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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7화 해석 중에서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

ㅇㅇ(58.234) 2022.01.05 12:06:12
조회 7845 추천 233 댓글 60
														



어떤 시청자들은 옷소매 마지막화 감상평을 남기면서

정조의 사랑을


'성숙한 남자의 미성숙한 사랑'


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하던데

전체적으로 다들 작품에 애정이 큰 것도 알겠고

엔딩과 같이 이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 주장이 되는 근거를 받아들일 수 없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잘못된 해설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함


그러한 시각과 달리 정조의 사랑은

상대를 얼마든지 함부로 취할 힘이 있으면서도

15년간 상대를 존중하며 기다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전반적으로는 탈인간적으로 성숙한 경지의 기반 위에 있는 사랑임

그리고 덕임과 정조의 사랑이 서툴렀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주로 승은 입기 전 서로 싸울 때까지고

엔딩과 연관이 되는 지점인

덕임이 승은을 입어 의빈이 된 이후부터는

드라마 속 정조의 사랑은 한 씬도 버릴 것 없이

의빈을 우선해서 헤아려주려 애쓰고 배려와 존중이 우선되어있는 사랑이었음

배려를 해주고 싶은데 못해주는 상황이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미안하고 안타까워 했으며

상대의 동의가 없다면 자는 얼굴을 만지지도 못해 허공만 쓰다듬을 정도로 애틋했기에

정조의 사랑은 이미 그 자체로 성숙한 사랑이었음


의빈이 된 이후 이 둘의 사랑을 갈라놓은 것은

성숙한 사랑을 하지 못해서인 이유가 아닌

현실적인 환경에 따른 의무와 책임 그리고 가혹한 불운 때문이었음

영희를 사형시킬 수밖에 없는 예외없는 형법

자식을 낳았는데도 중전을 먼저 챙겨야 하는 궁중 예법

친자식이 죽어도 임금으로서 슬퍼할 수 없고 백성들부터 챙겨야 하는 입장

등등과 같은 현실의 제약 때문이었음


오히려 사랑만 성숙했던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성숙했고 완벽했기 때문에
역으로 사랑에서 탈이 난 것임
이 부분은 미숙하고 모자란 사랑 운운과는 관계 없고
태생적으로 정해진 왕이라는 지위에 따른 운명의 한계이고 장벽임
이미 성숙한 사랑의 자세는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도중에 달성하였고
그 이후의 내려놓음을 통한 진정한 완성을 다루는 것이 이 드라마 엔딩의 주제임

덕임이 의빈이 된 뒤 정조가 덕임에게 유일하게 다그치는 장면도
자식이 죽었다고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 백성들에게도 본이 될 모습이 아니거니와
부디 너와 뱃속의 아이의 생명을 위해서 곡기만은 끊지 말아달라 맘속으로 애원하며
더 큰 성숙함을 바라면서 벌어진 사달임
지나친 성숙함과 현실의 벽이 화근이 된 것임

정조에게 이와 같은 현실적이고 운명적인 제약만 없다면 덕임은

이산이라는 이 남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인 걸 알고 있음

가장 좋은 남자란 가장 성숙한 사랑을 하는 남자임

그렇기 때문에 덕임은

정조가 자신에게 대하는 사랑의 방식의 어떤 부분이 이랬다 저랬다 가타부타하며

미흡한 부분을 서운해 했던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 가슴아파 하면서

현실적인 제약을 다 떼고 필부필부로 서로를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 소망한 것임





특히 어떤 경우에는

덕임이 죽은 후 정조가 경희에게 "내 것이다!"라고 소리치는 걸 봐라

사실 그게 할 말이냐 얼마나 어린애같고 미숙한 것이냐

라며 위의 미숙한 사랑이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경우가 있던데


실은 이 부분은 성숙함, 미숙함과 관계가 없고

성숙한 사랑, 미숙한 사랑과도 관계가 없음



경희에게 소리를 친 부분은

미숙함, 또는 미숙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 전에 정조가 폐인이 안 된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다란 충격과 상처를 받았기 때문임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온 정성을 다 쏟아서 15년 만에 간신히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 사랑이

행복한 시절을 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허망하게 자식들이 연이어 죽고 그 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마저 뱃속의 아이와 함께 죽어버린 것만으로

이미 버틸 수가 없이 크나큰 고통인데

심지어 아내의 마지막 유언이

다음 생에서는 서로 모르는 척 옷깃만 스쳐 지나가자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편인 자신이 아닌 동무들을 찾는 모습인 것을 보고


정조 본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상처와 고통을 받게 됨

본인의 사랑이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했고 올바랐고 직진이었고

상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마음을 줄 수 있는 한도의 끝까지 다하여 통채로 바친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더욱 절실하게 큰 고통으로 돌아오는 것임


그렇게 고통과 충격 속에서 몸부림치며 끝내 잊겠다 다짐하고

또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난 자리에서 풀 한 포기 나지 않도록 건조하게

4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십 수년간의 세월을 보낸 뒤에

경희를 편전에서 독대하게 된 것인데,



의빈에게는 한없이 배려심이 넘치던 정조가

경희에게는 이빨을 드러내고 소리를 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조가 덕임이 아닌 다른 궁녀들에게는

도깨비 동궁이고 호랑이 동궁이었을만큼 차갑고 쌀쌀맞고 그 어떤 정도 주지 않았기 때문임

이건 정조의 성격 자체가 원래부터 궁녀들을 멀리하고 싫어하고

아예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부분임

자기 인생에서 지밀나인이었던 덕임 하나 예외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궁녀들의 존재감이 아예 공기에 가까움

그래서 경희가 제조상궁이 되었음에도 신경도 안 쓰고 살았던 것임

그리고 오직 워커홀릭으로 일에만 눈돌리고 매진하며

덕임의 존재 그 자체마저 잊었다고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고 세뇌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덕임과 관련된 모든 기억이 상처고 고통이고

그렇기에 덕임의 동무였던 궁녀들도 떠올릴 일조차 없었으며

만에 하나 그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덕임의 유언과 바로 직결되어 끔찍한 고통이 되살아나므로

자기 방어기제로써 기억상실에 빠지듯

덕임의 동무인 궁녀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임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기억이었기 때문에 다 덮고 한동안 티끌조차도 끄집어내지 않았던 것임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 말년에 우연히 장용영 훈련에서

덕임의 조카의 얼굴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덕임의 기억이 되살아나 별당에 들르고

'내가 사랑을 했었던 좋은 시절의 추억도 있었지' 하고 곱씹으며

궁에 돌아와서도 실로 십수 년 만에 덕임의 흔적을 찾으려 했는데


눈앞에 성격 까칠하고 기쎄고 정조에게 원망이 있는 경희가 나옴

잊고 살던 '덕임에게 친구가 있었다'는 기억이 살살 되살아남

그래도 아직까진 그 기억이 불러낼 결과를 모르는 채로

더듬더듬 '아 그래... 친구가 있었더랬어' 하며 기억을 되찾고 있는데


대뜸 경희가 언중유골을 꾹꾹 눌러담아서

너 덕임이 잊고 잘 사는 줄 알았다 아닌가 보구나 그래 못 잊겠지?

어떻게 세상에 잊을 사람이 없어서 니가 그동안 덕임이를 잊고 살 수가 있냐

넌 이 긴 세월 간 잊고 살았겠지만 난 아니란다 덕임이를 잊고 버린 넌 지금 니 꼴처럼 앞으로도 홀로 남겨지겠지만 난 아냐

난 혼자도 아니고 외롭지도 않고

덕임이는 죽어서 우리들과 만나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다

라고 사정없이 속을 박박 파헤쳐서 긁어대니



십수 년간 묻어두려고 애썼던 상처가

한꺼번에 파도가 덮치듯이 되살아나서 피가 철철 흐르듯이 생생하게 다시 찾아온 것임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너는 죽어서도 덕임이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쐐기를 박은 거임


그래서 그 비참함 속에서 불에 데여 발작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떻게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정하고 반박해서 거부하려고 한 거임

표면적으로는 남한테 화를 내는 것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향해 울부짖고 있는 것임


이건 애같은 유치함과 미성숙함이 아니라

아무리 성숙한 사랑을 한 사람이고

아무리 성인이나 도인에 근접한 성숙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버틸 수가 없이 무너지는

밑바닥 속 절규임

인간 가장 약한 곳의 고통이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난 상처이고

이것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도 버틸 수도 없는 인지상정이므로

성숙함의 여부와 무관함

이를 단순한 소유권의 주장이며 애같이 화내는 것으로 본다는 것은

그냥 겉면만 보는 것임


"의빈은 내 사람이다! 내 것이야! 왜 너희들에게 간다는 것이냐!"

는 말이 겉으로는 애들과 다름없이 유치해 보일지는 몰라도

이것은 그만큼 지고한 경지에 이르는 성숙한 사랑을 해놓고도

자식 하나 남기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사랑을 잔인한 현실 앞에 송두리채 빼앗기고 잃어버린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홀로 남겨진 자가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몸부림인 것이고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외치는 절망 속의 비명인 것임


심지어 덕임의 임종 때 그 자리에는 왕인 자신 한 명 밖에 없었는데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고 덕임이 자신보다 본인들을 더 찾았다는 사실 여부도 제대로 모르는 동무(자신은 신경도 안 쓰고 살았던 일개 궁녀)가

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자기 눈앞에서 그때의 덕임과 완전히 똑같은 견고한 유대를 보임

자신이 덕임을 세상에 둘도 없이 그토록 극진한 마음으로 진실되게 사랑했었는데도

덕임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시간과 자세까지 통틀어 지금 눈 앞에

자신보다도 더 덕임을 많이 생각하고 가깝게 묶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을 보게 된 것이니

그간 억누르며 참아온 막심한 상처와 상실감에 이어

덕임의 마음 속에서 나는 이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조금의 틈도 없었던 것인가 하는 좌절과 소외감까지 더해져

더 이상 아무리 참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된 것임

그래서 처음 사랑의 결실을 이뤘을 두 번 다시 뺏기지 않겠다 한 다짐만을 지푸라기 붙잡듯 매달린 것이고

겉으로는 엄하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더라도 이는 군왕의 무너진 모습인 것임


그렇게 예상보다 훨씬 더 격하게 분통을 터트리는 정조의 모습을 보고

그동안 정조가 의빈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는 못마땅한 꼴을

제조상궁이라 못해도 수 년간 이상

그 긴 시간 동안 매일매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온갖 섭섭함과 울분이 가득 쌓여왔을 터인 경희도

왕이 여전히 조금도 의빈을 잊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그제서야

원망 속에서 어떠한 안심과 앙금이 녹는 위로를 받는 양가감정을 느끼게 된 것임

굳이 눈빛을 완전히 숨기지 않고 왕을 자극해서

기어이 지존이 동요하는 모습을 제손으로 받아내면서라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고

아무튼 그런 식으로 서로가 겉보기엔 원초적이어 보이는 방식으로 부딪치지만 속으로는

전혀 애들같은 단순한 감정만으로 장면을 채워놓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뜻임

그러한 말로 서로의 멱살을 쥐는 쌈박질 이후에

경희는 자신이 원망했던 정조에게서 그간의 진심을 보고 위로를 받은만큼

자신 또한 정조에게 의빈의 유품을 건네주며

정조가 덕임을 향해 품고 있는 불안을 위로해주는 모습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임



이 부분을 어떤 이들은

주변에서 맞춰주는 것을 받고만 산 사람은 남을 설득할 필요가 없는 삶이다

왕이면 오죽했겠는가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애처럼 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조대왕께서도 무척 성숙한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애같음이 있으신 부분이다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정조가 설득을 하는 위치에서 대소신료들을 매일 설득해야 함을 인정하면서
설득은 훈련으로 느는 능력임을 알면서
사랑은 별개로 분리해서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고 파악하는 것은 모순임
어떤 부분이든 남들을 설득해야 목숨이 살아남는 자리에서 치열하게 설득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설득의 능력은 배양되어 있고
이는 사랑에서도 상당부분 적용됨
작중 최후반부에서 보인 정조의 사랑의 태도를 스스로에게서 기인된 문제점이 있다고 보면 작품 주제와 맞지 않음
현실에서 짊어진 놓을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완전히 사랑에 자신을 100%까지 다 바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임
그래서 덕임은 자신이 전부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왕인 상대가 자신을 전부 사랑해줄 수는 없었음을 알았기에
자기를 지탱할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
스스로가 왕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절대로 왕이 쉽사리 그 마음을 알 수 없도록 허세를 부렸던 것임

다른 부분은 대충 그러려니 해도

17화 해석에서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어서 글을 씀

너무 편의적으로
남자는 다 애같다 그래 아무리 정조대왕님이라도 어쩔 수 없는 애같은 남자의 면모가 있구나
하는 기울어진 시선을 성급하게 대입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함

다시 말하지만 덕임은 정조의 사랑이 이보다 더 성숙해지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제약과 운명의 장벽이 없었음을 간절히 원했음


본인은 참고로 그러한 해석을 하는 시청자들이 있더라도

싫어할 이유도 없거니와 아무런 미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알림ㅇㅇ

그냥 내 의견은 이렇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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