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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하얀 결혼(2)

태지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30 17:14:47
조회 736 추천 14 댓글 5
														

1편: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1166458


화분 놓을래?”

갑자기?”

그냥 키우고 싶어서.”

잘 키울 수 있으려나.”


너는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으나 그 목소리는 물을 먹지 못 해 말라비틀어진 식물보다도 건조했다. 지하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괴물 대부분은 화분이라던가 식물을 키우는 것에 익숙지 못 하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식물은 생각보다 섬세했으니까. 온도, 영양, , , 햇빛.... 뭐 하나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 하면 어김없이 죽어버리는 것이,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샌즈는 뭐가 좋아?”

물 오랫동안 안 줘도 사는 거.”


지하에서 사는 식물은 극히 일부였다. 결계 부근에서 사는 노란 꽃, 워터폴에 핀 이끼, 메아리 꽃, 선인장, 물풀 등. 대부분 지독할 만큼 강하고 끈질긴 것들 뿐. 결계가 깨질 때까지 버틴 괴물과도 퍽이나 닮은 것들이었고, 그런 지독함 때문인지 몇 몇 괴물은 자신의 고향에서 자라는 식물을 매우 싫어한다고 들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 회피.


꽃 키우고 싶어. 화사한 걸로.”


너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빗었다. 빗질에 고운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바닥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곡선의 갈색이 노을에 져 금실처럼 반짝거린다.


그렇게 하지 뭐.”

물 잊지 말아줘.”

뼈가 빠개지도록 외울게.”


함께 꽃집으로 향한다. 우리가 신혼집을 마련한 곳은 꽤 조용한 곳으로, 요즘 세상에 카드 리더기가 그닥 쓰이지 않는 가게가 태반인 곳이었다. 팻말에는 오래전 사멸한 언어가 쓰여 있고 페인트칠은 벗겨지다 못 해 사라져 앙상한 철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도심으로 나간 탓에, 이곳은 조용한 정도를 넘어 썩기 위해 이끼와 흙 속에 파묻혀가는 중이라 봐도 될 만큼 스산했다.


-”


그만큼 외진 곳이라 괴물에 대해 익숙치않은 사람이 많았다.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분의 어르신을 놀래키는 업적을 달성했으니. 놀라신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려 했다. 해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었더니 기어코 울어버린 탓에, 결국 쫓기듯 걸음을 빨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너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상쾌하게 대답하며 부는 바람처럼 가볍기 짝이 없다.

꽃집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농기구나 농약 따위를 좀 더 취급하는 가게 앞에 도착한다. 너는 팬지꽃과 투박한 화분, 모종삽 따위를 사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딱히 할 것도 없어 네가 뭘 고르는지 지켜본다.


샌즈는 키우고 싶은 거 없어?”

토마토 키우면 유기농 100% 케첩을 먹을 수 있으려나?”

방울토마토로 타협하면 안 될까?”

안 될 게 있어?”


반쯤 장난으로 말했는데 너는 방울토마토 씨앗과 긴 화분도 함께 구매한다. ....진짜로 케첩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벌써부터 밀려오는 귀찮음에 머리 뒤를 박박 긁는데, 바깥에 걸려있는 조롱박 바가지를 긁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영 이상하다.


아가씨, 저 해골은 그 모, 몬스터? 맞슴까?”

, 맞아요.”

참말로 익질 않아. 무덤 해쳐졌다고 놀라는 분도 계시고 말이지.”


흙이랑 이끼 묻히고 돌아다녀보면 볼 만 하겠군. 물론 그 후로 씻을 생각을 하면 귀찮기 짝이 없지만. 너는 거스름돈을 받은 뒤 짐을 들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 짐이라도 넘겨주려나 싶어 손을 내밀었는데 너는 가볍게 손을 잡는다.


짐은?”

괜찮아, 안 무거워.”


그러면 손은 잡지 않아도 될 텐데. 너는 쿠쿠쿠- 하고 작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잡은 채 걸어갔다. 그래봤자 남들 보기엔 어린 애를 데려가는 엄마 정도로 볼 테지. 잡은 손은 약간 말랑말랑하고 차가워, 굳기 전의 석고 덩어리 같기도 했다.

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당으로 다시 나갔다. 그리고 화분을 꺼내 거기에 가져온 배양토를 심고, 씨앗을 쿡쿡 찔러 넣은 뒤 가볍게 덮어 물을 뿌렸다. 일곱 개의 팬지 화분과 방울토마토 화분이 마당 구석에 새로 자리를 잡는다.


왠지 지하 연구소가 떠오르네.”


가벼운 네 말에 과거의 풍경이 휘감아 올라온다. 형광등이 나간 어둠과 흐릿한 안개 속에서 노란꽃은 만개하고 있었다. 너는 그것을 차례차례 쓸어내리며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도 여전히 그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꽃을 부쳐서 먹기도 했대.”

한 번 해 먹을래?”

봐서?”


너는 몇 번이나 꽃에 물주는 걸 잊지 말라 했지만 그 약속은 오래 갈 수 없었다. 싹이 나자마자 근처 사는 새들이 싹을 먹어버린 걸로도 모자라 난장판을 피운 탓에 화분이 깨져버렸으니까. 살아남은 방울토마토는 그럭저럭 자랐지만 이번에는 고양이인지 새인지 모를 습격자에 의해 수확하는 보람도 없이 전부 털리고 말았다.


다 털렸네.”


내가 할 대사를 가로채며 너는 엎어진 흙을 삽으로 툭툭 건드렸다. 너는 요만큼도 눈썹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 턱을 괸 채 잡초 위를 기어가는 무당벌레를 바라봤다.


어떻게 할까.”

실내에서 키워보던가.”

샌즈가 물주는 거 잊어버리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며 너는 삽을 꽂았다. 잡초의 허리가 끊어지면서, 무당벌레가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붉은 점이 잠깐 파란 하늘에 피어올랐다 이내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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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라던가 기본적인 뼈대는 정해져있는데, 다른 거 하다보니 못 쓴다.

그냥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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