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 출처 및 원 아이디어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89301 (언갤럼 양봉핫산)
상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96377&page=1&search_pos=&s_type=search_name&s_keyword=...
하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96386&page=1&search_pos=&s_type=search_name&s_keyword=...
샌즈는 스노우딘의 초소에서 눈을 떴다.
눈을 뜬 샌즈는 얼빠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 그의 눈에 멀리서 달려오는 파피루스의 모습이 보였다.
파피루스는 프리스크가 사라진 후로 입은 적이 없는 그의 '전투용 코스튬'을 입고 달려오고 있었다.
오, 안돼. 이럴 순 없어.
샌즈는 지금 일어난 일을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샌즈에게 다가온 파피루스가 입을 열었다.
녜헤헤! 샌즈! 이 위대한 파피루스가 인간을 잡기 위한 함정을 완성시켰어!
이젠 인간만 오면 돼.
이젠 인간만 오면 돼!
인간을 발견하면 알려줘.
인간을 발견하면 알려줘!
샌즈의 말을 똑같이 따라 한 파피루스는 자신이 왔던 길을 따라 그대로 거슬러 뛰어갔다.
샌즈는 파피루스가 사라지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 쪽으로 달려갔다.
나무다리를 건너고, 길가에 놓인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고 나자 폐허의 문이 열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샌즈는 그 열린 문 안으로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늦췄다.
아니야, 아닐 거야. 제발. 지금은 안 돼. 내 일상을 부수지 말아줘.
문 앞까지 샌즈가 다가갔음에도, 안에 있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샌즈는 입을 다문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오, 이런, 샌즈.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질 말았어야지.
문 안에서 익숙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지켜준다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질 않았어?
아니야, 난 최선을 다했어. 정말이야.
최선을 다했다고? 글쎄, '나'들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는 것 같은데.
'나'들?
샌즈가 되묻자, 폐허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문 안에 있는 것들은 어둠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봐, 샌즈. '나'들을. 프리스크들을.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여...
이런, 아직도 모르는 척이야? 어쩔 수 없지. 우리가 나갈게.
잠깐...
샌즈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폐허의 문에서 무언가 굴러 나왔다.
샌즈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피투성이가 된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아이의 얼굴이 말했다.
샌즈, 왜 날 지켜주지 않았어? 너라면 날 살려줄 수 있었잖아?
아니야, 난 네가 죽은 걸 본 적이 없어. 넌 죽은 적이 없었단 말이야.
거짓말.
무언가에 꿰뚫린 구멍으로 내장과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아이가 말했다.
넌 알고 있어. 내가 죽었었다는 걸.
아니야, 내 시간선에서 넌 죽지 않았어.
거짓말.
이어 불에 타버린 아이의 모습이 나타났고 꽁꽁 얼어붙은 아이의 모습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프리스크가 끊임없이 나타났고, 프리스크들은 점점 샌즈에게 다가와 샌즈의 몸을 잡고 그 위로 엎어졌다.
샌즈는 엄청난 무게에 소리를 지르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샌즈의 위로 프리스크들이 쌓여가면서 샌즈는 점점 자유를 잃어갔다.
괜찮아 샌즈. 그냥 받아들이면 돼. 자비를 베풀어 줄게. 난 널 용서할 거야.
그 전에, 내가 죽은 만큼만 시간을 되돌리고 나서.
응. 맞아. 네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 처음으로 돌아가 용서해 줄 거야.
그러고 나면 우리는 토리엘의 말이 없어도 정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샌즈? 나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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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깬 샌즈는 '지름길'을 통해 빠르게 가게를 벗어났다.
샌즈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지상에 새로 생긴 그릴비였다.
지하에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가게에 들어선 샌즈는 바로 카운터로 다가갔고, 자리에 앉은 샌즈의 앞으로 그릴비가 다가왔다.
샌즈는 당연한 걸 주문하는 듯 케첩을 달라 했고, 그릴비는 말없이 옆에 놓인 케첩 통을 샌즈에게 내밀었다.
입을 벌리고 통 안에 든 내용물을 쭉 짜넣은 샌즈는 통을 내려놓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가게에는 괴물들과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있었다.
전직 로얄가드들 사이에 앉아 포커를 치던 인간이 이번에 꽤나 많이 잃었는지 안타까움과 짜증을 감추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건너 테이블에는 도가미 도가레사 부부가 서로의 애정을 자랑하며 앉아있었고, 그 둘에 지지 않을 인간 커플이 같은 테이블에 두 쌍 앉아있었다.
맥주잔을 옆에 둔 체 뻗어서 잠이 든 인간 옆에는 역시 빈 맥주잔을 옆에 둔 토끼가 술에 취해 해롱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샌즈의 눈에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들어왔다.
작고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포스터에 붙어있는 프리스크의 사진과 포스터 모양만으로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린 샌즈는 그릴비에게 케쳡 키핑을 부탁하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올려놓았다.
평소 외상을 일삼는 그의 모습과 전혀 다른 행동에 그릴비의 무뚝뚝한 불길에 변화가 일었지만, 샌즈는 그런 그릴비의 모습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릴비를 벗어나 또다시 '지름길'을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 마침내 아무것도 없는 강가에 도착한 샌즈는 잔디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프리스크가 사라진 이후, 샌즈는 가끔씩 꼬맹이가 생각 날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꼈다.
그럴 때면 그곳에서 벗어나 어디든 프리스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장소를 찾아 헤맸다.
프리스크는 정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났다.
길을 걷다가 보라색 스웨터를 입은 사람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 모를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언제 붙여놓은 건지 알 수도 없는 포스터에서 나타나기도 했고, 사람 찾는 현수막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샌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그곳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그의 착한 동생은 샌즈가 이럴 때마다 울상을 지으며 그의 형을 껴안아 주었지만, 샌즈는 그럴수록 더욱 답답함을 느꼈다.
무언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듯한 끈적한 느낌.
답답함이라는 말로는 다 이루어지지 않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더럽고 추악한 기분이었다.
토리엘은 그녀의 친구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자신의 탓이라며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샌즈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토리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다들 샌즈를 위로하는 말을 해주었지만, 오직 아스고어만이 샌즈가 이런 감정에 대해 말했을 때, 그 감정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토리엘에게 한 소리 들었다.
잔디에 앉아 고뇌하던 샌즈는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강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쉬자. 이렇게 생각한 샌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샌즈는 자신의 양말 무더기에 새로운 양말을 추가하고는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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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익숙한 장소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샌즈의 반대편에는 프리스크가 메타톤 모양 스테이크를 썰어 포크로 조각을 집은 뒤 작은 입으로 가져가 우물거리고 있었다.
샌즈는 자신의 앞에 놓인 햄버거에 뿌릴 케첩을 찾다가 프리스크 너머에 있는 테이블을 바라봤다.
그리고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있는 인물들을 보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 여기까지 왔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똑같은 모양의 해골이 반대편에 앉아있는 프리스크와 똑같은 옷을 입은, 똑같은 모양의 인간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 여정도 거의 끝난 거지, 안 그래?"
샌즈는 혼란스러워하며 자기 반대편에 앉아있는 프리스크를 바라봤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스테이크를 조금씩 조금씩 썰어 자신의 입안에 집어넣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도 샌즈는 계속해서 프리스크에게 무언가 말했다.
"네가 해야 하는일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야?"
샌즈는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샌즈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은 프리스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샌즈가 다시 프리스크를 바라보고 몇 마디 하자, 프리스크의 얼굴이 풀렸다.
프리스크의 건너편에 앉은 샌즈는 다시 프리스크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샌즈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프리스크가 먹고 있는 스테이크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갔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스테이크가 줄어갈수록 불안함이 몸을 옥죄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하루는, 그 여자가 별로 웃질 않았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 그러자 이상한 얘기를 하는 거야."
프리스크는 샌즈의 이야기에 몰입해서 듣고 있었다.
샌즈 역시 샌즈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샌즈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간에 조금씩 조금씩 스테이크를 먹어가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자신을 지켜달라고 말한 토리엘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감동을 받은 듯 테이블 아래로 두 손을 모아쥐었다.
이 말을 마치고 나서 샌즈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샌즈는 샌즈가 다음에 할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냈다.
안 돼, 말하지 마.
샌즈는 샌즈에게 말했지만, 샌즈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그 여자분과 했던 약속... 그 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프리스크,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야. 들어선 안 돼.
스테이크를 다 먹은 프리스크는 나이프와 포크를 접시 오른쪽에 내려놓았다.
샌즈는 샌즈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안 돼. 말하지 마. 말하면 안 돼.
왜? 왜 말하면 안 돼? 저 땐 잘 말해놓고. 이제 와서 내가 상처 입을까 봐 걱정해 주는 거야?
프리스크가 냅킨을 집어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며 말했다.
"...넌 그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었어."
프리스크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테이블 아래에서 꼼지락거리던 손을 하얗게 될 정도로 쥐었다.
어머, 잔인해라.
프리스크는 입가를 닦은 냅킨을 그릇 위에 올려놓으며 작게 말했다.
"야, 인상 펴 인마! 그냥 농담이야. 게다가... 이때까지 널 잘 지켜줬잖아?"
샌즈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가볍게 말했지만, 프리스크는 시선을 약간 내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나빴네. 그렇게 말해놓고 농담으로 넘기려는 거야?
샌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널 봐봐. 아직 한 번도 안 죽었잖아. 이봐, 그 표정은 뭐야? 내가 틀렸나...?"
프리스크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고, 샌즈 역시 이를 악다물었다.
와, 이젠 모른 체까지 하네? 다 알고 있었으면서.
프리스크는 탁자 위에 두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마주 대면서 미소 지었다.
"헤. 그럼, 그게 다야. 조심하라고, 꼬맹이. 누군가는 널 엄청 걱정하고 있으니까."
샌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프리스크를 남겨두고 떠나며 말했다.
샌즈가 떠난 뒤에도 프리스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프리스크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는 검지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프리스크를 바라봤다.
이런, 누가 보면 바람 맞힌 줄 알겠어. 아니지, 바람 맞힌 거 맞나? 어떻게 생각해, 샌즈?
프리스크는 고개를 돌려 다시 샌즈를 바라봤지만, 샌즈는 답을 하지 못했다.
뭐, 상관없어. 스테이크는 맛있었으니까. 이왕이면 저 때 먹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치?
프리스크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은 양 샌즈에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샌즈는 별로였나 봐. 하나도 안 먹었잖아? 이러면 내가 미안한데...
프리스크는 검지로 자신의 턱을 짚고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난 듯 양손을 부딪쳐 손뼉을 한 번 치고 말했다.
아, 그래. 샌즈도 햄버거 말고 스테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물어봤고, 프리스크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말했다.
무슨 소리긴? '다시' 주문하자는 얘기지.
설마...
샌즈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식당의 벽면이 허물어지고 끝없는 어둠이 나타났다.
어둠은 빠르게 샌즈를 향해 다가왔고, 샌즈는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나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음번에는 저쪽에 신경 쓰지 말고 나하고 스테이크나 맛있게 먹자 샌즈.
아, 안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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