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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2 -

유동문학(221.141) 2016.04.17 16: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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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5193

3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9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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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어디로부터 들려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목소리는 들리는 듯 하면서도 신경쓰지 않으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정도였다. 마치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 가끔씩 나는 이명과도 같았다. 주의를 기울이면 잘 들리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인식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어딘지 알 수 없고 어두운 공간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사실은 꽤 놀라웠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사실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소리는 발원지가 없었다. 소리가 나는 곳이 있어야 그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지만, 이 소리는 그것이 없었다.


 "으으…."


 너는 소름이 돋으면서 그대로 황금꽃밭 위에 주저앉는다. 너는 그저 작은 어린 꼬마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리 있을 수가 없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노을이 지고 있는 듯 석양빛이 에봇산의 구멍 속을 메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곧 저 햇빛도 사라지고 이 장소엔 어둠만이 남을 것이다.


 "무서워, 그런 소리 하지마…."


 너는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로 대화 상대가 있기나 한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아 말끝을 흐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동굴 같은 길이 보였지만, 동굴 속의 동굴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무서워서 갈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니 만개한 황금꽃이 석양빛을 받아 빛이 나고 있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너는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고 황금꽃을 계속 보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볼수록 무서운 것들밖에 없었다.

 그대로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시동안 황금꽃만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난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야?"


 황금꽃을 바라보며 너는 말했다. 황금꽃에게 물어본 것은 물론 아니었다. 너가 듣고 있다고 느끼는 어렴풋한 목소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왜 대답해주지 않는 거야? 아니면, 그냥 환청인 걸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 해서 답답하기도 하고, 이 상황에 대해서 정리가 되지 않아 너는 계속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황금꽃을 계속 보고 있던 덕인지 아까보단 덜 무서웠다. 너는 자세를 고쳐잡고 두 다리로 일어섰다.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니,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고, 너가 보았던 길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리란 사실을 넌 깨닫는다. 너는 다시 후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는 게 아니었어.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엄마랑 아빠가 날 찾고 있을 거야. 하지만, 계속 후회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긴 너무 어두워. 좀 더 밝은 곳으로 가야 돼. 이렇게 앞으로 해야할 일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너는 다시 주저하기 시작했다. 너는 사실 무언가를 혼자서 헤쳐나가본 적이 없다. 아까 에봇 산을 오른 것은 호기심과 시간을 때우고자 하는 것이었지, 용기가 넘쳐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는 에봇 산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만용을 부릴 수 있었다. 지금도 너는 이 구덩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다리를 뻗을 만한 용기가 없었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다시 침울해졌다. 다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말하면, 더 우울해져."


 너는 우울함에 빠지며 고개를 드는 대신에, 고개를 들어올려 앞에 뻗어있는 길을 봤다. 애초에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우울해졌다고 해서 고개를 더 숙일 수가 없었다. 그저 뻐근한 목을 풀고자 고개를 들었다. 침울하고 무심한 표정이 석양빛이 비추어 빛이 났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잠깐 고민한 뒤, 너는 길을 따라서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 나 아직 그럴 생각 없는데…."


 너는 당황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사실 너는 알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날 응원해주는 거야? 아니면, 답답해서 그런 걸까. 미안해. 아니… 미안해요."


 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공손하게 말하지 않았는다는 것을 깨닫고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는 와중에,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응원을 해주는 듯해서 고마웠다. 하지만, 이내 사실 그건 응원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고 있지 못 하는 자신이 답답해서 그럴 거라고 단정짓는다. 너는 이내 곰곰히 생각하다가 답답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 맞을 테지만, 존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의 또래 같았기 때문이다.


 "어…, 존댓말할 필요가 없다는 거구나? 그리고 답답한 건 맞나보네…."


 너는 자신의 우유부단한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를 책망했다. 하지만, 너가 스스로 생각하길, 자기를 도와주는 목소리를 위해서라도 저 길로 가야 했다. 너는 이곳이 괴물이 봉인된 곳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황금꽃밭 옆에 있던 적당히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나뭇가지를 들었다. 이것으론 무시무시한 괴물들과 싸울 수 없겠지만, 최소한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디에서 들려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마치 친구처럼 옆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한 걸음 한걸음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들어갈수록 어두워질테니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으며, 어디로 가야할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너는 이 목소리와 대화해볼까 생각하다가 이내 그만둔다. 목소리는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어서 말을 걸면 방해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는 그냥 목소리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가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 재밌었다. 너의 옆에서 누군가가 끊임없이 떠드는 걸 별로 겪어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으니 옆에서 누군가가 떠들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기껏해봐야 교실 안에서 다른 아이들이 떠드는 걸 주워듣는 정도다.


 "너,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구나."


 동굴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울려서 메아리치듯 퍼졌다. 너는 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니 고급스럽게 장식된 문을 하나 발견 했다. 문은 없었지만, 그 주변의 장식물이 잘 뻗어있었다. 마치 매우 비싼 거울의 테두리를 떼어서 가져다 붙인 듯한 모양새였다. 너는 그 문지방을 넘어서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앞에 황금꽃이 하나 있었다. 황금꽃 하나가 오롯이 너를 보며 그곳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 같았다. 황금꽃은 참 예쁜 꽃이라고 생각하며 그 꽃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황금꽃에는 얼굴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이 곧 벌어졌다.


 "반가워! 난 플라위!"

 "히이익!"


 너는 뒷걸음질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황금꽃이 줄기를 자신의 목처럼 길게 빼어놓곤, 입을 움직이고 눈으로는 너를 보면서 인사를 건네었던 것이다. 괴물들이 갇혀있는 곳이 분명하다고 너는 확신했다. 하지만, 그 말하는 꽃은 너를 해칠 의도가 없어보였다. 오히려 줄기를 양 옆으로 흔들며 즐겁게 리듬을 타고 있었다. 너는 경계를 풀고 꽃에게 다가갔다.


 "흐음…, 너 이 지하세계는 처음인가보구나. 이런"


 플라위라니, 너는 정말 대충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난 그런 생각 안 했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너는 사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걸 인정했다. 너는 말하는 꽃이 너를 도와주리란 확신에 가득 차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괴물들 중에는 착한 괴물도 있다는 걸 알았다. 너는 저렇게 예쁜 꽃의 형상으로 생긴 괴물은 마음씨도 아름다우리라고 믿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누가 알려줘야겠는데! 작고 힘없는 나라도 알려줘야겠어."


 너는 종이와 펜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것에 후회했다. 이런 '지하세계'라는 곳에서 무슨 괴물이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곳인지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둬야될 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플라위는 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을 이어갔다.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것 같기도 하면서 움직이는 게 꽤 귀엽다고 느꼈다. 예쁘고 착하고 귀여운, 그리고 말할 줄 아는 꽃이라니! 너는 속으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네 영혼이 보여. 넌 정말 약하구나. 하지만 LV를 받으면 강해질 수 있어. 바로 LOVE지! 이 지하세계에선, LOVE를 이 작고 하얀 친절 알갱이로 줘. 필요해보이니까 너에게 나눠줄게!"


 플라위의 뒤에서 작고 하얀 알갱이가 생기더니 너에게로 날아온다. 너는 친절 알갱이가 날아오는 걸 보고 가만히 있는다. 처음 보는 신기한 마법이었지만, 괴물들이니까 이렇게 자유자재로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친절을 나눠주는 마법이라니, 너의 우울한 기분을 날려줄만큼 멋진 것 같았다. 작고 하얀 친절 알갱이들이 너에게로 날아오더니 너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 순간, 너는 가슴 언저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는 걸 깨달았다.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버렸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떠는 와중에, 고개를 내려 가슴쪽을 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럴 순 없다고 너는 생각하며, 들려오는 목소리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리 속으로 물어보았다. 이 상황에서 도움울 청할 사람이 그 목소리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 속에 울리는 목소리 따위가 너의 가슴에 난 상처를 치료해줄 순 없었다. 너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세상에, 너의 영혼은 너무 약하구나. 아주 약하게 영혼을 공격했을 뿐인데 그런 상처가 나다니."


 너는 노란 꽃이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악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개를 들어보니 노란 꽃은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노련하고 사악한 사기꾼의 웃음이었다. 너는 몸에서 흐르는 피와 네 존재의 정수로부터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더 이상 무언가를 이해하고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내가 제대로 알려주지. 이 세계는 죽거나, 죽이거나야. 한 번 더 공격할 필요도 없겠군. 멍청한 꼬맹이."


 노란 꽃은 몇 번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괴물이 사는 지하세계란 그런 곳이구나, 괴물들이란 이렇구나, 라고 생각하며 거친 숨을 쉬었다.

 마지막 순간이 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밑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듯이 추락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번엔 마법 공격을 맞고 죽어갔다. 정말로 후회됐다. 엄마랑 아빠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죽음의 순간을 한 번 넘겼는데도, 다시 한 번 더 이런 경험을 해야하는 자기 자신의 처지가 믿기지가 않았다.


 "도와줘…"


 너는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나 빼고는.


 "제발…."


 너는 엄마와 아빠를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애초에 이런 산에 오는 것이 아니었다고 되뇌었다. 의식이 멀어져가는 와중에 방금 그 노란 꽃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런 어둡고 까만 곳에서 죽음을 맞이 해야한다는 사실이, 어린 너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이 상황을 부정했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 이해가 안 돼…."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너는 살아서 엄마와 아빠를 만나러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집에는 못 돌아가… 아무 힘도 안 나는 걸…."


 너는 집 주변에 널린 황금꽃을 떠올렸다.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그저 아름다운 꽃에 싸인 너의 마을을 떠올린다.


 "그냥…, 난 만날 친구도 없으니까."


 너는 흐르는 붉은 피가 너의 얼굴까지 올라온 것을 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다 못해 너의 눈앞까지 피웅덩이가 올라온 것이다. 너는 그 붉은색을 보며 너의 상태를 절실히 깨닫는다.


 "아…"





 너는 살아야한다는 의지를 다진다.






*





 너는 눈을 떴다. 황금색 꽃밭이다. 아까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너는 미친듯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하늘을 바라본다. 구멍을 통해 석양빛이 내려온다. 너가 맨처음 떨어졌을 때의 빛만큼이나 밝았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너에게 이뤄져서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이 상황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설명 좀 해줘! 나는 분명히…."


 너는 애원하듯이 물어본다.





 겉보기보다 꽤 굳센 이 아이에게 좀 더 친절하게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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