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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차이콥스키: 《사계》 (임윤찬)
새롭지만 묵직한 내러티브가 담긴 정교한 연주
2025년 8월 29일, Michael Quinn
임윤찬은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마치 가사가 없는 슈베르트의 가곡 연가곡처럼 접근한다.
차이콥스키가 원래 의도한 달마다의 서정적인 풍경과 단편적 장면들이 아니라, 임은 이 곡을 “한 남자의 생애 마지막 해”를 그린 작품으로 다시 해석한다.
이 설정은 흥미롭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는 귀를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만든다. 임이 해설집에서 제시한 이야기는 개별 곡들이 담아내기에 벅찰 만큼의 디테일과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음악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깊이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18세) 우승을 차지한 임의 이번 해석은, 지난해 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표된 브루스 류의 《사계》 연주를 잇는다. 그 연주는 《가디언》의 앤드루 클레멘츠가 지적했듯 “가짜 진지함이 없는” 해석으로 주목받았다. 임의 연주도 비슷하게 섬세함과 신중함을 함께 지니며, 류와 마찬가지로 원곡에 대한 존중과 뉘앙스를 유지한다.
예후디 메뉴힌 스쿨의 쾌적한 음향에서 실황 녹음된 이번 연주에서, 쇼팽 에튀드 데뷔 음반으로 매력을 드러냈던 뛰어난 기교가 곡 전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장면은 아늑한 난롯가 분위기의 1월로 시작된다. 임윤찬은 따뜻한 상념 속에 몰입하며, 그것은 곧 활기차고 기대감 어린 2월, 그리고 섬세한 장식으로 수놓인 3월로 이어진다. 그는 각 음에 인상적인 정밀함을 불어넣으며, 음악적 달력은 마침내 12월의 이별로 향한다. 다만 이 마지막 장면은 흠잡을 데 없는 연주에도 불구하고, 그의 구상한 소(小)드라마 속에서는 다소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다른 달들에서 더 확실히 구현된다. 전환점인 6월은 ‘이미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사이에서 아련하게 포착된다. 7월에는 약간의 그랑 기뇰(Grand Guignol, 과장된 연극적 표현) 같은 과시가 느껴지고, 이어지는 수확과 사냥의 환희 뒤에는 10월의 ‘가을의 노래’가 찾아오며 다가올 끝을 알리는 차분한 성찰로 이어진다.
임윤찬이 새롭게 덧입힌 이야기는 처음에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복해서 듣다 보면 그의 연주 속에 은근히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분위기와 정서를 창조하는 하나의 실험으로 본다면, 그의 《사계》는 아름답게 구획되어 있으며, 탁월한 기교와 나이를 초월한 감수성으로 가장 섬세하고도 형언하기 힘든 감정들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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