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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원도 괴담 사례 - 분석_1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8.30 04:20:28
조회 3056 추천 4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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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세상에 충격을 줬던 인기 BJ 흉기난동 사건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나 어떠한 동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묻지마 살인이라고 하기엔 이동거리가 너무 길었기에 목적이 있어보였고, 목적이 있다고 하기엔 성별도 나이도 너무 다양했다.

학폭에 관한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범인이 학폭 가해자였고, 죽은 사람들 또한 학폭 피해와는 관련이 없었으니.


때문에 체포 직후에 살해 동기에 관해 제각각 다른 주장을 했었다.

평소 원한을 갖고 있었던 사람을 찾아다니며 죽인거라거나, 그냥 떠돌다가 눈에 띄는 사람을 죽인 것이라거나.

혹은 방송 외적으로 피해자들에게 협박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죽인 것이라는 팬들의 억지 실드도 있었다.

아니면 원래 그냥 미친놈이었다던가.

조사를 받는 본인은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며 부정을 한다던가, 이게 꿈이라는 헛소리를 하니 더더욱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살해 피해자들과 범인의 관계도가 정리되기 시작한다.

살인범과 그들이 과거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다녔는지 보기 좋게 정리되고 이런저런 썰이 붙으며,

애도를 받아야하는 죽은 자들이 생전 저지른 잘못들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삼일째가 되자, 위키디피아에 있는 BJ 흉기난동 사건 문서에 가해자와 더불어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다.

갑질이 기본이고 무례가 일상인 그들의 행태가 문서로 작성되자, 온갖 제보와 증언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에 꿈이 있던 성실한 20대 청년,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여성,

자존감이 무너진 교사들을 위한 멘토링이 되어주던 은퇴 교사, 도시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뛰던 정치입문자들은


방송을 무기로 청년들을 착취하던 새끼, 자신의 화를 풀기 위해 온갖 곳에 컴플레인을 걸고 다니던 미친년,

멘토링을 핑계로 여성 교사들을 희롱하며 다닌 변태, 지금도 얼마 없는 권력으로 법 위에 군림하던 소시오패스가 되었다.


죽은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법적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으나,

죽은 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허위일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기에, 저들이 주장이 허위인지부터 가려야한다는 말을 듣고 대부분 포기한다.

물론 끝까지 싸우겠다며 변호사를 고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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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상황이 참 웃긴데요."


기사와 댓글들을 읽던 도현이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위해 읽긴 했지만, 딱히 지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한상준에 대한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세상은 죽은 이들의 잘못을 파묘하고 있어요.

심지어 이제는 과거 한상준과 함께 학폭에 가담했던 다른 사람들의 신상을 파헤치고 있네요."


"그거 괜찮은 겁니까?"


"문제가 되겠죠. 그런데 무려 여덟명을 살해한 사건임에도 세상의 관심이 학폭으로 집중된 게 더 무섭네요."


노트북으로 열심히 타이핑을 하던 유기자가 한숨을 쉬더니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다.


"법사님이 살풀이라고 설명했다 했었죠?"


"네. 살풀이. 혹은 한풀이."


"흠."


유기자의 대답에 도현이 짧은 소리를 낸다.


"왜요?"


"음. 댓글을 보니까, 학폭에 직접적으로 가담했던 이들이 더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과연 여덟명으로 한을 모두 풀었을까요?"


"글쎄요. 저는 그것보다 여덟명이나 죽었다는게 더 충격이에요."


"여덞명에서 그친게 다행인건지... 아니면 여덟명이 죽을 동안 막지 못한게 문제인건지..."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서 그렇지, 일반 시민이 서울 각 곳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라니까요. 심지어 신상도 확실한 사람인데."


"기사에 보니까 학폭 피해자가 도움을 줬다면서요?"


그러자 유기자가 고개를 젓는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어요. 자신은 그저 주류 납품을 위해 돌아다녔을 뿐이다. 짐칸에 멋대로 탄 것을 몰랐다."


"그런가요?"


"실제로 한상준과 운전자가 직접적으로 마주치거나 연락을 취했다거나 범행을 모의했다 증거는 없어요. 실제로 몇몇 곳에는 주류가 납품되기도 했고."


"몇몇 곳에는? 그럼 납품이 안된 곳도 있다는 말이잖아요."


"네. 납품을 하지 않음에도 잠깐씩 정차한 곳도 있었어요.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경찰에서는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유기자가 답변을 하면서 그들 사이에 있는 티라미수를 떠먹는다. 그녀의 입가에 묻은 코코아가루를 휴지로 닦아주며 이어서 물어봤다.


"그럼 정차한 모든 곳에서 살인이 일어났던 건가요?"


"아, 고마워요. 아뇨.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이 운전기사가 정말 수상하지 않겠어요?

과거 학폭의 피해자. 그리고 직접적인 가해자. 살해 당한 사람들은 학폭과 관련 있는 사람들."


"수상하네요."


"그나저나 법사님 쪽에서 계속 한상준씨와 만나고 싶다면서 부탁하는데... 난감해요."


"네? 왜요?"


"구속수사 중인데 외부인과 면회가 쉽겠어요? 하물며 마땅한 이유를 말할 수도 없으니."


"아뇨. 왜 만나고 싶으시데요?"


"분명 귀신에 씌었을 거라서, 일단 그것부터 쳐내야 한대요. 경찰들에게 그런 이유를 말 할 수 없잖아요."


그러자 도현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기자는 면회가 되나봐요?"


"왜요?"


"방금 한상준씨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는데요?"


---


새삼 느끼지만, 편리한 세상이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으니까.

살인 BJ의 인터뷰? 그건 별로 흥미가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인터뷰 중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있었다.

'흉가를 다녀온 후 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 또한 기사 말미에

'그는 인터뷰 내내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으며, 간헐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며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을 했다.


물론 기사 댓글에는 '감형 받으려고 쑈하는 거다'라거나 '요즘 세상에 흉가 다녀왔다고 미치는게 어디 있나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그러나 누군가, 어느 고마운 사람이 그가 다녀온 곳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심지어 어떤 커뮤니티에는 그가 다녀왔다는 폐가 주소들을 정리해서 올라오기도 했다. 직후에 바로 지워지기는 했지만.


지금 청년이 차를 몰고 속초를 향해 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과연 어디를 다녀왔기에 모든 기운이 털려 있었을까?

과연 어떤 것이 자신의 작품을 멋지게 완성시켜준 것일까? 그것이 혹시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되진 않을까?

그런 기대감으로 게시글에 써져있던 폐가를 방문해보았지만, 특별한 것들은 없었다.

혹시 자신이 낚인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몇 번의 허탕을 치고 나니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오. 여긴 좀 다른데?"


글에서 알려준 대로 근처 공터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서 산길을 바라보니,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자신의 기운과 비슷하면서 약간은 다른 이질적인 기운. 청년은 길이 아닌 좀 더 다른 쪽을 바라본다.


"저쪽인데."


기운이 뻗어져 나오는 곳은 길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그러나 곧장 그곳으로 가기보다는 일단 BJ가 다녀왔다는 건물부터 살피기로 한다.


"씁. 산길을 올라야 한단 말이지."


청년의 머리 속에 문득 자신이 있었던 군부대가 스쳐 지나갔다. 제대 이후 어지간하면 강원도 쪽으로는 오지 않으려 했는데. 사람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핸드폰 플래시에 의지하며 산길을 오르니, 중간에 묘한 느낌이 흘러 나오는 바위가 있다.


"오. 할아범이 좋아할만한 기운인데?"


아닌 것이 아니라, 청년의 뒤에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던 노인이 어느새 바위에 들러붙어서는 얼굴을 비비고 있다.


"이거, 선배님의 기운이었네. 우리가 가야할 길이 여기였구만."


청년은 그 바위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바위에 깃든 기운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악의다. 악의로 똘똘 뭉친 무언가의 기운이다. 세월이 지나 많이 흩어졌음에도 이 정도의 악의를 품고 있다.

아니, 악의가 아니다. 이 기운에는 어떠한 의도가 없으니. 그저 '악'이다. 자신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전국팔도의 만신들을 갖다 놓아도 자신보다 그 기운을 더 정확히 느낄 이는 드물 것이다. 왜냐면 그가 다루고 추구하는 기운이니까.

사람을 저주하고 망치고 괴롭히고 억누르는 기운. 보통 무당들은 다루지 못하거나, 두려움에 깊이 파고들지 못하는 기운.


"여기서 기운이 다 털리셨구만?"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건... 잘 활용하면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한참을 바위에서 서성이던 청년이 걸음을 옮겨 폐건물 앞에 선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길가에 있던 바위에서 느껴졌던 기운이 건물을 짙게 감싸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아이처럼 들뜬 기분으로 건물 이곳 저곳을 살폈다. 2층에 있는 바위까지 본 순간, 그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바위들은 무언가를 막아두는 장치다. 지금은 그 역할을 잃었지만.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까 자신이 느꼈던 곳에 있는 그것.

자신이 만들려는 악신이 있는 곳이겠지.

한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의 뒤에 있던 노인이 그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 위험해? 무리야?"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해보면 같은 급도 아닌데 괜히 근처에서 얼쩡거렸다가 잡아먹힐 위험도 있긴 했다.


"그래. 할아범 말이 맞아. 이유를 알았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부족하긴 해도, 비슷한 방법을 만들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노인이 악신이 된다면, 그땐 모든 일이 수월하겠지.

그 때 청년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아, 선생님. 저 얼마 전에...


"누군지 알아요. 용건만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정말 억울하고 한 맺힌 사람이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하셨죠?


"또 누구를 저주하게요? 당신 인생에서 더 큰 한은 없어보이는데?"


-아. 이번엔 제가 아니라 다른 분입니다. 그 아는 분, 아들을 잃으신 어머님이신데...


자식을 잃은 부모의 한이라. 상당히 짭짤한 일이다.


"예. 계속 말씀해보세요."


-범인들이 잡혀서 재판을 받았는데...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의 판단으로 감형이 되어서 3년 6개월이 선고 되었답니다.

다른 공범들은 2년과 1년 6개월로 각각 감형되었고... 자기 아들은 맞아 죽었는데 고작 3년이 말이 되냐면서...


"음. 그러면 그 폭행범... 아니지. 살인범들에게 살을 날리고 싶다는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고...


전화 건너편의 남성이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 판사의 자식들에게 살을 날리고 싶답니다. 자식을 잃은 고통을 알게 해주겠다면서...


"허."


이야기를 들은 청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사람의 원이란, 한이란. 어디로 어떻게 뻗을지 모르는 일이다. 자신만큼 세상 또한 미쳐 있다.

자신의 상상을 넘어서는 이야기에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말을 못하고 있자, 상대방이 오해를 한 듯 했다.


-만약 이루어만 진다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다고 하십니다. 이미 판사의 집 주소와 자식들 행적까지 다 파악하셨다면서...


남성의 말에 잠시 잡상에 빠졌던 청년의 정신이 퍼뜩 돌아온다.


"좋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잘되었네요."


왠지 세상이 자신의 편인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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