 읽히지 않아도 좋다. 단지 무언가가 있구나, 하는 정도만 우선 느끼게 하고 작품을 진행 시킨다. 작품의 이러한 서사적 특징은 단순한 이야기와 결합하여, 머리로 이해하지 못해도 작품을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도록 만든다. 대신 중요한 상징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심상의 맥락 안에서 꾸준히 표현하여 나중에 하나의 범주로 묶어 이해 시킨다.

작품을 '그냥 봐도' 괜찮게, 잘 이해되게 끔 만드는 비법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셈이다.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57127fcab65f173dea5256e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32071aca76ea574ef0fd2b4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67a73f7f665f47056377f07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47225f6a56ef6712589ea5f



작품은 이후 86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자연과 주변 폐허에서 얻은 식료품들로 장벽 안 사람들보다 더욱 풍족하게 식사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후 신에이가 다가오는 레기온을 감지하고, 전대는 바로 전투에 나서게 된다.


전투 개시 직전, 레나가 말을 꺼내자 마자 귀찮다는 듯 눈을 감아버리는 신. 이후 그녀를 소리 없이 비웃는 86의 모습이 이어진다. 재밌는 것은, 이 부분에서 유일하게 카이에 만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77274a8f06ba522a69f6c57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32177fcaa64f926b96ac45d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32627faf439f0261ab9b4fc



빠른 승진에 비해, 관제 경험이 부족 한 모습을 보여주는 레나. 1화에서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졸업 사진, 칼슈타트 와의 대화 등으로 은유적으로 알려 준 것은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한 복선이었을 것이다.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47125fca668f070f3be2c56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17574a8a46da52380e9d98f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552477fbab64f52252195263



레나의 판단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신에이는 구두로 관측 유닛의 위치를 계속 알려 달라 요청한다. 레나라는 인물이 근본적으로 무능한 민폐 캐릭터가 아니라는 묘사가 정황을 통해 깔끔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레나의 힘찬 대답에, 신에이는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그의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목소리 뿐이기 때문이다.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3140655196302c28cf9e40aa6df58249da1bef79034ffb0f4d45d087027f6aa69a271d259c4b1



그리고 이때부터 감독은 레나라는 캐릭터를 작정하고 비호감으로 그려내기 시작한다. 2화 첫 부분의 복선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장면에서 인물의 감정 묘사를 롱테이크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기를 원하거나, 혹은 대상을 오래 관찰해야 될 때 쓰는 방식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은 인물에 대해 특정 지점까지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e59fe21cb9005b0c02f883a0cf9e74ff4cee05c79420554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e59fb2fcb9405b0c0ba32e62f8755911c5adf3981fe5099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e54ff2dcb9709b4c05c9195e25f44b0d21ab32ce9b3eb04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e54fa2dcb9508b2c0ab3d017a5c4a80b6d40132d8d74113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e55fa2ccb900ab2c0e77432daeac4960d2ddd4ce56632ea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e55fa2ecb9409b8c0869d8b62abd2127e8ea5f084a81ed9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f5cfe29cb9805b0c0fead987263f8408811bd3aff683e19


이 부분부터, 작품은 레나에 대해 비판적으로 카메라를 비추기 시작한다. 신에이와 다른 전대원들의 감정도 모르고, 혼자 성취감에 도취되어 자신의 사고를 타인의 입장은 개의치 않고 강의실에서 떠드는 모습에서 관객 대부분이 비슷하게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의 구성 중, 거의 유일하게 말로서 작품의 정보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씬이지만, 이 장면에서 말은 너무나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별 의욕 없는 학생들과 수업을 감시하는 정치 장교, 눈치를 보며 지루하게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 등. 오로지 레나 혼자만이 이 공간에서 겉돌고 있다. 하지만 레나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정말로 훌륭한 것은 카메라 워크, 인물의 배치, 그리고 동선이다.


위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영상을 보고 오라고 한 것은 이 부분의 형식적 표현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화는 전반적으로 좌측으로 시작해서 우측으로 위치를 옮겨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2화의 전반 부분에서 레기온이 우측에서 왔다가, 스피어헤드의 응전에 우측으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심지어 스피어헤드 전대가 레기온을 밀어내는 방향은 대부분 좌측에서 우측을 향하고 있다. 위에서 신에이의 위치도 보자. 좌측에 있고, 공격 방향도 좌에서 우로 향한다. 이것은 무언가에 대항할 때 주인공이 취하는 전형적인 포지션이다.


문제는 2화의 제목이 떠오른 뒤, 레나의 공간으로 씬이 전환되는 순간, 레기온이 돌아가는 그 지점으로 레나의 위치가 겹쳐지고, 이후에도 그녀는 꾸준히 그 위치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즉, 구도만으로 봤을 때, 레나는 2화의 후반 내내 반동 인물(antagonist)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구도 안에서 우측에 위치하면 그 만큼 강조하고 싶은 역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작품에 불안감, 역동성을 고조시키는 인물이라는 의미가 될 때도 있는데, 2화의 인물 서사의 맥락 상 후자로 쓰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 작품은 레나와 관련 된 움직임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꾸준히 진행 시킨다.


물론 비호감적인 모습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맥락에서, 레나를 우측에 포지셔닝을 시킨 뒤 동선마저도 우측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이 인물을 일종의 악역 비슷하게 다루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한 마디로 캐릭터 빌드 업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작품의 목적을 위해서 1화 내내 레나에게 쌓아두었던 몰입감을 약화시켜 캐릭터의 무게 중심을 맞추겠다는 것이고, 86에게 그 만큼 더 비중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걸 여주인공에게 썼다는 사실은, 이 작품의 구조가 일반적인 감각에서 벗어났음을 나타내고 있다.


보통은 다른 쪽 비중을 플롯이나 서사를 추가시키는 형태로 끌어올리지, 한 쪽에 실린 몰입감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작품의 첫 인상을 가르는 1~3화 구간에 말이다. 이건 작품이 초반부터 생사를 가르는 승부수를 관객에게 던진 것과 다름이 없다. 실제로 이 작품은 3화까지 버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리는데, 이것은 아마도 작품의 이러한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f5efd2ccb900bb4c022e41098dde3ccb6dc0986b0bc5658



이 부분이 놀라운 점은, 해당 장면이 드러나기 전 까지 레나가 어디에 앉아있는 지, 단 한번도 강조해서 비추어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은 레나가 어디에 있는지를 대략 감각적으로 알아차린다.


절대로 이 장면 때문에 안 것이 아니다.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서 레나가 대충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감이 안 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강의실 씬의 첫 쇼트에서, 레나는 화면의 우측에 위치하여 앉아 있었고, 레나가 교수의 강의에 반발하여 소리지르기 전 까지 카메라의 진행 방향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두 번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주요 인물을 구도 상 우측에 고정시키고, 교수의 강의에 반발하는 레나의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 후, 화면은 우측으로 움직이며 강의실 맨 끝에 앉아있는 레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f5efe2fcb980db0c0415e1d52d51fdd7af554c3bdecae0f



실제로 레나는 강의실 맨 뒷좌석의 중앙, 우측 자리에 앉아있다. 이 글의 맨 처음 문단에서, 이 작품은 생각하기 전에 느끼게 하여 서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가? 이 작품은 형식을 통하여 이러한 단순한 물리적인 부분까지 그저 보여주지 않고, 감각적으로 전달하려 하는 기행을 선보이고 있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f58fb2acb990bb1c0978fce5c1b510b367b039df0116637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5f13f5afe2ccb910db5c0df40688a49a8a953bd5830213995e5



사운드 디렉터의 센스가 다시 한 번 돋보이는 쇼트. 레나가 강단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위풍당당한 음악이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주변 인물들이 마치 신하처럼 보일 정도다. 걸음을 옮기는 길이가 실제 거리에 비해서 굉장히 길고 드라마틱하게 그려짐에도, 그녀는 우측에서 좌측을 향하며, 구도 상 지속적으로 우측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물을 역동적으로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작품의 현재 시각 자체가 인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비의 심상을 통하여 그녀의 말이 얼마나 힘 없고 공허한지 나타내기 위한 전 단계로 보이기도 한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6f83a5dfc29cb9909b5c0c096a8f0f5dacb44958171a8c5d315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6f83a5efe2acb970bb9c04c410cd006917d9ec83f4456c7ef36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6f83a5efd29cb920eb3c0f8b4d820ce93f4976a42e896eac36d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6f83a5efa29cb950db5c006f82e9110f0f7598936a586157b2e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b3446f83a5ffb2ccb910cb3c04c99dc99ff9dfea4222646d55a4e48



자신만만하게 내려와 설명을 이어가는 레나. 하지만 강단에 서서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힘을 잃는다. 레나의 모습을 미디엄 쇼트로 두 번, 익스트림 클로즈 업으로 측면 쇼트를 두 번 번갈아 보여주던 작품은, 갑자기 레나의 모습을 롱 쇼트로, 그것도 뒤에서 보여준다. 여기서 레나는 갑자기 수 많은 인물들과 비슷한 비중 만을 차지하게 된다. 무슨 말을 하던, 더 이상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카메라의 거리를 통해서 인물들 간의 대비를 통해 느끼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레나를 더 드라마틱하게 보이고 싶었다면, 카메라 워킹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가는 게 맞다. 거리도 미디엄 클로즈 업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오버 숄더 샷으로 찍히면 더욱 좋겠다. 하지만 작품은 그러지 않는다.


앞서 무난하게 흘러가던 강의를 표현할 때, 카메라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꾸준히 움직였다. 레나가 강의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레나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인물을 롱 쇼트로 표현하는 순간, 카메라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결국 그녀의 말이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물의 크기를 통한 대비에 더하여, 카메라 워킹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이다.


결기 있게 강단으로 내려온 그녀지만, 오히려 수많은 반박을 받게 되자, 그녀는 계속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방어하려는 듯 변명조로 말을 이어나간다. 여기서부터 레나는 부감으로 비춰진다. 부감에서 인물을 내려다 보는 구조는 대상을 약하게 보이게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 반대로 학생들은 그녀를 내려다 보게 된다. 강의실 내 권력의 구조가 위치를 통해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83f5efa29cb970ab6c02934518f168f4d45c1abafc01adc83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83f5efa21cb950ab6c04a393fc26d25c29ddb847557f46dbb



이것은 단순히 사관 생도들이 레나를 내려다 보는 쇼트가 아닐 것이다. 다들 다양한 표정을 하고 있다. 동의하는 이도 있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의 인물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 한 명도 완전히 동일한 표정을 하고 있지 않는 점이다. 나는 이 쇼트가 레나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볼 때의, 관객의 감정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이 작품은 이런 식으로, 관객의 모호한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줄 대상을 상당히 자주 노출시키는 편이다. 예를 들면 파이드 라던가, 말이다.



이러한 위의 연출로 인하여, 관객은 결과적으로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하나는 공화국의 부조리와 레나의 사상의 지향점이다. 이 장면에서 대사로 전달되는 공화국의 논리는 일반적인 논리 상 불합리하며, 이를 반박하는 레나는 도덕적, 이성적으로 합당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레나에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시각적 요소는 관객이 그녀에게 전적으로 몰입할 수 없게 끔 분위기를 조장한다. 정교한 미장센과 촬영을 통하여, 감독은 레나라는 인물의 내면이 아닌,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한 맥락에서, 감독은 그녀의 말과 이상이 얼마나 얄팍한 무게를 지니는 지를 강조한다. 이런 묘사는 대상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조성하고, 관객은 그렇게 감성의 영역에서 레나에게 밀려난다. 그렇기에 관객은 머리로는 공감할지언정, 감정적으로는 인물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조장하며, 관객의 감정을 인물에게 적당한 지점에서 머무르게 한다. 인물의 입체적인 표현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관객의 심리가 대상에게 너무 멀거나 가까워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은 이러한 목적을 장면 내에서, 이야기와 연출의 상반된 표현을 통하여 달성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표현은 해당 장면 뿐 만 아니라, 작품의 서사 구조를 관통하는 전달 방식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표현인데, 일반적으로 연출의 지향점은 장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미와 전달에 있어서 톤을 일치시키는 것은 작품 제작의 기본 중 기본인데, 감독은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기본이 왜 기본이겠는가?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작품의 완성도가 일반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에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놀랍게도 이러한 고난이도의 수법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배경 서사를 말로 전달하는 기능 만을 지니고 있는 씬이 아니다. 세계관에 대한 정보 전달의 목적을 기본으로 하되, 그러한 서사 안에서 레나라는 인물을 거리감 있게 그려내고, 그러한 부분을 통해 3화의 하이라이트의 토대로 삼으려는 중층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장면이다.


잘 모르겠다면, 이 장면 하나로 레나가 얼마나 비호감이 되었는지를, 다음 장면을 통해서 한 번 보도록 하자.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93a54ff21cb960eb0c0122f7aa41ed0cf6574312e8849c4dc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93a54fd2ecb9109b2c077e5a37bb742f4deb84fa68c4d86b3



아네트와 계속해서 부딪힐 거라는 복선을 띄우는 씬이기도 하다. 아네트는 위에 앉아 왼쪽에서 우측으로 시선을 보내고, 레나는 아래에 앉아 우측에서 좌측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전 장면을 봤기에, 관객은 이 장면에서 오히려 아네트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아네트는 현실적으로 그녀를 걱정한다. 하지만 레나는 칼슈타트 준장이 자기를 보호해 줄 거라며, 괜찮다는 식으로 말한다. 일을 저질러 놓고 빽으로 버티겠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아네트가 그녀에게 치사하다는 식으로 한 소리 건넬 정도다. 이는 절대로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맥락에서, 위에서 말한 왼쪽과 오른쪽의 구도, 그리고 시선의 처리 때문에 레나는 극에 불안감을 주는 인물, 즉 반동 인물로서의 역할을 계속 이어나간다.


이후에 레나의 정면을 바라보는 쇼트도 나오지만, 캐릭터가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맥락과 대사, 시선 처리 때문에 도저히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정의 몰입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서사와 몰입이 가장 많이 진행 된 주인공을 2화 만에 갑자기 반동 인물로 만들더니, 오히려 잘 알지도 못하는 86과 신, 그리고 레나의 주변 인물들을 오히려 더 친숙하게 만드는(심지어 86과 신은 1화 부터 비호감적인 모습도 종종 보여줬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애니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서사라 할 수 있다. 어지간한 각본으론 도저히 뒷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86이 반동 인물, 주동 인물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고정 되어 있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 한 명을 전적으로 옹호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작품임을 감안하면, 이는 생각 외로 정석적인 구성이었다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관객은 계속 레나의 입장에서 86과 신을 볼 것이고, 그렇게 작품이 지속된다면 결국 이는 인물, 혹은 집단 간에 우열을 만들어 작품의 주제 전달을 방해했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구원하는 이야기로 감동을 전하고자 하는 작품이 아니다. 단지 개인이 개인과 경계선을 넘어 연결되어, 미래의 가능성을 꿈꾸는 소박한 기적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에 레나의 선의는 고결한 것이 아니라, 편협하고 결함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시련 속에서 경계선을 넘어, 타인의 손을 잡고, 그러한 과정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서사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이 추구하는 감동의 지점일 것이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9395ffe2ecb980fb0c095d39643d755199d3c935c0548d070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우측 구도를 못 벗어나는 레나. 2화 초반의 쇼트와 동일하나 우측에 담긴 꽃이 하나도 없다. 2화 초반에는 신에이의 공간, 레나의 공간에서 동일성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사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떨어질 것조차 없다는 것으로, 86과 형식적으로 나마 갖추고 있었던 통신의 구색마저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복선처럼 보인다. 그리고 조명을 보자.


조명에 가려 달빛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달이 하현을 향하고 있다. 자연성의 빛이 창문 밖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빛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상징인데, 예외적으로 인공 조명은 부정적 상징으로 다루어진다. 이는 3~4화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넘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달에 집중하자. 분명 하현을 향하고 있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93f58fd2fcb950eb8c0261bbf42d7ffc9c2e4fc6488426ea1



앞의 씬을 수식하기라도 하듯, 이 장면에서 86들은 깡통에 레나를 상징하는 돼지를 그려 놓고 사격 놀이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93f58ff2fcb990cb7c00536657a68015defcd84abb148a87c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93f5afe2ccb9005b2c06f5b5f7e519c3b405a2a9a99fee079



나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신과 라이덴. 이렇듯 감독은 레나의 사고가 잘못됐을지언정, 능력이 없는 캐릭터로 그려내진 않는다. 정말 비호감인 캐릭터는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 이상만 주장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쇼트였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eff2bcb9609b5c0ee820cb66c5365f9c32a9b26392496



하지만 동료들이 사격 차례라고 이야기하자, 바로 깡통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리는 신. 레나에게 아무런 호감도 감정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묘사가 일품이다. 그에게는 토끼 깡통이든 레나 깡통이든 똑같은 깡통일 뿐이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9fd29cb950eb8c069a509685e6d23257f12ea7764b60d



레나는 평소와 같이 통신을 이어나가지만, 오히려 그녀에 대한 반감만 깊어질 뿐이다. 86이 공화국에 얼마나 심한 증오를 가지고 있는 지 보여주는 장면.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칼날이 빛나고 있다. 레나를 향하는 중의적 상징으로도 읽힐 수 있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aff2acb9108b7c05155193b706844e8ef14c856b0ee65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8fd2fcb990ab9c069dc9e559750952302ac3fc0bb30c0



하루토는 아예 듣지도 않고 디바이스를 꺼 버린다. 나머지 두 인물도 그녀의 말은 관심조차 없다. 해당 대사가 나올 때, 신에이가 구멍 낸 레나 그림 깡통이 비추어진다.


신에이는 그녀가 거는 모든 말에 건성으로 대답한다. 감정적 반응도 없다. 하지만 위의 마지막 대사 만큼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8fc29cb950ab1c057e2d3b9c3830353085c8642305c12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8fc2ecb9004b0c050886e5b08746e5b056771cc29a2c6



그녀의 마지막 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아닌지는 직접적으로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신에이가 저 말을 들은 순간 1, 2화 내내 신에이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따라다니던 고양이가 그를 따라다니기를 그만 두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웃는 것은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이 장면에서 딱 한 번 나온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극도의 분노감과 허탈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가장 밝은 빛을 받는 순간에도, 신에이의 얼굴에는 짙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미래가 뭔지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람에게, 아무런 적의 없이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존재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 표현의 극한을 보여준 장면. 최근 10년 간 애니메이션에서 본 인물 묘사 중에서 가장 깊이 있고 완성도 있는 장면이었다. 실제 인물 연기가 아닌, 그림에서 이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솔직히 믿기지가 않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과 공허함이 공존하는 묘사가 아닌가 싶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a5bfc20cb9705b7c013ad00410de2c463bc47c0c37f6bc4



여기에서는 이미지로 다루지 않았지만, 2화는 2148년 5월 29일 하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달을 보자. 보름달이다. 레나의 공간에서 달의 모습은 분명 하현이었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표현이다.


그렇기에 나는 여기서 두 가지 경우를 생각했다. 같은 하늘을 보고 있다는 상징성이 해당 작품에서 가지는 비중을 보았을 때, 이는 사실주의적 표현을 의도적으로 무시 한 상징주의적 표현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이런 식으로 간혹 사실주의 연출의 정서를 무시해서, 주제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말 그대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나머지 하나는, 레나의 방 안 불빛이 너무 밝아서 달의 나머지 부분이 가려진 경우인데, 3화에서 나올 "여기는 불이 밝아서 별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 라는 말과 연결시켜 보면, 레나는 현재 공화국의 개념 안에서 그들과 대화하고 있기에 전혀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 라는 묘사처럼 읽힌다. 이는 4화에서 레나가 전몰자 묘지에서 86과 통신하며, 공화국의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 비로소 그들과 같은 밤하늘을 보게 되었다는 묘사의 맥락과 비추어 볼 때, 3화에서 나올 사건의 복선처럼 읽히기도 한다.


어떤 정서로 상징을 구축하였던, 하나 확실한 것은 2화의 모든 구조가 단절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객에게마저도 말이다. 관객에게 이들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도 없고, 하나같이 그다지 호감은 안 가는 주제에 자기 입장에서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한마디로 딱히 정을 붙일 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 2화에서 작품은 대략적인 세계관과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낼 뿐, 그 이상의 지점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그렇기에 2화는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시각에서 비추어지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삶처럼 느껴진다.


2화에서 가장 많이 하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레나에게서 밀려난 시점에서, 그리고 86들이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는 시점에서, 이것은 관객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관객과는 상관 없는 타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단 한 명, 시청자에게 호감을 살 만한 요소를 아직 갖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카이에다.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f5afe21cb9908b9c02ec9aaea39ed91ad7e6571fcac903a


75eb9003ecd530b277f2e5bc0e91697d1a9afbdbb79f7dc6c9ca71633006f1bca05a082a3444fa3f5afd2bcb930cb9c0a0c1648c0847683d5da06df91a7984


viewimage.php?id=28b4d72ef1cb2baf76&no=24b0d769e1d32ca73feb81fa11d0283124a00b15f7fe94afc8159b991932140626000559fdc98163a72066c9de62a48db51268f624bb9e10ce7cc4d477065c8d9be4ee18

추천 비추천

44

고정닉 9

0

원본 첨부파일 34본문 이미지 다운로드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탈모 걱정 없어 보이는 머리숱 금수저 스타는? 운영자 25/07/14 - -
13115 공지 86 중계 녹화 모음 (15화~23화) [4] 레루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26 18651 38
23624 공지 (필독) 스포일러 글/리플 작성에 관해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03 2556 25
22867 공지 애니로 안나온 내용-제목,일반글 리플로 스포X+스포 말머리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3 1916 1
22087 공지 신문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3 1935 2
22086 공지 86 에이티식스 공식 만화, 단편 소설 번역 모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3 22637 25
13436 공지 자주 묻는 질문&정보 모음집 [3] 존타이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27 8409 15
15205 공지 원서 공유 / 번역본 비번 공유 금지 에이티식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22 7690 13
33567 스포 그 누구보다 뛰어난 두뇌라면 [1] 레기온(211.201) 07.17 82 0
33566 스포 아니 그래서 누가 죽는다고? [2] 레기온(115.138) 07.17 99 0
33565 일반 14권 줄거리의 문제의 내용을 보긴 했는데 [1] 레기온(222.116) 07.17 103 0
33564 스포 누가 8권 설명 좀 해줘 [4] 레기온(58.124) 07.17 97 0
33563 일반 실시간으로 제대로 보는 라노벨은 이게 첨인데 ㅇㅇ(110.15) 07.17 77 0
33562 스포 14권 9월10일 발매+줄거리 [5] huiop67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7 239 6
33561 일반 방금 애니 다 보고왔는데 [3] 산본의홈런공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7 89 0
33560 일반 언제 완결될 것 같음? [5] 레기온(115.138) 07.17 123 0
33559 일반 86이 참 묘한게 레기온(222.116) 07.17 85 0
33558 일반 이거 언제 재밌어지나요?? [2] 레기온(1.248) 07.16 118 0
33557 일반 벌써 6번째 애니 정주행인데 2쿨 마지막 두개는 봐도봐도 지리네 레기온(175.121) 07.16 106 2
33556 일반 ㅈㄴ 유치한 그들만의 작품 [1] 레기온(115.138) 07.15 251 3
33555 일반 노우젠 4권부터 레나한테 호감있는거임? [4] ㅇㅇ(118.235) 07.15 187 0
33554 일반 13권은 번역본 없음? [1] ㅇㅇ(58.233) 07.15 107 0
33553 짤/영 세오에게 의수 달아주는 만화 [1] 은하연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5 180 0
33552 스포 스포) 13권 그냥 미쳤네 [1] 여아탐구생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5 271 3
33550 일반 정주행 완 [1] ㅇㅇ(121.150) 07.15 153 0
33549 일반 언제 2기 소식나와 씨발아 [1] 레기온(106.101) 07.15 146 0
33548 일반 ㅜㅜ 애니 정주행 후 신앓이 .. [1] 레기온(220.65) 07.14 123 2
33547 일반 전지가동형 레기온 프로젝트 #2 [3] 시베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4 138 7
33546 일반 리디 10권 수정됐노 [4] 레기온(121.151) 07.14 212 0
33544 일반 원작에서의 모르포의 색 [1] 레기온(117.111) 07.14 185 3
33543 일반 A-1 신작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그로우 업 쇼' 키리가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4 207 0
33542 일반 이거 추천해준 친구가 진짜 개근들갑을 떨길래 [1] ㅇㅇ(220.72) 07.14 212 1
33541 후기/ 끝까지 다 보니까 종나 재밌네 이거를 이제야 봤노 [6] 레기온(116.46) 07.14 166 2
33540 일반 요즘 유입이 많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3 144 0
33539 일반 내일 A-1 신작 오리지널 작품 발표 [1] 키리가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3 362 0
33538 일반 팔십육 다봤다... [4] 카를세프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3 250 0
33537 일반 애니 다봤다... [3] 기도왕무신론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3 234 0
33536 일반 86 지금 첨보는데 [1] fedekylian(220.122) 07.13 162 0
33535 창작 레나 생일 ㅊㅊㅊ [3] 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2 214 1
33534 일반 에이티식스 나같은 입문은 없을듯 [5] ㅇㅇ(175.204) 07.12 362 0
33533 일반 오늘 레나 생일이라고 함 [3] ㅇㅇ(182.212) 07.12 149 0
33532 스포 11권 내용 질문좀 [4] 레기온(210.183) 07.12 138 0
33531 일반 전역까지 D-81일!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1 180 4
33530 일반 신이 공화국 멸망한 거 알았다는 게 [4] 레기온(121.166) 07.11 305 0
33529 일반 정주행 완료 레기온(218.234) 07.11 87 0
33528 일반 아직도 이새끼만한 애니 못봄 [7] 레기온(59.25) 07.11 534 11
33527 일반 재밌게봤는데 아쉬운것도있네 [2] ㅇㅇ(61.80) 07.11 192 0
33526 일반 아니 이거 존나 재밌네 [6] ㅇㅇ(121.128) 07.10 240 0
33525 일반 와 초반에 밀리제소령인가 혐수치 오지긴하네 [3] ㅇㅇ(1.247) 07.10 331 0
33524 일반 애니 다음 라노벨은 몇권부터임? [2] ㅇㅇ(112.147) 07.10 180 0
33523 일반 레나가 실제로 생겼으면 어떤느낌일까? [3] 레기온(121.124) 07.09 341 1
33522 일반 만박 휴가 복귀중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224 4
33520 일반 여기 갤러들은 설명 잘해주네 [11] d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285 2
33519 일반 이애니 단점은 설명부족(불친절)이라고 생각함 [22] d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463 2
33518 일반 고트 d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92 0
33517 일반 님들아 카구야 애니 새로 나온다는데 [1] 마요나카하트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 246 0
33516 일반 유출러로 유명해지는법 [1] 레기온(58.236) 07.07 384 0
33515 스포 개인적으로 14권에서 바라는 점 [10] huiop67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7 507 4
뉴스 이민호·안효섭 ‘전지적 독자 시점’, 해외 113개국 선판매 디시트렌드 07.1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