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간절히 원하는 것, 그리고 김포에 있는 것...

그건 바로 쓰레기 매립지다.

고작?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자.

서울 평균 땅값이 무려 179만원이다.

옆 동네 인천의 평균이 평당 64만원이니 거의 3배나 비싼 땅인 셈이다.

이 소름 끼칠 정도로 비싼 땅에 고작 쓰레기 따위나 묻는 매립지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민들의 어마어마하게 격렬한 반발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현재 서울은 네 군데에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동네에서조차 '우리가 옆 동네 쓰레기를 왜 받아줘야 하느냐?'며 반발을 하는 상황에서

새로이 매립지를 건설하겠다고 하고 '서울의 모든 쓰레기를 ㅇㅇ구에 몰아넣겠습니다'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아마 향후 30년 정도는 그 구에서 그걸 추진한 정당의 모든 정치인들이 선출되기 불가능할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어야 하는 그런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그 동네에서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다 행정 소송에 나설 텐데 그 소송은 얼마나 격심할 것이며 비용은 또 얼마나 막대하겠는가.

그럼 그 대신 서울 25개 모든 구에다가 소각장을 짓던가 해야 하는데

이건 폭탄 맞기 싫다고 기관총 맞는 꼴이다.

이런 난국 속에서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대체 매립지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

도저히 서울에 지을 수는 없으므로 경기도와 인천에 '우리 같이 묻지 않을래?'하고 요청했지만...

인천에서 "응, 좆까."라고 했다.

인천 입장에선 왜 우리가 서울 아들 쓰레기를 받아줘야 하노? 하고 거절한 것이다.

2025년이라고 해봐야 내후년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란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를 소유하고 있는 김포는 자신들이 서울에 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어느 전직 의원의 총선용 개소리인줄 알았던 김포는 쭈뼛거리며 서울에 손을 내밀게 된다.

'우리가 당신 쓰레기를 받아줄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에 대해 서울은 "그럼 얘기나 한 번 해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이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란 소리다.

여기까지 본 사람들 중에는 대체 김포가 뭔 생각으로 서울 호적에 들어가는 대신 서울 쓰레기통이 되겠냐고 한 거냐 싶을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쓰레기통이 된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알아야 할 게, 김포는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가 되더라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립지 위치는 양촌에 있고, 사람들은 그곳과 떨어진 곳에서 살기 때문이다.

빨간색 망치 대가리가 매립지가 있는 곳이고 파란색이 김포 시민들이 사는 곳이다.

이미 있는 매립지를 활용하면 그만인 김포 시민들 입장에서는 잃을 거 하나 없는 딜이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도 서울 쓰레기 받아주고 있으니 달라질 게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들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김포 골드라인 문제 역시 크다.

김포에 사는 시민들 대부분이 잠만 김포에서 자고, 생활은 서울에서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김포 골드라인이 개좆병신처럼 된 바람에 현재 김포 골병라인의 혼잡도는 무려 241%에 달하는 상태다.

출퇴근 시간대 그 혼잡한 2호선의 혼잡도가 고작 100% 정도란 걸 감안해보면

김포 골드라인에서 이태원 사태가 안 일어난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해보고 싶어도 문제가 돈이 없다.

왜냐하면 김포는 재정자립도 32.8%에 불과한 거지 동네이기 때문이다.

결국 5호선 연장을 통한 분산밖에 답이 없는데,

이건 또 인천에서 '아따 우리 쪽으로 정류장을 더 많이 지어야 않겠소?' 하고 엇박을 넣었다.

(그래서 김포가 인천을 싫어한다. 인천 편입 얘기도 있었는데 지랄 말라고 했다.)

그 결과 둘이 개지랄 거품을 물며 싸웠는데, 웃긴 건 둘 다 경제성이 부족한 걸로 판명나서 현재 합의안을 종용중이다.

그야말로 자강두천이 따로 없는 판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지 않으면 삽도 못 풀 판이 되었다.

대충 이정도면 김포가 교통으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알 만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김포 사람들은 잠은 김포에서 자지만 돈은 서울에서 벌고 서울에서 쓴다.

이러다 보니 돈을 죄다 서울에 갖다 주는 판이라 도시가 자체적으로 발전하기 힘든 상태다.

낮은 재정자립도에는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서울로 편입되게 된다면 이 문제에서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왜? 김포도 서울이니까.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의외로 서울 입장에서도 딱히 싫을 게 없는 제안이다.

싫으면 너희 동네에 쓰레기 매립장 지을래? 란 문제도 그렇지만,

서울 외곽에 있던 구들이 김포 편입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중심지에 가까워지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아무튼 나빠지는 게 아닌 이상에야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는 셈이다.

쓸모없는 땅이 필요한 서울과 쓸모없는 땅이 가득한 김포.

돈이 많은 서울과 돈이 필요한 김포.

이런 문제들로 인해 '경기남북도 분도'에서 촉발된 문제가 김포 편입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는 한 전직 의원의 스탠드 플레이 정도로 여겨졌던 '김포 서울 편입'문제는

정식으로 정부 여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하면서 급물살을 탄 상태다.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할 정도면 상당히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걸 곧이 곧대로 듣지는 않는 게 좋다.

원래 호불호가 갈리거나 사이즈가 큰 건수의 경우 이런 식으로 정부 여당이 먼저 얘기를 던지고

국민들의 반응을 본 다음에 좋으면 그때 가서 대통령이 움직이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들의 반응이 안 좋을 경우 대통령한테까지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데,

이전 정부에서 당을 시켜 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냈다가 반응이 차갑자 바로 부인했던 걸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심지어 현 여당에서는 편입을 김포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도시들,

그러니까 원래 서울의 생활권에 포함되어 있던 하남이나 구리, 고양과 광명까지 전부 편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다들 김포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편입 논의가 있던 도시들이고, 특히나 다리 하나만 건너면 서울인 광명 입장에서는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다.

과연 서울에 김포가 편입되게 될지, 아니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한동안 논쟁이 이어질 만한 큰 이슈가 아닐까 싶다.

결론

1.서울은 쓰레기 매립지가 필요하고 김포는 돈이 필요하다

2.그때 마침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를 분도하자고 나왔다.

3.그래서 김포가 '그럼 우리는 북도 안 가고 서울 갈래요' 했는데 서울에서 '그럴까?'라고 한 상황이다.

+때문에 다른 도시들도 난리다, 지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