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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뼈형제가 프리스크 키우는 소설 -2-

ㅃㅂㅎ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4.08 00:16:05
조회 5457 추천 93 댓글 17
														

저자 LeiaLibelle
원제 Puzzles might be fun if you tried them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205647


* 길고 우울한 글이다.
* 생산적인 비판은 언제나 환영한다.


1편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88663



퍼즐도 해 보면 재밌을 거야


파피루스는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끊임없이 누굴 죽이려는 아이를 키우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3.



  너는 왠지 식탁 의자에 앉아 있고, 네 앞에 놓인 언 덩어리로 무엇을 하라는 건지 누가 좀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형, 이상해…… 인간이 먹을 걸 손도 안 대!”


  “낯 가리나 보지.”


  샌즈라는 작은 해골이 삐딱하게 웃자 너는 이유 없이 짜증이 난다. 이 집에 온 지 한 시간쯤 되었다. 파피루스라는 큰 해골이 너를 한참 붙잡고 이야기를 했지만 너에겐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이었다. 대답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놈은 아까부터 얘기하길 그만두었고, 너는 그 때부터 놈을 관찰하고 있다. 죽일 기회를 찾고 있다. 그렇지만 작은 해골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영원히 붙어 있진 못할 거다. 네가 행동에 나설 기회가 있을 거다. 둘이 다 방심한 틈을 노려서 찔러 죽일 거다. 자고 있을 때가 좋겠다…….


  “인간, 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 만든 스파게티를 먹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너는 해골들이 음식이라고 부르는 물체를 본다. 먹을 거릴 입에 댄 지 오래 되었지만 이건 도저히 먹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작은 해골은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너는 둘 다 죽이고 진짜 음식을 훔쳐서 여길 나가고 싶다.


  “형, 계속 안 먹잖아! 왜 안 먹을까?”


  “몰라. 배가 안 고픈가 보지.”


  큰 해골은 주방으로 돌아가고 너는 말없이 지켜본다. 놈들을 죽일 방법을 이것저것 생각해 본다. 장난감 칼은 빼앗겼지만 주방에 진짜 칼이 있을 수도 있다. 포크라도 괜찮다. 프라이팬으로 머리통을 깨버리거나……


  문득 소름이 끼쳐 옆을 보니 작은 해골이 너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실실 웃는 표정인데 오싹하다. 까딱하면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너는 분이 올라 이를 악문다.


 


  얼마 안 가 날이 저문다. 큰 해골이 너는 소파에서 자면 된다고 한다. 너는 거실을 돌아본다. 맞은편 작고 낡은 소파에 담요와 베개가 놓여 있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해골들이 자기 방에 가길 침착하게 기다린다. 큰 해골은 가려다가 말고 네 옆으로 와서 네 무릎에 담요를 덮어 준다.


  “모르는 집에서 자려니까 무서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우리가 항상 옆에 있단 걸 기억해 줘. 이 층이니까 옆은 아니고 위네. 아무튼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너는 대답하지 않고 해골이 떠나기를 기다린다. 놈은 떠나지 않는다.


  “이제 동화책 읽어줄게! 너한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놈은 바닥에 있던 책을 펼치고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한다. 너는 또 이를 악문다. 재빨리 주위를 살펴 보니 작은 해골이 아직도 있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너는 소파에 엎드려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큰 해골은 유치한 동화를 계속 읽고 네 속에선 열불이 끓어오른다.


 


  마침내 해골들이 자러 가고 집안 불이 다 꺼지자, 너는 번쩍 일어나 무기를 찾아 나선다. 미리 치워 놨는지 주방 찬장을 다 뒤져도 포크나 나이프가 하나도 없다. 어질러지는 살림살이는 안중에도 없이 아래층을 샅샅이 뒤진다. 기어이 소파 밑에서 다트를 찾아낸다. 먼지 투성이인 걸 봐선 오랫동안 거기 버려져 있던 것 같다. 이거면 된다. 나갈 수 있다.


  너는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도록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계단을 오른다. 위층에서 아무 소리 안 들린 지 오래 됐으니 지금쯤 둘 다 자고 있을 거다. 죽기 직전 잠에서 깬 해골들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 이거 좀 신기하다. 네가 뭔가를 ‘원한다’는 거. 뭐 어차피 너는 해야 할 일을 하게 될 테니, 아무래도 상관 없다.


  마지막 한 칸까지 올라와 복도를 살핀다. 아무도 없다. 잘 됐다. 이제 저 문을 열고—


  “꼬마 어디 가냐?”


  너는 놀라 펄쩍 뛴다. 바로 옆에서 작은 해골이 왼눈을 빛내고 있다. 언제 온 거지?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복도에 아무도 없었는데! 그런데 이 해골이 여기 있다. 한 발짝만 더 떼어놓으면 넌 여기서 끝이란 듯이 실실 웃고 있다. 너는 주먹을 움켜쥐고 억지로 고개 젓는다.


  네가 도로 내려가려 하자 놈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 해골 잠을 안 자나? 아니, 그래도 방심할 때가 언젠가 있겠지. 아직 하루도 안 지났다. 계속 안 잘 순 없을 거다. 너는 손에 숨긴 다트를 단단히 움켜쥔다.


  다시 소파에 누워 머리 끝까지 담요를 뒤집어쓴다. 너는 끈기를 길러야 한다. 서둘러 봤자 나아질 게 없다. 괜찮다. 조만간 또 기회가 올 거다.


  “무지 곤란한 상황인가 봐. 내가 도와 줄까?”


  꽃이 말한다. 너는 꽃 쪽으로 돌아 눕는다. 거의 잊고 있었다. 대답은 하지 않는다.


  “맞아. 소용 없겠지. 당분간은 지켜보자. 쟤네라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만은 없을 테니까. 혹시 그러려고 해도…… 너랑 내가, 우리가 쟤네보다 훨씬 더 강해. 그치?”


  꽃이 소름 끼치는 소리로 웃고 너는 다시 돌아 눕는다. 너는 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지막엔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방해만 될 거다. 너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다 죽여야 한다. 잊지 마.


 


  너는 뭔가 타는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깨 느릿느릿 일어난다. 너는 일어나는 게 진짜 싫다. 영원히 잠들어 있고 싶다. 그러면 아무 것도 생각 안 해도 되고, 그 지긋지긋한 두통도 못 느낄 테니까.


  “인간! 내가 팬케이크를 구워 주마! 지금 당장 먹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큰 해골이 마구 소리 지른다. 냄새로 봐선 더 이상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지만 어차피 너는 먹어 줄 생각이 없다. 다른 해골은 멀리 있진 않은 것 같다. 근처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놈이 어제처럼 홀연히 나타날 수 있다면 아주 멀리 따돌리지 않는 한 너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너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서 있다. 얼마 후 큰 해골이 주방에서 나와 네 등을 토닥이며 너를 식탁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다시 들어갔다가 접시를 들고 나와 네 앞에 내려 놓는다. 접시엔 시커멓고 둥그런 물체들이 쌓여 있다. 손으로 하나 집어 보자 돌처럼 딱딱하다. 넌 그걸 해골의 얼굴에 집어던진다. 던질 이유를 생각한 적도 없다. 당연히 던져야 할 것 같았다.


  “야!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된단 거 몰라?”


  너는 해골에게 팬케이크란 것을 하나 더 집어던진다.


  “인간!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팬케이크는—”


  놈의 말은 듣지 않고 접시째로 내던진다. 접시가 벽에 부딪쳐 조각조각 깨진다. 탄 팬케이크는 벽에 들러붙는다. 좀처럼 떨어질 것 같지 않다. 해골은 벽과 너를 번갈아 쳐다본다. 할 말을 잃은 것 같다. 문득 네 뺨이 꿈틀거린다. 설마 웃음인가? 그런 것 같다. 조금 소리도 난다.


  “알겠어. 네 버릇을 고쳐 주려면 생각보단 많이 힘들겠구나. 하지만! 나, 파피루스는, 널 쉽게 포기하지 않아!”


  해골은 가슴에 손을 얹고 단호하게 말한다. 너는 고개 돌린다. 작은 해골이 내려온다. 벽에 붙은 팬케이크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냥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켠다. 너는 미워 죽겠단 표정으로 놈을 노려보지만 놈은 네게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 와중에 큰 해골은 팬케이크를 더 만들려는지 주방으로 돌아간다. 둘은 너와 아무 상관 없는 말들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너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냥 식탁에 고개 박고 엎드린다.


  어서 다 끝나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4.



  너는 하루 종일 식탁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나무판에 턱을 얹은 채로 아무 생각 없이 벽만 쳐다본다. 팬케이크도 그대로 벽에 붙어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큰 해골은 하루 종일 네게 말을 걸거나 네가 뭔가 하게 하려 했지만 당연히 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작은 해골이 보는 뭔지 모를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다를 게 없다. 도움이 되지 않는 낯설고 무의미한 소리들, 네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큰 해골은 결국 네가 엎드린 식탁에 종이 한 장 남겨두고 자리를 뜬다. 이내 둘 다 밖에 나가고 너는 집에 혼자 갇힌다.


  한 시간쯤 지나고, 너는 고개 들어 그 종이를 본다. 글자가 좀 적혀 있고 네모난 빈칸들이 이어져 있다. 이것도 퍼즐인가 보다. 종이를 찢어서 던져 버리고 다시 식탁에 엎드린다. 배가 꼬르륵거린다. 주머니에 군것질거리가 남아 있었단 게 기억난다.


 


  해골들이 돌아온다. 큰 해골은 종이가 찢겨 널브러진 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조각들을 주워 모아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작은 해골은 또 소파에 가 앉는다. 잠시 후 큰 해골이 돌아와 아까 그 종이를 식탁에 놓는다. 찢어진 데마다 투명 테이프로 어설프게 붙여 놓았다. 너는 본 척도 하지 않고, 해골은 말없이 방으로 돌아간다.


  너는 소파에 있는 작은 해골을 돌아본다. 턱을 괴고 텔레비전만 본다. 네 자리에서는 놈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저쪽에서도 네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어제 구한 다트를 꽉 움켜쥔다. 드디어 기회가 생긴 것 같다.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다트를 던진다. 날카로운 촉이 흰 머리통을 찌르기 직전, 날아가던 방향이 바뀌어 벽에 꽂힌다. 너는 이를 간다. 해골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도 않는다. 소리죽여 웃는 소리가 들린다.


  넌 어떻게 해야 할까? 놈들을 죽일 순 없다. 놈들을 죽이지 않곤 나아갈 수 없다. 머릿속을 쑤시는 느낌이 한층 더 괴로워져 참을 수 없다. 뭔가 부수지 않는 이상 계속 그럴 것 같다. 영원히! 손에 힘을 줘서 종이를 꾹꾹 뭉치고 내던진다. 이걸론 성에 안 차!


  일어나서 의자를 걷어찬다. 발이 아픈 건 상관 없다. 주방으로 달려간다. 닥치는 대로 찬장이며 서랍을 열고 손에 닿는 것마다 있는 힘껏 바닥으로 집어던진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 놀란 비명 소리, 너를 붙잡는 뼈다귀 팔,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악을 쓰며 놈을 밀쳐낸다.


  “거봐. 별로일 것 같다고 했잖아.”


  작은 해골의 핀잔이 들린다. 다른 해골의 대답은 네 고함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너는 손발 닿는 데마다 때리고 걷어찬다. 서랍을 뽑아내고 접시와 컵을 팽개쳐 깨뜨린다. 길고 날카로운 유리조각 하나를 골라 꽉 움켜쥐고 두 해골을 다시 마주한다. 작은 놈은 여전히 실실 웃지만 얼굴에 땀방울이 흐른다. 큰 놈은 그저 어안이벙벙해 있다. 그쪽은 무시하고 정말로 죽여 버리고 싶은 놈을 덮친다.


  당연히 놈은 언제나처럼 간단히 피한다. 지지 않고 공격을 이어 가려는데 어깨가 단단히 붙잡힌다. 너는 뒤로 돌아 큰 해골을 대신 찌르려 한다.


  “그만 해! 너 손에 피나잖아!”


  놈의 비명이 너무 시끄러워서 너는 잠깐 멍해진다. 해골은 그 사이에 네 손을 잡고 손가락을 살살 벌려 유리조각을 떨어뜨린다. 손에서 빨간 피가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아프진 않다. 팔에 별 감각이 없다.


  “세상에! 피가 안 멈춰! 인간은 왜 이렇게 피가 많이 나지? 괜찮아! 정신 차려! 걱정 마! 내가… 내가 고쳐 줄게!”


  큰 해골은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고쳐 준다 장담하지만 별로 자신 있는 목소리는 아니다. 너는 그냥 놈의 손에 잡혀 싱크대로 간다. 실내화 딛는 데마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짤랑거린다. 화가 조금 풀리기도 했고, 피 흘렸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서, 이제 별로 싸울 의욕이 들지 않는다. 베인 손에 물이 흘러 피가 씻겨 나간다. 너는 말없이 지켜본다. 보고 있자니 어쩐지 조금…… 편하다.


  큰 해골은 너와 반대로 넋이 나가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뭘 찾으려는 듯이 사방을 초조하게 둘러보다가 또 네 손을 보다가 한다. 상처가 꽤 깊어서 피가 멎을 기미가 없다. 녀석은 울상이 되어 형을 본다.


  “어떡하지? 심각한가? 설마 죽진 않겠지?”


  “몰라. 인간이니까 죽을 수도 있겠지.”


  “안 돼!”


  해골은 네 어깨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네 눈을 들여다본다.


  “죽지 마! 포기하지 마! 내 말 들려? 이 손가락 몇 개게?”


  “네 손가락 쟤 어깨 위에 있잖아.”


  “아, 형, 진짜. 어깨에 있어도 보이잖아!”


  너는 아무 대답 하지 않고 피 흐르는 손만 내려다 본다. 해골이 왜 저렇게 걱정하는지 너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자기가 다친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일까? 너는 모르겠다.


 


  해골들은 겨우 반창고를 구해 와서 네 손에 붙여 주었다. 피는 멎었고, 꿰맬 정도로 많이 찢어지지도 않았다. 혹시 꿰매야 한대도 넌 상관 없을 것이다. 네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되지만 않는다면 별로 상관 없다.


  그런데 저 해골들하곤 무슨 상관일까? 너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그래도 뭔가 떠오르려는 건 있다. 기억은 아니고…… 감정 같은 거. 확실하진 않지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생각하지 않는 게 낫다. 게다가 생각해봤자 넌 괴롭기만 하잖아.


  또 밤이 되고 너는 거실에 혼자 남는다. 꽃은 오늘 오지 않았다. 멀리 가지도 않았을 거다. 담요를 덮고 있는데도 조금 춥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 것 같다. 소파 옆 작은 탁자에 큰 해골이 놓고 간 물 한 잔과 아까 그 퍼즐 종이가 있다. 꼬깃꼬깃 구겨져서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너는 그걸 들여다본다. 보다 보니 맨 위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인간! 나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께서 너만을 위해 만든 이 멋있는 퍼즐을 풀어 보아라!!’


  아래에는 네모난 빈칸이 여럿 붙어 있고 글자가 좀 있다. 규칙 설명 같은 건 없다. 너는 생각하는 걸 아주 싫어하니까 그냥 내려 놓는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손을 뻗어 그 종이를 다시 집는다. 심심해서? 궁금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퍼즐을 잠시 더 쳐다본다. 있는 글자랑 칸 수만 보고 낱말을 맞추며 이어 가는 퍼즐이다. 마지막엔 그 중 몇 글자를 합쳐서 다른 낱말 하나를 더 만들게 돼 있다. 귀찮으면 때려치우기로 하고 그냥 한 번 풀어 본다. 그런데 쉬워도 너무 쉽다. ‘파랑’이나 ‘하루’같이 짧고 쉬운 말밖에 없다. 금방 답을 다 알아냈는데 그러고 보니 글씨를 쓸 연필이 없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글자 모양대로 종이를 찢어서 표시하기로 한다. 너덜너덜한 종이에 구멍까지 뻥뻥 뚫리지만 마지막 낱말까지 다 만들어진다.


  ‘파피루스.’


  너는 소파에 다시 누워 천장을 본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짓이었다. 얻은 것도 없고,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생각했던 만큼 괴롭기만 했다. 너는 눈을 감는다. 작은 해골이 자나 안 자나 알아보러 갈 마음도 들지 않는다. 어차피 또 나타나겠지. 그리고 지금은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결국에는 네가 놈을 죽일 거란 걸 안다. 오늘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 놈들을 죽이는 것밖에는 정답이 없다. 네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너는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다가 이른 아침에 땀 흘리고 덜덜 떨며 깨어난다. 머리를 감싸쥔다. 머릿속이 아프다. 너무 아프다. 기억, 증오…… 모두를, 모든 것을 향한, 너무나 깊고 큰 증오. 없애고 싶다! 전부 다 없어지면 좋겠다…….


  “괜찮아?”


  너는 눈을 깜빡인다. 큰 해골이 네 앞에 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놈이 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너는 다시 눈을 감고 이를 악물며 아픔을 참는다. 해골은 네 등을 쓸어내리다 네 이마가 차갑고 딱딱한 어깨뼈에 오도록 끌어안는다. 너는 뿌리칠 힘도 없어서 놈이 등을 토닥이든 머리를 쓰다듬든 내버려 둔다. 네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잊어버려. 생각하지 마. 그냥 잠이나 좀 자 둬.


  잊지 마. 세상을 없애 버리면, 다시는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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