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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AU) The Child Run - 스노우딘 편 #1(리테이크)

일상일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02 04:10:55
조회 2384 추천 48 댓글 16
														
UNDERTALE if’
The Child Run

스노우딘 편

#1

  “눈! 해골빠가지! 눈이야!”

  눈 밟는 소리에 깨어난 아이의 환성이 눈꽃처럼 피어났다. “heh. 꼬맹아, 눈 좋아해?” 아이를 등에 업은 백골이 묻자 아이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은 차갑고 하얘서 좋아! 눈사람도 만들 수 있어!” 정말로 단순한 이유였지만 어린아이란 원래 그런 것이리라. 샌즈는 걸음을 멈췄다. 폐허에서 나온지도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다. 조금은 쉬어도 괜찮겠지. 다행히도 이 근방은 고양이를 닮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매일 같이 감시 카메라의 전선을 끊고 있었기 때문에 치안 유지대에게 들킬 염려도 없었다.

  백골의 등에서 내려온 아이는 백골의 주변을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총총히 새겨지는 발자국들이 도화지 위를 수놓은 그림 같았다. 아이는 한 동안 발자국 그림을 그리는 일에 푹 빠져있을 모양이었다.

  근처의 나무 그루터기에 앉은 샌즈는 있지도 않은 콧잔등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앞의 일은 막막하기만 했다. 가던 길의 끝에 엉성한 모양의 나무문이 보였다. 오랫동안 손이 닿지 않아 썩고 빛이 바랜 문. 지금은 원형조차 남지 않았지만, 언젠가 파피루스가 인간을 붙잡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저 문을 지나면 드디어 괴물들의 영역이었다. 이제부터의 여정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돌파하는 것이 그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자신은 절대로 친구를 배신하지 않겠다.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를 보면서 샌즈는 다짐했다. 어쩌면 아직 아무 일도 겪지 않은 자신의 지나친 오만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지하에는 없는 이 감정을 잃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감정을.

  물론 그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생 파피루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감정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이어진 결속과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오히려 그 빛이 바랬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신뢰가 깨어진다면?

  샌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 인간의 편에 선 이상 파피루스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게 된 것이다. 동생과 대립하게 되다니, 지금까지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짊어진 이 모든 일들과 함께 파피루스와 마주했을 때, 자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만약 일이 극단적으로 흘러간다면 파피루스를 이 손으로----

  퍽, 하고 차갑고 하얀 구체가 백골의 얼굴에 터졌다. “명중했어!” 꺄르르 웃는 목소리에 잠시 침묵한 샌즈가 얼굴을 쓸어내리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다음 눈덩이를 만드는 아이가 보였다. “heh.” 샌즈는 피식 웃었다. 그래, 이제 와서 고민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꼬마야, 나한테는 동생이 하나 있거든? 그 녀석도 눈싸움을 꽤 잘 했는데 말이야…….”

  또 한 번 눈덩이를 던지려던 프리스크가 우뚝 멈췄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있었던 백골의 모습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아이는 “해골빠가지!” 하고 샌즈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손에 든 눈덩이도 내던지고 주위를 빙글 돌아보았지만 아이는 그의 옷자락조차 찾지 못했다.

  아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해골빠가지! 어디 갔어!” 한 번 더 불러보았지만 백골은 여전히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아이의 눈가에 물기가 서렸다. 프리스크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터뜨리려고 했다.

  히익, 하고 아이의 입에서 울음 대신 비명이 새어나왔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차가운 감각이 아이의 등골에 스몄다. 깜짝 놀란 프리스크는 그대로 눈밭에 엎어졌다.

  “heh, 나는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신음을 흘리는 샌즈가 아이의 뒤에서 킬킬거리며 웃었다. 샌즈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렸다. 지하가 아직 평화로웠던 시절에는 자신과 파피루스도 이렇게 눈싸움을 하고는 했다. 비록 파피루스는 프리스크에 비하면 무척이나 키가 커서 등 대신에 엉덩이에 넣어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눈을 빼낼 생각은 안 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하던 파피루스의 모습을 샌즈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파피루스와는 달리 영리한 프리스크는 벌떡 일어나서 곧바로 등의 눈을 빼내고는 백골의 손을 찰싹 때렸다.

  “해골빠가지는 바보야!”

  이런, 장난이 너무 지나쳤나. 샌즈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아이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대신 아이는 백골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혼자 가면 안 돼!”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렇다. 상대는 어린 아이인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금방 울어버리는, 연약한 인간의 아이. “미안해 꼬마야.” 샌즈는 그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이제 혼자 가지마.”
  “당연하지.”
  “정말이지?”
  “물론이지. 뼈에 새겨놓을게.”

  그제서야 아이는 붉게 물든 눈가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친구라니까. 샌즈는 속으로 불평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마주잡은 아이의 손에서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는 그것을 꽉 쥐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서.

  괴물과 아이는 다시 길을 나섰다. 엉성한 나무문을 지나자 금세 초소가 나타났다. 나무문과는 달리 깨끗하게 손질된 모습이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물론 그 안에 초병은 없다. 원래라면 샌즈가 그 안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집이라면서 들어가려고 했지만 백골은 그것을 재빨리 막았다. 스노우딘의 초병 중에는 냄새에 예민한 개과의 괴물들이 많았다. 이 초소는 잘 쓰이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초소에 들어가지 못해서 크게 실망한 아이를 어르던 샌즈는 돌연 초소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발소리. 그리고 얇은 철판들이 맞물려 부딪히는 소리. 샌즈는 그 소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파피루스. 그의 동생. 언젠가는 마주하리라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나도 빨랐다. 샌즈는 서둘러 아이를 옆에 있던 가로등 뒤에 숨겼다. 다행히도 아이의 작은 체구는 가로등에 완전히 가려졌다.

  “꼬마야, 잠깐만 여기에 숨어 있어.”
  “숨어? 숨바꼭질이야? 나 숨바꼭질 잘해!”
  “heh, 그거 정말 믿음직스러운 걸.”
 
  날카로운 마찰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샌즈는 아이에게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당부하고는 초소로 갔다. 오솔길에서 키 큰 백골이 튀어나온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샌즈! 큰일났다구!”

  온 몸에 철갑을 두르고 뼈로 된 봉을 든 백골은 특유의 소란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을 쏘아붙였다.

  “오늘 밤 레지스탕스들이 마을을 습격한다는 첩보가 있었어!”
  “레지스탕스가 마을을 습격한다고?”

  샌즈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레지스탕스는 국왕 아스고어의 아들인 아스리엘이 이끄는 반 치안유지대 집단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치안유지대의 견제에 있는 것이지, 마을을 약탈하거나 민간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지하 전역에서 민간인들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샌즈는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파피루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heh, 그것 참 '골' 때리는 농담인데. 누가 그런 소릴 한 거야?”
  “농담 하는 게 아니야! 형은 괴물 말을 좀 진지하게 듣는 버릇을 들여야 해! 이건 언다인 대장한테서 들은 거라고!”
  “그래?”
  “그래! 지금 당장 마을로 돌아가서 습격에 대비해야 해!”

  언다인은 지하에서도 소문난 주정뱅이였지만 그녀에게서 나오는 정보는 대체로 믿을 만 했다. 샌즈는 눈을 흘겨 프리스크가 숨은 가로등을 보았다.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한지 고작 5분도 되지 않았다. 아이를 두고 자리를 뜨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변변치 않게 둘러댔다간 오히려 감이 좋은 파피루스의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다. 잠시 고민한 샌즈는 결정했다. 일단은 따라갔다가 최대한 빨리 돌아오는 것이 최선책이리라.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어쩔 수 없지.”

  샌즈는 초소에서 나와 파피루스의 뒤를 따랐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부디 그녀가 무사하기를 비는 것 뿐 이었다. 미련이 남은 무거운 발자국이 숲 너머로 이어졌다. 프리스크는 그 자리에 혼자 남았다.

  인간의 아이는 가로등을 마주하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아이는 숨바꼭질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이것이 숨바꼭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어떠한 기척도 소리도 없었다. 그럼에도 프리스크는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뒤로 돌아섰다. 어떠한 직감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뾰족한 귀에 갈색 털. 검은색 청바지에 보라색 후드를 입은 괴물은 아이의 바로 눈앞에 있었다.

  “어. 음. 캬오?”

  아이와 눈이 마주친 괴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억지로 구겨서 무서운 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서울 리가 없었기 때문에 프리스크는 맑은 눈동자로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괴물은 양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아, 이게 아닌데!” 따위의 말을 외쳤다. 괴물은 답답한 마음에 후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나란 녀석은 어째서 만날 이런 식이람." 자괴감 넘치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연기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에 조금씩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괴물을 가르키면서 외쳤다.

  “야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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