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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3 -

유동문학(221.141) 2016.04.18 11: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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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까, 그 괴물 꽃의 마법에 맞아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지 못 한다. 누군가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죽었다가 살아나는 상황 따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너는 오히려 죽다 살아난 이 상황마저도, 죽어가는 것만큼이나 무서운지 눈가가 점점 더 촉촉해졌다. 황금꽃밭 옆에, 자신이 아까 들고 갔던 나뭇가지가 그대로 놓여져있다는 것을 보고, 정말로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확신을 얻는다. 너는 나뭇가지를 다시 손에 집었다. 모든 상황을 생각해보았을 때, 일단 지금은 안전했다. 죽을 위기에 처했었지만, 불가사의한 힘을 통해서 너는 다시 살아났으니, 죽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나은 상황이다. 너는 이제 저 길로 가면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그래, 응원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너는, 자기 자신이 안전하며 죽음에서 되살아났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닫고 불안감을 떨쳐냈다. 살짝 더러워진 옷소매로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고 시야를 또렷하게 하여 앞을 내다보았다. 너는 어떻게 되살아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불가사의한 힘이라는 말은 곧, 말 그대로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질문하기를 그만두었다.

 상처를 입었던 가슴 언저리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맨살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지만, 아무 상처 없이 깔끔했다. 이런 사실은 너에게 고양감과 함께 불안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둘 다 적절한 감정은 아니라고 누군가가 귀에 속삭이는 듯 했다.


 "어? 그런 거야?"


 너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의 무게감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본다. 죽어가는 나 자신을 살릴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죽어가는 것도 살릴 수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위험에 처했다면, 시간을 되돌려서 미리 도와줄 수 있다. 사람의 생명 문제가 아닌, 사소한 문제를 생각해보아도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너는 그런 능력이 있으면 자신의 능력으로 힘을 뽐낼 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일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너가 이것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지막지하게 사악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엄청난 영웅이 될 수도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힘을 가지고서 고양감에 들떠있다면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맞는 말이야. 알려줘서 고마워. 너 말을 정말 멋있게 하는 것 같아."


 너는 잠시 쉴 시간을 가지려는 듯 다시 황금 꽃밭에 앉았다. 꽃들이 눌리지 않게 조심히 자리를 잡았다.


 "어, 그러면 여기로 떨어지기 전으로 돌아갈래!"


 생각해보니, 애초에 에봇산으로 들어오기 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너는, 아까 죽어갈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시간을 되돌리는 상상을 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힘을 주며 강하게 생각을 했지만, 눈을 떠도 너는 원래 그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런데 너는 순간 위화감을 느낀다. 분명히 아까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아까부터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가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떨어뜨렸나, 싶어서 주변을 돌아보았더니, 나뭇가지는 너가 애초에 다시 줍기 전에 그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마치 아무도 만지지 않았다는 듯이 그 자리에 있었다.


 "어, 설마?"


 이 상황을 생각해보았을 때, 너가 시간을 되돌리는 상상을 했을 때, 분명히 시간이 돌아간 것은 맞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어째선지 에봇산에 떨어지기 전의 시간까진 되돌아갈 순 없는 것 같았다. 너는 이내 실망했다. 이런 힘을 가지게 되었으면서도, 집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금방 울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을수록, 집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너는 아까 그 괴물꽃이 있는 방으로 가야만 했다. 갈 수 있는 길로 가야, 돌아갈 길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되새긴다.

 너는 자리에 일어서서 나뭇가지를 다시 손에 잡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곰곰히 다시 생각해봤다. 혹시 괴물 세계에 들어와서 이런 게 가능한 것인지, 혹시 괴물 세계의 모든 괴물들이 이런 힘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 애초에 괴물이 전쟁에서 질 리가 없었으므로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왜 조그마한 꼬마 울보인 너가 이런 힘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묘한 힘 덕에 묘하게 신났지만, 너는 아까 스스로 얻은 충고를 기억해내고 그 감정을 억눌렀다. 너 같이 어린 아이가 쓸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게 만약 마법이라면, 엄청나게 센 마법사에게 물어봐서 어떻게 해야할지 꼭 조언을 얻어야 될 거라고 생각했다.

 너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차라리 아까 그곳으로 다시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지만, 너의 마음은 너무나도 시간 낭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약간의 조바심이 났다.

 너는 아까 그 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나뭇가지를 붕붕 휘둘렀다. 그 소리가 동굴의 벽면에 퍼져 묘한 소리를 냈다. 그런 장난을 치면서 말했다.


 "있잖아. 내가 떨어진 이곳이 많이 이해는 안 가지만, 너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너는 나뭇가지를 잡은 팔을 한바퀴 빙빙 돌렸다.


 "너가 혹시 괴물이라면, 넌 정말 좋은 괴물인 거 같아. 내가 봤던 사람 중에서 가장 착한 거 같아"


 너는 뭔가 말을 이상하게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봤던 사람 중에서 가장 좋은 괴물이란 말은, 살짝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딱히 표현을 고치고 싶지는 않았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뭇가지를 빙빙 돌리면서 그것을 던지고 다른 손으로 그 나뭇가지를 받는다.


 "아니, 그렇게 어려운 건 못 하는데… 어쨌든, 아까 보니까 너의 목소리는 나한테만 들리는 것 같아. 너무 말을 잘해서, 환청인 것 같지도 않아. 여기로 떨어지고 나서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아마도, 네 목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난 시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 같아. 너가 해준 거지? 정말 고마워."


 도와준 건 맞지만, 그건 너의 힘이야.


 "에?"


 너는 동작을 멈추고 놀라는 소리를 했다.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아마도 잘못 들은 것 같았다. 너는 그대로 갈 길을 갔고, 아까 그 괴물꽃이 있는 방으로 가는 문을 찾아 들어갔다.


 "아직 그 문은 안 보이는데…, 알았어. 빨리 갈게."


 너는 목소리가 속으로 굉장히 착하면서도 비밀스러운 게 많은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한층 더 빠르게 움직이며 아까 그 문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문을 찾았고 너는 그 문으로 들어갔다. 그 방 한 가운데에 황금꽃이 하나 오롯이 피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숨을 참게 되었다. 저 꽃이 아까 너를 죽이려 했고, 진짜로 거의 죽였다. 너는 속으로 저 꽃이 말하고 있을 때, 빈틈을 노려서 나뭇가지를 휘둘러 패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안 돼. 저 꽃이 사실 착할 수도 있어. 괴물은 인간을 싫어할 테니, 여기에 들어온 인간을 싫어할 거 아냐. 잘 이야기하면, 괜찮을지도 몰라. 너도 좋은 괴물이잖아."


 괴물 꽃에게 들리지나 않을까 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머리 속의 목소리가 굉장히 착한 괴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저 괴물 꽃도 사실 본심은 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는 이방인이고, 괴물들을 여기에 가둔 인간 중 한 명이니까, 보자마자 죽이려드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너는 거침없이 괴물 꽃에게 다가간다. 플라위가 얼굴을 내보이며 너를 쳐다본다. 아까는 굉장히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영 더러운 표정이었다. 너는 플라위에게 웃으면서 인사하려고 했지만, 플라위가 먼저 입을 떼었다.


 "너 도대체 뭐야, 인간."

 "응? 뭐, 뭐가?"


 너는 흠칫 놀라며 몸을 떤다. 플라위의 얼굴이 점점 더 기괴해지고 있었다.


 "넌, 굉장히 흥미로운 인간이구나. 널 상대하는 건 의미가 없겠군."


 플라위는 너의 힘을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괴물들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괴물 세계에서 모든 괴물들이 이런 마법의 힘이 없다고 해도, 모른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는 보증 또한 없었다. 너는 사려깊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하지만, 사실 너가 어떻게 행동했어도 시간을 돌린 순간부터 모든 반응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달리 너가 깊게 생각한다고 하여 달라지는 건 없었다.


 "너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아? 아니, 사실은 나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야, 인간. 지켜보겠어."



 플라위는 그대로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괴물 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너는 누군가가 설명해줬으면 싶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응… 누가 좀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 장소에는 너밖에 없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너는 스스로 이해하고 헤쳐나가야 할 운명인 것이었다. 너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의지로 충만해졌다.


 "왜 그렇게 너 스스로를 없는 척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 뒤,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맞아, 너 이름이 뭐야? 생각해보니까 네 이름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말야."


 너는 들려오는 목소리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적막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너는 다시 말했다.


 "넌 정말 재밌는 괴물이야. 내 이름은 프리스크야. 나랑 같이 가줘서 고마워."


 너는 몇 번이나 반복해왔는지 알 수 없는 고마움의 표시를, 또 하고 있었다. 너는 문득, 그 목소리가 너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라고 언급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이 목소리의 주인은 괴물이 아닌 것이었다. 그렇다면, 너는 너와 종족도 같으면서 나이도 비슷한 친구를 가지게 된 셈이었다. 


 "정말? 날 친구로 삼아주는 거야?"


 친구는 누군가가 누구를 삼아주는 게 아냐. 서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 때, 무언가 묵직한 발 소리가 어둠 너머에서 들려왔다. 너는 대화를 멈추고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하얀 형체가 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너는 혹시 모를 상황에 나뭇가지를 꽉 잡아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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