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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백업) 흐린 날의 애호 프로토콜앱에서 작성

노도의추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9 15: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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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대충 쓰는 놈



  “비...”

  물방울 하나가 미호노 부르봉의 볼 위로 떨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필터가 씌워지듯 수많은 빗방울들이 허공을 가른다.

  부르봉은 근처의 정류장에서 비를 긋기로 했다.
  뛰어가면 목적지까지 금방 닿을 거리지만 잠깐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옅은 한숨을 바닥에 내려놓고 나무벤치에 앉아 주변을 잠시 둘러본다.

  ‘꽤 조용한 동네입니다.’

  그 감상대로 거리 풍경을 보면 개점을 준비하는 식당, 거의 개점휴업 상태인 마트, 도로를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량 뿐이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눈으로 좇으며 조용히 숨을 내뱉고 있는데, 꼬르륵 소리가 빗방울 속에서 울린다.

  ‘현재 시각 10시, 정오까지 약 두 시간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출발할 때, 식사를 부실하게 챙긴 탓에 벌써 배가 고프다.
  본격화도 끝나고 트레센 학원을 졸업한 지도 반년이 좀 넘었는데, 아직도 부르봉의 연비는 현역이었다.

  ‘연비 계산 오류... 빠른 에너지 소모는 예상치 못 했습니다.’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부르봉에게 있어선 일종의 계산 오류다.
  빈속에 빗소리까지 들으니 허기가 더욱 선명해진다.
  결정이 나버린 이상, 부르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다시 스캔했다.
  저멀리 희미하게 연기를 뿜어내는 창문이 보인다. 동선상 가장 가까운 에너지 보급지점, 망설일 이유가 없다.

  ‘오퍼레이션 비상 보급, 시작하겠습니다.’

  비줄기의 기세도 약해진 시점이고 거리도 지근거리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단숨에 식당 앞까지 다다랐다. 부르봉은 조심스럽게 식당 문을 열어젖혔다.
  도어벨이 기분좋게 딸랑거리며 맑은 소리를 퍼뜨린다.

  테이블 서너 개와 카운터석 몇 개, 조리과정이 보이는 주방, 나무 소재로 된 가구와 따뜻한 빛을 내는 조명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젊은 남성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있으며, 밝은 인상의 여성은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흑색의 포니테일과 위로 쫑긋 솟아오른 귀, 그녀 또한 우마무스메였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한 명입니다.”

  부르봉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볍게 목례했다. 평범하게 웃으며 밝은 모습으로 인사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이 표현방식이 잘 고쳐지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은 꽤 많이 나아졌다고 위로하지만 초면인 사람들까지 그런 배려를 해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주인은 안쪽 테이블로 부르봉을 안내하고 곧장 메뉴판을 건넸다.
  물끄러미 메뉴판을 바라보는 부르봉을, 여주인은 테이블을 닦으면서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언가 확신이라도 선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님, 실례지만 혹시... 미호노 부르봉 씨 아니신가요?”

  부르봉은 메뉴판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여주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머, 어머! 세상에! 어떡해! 정말 팬이에요! 아사히배 때부터 뛰는 걸 라이브로 봐왔어요! 여보, 부르봉 씨야! ”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칼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 시선을 부르봉으로 돌렸다.

  “사츠키상, 더비! 정말 멋진 레이스였어요. 압도적인 스퍼트와 완급 조절, 기계적일 정도의 완벽함이었잖아요!”
  “감사합니다.”
  “킷카상은! 앗... 죄송해요. 그땐 아쉬웠지만 팬으로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경기에요. 당시에는 2착이었던 사실을 견디지 못 하고 바로 텔레비전을 끄고 엎드려 울었는데, 나중에 ‘그래도 팬으로서 인터뷰는 봐야지’ 하고 봤었거든요?”
  “...실망을 안겨드린 점 사죄드립니다.”
  “아니에요! 그때 인터뷰 기억하시죠? 담담하게 ‘작전대로 수행했습니다.’ 라고 말하시면서 라이스 샤워 씨를 축하했잖아요. 그때 얼마나 멋졌던지... 아, 물론 그 전의 레이스 때도 멋졌고 지금도 멋져요!”

  여주인은 수줍게 웃으며 덧붙였다.

  “언제나 침착하게 ‘작전대로 수행했습니다.’ 라고 표현하는 게 얼마나 멋진 건데요. 보통 1착을 하면 방방 뛰거나 눈물 콧물 전부 흘리며 대성통곡을 하잖아요.”

  부르봉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연설을 조용히 경청했다. 감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동공이 이따금 확장되는 게 마치 데이터를 처리하는 느낌이었다.

  “과찬입니다. 당시의 저는 주어진 목적, 그리고 매 경기마다 마스... 죄송합니다. 잠시 에러가, 트레이너의 오더를 처리하는 것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부르봉은 입을 우물거리며 침묵에 빠졌다. 입술이 잠깐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말문이 열렸다.

  “제 표정이나 말투에서 감정을 읽기 어렵고, 표현 또한 이해하기 어렵단 피드백을 예전부터 받아왔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불쾌함을 느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여주인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손사레를 쳤다.

  “그게 부르봉 씨의 매력이잖아요. 저희 팬들 사이에선 그 무뚝뚝함이 얼마나 인기인데요!”

  카운터석까지 나와 이야기를 경청하던 남편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내를 거들었다.

  “맞습니다. 감정을 무분별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관철하는 모습이 더 믿음직스럽죠. 흔들림 없는 강철같다 해야되나.”

  여주인은 남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이어갔다.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된다니까요. 저렇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 뒤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얼마나 큰 고통을 참아왔을까, 하고요. 팬들은 다 알아요.”

  어느새 그녀는 물기가 조금 고인 눈으로 주먹을 쥐며 확언했다.

  “그 차가워 보이는 모습 뒤에 숨은 뜨거운 열정, 레이스에 대한 열렬한 태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무척이나 애틋하고, 애호하게 되는 거예요.”

  ‘애호.’

  미호노 부르봉은 어쩐지 그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연거푸 곱씹어보며 여주인의 팬심이 만든 여운에 젖었다.

  팬들의 호의적인 감정은 현역 시절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팬래터, 선물 등 여러가지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그것은 자신의 표현방식과 결합하여 일종의 부채감으로 남아버렸다.

  하지만 자신의 서투름이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단 말은 신선할 따름이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타인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걸까.

  더욱 상념에 깊게 빠지려는 찰나, 주문한 식사가 도착했다.
  따뜻한 음식이 빈속을 채우며 부르봉의 긴장도 같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주인 내외의 따스한 시선 속에서 그녀도 모르게 마음속에 쌓아두던 고민이 저절로 나왔다.

  “보시다시피, 감정 데이터의 처리 및 표현에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스라는 명확한 목표가 사라진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부르봉은 잠시 말을 멈추고 부부를 응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 사고는 익숙하지만, 일상에서의 감정 교류 그리고 미래 설정에 대한 프로토콜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 했습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말에 담긴 무게감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여주인은 할 말을 생각하지 못한 듯, 머뭇거리다 마음을 굳게 먹으며 조심스레 입술을 뗐다.

  “저도 지방에 있는 트레센을 졸업하고 이 식당을 열기까지 많이 방황했어요. 뭘 해야 될지, 뭘 잘할 수 있을지... 정답이 없는 문제잖아요?”
  “삶은 정해진 프로토콜이라든가, 최적의 선택지라든가, 그런 건 없는 거 같더라고요. 비효율적인 선택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최고의 결과를 낸 적도 있었죠.”

  남편도 자연스럽게 여주인의 말을 덧붙였다.
  거창한 대답은 아니지만 수수한 공감과 따뜻한 격려에 부르봉은 어쩐지 가슴이 벅차는 느낌이 들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빗줄기가 걷힌 하늘 사이로 태양빛이 드문드문 비친다.

  부르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가슴속의 안개가 조금이나마 걷히는 듯했다.
  서투른 방법일지라도 그게 나의 방식이라면 진심은 전해질 수 있단 것, 그것이 자신이 찾아야 할 새로운 프로토콜일지도 모른다.

  부르봉은 정중하게 감사를 전하고 식당을 나섰다.
  주인 내외의 배웅을 받으며, 처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보단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걷고 또 걷다보니 조금 낡았지만 풍취가 느껴지는 주택에 도착했다.
  문패를 살피면 부르봉에게 익숙한 이름이 적혀있다. 부르봉의 담당 트레이너가 살았던 친가다.

  그녀가 트레센 학원을 졸업하고 그 또한 번아웃이라도 온 건지, 잠시 쉬고 싶다는 말만 남기고 고향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어쩌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부르봉처럼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한 여정에 들어섰을 수도 있다.

  부르봉은 떨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현재 마스터의 자택에 누군가 머무를 확률은 89.425%...’

  계산이 정확했는지 문을 열고 나온 건, 트레이너가 아닌 수수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왠지 눈매부터 트레이너와 많이 닮은 느낌이 들어 자연스럽게 말문이 열린다.

  “네, 누구신지요...?”
  “처음 뵙겠습니다. 미호노 부르봉입니다. 마스터를 찾아왔습니다.”
  “아! 네가 부르봉이구나! 전화할 때마다 아들이 네 이야기만 하던데. 아이구... 아유, 비 오는 날에 우산도 안 쓰고 왔어.”

  부르봉은 될 수 있는 한 정중하게 상체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데 어떡해. 지금은 아들이 집에 없는데, 잠깐 바람 쐬고 온다고 나가버려서, 얘도 참 이런 날에 나가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말문이 막히는 건 당연했다.
  잠깐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멀리서 왔을 텐데, 얼른 들어오려무나.”

  모친은 방긋 웃으며 집에 들어올 것을 권유했다. 잠시 망설이던 부르봉이지만 그 온화한 미소에 이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집 안 분위기는 평범하지만 생활감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선반 위에 올려놓은 액자엔 가족끼리 찍은 사진이 있는데, 선반에 맨 끝자락에는 부르봉과 트레이너가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럿 배치했다.

  부르봉은 쭈뼛거리며 겨우겨우 방석 위에 앉았다.
  곧이어 모친이 따뜻한 차와 다과를 내오는 것으로 그녀를 살뜰하게 챙겼다.
  트레이너의 어렸을 적 이야기, 학창 시절의 일화 등을 나긋하게 말해주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를 썼다.
  부르봉은 그저 조용히 경청하고 있지만, 그녀의 다정함과 트레이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어투에 마음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부르봉은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봐도 될까? 우리 아들도 첫 담당을 떠나보내면서 많이 허전한 거 같아 걱정되는데, 혹시 뭔가 어려움이 있어 여기까지 왔니?”
  “네, 조금... 조금, 방향을 잃은 상태입니다.”

  부르봉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다소 망설이는 태도로 속내를 꺼냈다.

  “그리고 해결 불가능한... 연산 에러에 직면했습니다.”

  여전히 한없이 절제된 어투와 표정이지만 그 속에 담긴 혼란, 슬픔은 숨기기 어려웠다.

  “트레이너... 마스터에 대한 감정 데이터가, 제 논리회로의 연산 한계를 초과했습니다. 이는 직전의 계약 관계와 목표를 위한 명령체계를 초월하는... 에러입니다.”

  말소리의 끝에 다다를수록 깊은 슬픔이 배어나온다.
  마치 고장 난 기계가 내는 애처로운 소리마냥, 무뚝뚝하지만 또렷한 슬픔이 흘러나온다.
  모친도 아무 말 없이, 살짝 붉어진 눈두덩이를 손등으로 누르며 부르봉을 바라보았다.

  “다녀왔습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부르봉의 귓전을 두드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현관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마스터...”

  오랜만에 마주한 트레이너의 모습은, 여전히 트레이너였다.
  누군가 ‘여전히 트레이너였다.’가 어떤 뜻이냐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해야 될지 잘 모르겠지만, 정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녀의 마음이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어...? 부르봉,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비까지 맞고 왔어? 감기 걸리면 어떡해. 미리 연락이라도 줬으면 차 끌고왔을 텐데...”

  트레이너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부르봉의 기색을 살폈다.
  어쩐지 그 모습이 제 엄마와 판박이라 그녀는 어쩐지 안도감까지 들었다.
  트윙클 시리즈 내내 보았던 모습이기도 했지만 트레센 밖을 나와서도, 자신이 학원을 졸업했더라도, 여전한 그 모습에 깊은 안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벅차오르는 감정을 기점으로, 부르봉은 트레이너를 무심코 껴안아버리고 말았다.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이지만, 방금까지 토로했던 감정의 데이터, 해결 불가능한 오류코드,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원인변수에 부르봉의 몸은 즉각적으로 행동을 출력했다.

  “으악!”

  트레이너는 짧은 괴성을 지르며 간신히 균형을 잡는 것으로, 엉덩방아를 찧는 불상사를 막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부르봉을 쳐다보는데, 그녀를 밀어내거나 자기가 물러나는 식으로 거리를 벌리진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똑같이 상대를 힘껏 안아주면 된다.

  “어머어머.”
  “어, 어? 엄마? 이건 조금 오해...”
  “미스매치... 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호호호...”

  모친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트레이너는 멋쩍은 듯 쓰게 웃었다.
  그는 다소 당혹감과 놀라움을 느꼈지만, 감정 넘치는 포커페이스를 다시금 맞이하니 ‘여전히 그녀는 미호노 부르봉이다.’ 라고 느꼈다. 트레이너 또한 그저 마음만으로도 그렇게 느꼈다.

  “아들, 여자를 울리면 어떡하니.”
  “네? 우는 거 같진... 않는데요.”
  “으휴...”

  바닥이 꺼질 듯한 한숨소리가 한 차례 지나가고, 살결이 짝 울리는 소리도 한 차례 지나간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아파요!”
  “마스터,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부르봉은 어쩜 이리 착할까. 이렇게 예쁜 딸 하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흠흠...”

  부르봉은 약한 콧숨을 몇 차례 내쉬며 예의 그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트레이너의 눈으로 보기엔 득의양양한 기색이 만연한 얼굴이었다.
  포옹의 시간이 지나고, 어색하지만 훈훈한 공기가 둘 사이에 흘렀다.
  트레이너는 부르봉과 시선을 맞춘 채로 가볍게 어깨를 잡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걱정이 배어있는 숨결이 부르봉의 귀를 간지럽힌다.

  “문제 없습니다. 다만... 마스터의 상태 확인과 개인적인 용무로 방문했습니다.”

  부르봉은 평소의 어조를 되찾으려 애를 쓰며 답했다.

  “나야 잘 지내고 있지. 그보다 시간이 영 애매하네. 서둘러도 돌아가긴 어렵겠는데.”
  “당연히 어렵지. 하룻밤 자고 가는 게 좋을 거 같지 않니? 손님방도 따로 있으니 사양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친도 거들 듯이 트레이너의 말을 보탰다.
  부르봉은 잠시 트레이너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시 신세를 지겠습니다.”

  먼 길을 오고 크나큰 감정적 소모를 겪은 탓인지, 긴장이 풀리며 여독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잠시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려 했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의식이 희미해진다.

  “에너지 방전 상태 확인, 절전 모드에 돌...입합니다...”

  금방 저녁식사 시간이 찾아왔다.
  소박한 차림이지만, 따끈하고 넉넉한 식사가 식탁 위에 들어섰다.
  부르봉에게 있어 트레이너 외에는 모두가 초면이기에 어색할 법도 한 조합이지만, 부모님의 배려와 트레이너의 조율 덕분에 분위기는 꽤 편안한 기류를 맞이했다.

  “부르봉은 뭘 좋아하려나. 요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마스터는 종종 집밥을 그리워하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제 데이터상으로 어머님은 요리에 능하신 분입니다.”
  “어머,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우리 트레이너님께선 집밥이 그리우셨나봐요.”
  “엄마, 전이라지만 그래도 담당 앞인데... 부끄럽게. 진짜.”
  “아빠는 이제 고민해결이다. 이 녀석이 갑자기 직장 쉬겠다고 집에 오더니만, 뭔 생각인가 했더니...”

  부친은 말끝을 흐리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 것으로 발언을 마쳤다.
  트레이너는 식은땀이 등허리를 타고 내려오는 걸 느끼며 말을 얼버부렸다.

  “아니, 그런 식으로 바라보시는 건 좀...”
  “마스터, 혹시... 저와의 관계를 부정하시는 겁니까?”
  “뭐? 음... 첫 담당 우마무스메기도 하고 지금도 어...”
  “못난놈 마냥 굴지 마.”
  “아들?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진 않은 걸로 아는데.”
  “...”

  트레이너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휴식기간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계획 같은 현실적인 일만 생각하려 했다.
  다만 그게 잘 풀리는 건 별개의 문제고, 여전히 뿌연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고민할수록 새로운 고민만 나타날 뿐이었다.
  때마침 부르봉과 재회하면서도, 확신이 사라진 탓에 망설임이 앞선다.

  “부정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생각할 것들이 많아서, 내가 부르봉을 제대로 신경써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 하하...”
  “괜찮습니다.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돌아가면 됩니다. 마스터를 서포트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도 부르봉이 우리집에 있겠네? 아니, 아예 짐을 챙겨 오는 건 어떻겠니?”
  “주책이야. 우리 가족만 좋다고 될 문제가 아니고, 이 아이의 의중도 물어야지.”
  “저는 괜찮습니다. 단지... 마스터의 허락 여부에 달렸습니다.”

  세 개의 시선이 트레이너로 향했다. 그는 아연한 표정으로 은근하고도 맹렬한 성원을 마주했다.

  “후우... 내일 아침에 말씀드릴게요. 예상치 못한 방문인데다 부르봉의 부모님께도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지금은 좀 봐주세요.”

  시간이 필요했다.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 못하는데, 누군가를 책임지기는 벅차다. 더불어 미호노 부르봉과 그녀의 부모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아! 음식 다 식겠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지금 안 되면 다음 기회가 있잖니?”

  의도가 전해지기라도 했는지 곧바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곧바로 부친의 농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부르봉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트레이너는 휴식기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트레센 졸업 이후의 근황이라든지, 서로 궁금한 점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며 잠자리에 들 때가 왔다.
  트레이너는 이부자리를 대충 펴놓고 폰 알람을 맞춰놓는 중이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상념에 빠졌다.

  트레센으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듯했다. 오늘 부르봉의 방문으로 더욱 자신이 사라졌다.
  그녀는 나름대로 행보를 정했을지도 모른다. 예닐곱 아래의 나이임에도 지금까지의 성취는 마주보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다.
  멍하니 전등 불빛을 바라보는 와중에 갑자기 문이 열렸다.

  “마스터. 오늘 밤은 잘 부탁드립니다.”
  “엥?”

  부르봉은 다소곳한 몸짓으로 트레이너 앞에 정좌했다.
  트레이너는 뚱한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제 나름의 결단으로 온 건데 마음을 무시할 순 없다.
  입장의 차이고 자격지심이고, 몇 년 동안 은근하게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을 계속 밀어내는 건 양심이 없는 짓이다.

  “하아...”

  부르봉은 몸 둘 바를 몰라 애먼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오해하게 만들었네. 미안해. 한숨을 쉰 건 그냥... 뭐라 해야 되나. 내 지금 상황이 서글퍼서, 한창 고민이 많은 때거든.”
  “고민...입니까?”
  “말 다 해놓고 이러는 건 웃기긴 한데. 신경쓰지 않아도 돼.”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제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거야. 오늘은 이만 자자.”

  이부자리 두 개가 두 뼘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자리잡았다.
  시계 초침 움직이는 소리가 방안을 채우고, 이따금 창 밖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부르봉은 눈을 끔뻑이다 이내 트레이너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낮에 약간 수면을 취한 탓도 있지만, 트레이너의 고민에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학원에 있었을 때도 둘이서 난관을 몇 번이고 맞닥뜨렸지만, 그때마다 트레이너는 자력으로 넘어서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든,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렇게 직접 고민을 털어놓는 일은 무척 드물었고, 그 일면에 부르봉의 마음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스터.”
  “아직 안 자고 있었어?”
  “네.”
  “낮잠을 좀 잤으니 그럴 수 있겠네. 그러면 잠깐 이야기라도 할까?”

  어둠 너머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실루엣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트레이너는 소리없이 미소를 지으며 포문을 열었다.

  “오면서 알아보는 사람 꽤 많지 않았어?”
  “아뇨, 금일은 평일이기에 오퍼레이션 시행 간 저를 알아보는 인원은 드물었습니다.”
  “의외네. 그럼 마을에 오고 나서는?”
  “마스터의 친가에 오기 전, 비상보급을 위해 식당을 방문했었습니다. 그곳의 여주인 분이 제 팬이었습니다.”

  의외의 사실에 트레이너는 살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놀랍네. 어느 식당인지 알 거 같은데, 내가 갔을 땐 날 못 알아보더니. 아니, 내가 대외활동을 좀 소홀히 한 건가. 하하.”
  “다음에 한번 그곳으로 동행을 요청합니다.”
  “그럴까? 네가 떠날 때, 거기서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겠네.”

  미호노 부르봉은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밤이 지나면 당분간은 트레이너를 마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다음 만남은 언제가 될까. 다음 주? 혹은 다음 달? 어쩌면 다음 계절이 될 수도 있다.

  위기감, 조바심은 계산이 불가능한 속성을 지녔다. 그저 마음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 불가산의 데이터는 머릿속으로 들어가도, 마음속으로 들어가도 똑같은 작용을 한다.

  오작동하는 기계 마냥 아니, 오히려 멀쩡하게 작동하는 탓일까. 부르봉은 곧장 트레이너의 이부자리에 뛰어들었다.

  “부르봉?”
  “그 식당의 주인 내외분께 고민을 털어놨었습니다. 아직도 어설픈 감정표현과 트레센을 졸업하고 느끼는 공백까지, 새로운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제 모습에, 팬이어도 다소 실망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

  미약한 떨림이 트레이너에게 곧바로 전해진다. 이부자리 안은 우마무스메의 높은 체온으로 약간 후덥지근하다.

  “서투른 표현이라도 마음을 다 하면 어떻게든 전해지고, 단점이라 생각한 부분이 장점으로 다가오는 케이스도 존재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네, 그리고 가끔은 돌아서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 되는 경우가, 살다보면 적지않게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내가 그분들보다 부르봉을 제대로 알지 못했네. 변명거리도 안 떠오른다. 하하...”

  항상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봐오니 알아채지 못했다.
  제멋대로 서로를 강한 사람이라 착각했다.
  멀찍이 앞서가는 뒷모습을 쫓을 뿐이라 생각했다.
  실은 함께라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건데, 서로의 곁을 지키며 나란히 걷고 있었던 건데.

  “죄송합니다. 마스터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제 괴로움만을 우선했습니다.”
  “미안, 자격지심 때문에 부르봉의 고통을 외면하려 했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입을 닫은 듯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린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불이 살짝 들썩인다.

  “그럼 오늘 밤은 고집을 부려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쌍방과실이잖아.”
  “에러코드 토라짐, 항변을 무시하겠습니다.”

  부르봉은 트레이너의 가슴팍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샴푸향과 체취에 정신이 아뜩해진다. 곧바로 귀가 그의 얼굴을 찰싹찰싹 두드리며 무언가를 재촉한다.

  트레이너는 의미도 모른 채, 몸 둘 바를 몰라 팔을 어색하게 이리저리 휘적거렸다.
  부르봉은 입술을 우물거리는지 그의 가슴팍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난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
  “음음... 음...”

  노래라도 부르는듯 콧소리가 계속되는데, 속내는 몰라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온다.

  “자꾸 그러면 손님방으로 도망친다?”
  “사실은 부탁할 게 있었습니다.”

  노래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다. 실은 긴장을 걷어내기 위한 진정작용이었다.
  마음을 정했는데도 입술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마음이 애달프다.

  “에... 예, 우읏...”
  “너무 무리하지마.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탁이면 내일 말해도 되니까.”
  “예뻐해주세요... 안, 안아...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세요. 애호... 해주세요”

  더듬거리며 겨우겨우 완성한 문장, 모순적이지만 바라는 부분만큼은 행여나 오해할까봐 발음이 또박또박하다.
  트레이너는 어안이 벙벙해 입을 벌린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곧 의미를 깨닫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푸흐...흐흡, 흐흐...”

  웃음소리가 새어나오자 부르봉은 이마로 그의 가슴팍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그 소극적인 항의를 받아내며 그녀의 표정을 상상했다. 아마 볼을 부풀린 얼굴이지 않을까.

  첫만남부터 감정이 풍부하다 느꼈었다. 그 색채는 무척이나 강렬해, 무색의 표현으로 덮여도 흐릿하게나마 비쳐보인다.

  미호노 부르봉이 아닌 다른 이에게도 애정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최대한 예쁘게 색을 칠해도 본래 지닌 색을 제대로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지만, 신기하게도 그녀가 내놓은 표현은 애정의 원색을 띄었다.

  “그래, 최선을 다 해볼게.”
  “...네!”

  트레이너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부르봉은 기분이 좋은 듯 그의 품을 파고들며 얼굴을 비빈다.
  그렇게 한동안 애호의 시간이 계속되는데, 삼십 분쯤 지났을까 트레이너는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제 충분해?”
  “연장 부탁드립니다.”

  십 분이 더 지나갔다. 상체를 받친 팔은 감각이 사라진지 오래고 부르봉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그의 체취를 만끽하는 중이다.

  “저, 저기... 한쪽 팔에 감각이 사라졌는데. 이제...”
  “계속, 해주시길, 바랍니다.”
  “...”

  또 십 분이 지나고 트레이너가 부르봉에게 말을 건냈을 땐 그녀는 이미 깊게 잠에 빠졌다.
  그대로 잠에 들고싶지만 자세가 너무 불편했기에, 잠깐 몸을 빼고 다시 이부자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아.’

  온몸을 쇠밧줄로 묶은 것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를 깨닫기 전까진 말이다.

  아침이 왔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그이의 품에서 아침을, 다른 누군가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뻑뻑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나무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트레이너의 모친이 방문을 열었다.

  “예비 신랑님, 좋은 아침~”
  “네, 그런데 저는 약간만 좋은 아침이네요. 그리고 예비 신랑도 아니고요.”

  트레이너는 연신 하품을 하며 이따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세상에나, 밤을 새면서까지...”
  “아니아니아니, 진짜, 진짜로 그건 아녜요.”
  “뭐가 아닌거니? 엄마 아직 별다른 소리 안 했단다.”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에 약이 올라 그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부르봉이 깨어있었으면 서로 주고받고 트레이너를 놀리는 데에 전력을 다 했을 것이다. 그 아찔한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우리 부르봉은 여기 계속 있어?”

  모친의 말을 들으며 그는 연신 뒷머리를 긁었다.
  심호흡도 몇 번하고 눈을 잠시 감았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마음 다 정한 마당에 이런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겠냐만은, 최소한 숙고를 거친 척은 해야되지 않겠는가.

  “일단 부르봉의 양친분께 연락을 드리고 허락을 받아야겠죠.”
  “그럴 줄 알았어. 어제 미리 하면 좋았을 걸 참...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니?”
  “그야...”

  트레이너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부르봉의 눈치를 살폈다. 확실히 잠든 걸 눈어림으로 확인하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도 좋아하니까요. 애호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는 쑥스러운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모친의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성큼성큼 방을 나섰다.

  “아~ 부러워라.”

  모친은 문 손잡이를 잡으며 다시금 부르봉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문을 등진 위치에서 누워있는 모습이다.

  “흠흠...”

  부르봉을 깨우려 한 발짝 나서자 이내 뭔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싱긋 웃는 얼굴로 문을 닫았다.

  “...”

  미호노 부르봉의 목덜미가 새빨갛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애호할 수밖에 없는 색채로 물들어 있다.
  그 색채가 가득한 얼굴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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