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 출처 및 원 아이디어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89301 (언갤럼 양봉핫산)
중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96384&page=1&search_pos=&s_type=search_name&s_keyword=...
하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96386&page=1&search_pos=&s_type=search_name&s_keyword=...
꽃은, 생각보다 일찍 피고 일찍 지고 있었다.
샛노란 개나리도, 보라색 진달래도, 분홍색 벚꽃도. 일찍 피어난 꽃들은 벌써 땅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꽃들이 피어 봄을 물들였으며, 봄의 마지막을 알릴 꽃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물방울 모양의 방에서 마지막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샌즈와 프리스크는 그런 꽃들이 잘 보이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봄치고는 조금 뜨겁게 느껴지는 태양에 프리스크는 입고 있던 상아색 카디건을 벗어 작게 개어 자신의 왼편에 놓았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샌즈에게 덥지 않냐고 물어봤고, 샌즈는 가볍게 웃으며 뼈는 피부가 없어서 더위를 못 느낀다고 농담을 했다.
프리스크는 손을 가볍게 말아쥐고 입가로 가져가 쿡쿡 웃고는 손을 무릎 위에 가볍게 올려두었다.
그 순간,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은 그들이 앉아있는 벤치 위에 있는 하얀 꽃을 피운 나뭇가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지나갔다.
나뭇가지는 짧은 만남의 선물로 바람에게 하얀 꽃잎들을 나누어주었고, 바람은 나그네에게 이런 선물은 과분하다며 그들의 꽃에서 향기만 받고 꽃잎은 다시 땅에 나누어주었다.
새하얀 꽃잎들과의 만남을 마친 바람은 벤치에 앉아있는 둘에게로 다가왔고, 그들의 머리카락과 옷을 가지고 놀았다.
부드러운 바람의 웃음이 귓가에 맴돌았고, 바람은 놀이의 대가로 적당한 시원함과 향긋한 꽃내음, 약간의 꽃잎을 놓고 푸른 하늘로 날아갔다.
프리스크는 바람이 두고 간 꽃잎 하나를 검지와 엄지로 살짝 집어 눈앞으로 가져와 그걸 살펴봤다.
잠시 꽃잎을 바라보던 프리스크는 두 눈을 감고 꽃잎을 코 아래로 가져와 꽃의 향기를 맡았다.
냄새를 맡은 프리스크는 꽃을 손바닥 위에 올리고 가볍게 입김을 불어 그걸 날려 보냈다.
샌즈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프리스크는 샌즈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샌즈에게 예의 그 미소를 지어주었다.
"꽃이 참 아름답지 않아?"
샌즈는 갑작스러운 프리스크의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샌즈의 대답을 듣는 대신 말을 이어갔다.
"난 이맘때가 제일 좋아. 가만히 앉아 따뜻한 햇볕을 느끼면서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꽃향기를 맡을 수 있거든."
"헤... 너 답네. 꼬맹이."
프리스크는 샌즈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렇게 꽃잎이 날리면, 꼭 봄을 온몸으로 맞는 것 같아."
"그래."
"샌즈는 별로인가 봐?"
무뚝뚝한 샌즈의 말에 프리스크가 물어봤다.
샌즈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꽃들이 다 져버린 나뭇가지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나도 봄은 좋은데, 내 눈에는 꽃잎이 다 져버린 앙상한 나뭇가지가 먼저 보이거든."
프리스크는 샌즈의 말을 듣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하긴, 목련이 빨리 지긴 하지. 그래도 샌즈, 우리 앞에 있는 풀들을 봐."
프리스크의 말에 샌즈는 앞에 있는 관목을 바라봤다.
관목 위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하얀 꽃잎들이 여기저기 매달려있었다.
"저 관목들은 꽃을 피우지 않는 것들이잖아. 우리 옆에 있는 이 나무도 그걸 알고 자신의 꽃잎을 나눠주는 거 아닐까?"
이번엔 샌즈가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샌즈가 보기에는 그저 너저분하게 매달려있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았지만.
그 후 둘은 말없이 벤치에 앉아 따뜻한 봄날을 느꼈다.
그러다 한 번 더 바람이 불었고, 또다시 나무는 하얀 꽃 비를 뿌렸다.
프리스크는 그 비를 맞으며 카디건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샌즈에게 돌아가자고 말했고, 샌즈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프리스크는 자신보다 작은 샌즈의 보폭에 맞추어 걸어갔고, 샌즈는 프리스크를 배려해 평소보다 약간 빨리 걸었다.
그러다 프리스크가 노란 개나리들 사이에 하얀 꽃이 핀 작은 나무들을 보고 멈춰서자 샌즈도 프리스크를 따라 멈췄다.
샌즈의 키보다 약간 작은 나무에는 작은 하얀 꽃잎들이 연녹색 꽃받침에 매달려 잔뜩 피어있었다.
프리스크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눈을 감고 꽃의 향기를 맡았고,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냄새 좋다. 샌즈, 이 꽃이 뭔지 알아?"
"글쎄? 개나리인가?"
"아니, 이건 미선나무야. 개나리랑 비슷하긴 하지만, 전혀 다른 나무야."
"그래?"
프리스크는 손을 뻗어 꽃이 핀 나뭇가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나무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갔다.
프리스크는 나뭇가지를 흔드는 걸 멈추고 손을 움직여 부드럽고 작은 꽃잎들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개나리는 향기가 없는데, 이건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거든."
"그렇네."
"응. 하얀 꽃 말고 드물게 분홍색 꽃이 피기도 하는데, 정말 예뻐. 그리고 무엇보다 꽃말이 정말 좋아."
"꽃말이 뭔..."
띠리리릭-
샌즈가 물어보려던 순간, 샌즈의 핸드폰이 울렸다.
샌즈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고, 프리스크는 다시 꽃에 시선을 돌리고 꽃들을 감상했다.
전화기 너머로 파피루스와 언다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샌즈는 뼈개그와 짧은 대답들을 했다.
전화를 끊은 샌즈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다음 프리스크에게 말했다.
"미안, 꼬맹아. 집에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아."
"괜찮아. 먼저 가봐. 나도 할 일이 있거든."
"그런 것치고는 여유가 넘쳐 보이던데?"
"응. 마지막으로 샌즈랑 이렇게 대화하고 싶었어."
"나랑?"
샌즈가 의아해하며 되물었지만, 프리스크는 평소의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샌즈는 뭔가 찝찝했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 프리스크와 인사를 하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날 이후, 샌즈는 프리스크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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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스노우딘의 끝자락에 있는 문 앞에 멈춰 섰다.
가끔씩 그는 막 꿈에서 깬 듯한 몽롱함을 느끼곤 했다.
그럴 때면 항상 그는 자기 동생이 오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감정을 추슬렀다.
가장 최근 발견한 곳은 이 문 앞으로, 예전엔 수도로 썼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버려진 지 꽤나 오래된 문이었다.
이곳에서 샌즈는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을 두들기며 혼자서 실없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 건너에서 대답이 들려왔고, 그 목소리와 샌즈는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이날도 샌즈는 평소와 같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평상시와 같은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는 친절함과 상냥함, 그리고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이 담겨있었다.
샌즈는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었다.
"해골입니다."
"어떤 해골인데요?"
"'헤헤' 웃는 '해'골이요."
문은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웃음소리를 공연비로 냈다.
샌즈는 자신의 개그에 진심으로 웃어주는 이 목소리에 감사함을 느끼며 인사를 건넸다.
"요즘 어때요?"
"나쁘지 않아요. 정말 기쁜 일도 있었는걸요?"
"오, 실례가 아니라면, 저도 그 기쁜 일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샌즈가 가볍게 물어봤지만, 안에선 답이 없었다.
하지만 문 너머로 목소리가 갈등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샌즈는 질문을 거둬들였다.
"부담되면 말 안 해도 돼요. 누구나 자기만의 기쁨이 있는 법이니까."
"...고마워요."
목소리는 약간의 미안한 감정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샌즈는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일하러 갈 시간이어서요."
"잠깐만요!"
샌즈가 뒤돌아 가려고 할 때, 목소리가 샌즈를 붙잡았다.
"저기, 혹시 가능하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말해 봐요."
"어쩌면... 인간 아이가 이 문을 열고 나갈지도 몰라요."
샌즈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샌즈의 모습을 봤을 리가 없는 목소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만약 인간이 이 문 너머로 나온다면..."
"..."
문 너머로 망설이는 목소리가 보이는 듯했다.
"...제발, 제발 하나만 약속해 줄 수 있어요? 인간을 지켜봐 주고, 보호해주겠어요?"
"..."
"제발요."
샌즈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불편한 침묵이 문을 사이에 두고 이어졌고, 마침내 샌즈는 입을 열었다.
"헤...이것 참, '골'때리는 부탁이네요."
"미안해요. 하지만 부탁할만한 괴물이 당신밖엔 없네요."
샌즈는 분위기를 환기해보려 농담을 했지만, 목소리는 그 농담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다시 어설픈 침묵.
이번엔 목소리가 먼저 침묵을 깼다.
"아이를 지켜준다고... 약속해주시겠어요? 친구."
샌즈는 친구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녀는 친구였다. 하나밖에 없는.
얼굴도, 이름도, 어떤 괴물인지도 모르지만, 농담을 주고받으며 진심으로 웃어주는 친구.
샌즈는 마침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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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에엑! 형! 양말 또 안 치웠지!"
"미안, 다음번엔 꼭 바로 치울게."
"그 말만 몇 번째인지는 알아?"
"음... 한 '골'백번?"
"녜에에엑!"
파피루스는 샌즈에게 소리 질렀고, 샌즈는 파피루스의 스파게티를 입에 넣었다.
파피루스의 스파게티는 이제 순수하게 맛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발전해있었다.
프리스크가 사라진 후에도, 시간은 흘렀다.
괴물들은 프리스크가 사라진 그 날부터 프리스크를 사방으로 찾아다녔다.
토리엘은 말할 것도 없었고, 프리스크와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는 괴물들은 모두 프리스크를 찾았다.
인간들도 프리스크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거나, 메타톤의 팬이거나, 아니면 프리스크를 찾아주는 사람에게 주는 사례금을 받기 위해서 다들 프리스크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1년이 지나자, 적극적으로 프리스크를 찾는 괴물들이나 사람들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갔다.
1년이 지나자 프리스크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괴물들과 사람들은 프리스크를 찾는 걸 그만두었다.
거기서 또 1년이 지나자, 프리스크를 찾는 인원은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프리스크가 사라지고 3년이 지났을 땐, 토리엘 만이 프리스크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거기서 2년이 더 흐르자, 결국 토리엘 마저 프리스크를 찾는 걸 포기했다.
하지만 샌즈는, 아직도 프리스크가 사라졌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프리스크가 다시 나타나 자신의 일상을 시작할 것만 같았다.
아니면, 진짜로 '아무 일도 없는' 시간에 나타나거나.
아침을 다 먹은 샌즈는 양말은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집에서 나와 매장에서 핫도그를 만들고 있었다.
샌즈가 핫도그를 다섯 개 정도 만들었을 때, 오늘의 첫 손님이 나타났다.
"아저씨."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헷갈리는 목소리와 외모를 가진 아이가 샌즈에게 말을 걸었다.
"왜?"
"핫도그 하나 주세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샌즈에게 돈을 내밀었다.
샌즈는 그 아이를 보다가 핫도그 하나를 집어 아이에게 내밀었다.
"그냥 가져가."
"어...그..."
"괜찮아."
샌즈가 핫도그를 좀 더 내밀자, 아이는 핫도그를 받아들긴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표정으로 우물쭈물했다.
"그...학교에서 물건 살 땐 돈을 내야 한다고..."
"그건 내가 '골'드로 사는 거야. 그러니 부담 말고 먹어도 된다고."
샌즈가 윙크하며 말하자 그제야 아이는 고맙다며 핫도그를 먹으며 종종걸음으로 멀어졌다.
아이가 멀어지는 걸 바라보던 샌즈는 핫도그를 더 만들다가 모든 재료를 내려놓고 영업 끝 팻말을 올려놓았다.
그리곤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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