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이 피곤해서 그랬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와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안돼, 늦잠 자버렸어! 황급히 시계를 보았지만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아있다.
지각한 건 아니라 안심하면서 그럼 대체 무슨 일일지 대답을 했더니 들어온 사람은 무려 랄 대장이었다. 침대 위에는 펼쳐놓은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아아 정말.

"미안하다. 편히 있어. 그대로 둬도 된다."

대장의 재촉에, 떠 있는 허리를 다시 침대에 떨어뜨린다. 대장은 책상과 세트일 터인, 묘하게 공들인 장식 의자를 자기 곁으로 끌어당겨 나와 마주 보고 앉아 천천히 말했다.

"오늘 왔는데 미안하지만, 시모하라 소위는 요리는 잘하나?"

십여 분 후,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기지 주방에 서 있다.
이런 사정이 있었다.

JFW는 국제 공동부대라는 것도 있기에, 친목을 다질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위치 자신이 모국의 요리를 선보이고, 모두 함께 식사한다고 한다.
제발 후소 요리를 해줘 라고 대장에게 부탁받은 걸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마다할 이유도 없다.
미소나 쇼유등 후소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가 있을지 걱정했으나, 뭐든 기지 설치에 협력한 후소의 시설반이 오늘 식사 시간에 맞출 만큼의 양을 남겨놓고 갔다고 한다.
아무도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돼있던 것 같지만, 거기서 의문.

"칸노 소위는 요리하지 않습니까?"
"칸노는 먹는 것이 전문일 것이다. 생각도 못 했지만, 칸노가 요리라니. 그건 큰 도박이 될 거야."
"하아..."

그렇게 되어서, 여기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맛보는 후소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냉장 보관했기에 문제없다고 들었지만 일단 미소와 쇼유를 한번 맛본다.
응 문제없어. 역시 후소가 자랑하는 보존식이네.
메뉴는 후소 해군 대표 메뉴인 니쿠자가와 미소시루. 역시 두부나 미역은 없어서 미소시루에도 감자와 양파를 쓰기로 했다.

기지 전체 배식을 위한 큰 식당이 아니라 보통 부엌 같은 구조의 아담한 주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여기가 위치용이라나 봐.

잠시 준비하고 있는데 주방에 르마르 소위가 다가왔다.

"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뭔가요, 르마르 소위?"
"예, 옙!"

이쪽에서 놀랄만한 비명에 가까운 대답. 나 뭔가 잘못한 걸까...
일단 인사드려야지

"오늘부터 502에 배속된 시모하라 사다코, 후소 해군 소위입니다."
"죠제트 르마르. 자유 갈리아 공군 소위입니다."

르마르 소위는 뭔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으니 너무 따뜻해. 부드러워서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손이었다.

"죄송합니다. 놀라게 해드린 것 같아서."
"아니요, 그런."
"르마르 소위는 주방에 용무가 있던 것 아닙니까?"
"음... 오늘 회식 준비를 도와드릴까... 싶어서. 그리고 죠제트, 아니, 죠제로 불러주세요."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경솔하게 일을 떠맡아버렸는데 식기나 조리도구 위치도 몰라서..."
"아, 네, 그건 이쪽이고... 이건 그쪽 찬장에 있어요."
자기 집같이 척척 준비하는 르마르 소위는 주간에 스트라이커 회수할 때와는 달리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요리 좋아하세요?"
큰맘 먹고 물어봤다.

"네."
"그럼 갈리아 요리를요? 대단해요."
"그런... 어머니 심부름만 했지, 시골 가정식 요리에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채소를 다듬는 르마르 소위의 손놀림은 훌륭했다.
순식간에 밑 준비를 마치고 맛 내기에 들어간다. 흠흠.

"맛좀 볼래요?"
라며 부탁하자 르마르 소위는 얼굴이 화악 빛났다. 혹시 배고팠던 걸까.

"음...맛있다!"
만점의 평가를 나타내는 미소. 기쁘다. 그리고 귀엽다.

그리고 다른 요리나 플레이팅을 준비하며 르마르 소위와 이야기를 나눈다.
소위는 본가가 여관을 하고 있고, 요리나 청소 등을 어릴 때부터 도와왔다는 것, 나는 리바우 시절 요리 솜씨 덕에 꽤 선배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았다는 것 등등.

너무 순조로워서 식사 시간보다 한참 빨리 준비가 끝나버려, 신상 이야기를 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그 무렵에는 완전히 둘이 마음을 터놓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웃고 있는 소위,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