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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가스터가 뼈부숨이인 소설

ㅃㅂㅎ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4.01 16:13:27
조회 11964 추천 113 댓글 27
														

저자: burawando

원제: Stay Still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155760


가만 있어

  “아주 간단한 실험이야. 자넨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 있기만 하면 돼.”


  목덜미에 입김이 닿도록 가까이서 속삭이는 소리. 오싹한 전율이 샌즈의 등골을 훑어 내린다.


  떨리는 팔다리가 팽팽히 당겨진다. 튕겨지길 기다리는 악기의 현과도 같다. 가느다란 뼈들을 붙잡고 매만지는 손길은 과연 악공의 연주에 견줄 만하다. 오늘의 마법은 파르스름한 빛을 내며 진동하고, 즐겨 쓰던 검고 미끈거리는 것들은 가스터의 불완전한 형상에 갈무리된 채로 꿈틀대고 흐물대고 뚝뚝 듣는다. 푸른 쪽은 ‘움직이지 않으면 다치지 않는’ 그 흔해빠진 공격이다. 전신을 휘감고 옥죄는 마법이 일정한 간격으로 맥동할 때마다 폭풍우 치기 전 날씨처럼 묵직하게 뼈가 저리다.


  파란 덩어리가 흉곽 안쪽을 파고들어 빠듯이 채운다. 온전한 물질이 아니기에 단단한 뼈를 그냥 통과해 버리기도 하지만, 뼈를 구속하는 촉감과 압박감은 틀림없는 실제다. 또 미끄러운 촉수 같은 것이 목뼈 마디마디를 실로폰 건반처럼 톡톡 두드리고, 그것이 오르내린 자리마다 눅진한 점액이 치덕치덕 들러붙는다.


  아무 것도 안 하기가 더 어렵다니 기가 막힌다. 가스터의 푸른 촉각이 뼛속으로 뼈 사이로 온몸을 지분대고 쥐어대나 미동조차 하지 못한다. 움직이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되새기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가스터가 샌즈의 두 다리를 서서히 벌린다. 샌즈는 몸서리가 난다.


  “간단한 실험이라고— 윽.”


  입을 최소한으로만 움직이려 했지만, 가차 없다. 그 잠깐마저 불에 덴 듯이 아프다. 몸부림칠 뻔하다가 겨우 참는다. 뼈를 쿡쿡 찌르는 아픔이 남아 제동을 걸었다. 가스터는 즐거운 듯 쿡쿡 웃으며, 긴 손가락 하나를 들어 샌즈의 입을 꾹 누르고, 나머지 손가락들로는 뺨과 턱을 쓰다듬는다.


  “쉿. 말해 봤자 자네만 다쳐. 정말이지 지능이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니깐.”


  샌즈는 대꾸하지 못하고 이를 악문다. 앞니를 누르는 손가락을 콱 깨물어 버리고 싶지만 그것조차 움직인 걸로 통할 게 뻔하다. 꽉 다문 잇새로 한숨을 내쉬며, 눈을 꾹 감고, 손발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더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려는데, 또 다른 촉수가 몸을 침범한다. 느리고 은근하나 이것은 이것대로 괴롭다. 입맞추듯 보드랍게 뺨을 간질이다가, 서서히 목을 타고 내려가서 쇄골을 더듬고, 이미 꽉 찬 갈비뼈 안쪽을 조금씩 조금씩 더 비집고 든다. 깃털로 간질이듯 나긋나긋한 애무가 이어지자, 미처 억누르지 못한 신음이 새고, 동그란 뺨이 점점 더 파르라니 달아오른다.


  샌즈의 얼굴에 선연한 물빛마저 드리우나 싶더니, 시퍼런 뼛날들이 허공에 생겨난다. 꼿꼿하고 칙칙한 가스터의 풍채만은 그 빛을 반사하지 않고 도리어 빨아들이는 것 같다.


  예리한 뼈들이 일사불란하게 늘어서서 샌즈를 겨냥하다 가스터가 손가락을 튕기자 쏜살같이 내리꽂힌다.


  피하면 안 돼.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말을 듣게 하기가 지독하게 어렵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저도 모르는 새 숨도 참고 있다가, 뼈들이 무사히 통과하고 근질거리는 감촉만 남자 비로소 마음 놓고 한숨을 쉰다.


  “잘 했어.”


  가스터는 축축한 이마를 기특하단 듯이 쓸어내린다. 얼굴 여기저기 땀이 맺히고, 잇새로 고인 침이 흘러내린다. 이런 꼴을 보이기 수치스럽지만 땀이든 침이든 닦을 수 없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샌즈의 뼈들은 부들부들 떨리다 못해 서로 닿아 딱딱거린다. 가스터는 또 큭큭대며 웃는다. 제겐 목숨이 걸렸으나 상대에겐 여흥거리에 불과하단 사실이 무엇보다 치욕스럽다. 끓는 속을 누르며 다시 이를 악문다.


  “자넨 참으려고 애쓸 때가 특히 귀여워. 이 점은 높이 평가하고 있지.”


  가스터는 샌즈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구멍 난 손을 골반에 집어넣는다. 손 닿는 데선 마법을 조금씩 거둬 가며, 양 손으로 원을 덧그리듯 골반 안쪽 면을 살살 쓰다듬는다. 샌즈는 헉 하고 숨을 들이킨다.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젖혀 버렸지만 가스터가 뒤에서 껴안고 있어 ‘움직이진’ 못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뭔가 좋다. 좋아서 소리라도 지를 것 같다.


  “으윽…….”


  뼈를 움킨 마법이 한층 조여들자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손발을 가누기 어렵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꼬고 싶다. 떨리는 손을 말아쥐고 싶다. 이를 앙다물고 버틴다.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푸른 마법에 닿은 채 움직였다가는 어떻게 될지 ‘뼈아프게’ 잘 알고 있다. 방금 같은 아픔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짐짓 자상한 웃음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열심히 노력하는군. 훌륭해.”


  톡. 샌즈의 광대뼈에 가스터의 입이 닿는다.


  “자네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게 되어서 대단히 보람차다네.”


  가스터는 여전히 샌즈의 뺨에 입을 댄 채 말을 이으며, 손으로는 샌즈의 골반 가장 아래쪽을 지그시 문지른다. 샌즈는 고개를 비틀 뻔하지만 이번에도 따끔한 통증이 오자 그대로 멈추고 바짝 숨을 죽인다.


  “그런데…… 이건 어떨까?”


  몸 속을 가득 메우고 꿈틀거리던 푸른 마법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지만, 한순간이다. 눈만 굴려서는 보일 듯 말 듯한 골반 구멍 밑으로 굵은 촉수들이 더 나타난다. 공포와 기대가 뒤섞인다.


  가스터가 손을 젓자, 그것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골반 구석구석 파고들고 등골을 휘감고 뼈마디를 메우고 갈비뼈에 들어차고 그 중 한 가닥은 목뼈 따라 머리뼈로 파고들어 마법 눈을 헤집다가 하얀 눈동자를 속에서부터 꿰뚫고 눈구멍 밖으로 뻗어 나간다. 푸른 마법이 세찬 폭포처럼 거침없이 온 뼈를 집어삼킨다. 터질 것 같다. 끝의 끝까지 꽉꽉 차서 쏟아질 것 같다. 너무 놀랍고 버겁고 힘겹기에 더 이상은 감당 못 하고—


  몸부림친다.


  토악질 같은 비명, 뼈가 으스러지는 파열음, 때를 만난 마법이 날뛰는 소음, 그것들이 한데 섞여 이루는 불협화음. 치밀한 계획 없인 결코 지어내지 못했을 조화로운 선율. 전신을 산산이 부수고도 먼지로 전락시키진 않을, 정확하고 완벽한 훼손. 오로지 가스터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 느긋하게 손을 저어 작품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마법을 거둔다. 질척한 촉수들이 찰박찰박 빠져나가자 녀석은 숨막히는 듯한 신음을 낸다. 무릎이 꺾이고 앞으로 허물어진다. 실 끊긴 인형 같군. 떠오른 비유가 마음에 들어 웃음이 난다.


  샌즈는 바들바들 떨며 앉으려 한다. 날카롭게 부러진 뼛조각들이 엉망으로 뒤틀린다. 검고 푸른 점액을 줄줄 흘리며,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며, 휘청이고 비틀거린다. 심한 고통을 견뎌 보려 하는지 손으로 바닥을 긁다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가 갖은 애를 쓴다. 두 눈동자엔 완전히 빛이 죽었고, 촉수가 튀어나온 눈구멍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머리뼈에 금이 갔다. 떨리는 이가 딱딱 맞부딪고, 웃는 입매는 여전하지만 아픔에 겨워 일그러져 있다. 몸과 얼굴을 가리지 않고 점액과 땀방울이 섞여 흐른다. 윗몸을 웅크리고 땅에 처박힌 얼굴을 움찔거린다. 미처 다 눌러담지 못한 흐느낌이 새어 나온다. 바닥에서 덜덜 떠는 샌즈 위로 나른한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샌즈, 샌즈, 샌즈. 우리 귀여운 샌즈 군. 내 자네한테 거는 기대가 이만저만 아니란 거, 알아 줬으면 해.”


  “가, 가슷—”


  괴로워서 목이 메고 소리가 갈라진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보아도 가스터의 발치에 닿지 못한다.


  “……개새끼.”


  가스터는 우아하게 입을 가리고 어깨만 달싹이며 소리 죽여 웃더니, 언제나처럼 느긋하고 독특한 동작으로 다가앉아 샌즈의 척추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가만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잖아. 설마 그 정도도 못 할 줄이야. 좀 실망했어.”


  또다시 킥킥대는 웃음 소리. 샌즈는 땀에 절은 손으로 가스터의 소매를 움켜잡는다. 그 와중에 뭘로 된 옷인지 감촉이 희한하다. 온몸 뼈마디가 끊어질 듯한 통증 대신에, 그 소매를 쥐는 것에만 온 정신을 집중한다.


  “당신 때문이잖아.”


  가스터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샌즈를 쳐다보고는, 보란 듯이 자기 가슴에 손을 얹는다.


  “나 때문이라……?”


  샌즈는 뭐가 또 날아올 것 같아 두 눈을 꽉 감는다.


  하나 그저 엎어진 자세에서 바로 눕혀졌다가, 가스터의 품에 끌려간다. 그러면서도 소매를 쥔 손은 끝까지 놓지 않는다.


  “내 잘못도 없진 않겠지. 내가 좀 급했는지도 몰라. 좀 설렜지. 얼마만큼 힘을 써야 너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그게 궁금했거든.”


  가스터는 만신창이 되어 벌벌 떠는 몸을 한 팔로만 껴안고, 반대쪽 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부드러이 어루만진다. 부서지고 금간 머리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들을 손가락 끝으로 더듬다 보니 조그맣고 복잡한 무늬가 그려져 간다.


  샌즈는 고통에 못 이겨 정신을 잃고, 가스터는 빙긋이 미소 짓는다.












[만우대회] 이런! 가스터가 뼈부숨이인 소설이었다!

빌미(가스터가 뼈박이인 소설)의 가스터는 촉수가 없어.
3편은 '아직'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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