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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뼈형제가 프리스크 키우는 소설 -3-

ㅃㅂㅎ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4.11 21:38:19
조회 5006 추천 113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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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LeiaLibelle
원제 Puzzles might be fun if you tried them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205647


* 어린애다운 어휘와 문장을 따라하기가 굉장히 버겁다. 어색한 데 있으면 알려 줘.


1-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88663
3-4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92633



퍼즐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파피루스는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끊임없이 누굴 죽이려는 아이를 키우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5.



  다시 깨어나고 보니 너 혼자다. 식탁에 스파게티 한 접시가 있다. 이번 스파게티는 익지도 않았는데 거멓게 타 있다. 얼마나 괴상한 비법으로 요리하면 이럴 수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다행히 냉장고에 감자칩이 있어서 소파에 앉아 그걸 먹는다. 어젯밤에 찢어서 푼 퍼즐 종이가 없어진 것 같은데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얼마 뒤 해골들이 돌아온다. 파피루스는 들어오자마자 너에게로 달려와서는,


  “인간! 그런 기름 덩어리는 몸에 해로워!”


  하며 감자칩을 네 손에서 낚아챈다. 너는 화가 나서 놈을 노려본다.


  “그래도…… 네가 얌전해진 게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맛있는 스파게티가 있는데도 참고 안 먹다니…….”


  해골은 눈물을 글썽이며 접시를 쳐다보다 네 양 어깨를 잡고 또 소리친다.


  “부끄럼 타지 마! 넌 이제 우리랑 같이 사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돼! 게다가 아직 스파게티 면은 많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더 만들어 줄 수 있어! 아, 좋은 생각이 났다! 기뻐하라, 인간! 오늘 네게 파피루스 님의 신개념 스파게티를 최초로 시식할 영광을 주마!”


  너는 메스꺼워 혀를 내두르지만, 파피루스는 벌써 주방으로 걸어가고 있다. 너는 다른 해골을 돌아본다. 오늘도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데다가 파피루스가 네게서 뺏은 감자칩을 씹어먹고 있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소파에 갈 순 없으니 너는 그냥 식탁 앞에 앉아 있는다. 먹을 게 못 되는 스파게티는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꺼워서 멀리 치워 놓는다. 옆으로 주방이 들여다 보인다. 파피루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부산을 떤다.


  이곳에 별로 오래 잡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벌써 익숙해진 것 같다. 좋지 않다. 멈춰 쉬어 봤자 다시 전진하기 더 힘들 뿐이다. 그리고 저 해골…… 언제부터 ‘파피루스’라고 생각하게 됐지? 죽이려는 것을 이름으로 부르다니 굉장히 이상하다. 어쩔 수 없나. 지금 너로선 이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적응하긴 해야 한다.


  파피루스는 기어이 새로 만든 스파게티를 접시에 잔뜩 쌓아 들고 와서 네 바로 앞에 내려 놓는다. 네가 먹어 주길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다. 신개념 스파게티라더니 아까 거랑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포크로 조심스럽게 찔러 본다. 네가 미식가는 아니지만 때깔만 봐도 이건 실패작이다.


  “식기 전에 많이 먹어!”


  넌 정말로 요만큼도 먹기 싫은데 녀석이 계속 부추긴다. 게다가 오랫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쓰러지지 않으려면 뭔가 먹긴 먹어야 한다. 다른 해골을 죽이려면 힘을 내야 한다. ……근데 이거 먹으면 있는 힘도 빠지는 거 아냐?


  억지로 한 입 먹는다. 예상대로 끔찍한 맛이다. 너는 먹을 걸 가린 적이 없다. 사실 먹을 수만 있으면 맛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좀 다르다. 소화할 수 없단 사실을 알면서도 돌과 풀을 씹어먹는 것 같다. 이런 것만 먹고 지금까지 살아 있단 건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 같다. 해골이라 그런가. 어차피 위장도 없잖아. 뭘 먹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 네가 이런 걸 계속 먹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지도 모른다. 네가 병들어서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서히 죽어 가는 걸 구경할 작정인가 보다. 작은 해골은 네가 죽을 때마다 돌아온다는 걸 아니까 진짜 복수로 너를 오랫동안 고통 받게 하려는 것 같다.


  그래도 굶어 죽는 것보단 먹고 병 나는 게 나으니까 반 접시는 어떻게든 먹는다. 파피루스는 네가 역겨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워낙 예술적인 요리긴 하지만 아무튼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너한테 줄 게 또 있어! 맞춰 볼래? 힌트 줄게. 끝내주는 식사를 한 다음에 하고 싶어지는 거야!”


  지금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바닥에 누워서 죽어버리기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접시 옆에 내려둔 포크를 본다. 저걸 들고 놈이 죽을 때까지 푹푹 찌르고 싶다. 그럼 찌르면 되잖아? 얼마나 기분 좋겠어……. 그 다음에 작은 해골한테 죽더라도 어차피 지금으로 돌아올 텐데. 머리 근질거리는 느낌, 잠깐이라도 가라앉히고 싶잖아? 찔러 버려.


  네가 말이 없자 파피루스가 대신 대답한다.


  “그래, 맞아! 퍼즐이지!”


  그래, 맞아! 너는 포크를 거꾸로 움켜쥐고 놈을 힘껏 밀쳐 바닥에 쓰러뜨린다. 올라타서 가슴 한복판을 찍으려는 순간, 포크가 손에서 사라진다. 아주 잠깐 파란 빛이 났던 것 같다. 화가 치밀어 주위를 둘러보려 하지만 파피루스가 일어나서 네 팔을 잡는다. 그리고 무릎 꿇어 너와 눈을 맞춘다.


  “이런 건 그만 할 줄 알았는데! 남을 해치면 안 돼! 어떤 식이든 폭력은 나빠! 에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줄게!”


  빽빽거리고는 뭘 찾다가 방으로 간다. 작은 해골과 둘이 남자 너는 놈을 죽일 듯이 노려보지만, 놈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포크를 없앤 건 분명 저 놈 짓이다. 너는 언젠가 반드시 원한을 갚아 주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파피루스가 웬 강아지 인형을 들고 돌아온다. 낡아서 때가 탔고 눈 하나가 없다. 인형이 네 눈앞에 내밀어진다.


  “이거 받아. 보다시피 그냥 천으로 된 인형이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귀여운 강아지라고 생각해 주라. 뼈다귀 훔쳐가는 짜증나는 강아지 말고, 아주 착하고 얌전한 강아지라고 쳐.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너는 낡은 인형을 잠깐 쳐다보다 바닥에 던져 버린다. 파피루스는 멍하니 널 쳐다본다.


  “아, 알았어. 하면 ‘안’ 되는 걸 아주 정확히 보여줬다. 그치? 그럼 이제 나 파피루스 님이 강아지를 만지는 올바른 방법을 알려 줄 테니까, 자세히 봐 줘.”


  파피루스는 천천히 허릴 숙여 인형을 주웠다가, 자기 발치에 내려놓고, 인형에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올린다. 그러는 내내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말라는 듯이 네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있다.


  “일단 얘가 네 좋은 뜻을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가가야 해. 그 다음엔 머리에 손을 올려. 이렇게.”


  그러고는 인형에 올린 손을 앞뒤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손을 올렸으면 이렇게 천천히 움직여. 이게 쓰다듬는다는 거야. 강아지를 보면 이렇게 쓰다듬어 주면 돼. 그리고 강아지가 좋아하는 것 같으면 좀 더 오래 쓰다듬으면 돼. 이해 되지?”


  너는 무표정한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알았어. 직접 해 봐. 꼭 천천히, 부드럽게 만져 주는 게 중요해. 너는 할 수 있어!”


  파피루스는 인형을 네게 내민다. 너는 한참 동안 인형을 가만히 쳐다본다. 파피루스는 네 행동을 가만히 기다린다. 너는 마침내 손을 뻗어 인형을 받곤, 머리를 쥐어서 짜부라뜨린 뒤 모기 잡듯 팔을 휘둘러 내동댕이친다. 머리가 조금 찢어져 솜이 비집고 나온다. 파피루스는 아무 말 없이 전부 지켜본다. 그러다 입을 떼고서도 잠시 머뭇거린 뒤에 말을 잇는다.


  “어…… 그래, 그…… 천천히 부드럽게 만지는 게 많이 어려웠나 보다. 그래도 만지려는 노력을 했다는 건 인정해 줄게! 그건 잘 했어. 상으로 이 재밌는 퍼즐을 줄게!”


  그러고는 뒤쪽 어디선가 작은 네모 상자를 집어 건네며 해맑게 웃는다.


  “그림 맞추는 퍼즐이야. 이건 다 풀어도 계속 다시 풀 수 있어서 좋아! 신기하지? 어서 맞춰 보고 싶겠지만, 처음 할 땐 좀 어려울지도 몰라. 한 번에 다 못 맞춰도 너무 실망하지 마!”


  파피루스는 상자를 네 앞에 놓고 순찰인가 뭔가 해야 한다며 밖에 나간다. 하지만 샌즈란 해골은 소파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면 다른 방을 뒤질 수가 없다. 텔레비전에선 거지 같은 방송이 나오는 모양인데 너한텐 아무 상관이 없다. 언젠가 네 손으로 저 괴물들을 전부 죽일 테니까.


  너는 퍼즐 상자를 보며 머리를 긁적인다. 한동안 아무 것도 못 죽였더니 머릿속이 유난히 근질거린다. 좀이 쑤시고 신경에 거슬린다. 이 충동을 해소해야 하는데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으려니 돌아 버릴 것 같아서 뭐라도 다른 걸 해 보기로 한다. 뭐라도 좋으니 다른 데다 신경을 쓰다 보면 네게 중요한 것들을 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깊이 생각할 때마다 더 괴로워지기만 하는 그것들만 아니면 된다.


  너는 상자를 연다. 퍼즐 조각이 많지는 않다. 상자엔 50개라고 적혀 있다. 꽃밭에 토끼 두 마리가 있는 그림이다.


  힐끔 작은 해골 쪽을 돌아본다. 놈은 너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지 텔레비전만 본다. 살아 있는 괴물이 바로 옆에 있는데 죽일 수 없으니까 너는 머리가 쑤신다. 정신 사나우니까 좀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 너는 최대한 놈을 무시하면서 퍼즐 조각을 바닥에 쏟는다.


  시작은 쉽다. 그림이 앞으로 오도록 조각을 뒤집기만 한다. 그 다음이 문제라서 얼굴이 찡그려진다. 나눠진 그림을 계속 보려니까 또 머리 아프다. 그래서 아무 거나 두 조각씩 골라서 끼워 본다. 짝이 안 맞자 다른 조각을, 또 다른 조각을 끼워 본다. 네 번째 조각은 힘을 줘서 억지로 끼웠더니 죽 찢어진다. 너는 짜증이 나서 퍼즐 조각을 마구 집어던지고 구석으로 가서 맨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런데 작은 해골이 너를 쳐다본다. 웃는 얼굴에 너는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킬킬 소리까지 내며 웃는 꼴을 보니 머리통을 뽑아 버리고 싶다.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은 것을 오직 온몸이 뼈에 뚫리던 기억 때문에 참는다. 그렇지만 계속 비웃음 당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자리로 돌아가서 아까 던진 퍼즐 조각들을 주워 모은다. 이번엔 조각들을 색깔별로 나눈다.


  너는 이 퍼즐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안다. 이 퍼즐에 집중하는 게 어려울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다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저 뼈다귀는 네가 그것도 못 하는 줄 아는 것 같아서 너무 화가 난다. 직접 보여주지 않고선 못 배기겠다. 그래서 너는 퍼즐에 좀더 집중해 본다.


  역시 오 분도 안 걸려 다 맞췄다. 가운데 한 조각이 찢어져서 구멍이 나긴 했지만 어쨌든 다 끝났다. 너는 고개 들어 작은 해골을 보고 당당하게 웃음 짓는다. 그런데 놈은 널 보고 또 기분 나쁘게 키득거린다.


  “야. 그거 하나 맞춘 게 그렇게 좋냐? 축하해. 꼬마 뼈다귀 수준은 되겠다.”


  뭐라도 집어던지고 싶은데 던져 봤자 소용 없을 테니 억지로 참는다. 저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밉다. 어디로 사라져서 평생 볼 일 없으면 좋겠다. 평생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면 좋겠다!


  너는 지긋지긋한 얼굴을 절대 안 보려고 거실 반대편 구석으로 가서 벽에 고갤 박는다. 해골들이 짜증난다. 퍼즐도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어서 이 생활이 끝나고 저것들을 죽여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세상을 없애 버리고 아무 것도 안 느끼게 되면 좋겠다. 감정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런 건 그만둬야 해.




6.



  며칠이 더 지나고 넌 오늘로 일주일째 해골들 집에 발이 묶여 있다. 오래 있진 않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파피루스는 날마다 네게 새 퍼즐을 가져다 주고 풀어 보라고 한다. 참 끈질기다. 낱말 찾기, 십자말 풀이, 그림 맞추기, 큐브, 바뀐 그림 찾기. 매번 새로운 종류다. 너는 풀어 볼 때도 있고 손도 안 댈 때도 있다. 그래도 막상 해 보면 거의 다 쉽다. 과자 상자에 찍혀 나오는 어린이용 수수께끼 정도다. 집중해서 답을 생각한다는 게 너한테 힘들 뿐이지 다른 애들은 잘만 풀 것 같다.


  파피루스는 언제나 너를 아주 많이 칭찬해 준다. 조각그림 퍼즐을 맞춘 날처럼. 그 날 밤 돌아온 파피루스는 맞춰진 퍼즐을 보자마자 뛰어와서 너를 부둥켜 안고 “넌 정말 최고야!”, “역시 노력하면 너도 할 수 있어!” 하며 연거푸 추켜세웠다. 듣다 보니 넌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럴 때 느끼게 돼 있는 무언가가 있는데 느끼지는 못했지만 기억하긴 했던 것 같다.


  다른 해골은 못돼 먹었다. 네가 퍼즐을 풀다가 어려워할 때마다 널 쳐다보며 싱글거리거나 킬킬거리고, 이건 어린애들 퍼즐이라든지 자기라면 진작 다 풀었다든지 시비를 건다. 그래서 밉다. 맨날 웃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온 집안에 양말을 늘어놓는 것도 밉다! 정말 꼴도 보기 싫다.


  파피루스는 그나마 좀 낫다. 짜증나게 굴 때도 많고, 도저히 입에 못 댈 요리들을 먹으라고 식사 시간마다 네 속을 뒤집어 놓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괜찮다. 그 녀석은 언제든지 손쉽게 죽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작은 해골하곤 다르게 별로 위험하지 않으니까 같이 있어도 별로 경계할 필요가 없다.


  밤에 위층으로 숨어들려던 적이 두 번 있었지만 두 번 다 작은 해골에게 가로막혔다. 아무 것도 없었는데 귀신같이 나타나 네 어깨에 손을 탁 걸치고서는, ‘가서 자라’ 소리만 한다. 낮에는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는데도 공격할 틈을 찾을 수 없다. 자는 줄 알고 슬그머니 다가가 보면, 어김없이 씩 웃거나 윙크를 한다.


  당연히 네 머릿속에서는 근질근질한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퍼즐 풀다 보면 조금 덜 신경 쓰인다. 계속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것대로 괴롭고, 해 보면 재밌긴 뭐가 재밌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움은 된다. 아니면 작은 해골한테 네가 바보가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풀 때도 있다. 그 자식한테 무시 받고 비웃어지는 건 참을 수가 없다.


  넌 오늘도 (파피루스가 그나마 만들 줄 아는) 끔찍한 스파게티를 억지로 먹고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 그냥 있거나 퍼즐을 풀거나 한다. 아직 못 맞춘 큐브는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다시 해 본다. 몇 분 이상 잡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색이 맞춰져 간다. 포기하고 내려놓을 때마다 웃음 소리가 들려 와서 답답하다.


  큐브를 다시 해볼까 말까 하는데 파피루스가 형 게으르다고 잔소리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런다. 시끄러워서 정신 사나우니 큐브는 잠깐 이따 하기로 한다. 고함질이 귓가를 때린다.


  “형, 하루종일 누워서 아무 것도 안 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러자는 거지.”


  “그 말 아닌 거 알잖아! 형 요새 땡땡이 너무 많이 쳐! 인간이 또 내려오면 어쩌려고 그래?”


  “얘보다 무서운 인간이 어딨겠냐? 그리고 어차피 이제 마을엔 아무도 없어.”


  “없긴 왜 없어. 나도 있고 형도 있고 언다인도 한번씩 오잖아. 안전하단 게 알려지면 마을 사람들도 돌아올 거야.”


  작은 해골은 어깨만 으쓱한다. 파피루스는 더 열 받은 것 같다.


  “알았어! 마음대로 해! 형 대신 인간이랑 가면 되지!”


  형 해골은 갑자기 나갈 마음이 생겼는지 고개 들고 동생을 본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려 한다.


  “음, 진심이야?”


  “당연하지! 형이 아무 것도 안 하는 동안 인간은 퍼즐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거든! 역시 난 훌륭한 선생님인가 봐.”


  파피루스가 다가와 너를 일으켜 세운다.


  “가자, 인간! 게으른 뼈다귀 형은 소파에서 인생 낭비하라고 놔두고, 너 마을 구경 시켜줄게. 예전처럼 폭력 안 쓰고 말 잘 들으면 새로 만든 인간퇴치 퍼즐을 풀어 보게 해 줄 수도 있어!”


  파피루스는 네 팔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간다. 너는 팔을 빼내려 하지만 꽉 잡혀 있어서 애써 봤자 팔만 아프겠다고 판단한다. 어차피 여기 있든 밖에 있든 너한텐 별 상관 없다.


  현관문을 나가기 직전까지 작은 해골의 시선이 네 뒤통수에 따라붙는다. 왠지 너를 계속 지켜볼 것 같다.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밖에 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날씨는 춥고 오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너는 아무 생각 없이 파피루스를 따라다닌다. 파피루스가 너를 끌고 다닌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녀석은 눈에 띄는 건물마다 소개해 준다. 웬 술집인가 식당 같은 걸 가리키면서는 이렇게 말한다.


  “저기가 그릴비 바야. 형은 저기 눌러앉아서 시간 때우는 걸 좋아해. 경비병들도 그렇고. 사람들 다 피난 가기 전에는 언제 봐도 북적북적하더라.”


  걸어 다니다 보니 마을 끝이 나온다.


  “우리 마을에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네. 원래는 좀 더…… 활기찬 동넨데. 그래도 좀만 있으면 다들 꼭 돌아올 거야! 그러면 새 친구들 소개시켜 줄게!”


  너는 해골의 이야기에 조금도 관심이 없어 땅바닥만 내려다본다. 잠시 그냥 그러고 있다가 파피루스를 다시 보니 이 녀석 표정이 좀 이상하다. 그렇지만 고개를 휘휘 젓고는 기운찬 원래 표정으로 돌아온다.


  “아무튼, 인간! 나 파피루스 님은 역시 너를 잘못 보지 않았다. 요새 네가 발전하는 모습이 대단히 자랑스러워. 퍼즐이 아름답고 위대하단 걸 드디어 깨닫는 것 같아.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 넌 소질이 있어! 당연히 내 수준까진 절대 못 따라오겠지만, 언젠가 나 다음으로 최고라고 인정받을 날이 올 거야!”


  파피루스의 말이 잠시 멈추자 너는 놈의 얼굴을 본다. 정말로 진심으로 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너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체 왜 너한테 계속 다가오려는 걸까? 그런다고 자기가 얻는 것도 없을 텐데. 결국에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


  문득 너를 향한 시선이 느껴진다. 너는 주위를 살피며 경계한다.


  “약속했던 대로 새로 만든 인간퇴치 퍼즐 보러―”


  너희 발밑에 푸르스름한 창이 꽂히며 파피루스의 말을 자른다. 너는 펄쩍 뛰어 파피루스 뒤로 숨는다. 전신 갑옷을 입은 사람이 천천히 걸어온다. 오싹한 분위기가 감돌자 너는 주머니 속을 더듬어 보지만 무기로 쓸 만한 걸 찾지 못한다. 나뭇가지를 줍거나 상점을 뒤져 보면……


  “어……언다인! 무, 무슨 일이야?”


  “네가 인간 없다고 보고할 때 느낌이 좀 이상했거든. 설마 네가 진짜로 나를 속이려고 할 줄은 생각 못 했다.”


  파피루스는 불안한 듯 움찔거린다.


  “인간이라니? 무슨 인간?”


  “헛소리 말고 비켜! 내가 처리한다! 폐하껜 죄송하지만,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죽기 전에 저걸 없애야겠어!”


  너는 파피루스 뒤에 선 채 적을 노려본다. 파피루스는 한참 쩔쩔매다가 외친다.


  “안 비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애가 아니야!”


  “정신 나갔어? 쟤가 괴물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몰라? 네 뒤에 숨은 것 좀 봐! 저 눈빛 좀 봐! 저런 악당은 절대 용서해줄 수 없어!”


  “누구든지 반성할 자격이 있어! 믿어만 주면 좋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어! 내가 얠 믿어 줄 거야! 믿어 주면 얘도 변할 수 있어! 얘한텐 그냥, 착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던 거야!”


  적은 주춤한다. 뭔가 갑자기 생각난 것 같다. 하지만 잠시 후 손을 들고 공중에 창을 또 만들어낸다.


  “됐어! 안 비키면 너도 다친다!”


  창이 날아온다! 너는 파피루스 다리를 꽉 붙잡는다. 파피루스가 피하면 네가 맞을 테니까. 그런데 파피루스는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너보다 힘 세니까 마음만 먹으면 뿌리치고 피할 수 있을 텐데, 대체 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창은 파피루스 바로 앞에서 멈춰서 약간 떨리다가 땅에 떨어진다. 무시무시한 정적이 흐르다가 마침내 적이 투구를 벗는다. 피부는 푸르고 머리는 빨간 여자 괴물이다. 얼굴은 슬픈 것도 같고 힘 빠진 것도 같다.


  “마음대로 해라. 책임은 네가 져. 어차피 왕립 경비대도 거의 다 죽어 버렸고…….”


  괴물은 말꼬리를 늘이다가 한숨을 푹 쉰다.


  “내 임무는 실패했어. 더 이상 매달려 봤자 소용 없겠지.”


  파피루스는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지만 그가 무어라고 말하기 전에 괴물이 너를 똑바로 쳐다보며 으름장을 놓는다.


  “인간. 내 힘으로 널 막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파피루스는 속았을지 몰라도 나는 안 속아. 단 한 가지라도 널 막아야 할 이유가 생기면,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끝장낼 거다. 명심해.”


  그러고는 뒤로 돌아 몇 발짝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쌀쌀맞게 덧붙인다.


  “정말로 변할 거라면…… 네가 죽인 사람들을 잊지 마. 게으르고 멍청해도 착한 사람들이었다. 네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하더라도 지금까지 무자비하게 그 사람들을 죽였단 사실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 네가 지은 죄를 외면할 순 없다. 내가 널 용서할 수도 없고.”


  언다인이라고 불린 괴물은 터벅터벅 걸어 가다 얼마 뒤 보이지 않게 된다. 눈이 내린다. 지켜보는 네 머리에 옷에 눈이 쌓인다. 파피루스는 네게 붙은 눈을 살살 털어 주며 다시 미소 짓는다.


  “다행이야! 언다인 말은 너무 걱정하지 마. 말이 좀 안 통할 때도 있지만, 분명 나중에 화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너는 땅에 꽂힌 창을 내려다본다. 표면이 거의 다 눈에 뒤덮였다. 괴물이 방금 한 말이 왠지 네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왜 공격을 멈췄는지 모르겠다. 왜 너를 살려줬는지 모르겠다. 틀림없이 네가 미울 텐데, 네가 자길 얼마나 죽이고 싶어하는지 알아봤을 텐데. 파피루스 때문인가?


  “음, 퍼즐은 다음에 풀고 집에 가야 할 것 같다. 저녁 되겠어. 메타톤 예능 놓치기도 싫고.”


  파피루스는 네 손을 잡고, 너는 아무 말 없이 따라간다.




  너는 소파 옆 바닥에 앉아 있다. 소파에선 파피루스와 샌즈가 서로 리모콘을 잡겠다고 티격태격한다. 너는 왠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저녁식사에 손도 대지 않았다. 얼고 탄 스파게티라 어차피 먹고 싶지도 않았다. 언다인이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아무리 잊으려고 애써 봐도 소용이 없다. 대체 뭐가 문젠지 그 장면을 몇 번이고 헤아려 본다. 뭔가 놓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중요하고 아주 간단한 건데, 다가가면 갈수록 더 멀리 도망가서, 엉망진창인 네 머릿속 깊고 어두운 구석으로 숨어 버린다. 괴로운 기억을 억지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알고 싶은데 상처 받기 겁난다.


  “아, 시작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야.”


  파피루스가 신이 나서 환호한다. 텔레비전 화면이 번쩍거리고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다가 어느 목소리가 시작하자고 한다. 너는 화면을 힐끔 본다. 참가자들이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퀴즈 방송이다. 사회자는 네모난 로봇인 것 같다.


  “첫 번째 문제 준비하세요! 우리 참가자는 정답을 맞출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정말 신나죠! 자, 문제 나갑니다. 큐브엔 면이 몇 개일까요? 자기, 저를 보는 건 반칙이에요!”


  “와, 어려운데….”


  파피루스는 정말로 대답을 고민하는지 한숨을 쉰다. 너는 바닥에 있는 큐브 퍼즐을 내려다 본다. 문제가 너무 쉽다.


  “여섯 개.”


  참가자가 정답을 맞추자 방청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화면이 번쩍번쩍 빛난다. 너는 고개 숙인 채로 큐브를 바닥에 천천히 굴리는 장난만 친다. 그런데 두 해골이 너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고 보니 네가 저 참가자랑 동시에 퀴즈 정답을 말했던 것 같다.


  “형, 방금 얘 말한 거 맞지? 우와앗! 인간! 네가 말하는 거 처음 들어 봐!”


  “야, 설마 벙어린 줄 알았냐?”


  “몰랐지! 내가 말 걸어도 대답 안 해 줬으니까! 내 이름 불러 봐!!”


  너는 왠지 멋쩍어서 뒤로 돌아 고개 떨군다. 대답을 말로 하려던 건 아니었다. 너도 모르게 나와 버렸을 뿐이다. 이게 다 퍼즐 때문이다. 너는 요새 참 많은 시간을 퍼즐 풀면서 보냈다. 그렇게 많이 풀려던 건 아니었다……. 너는 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해 봤자 더 아프기만 한데 왜 계속 하는 걸까? 이상하다.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궁금한 것 같고…… 떠올리면 안 되는 것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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