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해 서방 기업에 대규모로 위장 취업하며 외화벌이와 정보탈취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연계 조직은 음성 변조·얼굴 합성 등 첨단 AI 기법을 활용해 재택근무 IT 일자리에 침투하고 있으며, MS만 해도 지난해 이와 관련된 이메일 계정 약 3000개를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고립 사건이 아니라 체계적·조직적 사이버 위협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원격근무가 일상화된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신원 검증 체계의 허점이 안보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위장 취업은 과거 현지 협력자에 의존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AI를 전면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는 제재 국면에서 외화 확보 루트가 막힌 북한이 기술적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북한 IT 취업사기의 정교화…”맨눈 식별 불가능”
M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원격 면접 과정에서 음성 변조 프로그램으로 억양을 숨기고, 얼굴 합성 기술로 도용된 신분증에 북한 인력의 얼굴을 합성했다.
또한 AI를 활용해 ‘그리스식 이름 100개’처럼 서방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가명과 이메일 주소를 대량 생성하며 구직 플랫폼에 등록했다. 심지어 채용 공고를 AI로 분석해 기업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지원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부산지검이 유사 시기 경고한 바와 같이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허위 AI 이미지”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보안 체계로는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구직 플랫폼 업워크는 “불법 행위 제거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술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보 위협의 이중성…외화벌이 넘어 정보탈취
이번 사안이 단순 고용 사기를 넘어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의 이중 목표 때문이다. 위장 취업을 통해 확보한 외화는 정권 유지 자금으로 활용되며, 동시에 기업 내부 시스템 접근권을 확보해 해킹 도구와 민감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월 보안 업체들이 추적한 사례에서도 북한 해커가 생성형 AI로 원격직 취업에 성공한 뒤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의 사이버 역량이 핵·미사일과 함께 3대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AI 결합은 위협 수준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재택근무 환경에서 물리적 감시가 불가능한 점을 악용하면 장기간 탐지 없이 정보를 빼낼 수 있어, 국가 핵심 기술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대응 공백…국제공조 체계 구축 시급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 체계가 이러한 신종 위협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대응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AI 악용 범죄에 대한 법적 규제와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국제 공조 없이는 실효성 있는 차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MS와 업워크 등 글로벌 플랫폼이 자체 모니터링으로 수천 개 계정을 차단했지만, 이는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국정원·경찰 등 법 집행 기관과 민간 플랫폼 간 정보 공유 체계, 그리고 미국·유럽 등과의 신속한 공조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의 AI 무기화는 이제 가설이 아닌 현실이 됐다. 3000개 계정 차단이라는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며, 탐지되지 않은 침투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국회가 기술 진화 속도에 맞춰 법·제도적 방어망을 촘촘히 구축하지 못한다면, 안보 공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국제 공조와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통합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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