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다인! 내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파피루스가 손을 힘차게 내저으며 말했다. 무슨 뜻으로 하는 건진 몰라도, 언다인이 파피루스를 쳐다보며 으르렁거리는 것을 보면, 그렇게 자랑스런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베프가 되자는 말을 듣고서 당황하던 언다인은 이제 파피루스에게 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봐, 이 인간이 얼마나 착한지! 이 집까지 찾아와서 너랑 친구가 되자고 하잖아. 그것도 베프 말야! 이런 말하긴 슬프지만, 인간은 너의 창에 찔려서 삼 일 동안 의식을 잃었다고. 나도 인간이 갑자기 멀쩡한 모습으로 찾아와서 당황스럽지만, 너는 그러면 안 되지 언다인! 너는 왕실 근위대장이야. 그러므로 나, 위대한 파피루스가 알려준 '인간과 친해지기' 강의에 대한 내용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인재라는 거지! 친구가 되자고 찾아온 인간에게, 왜 왔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야!"
"닥쳐!"
인간과 친해지기 강의라, 그거 꽤 괜찮은 강의네. 다만, 너가 생각하기에 파피루스가 말한 그 강의 내용이 정상적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 강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간에, 너를 보자마자 썩은 달걀 노른자 같이 터진 표정을 지으면서 왜 왔냐고 말하는 것은 알맞지 않았다. 언다인은 파피루스에게 제발 좀 입을 다물라고 계속 소리치고 있었고, 파피루스는 언다인에게 지금까지 알려준 강의 내용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목차를 읊어주고 있었다. 인간과 인사하기, 날씨 물어보기, 스파게티 대접하기, 같이 데이트하기 등등 여러가지 목차가 있었다. 도대체 파피루스는 뭐 때문에 스파게티에 그렇게 집착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열띤 토론의 장에서 너는 잠깐 소외되고 있었다.
"어, 언다인 언니?"
"누가 니 언니냐, 인간! 낮짝 뜨거운 호칭 갖다 버려!"
그렇게 소리친 언다인이 파피루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뒤를 돌아보며 널 내려다보았다.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깊은 짜증을 내비치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너를 당장이라도 패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미친 물고기 맞는 것 같다. 다른 괴물을 목숨까지 걸어가며 살려주는 모습을 봐도 저런 식으로 나오니, 슬슬 너의 인내심이 바닥나려 한다. 응? 그런 적 없다고?
"이럴수가! 언다인, 잘 하고 있어! 자신을 이름만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것도 친해지는 과정 중 하나야!"
"알았어요, 언다인!"
"느아아아아!"
언다인은 머리를 감싸쥐고 소리를 질렀는데, 너는 속으로 그 비명 소리가 왠지 모르게 기백이 있어서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파피루스는 그런 언다인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언다인, 너는 원래 연기 잘 하잖아. 이것도 하나의 연기라고 생각하라고! 인간 앞에서 할 대사가 한 두 개가 아니었잖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구. '파피루스의 형제이십니까? 미안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취하겠습니다.' 오 세상에, 언다인이 이런 작은 꼬마 앞에서도 그토록 기대하던 인간 앞이랍시고 샌즈를 '파피루스의 형제이십니까?' 라고 격식을 갖추어 대사를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었어. 샌즈한테 '파피루스의 형제'이시라니, 녜헤헤! 그런 대사를 입 밖에 낼 정도의 용기면 인간과 친해지는 건 일도 아냐. 나, 위대한 파피루스가 보장하지! 자 이렇게 말해봐. '인간! 당신과 친해져서 우리의 위대한 대왕 아스고어님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간이 정말 좋아할 거야! 너가 비록 뒤에서는 아스고어를 만만한 털복숭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말야!"
그 뒤로도 파피루스는 끊임없이 언다인이 얼마나 훌륭한 연기자이며, 배우인지에 대해 장황히 서술했다. 언다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으로 보아 굉장히 화가 났거나, 굉장히 부끄럽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둘 다거나.
"당장 꺼져, 파피루스!"
"알았어, 난 갈게!"
언다인이 외치자, 파피루스는 갑자기 옆으로 달려가서 보이지 않더니, 이내 쨍그랑, 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파피루스 특유의 희한한 웃음소리를 내며 멀찍이 달려가고 있었다. 언다인이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더니, 너가 다시 눈에 들어온듯 다시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치 눈싸움을 하자는듯이 무서운 눈매로 너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그 모습을 보고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였다. 너 나름의 전략이었다.
언다인은 너를 내려다보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선 말했다.
"일단 들어와라."
언다인은 뒤돌아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갔고, 너도 따라 들어갔다.
거창하게 생긴 외관에 비해 굉장히 평범하게 생긴 내부였다. 주방이 일자형으로 되어있었고 집 오른편에는 식탁이 있었다. 왼편에는 멋지게 생긴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 있었는데 너는 그랜드 피아노를 처음 본 것이었기 때문에 정말 신기했다. 학교에 있던 피아노가 너가 알던 피아노의 전부였다. 저 피아노 위에 누워서 잘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집 구석에는 문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 언다인의 방인 것 같았다. 그 외에는 딱히 주목할만한 것도 없었다. 거창한 갑옷이라거나 여러 무기가 나뒹군다던가 하는 건 없었다. 사실, 식탁 옆에 칼이 있긴 했는데, 휘두른다고 하기엔 너무 커서 장식용인 것 같았다. 거의 언다인의 키만한 검이었다.
언다인은 진정하기 위한 것인지, 한숨을 크게 들이고 내쉬더니 너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서, 베프가 되기 위해서 왔다고?"
"네!"
"어떻게 되겠다는 거냐?"
"몰라요."
너가 너무 당당하게 말했기 때문에 언다인은 표정 변화도 없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야성적인 일갈이나 창을 던져 집을 박살낼 정도로 화나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봐온 언다인의 성격 상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지만, 미묘하게 차분한 지금의 언다인은 사실 너가 알던 모습의 언다인과는 정반대인 것 같았다.
"일단 고맙다는 말부터 해주지."
"네?"
"하, '네?'라니 신기하군. 나는 널 잡기 위해서 난폭하게 창을 던졌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 아이를 죽일 뻔했어. 하지만, 너가 몸을 던져서 그 아이를 살려줬지. 이 점에 대해선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 꼬마를 죽일 뻔한 건, 분명히 내 잘못이었고 그 잘못을 바로잡은 건 바로 너야. 고맙다."
"아, 아니에요. 그건 언다인 탓이 아니라……."
"서투른 위로는 하지 않는 게 좋아. 난 그 꼬마를 죽일 뻔한 게 잘못이라고 했지, 널 죽이려고 한 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래서 언다인은 정말 좋은 괴물인 것 같아요."
언다인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너의 태도가 굉장히 마땅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너는 살짝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언다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너가 그런 표정으로 언다인을 보면 볼수록, 언다인의 표정을 점점 더 일그러졌다. 마침내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한 표정이 되자, 너도 슬슬 견디기 힘들 정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프리스크를 안으로 잘 데려왔으면 의자에 앉혀서 차나 갖다주고 담소나 나눌 것이지 표정으로 위협은 왜 하는 거야? 스노우딘으로 데려가서 눈찜질이라도 시켜주고 싶은데.
"난 널 죽이려고 했다, 인간. 그게 좋다고 생각하나?"
"그야, 저한테는 안 좋은 일이겠지만, 괴물들을 위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괴물들을 위해서 근위대장을 하시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그 노란 괴물을 구해준 거에 대해서 고맙다고 하시는 거고요. 괴물을 위하는 마음이 엄청난 거죠."
"하지만, 너는 인간이다. 인간이 왜 괴물의 사정 따위를 이해하려고 하는 거냐? 결국 나는 너의 영혼을 취하고자 했던 것 뿐이야."
"죽는 건 싫지만……, 그래도 언다인은 착해요."
"인간, 넌 날 지독히 비참한 기분에 빠지게 만드는군."
언다인은 표정이 굳더니, 조용히 주방에 있는 서랍으로 걸어가 뭔가를 뒤적이며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너는 언다인이 한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 멀뚱멀뚱 서 있을 뿐이었다.
"옆에 식탁에 앉아. 차를 나올 테니.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언다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말투가 편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조금 안심하면서 옆에 있던 식탁 앞 의자에 앉았다. 언다인이 주전자에 물을 따르고 끓이면서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물이 끓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프리스크, 너 엄청나게 말도 안 되는 사람이 되가는 거 알아? 넌 그냥 어깨를 축 늘여뜨려놓고 집에 가다가, 에봇 산에 가고선 발을 헛디뎌서 떨어진 그냥 꼬마라구. 그렇게 행동할 필요가 있어? 넌 그냥 평범한 꼬마애야. 왜 이런 저런 사명감 같은 걸 네 속에 쌓아두는 거야? 괴물들은 너를 공격하고, 너는 그런 괴물들을 이해해주고 있어. 이건 분명히 잘못된 관계야. 내 말은, 굳이 똑같이 갚아주라는 소리는 아냐. 너가 그러고 싶지 않으면,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착하게 대해줄 필요까지 있어? 아까 뭐라고 했지? 그래도 언다인은 착해요, 라니. 그건 너무 지나쳐.
'넌 아스리엘과 친했어?'
응?
'플라위 말고 아스리엘 말야. 너를 도와준 아스리엘. 너는 아스리엘과 친했어?'
……, 가까웠지. 걔가 다친 나를 구해주고, 가족이 되어줬지.
'토리엘 아줌마랑 아스고어가 네 엄마와 아빠가 되어준 것도 알고 있어. 나도 알아. 너가 기억하는 아스리엘과 토리엘 아줌마, 아스고어의 모습은 친절했어. 그 감각을 기억해봐.'
몰라. 그저 그들을 이용했던 나 자신만을 기억할 뿐이야.
'넌 괴물들을 좋아하는 것보다도 인간을 더 싫어했으니까. 괴물들이 이해해주는 것보다 너는 훨씬 더 아팠으니까. 괴물들이 감싸주기엔 너의 상처가 너무 컸으니까. 그런 걸 거야.'
신경 쓰지 마, 프리스크. 넌 너 자신이나 도와. 나도 널 도울 거니까.
'그냥, 너가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
넌 좋은 파트너지만, 이해가 안 돼. 너의 영혼 덕분에 나도 친절함, 감사함, 사랑, 희망 같은 걸 느낄 수 있어.
'내가 아니라, 너로부터 그걸 느끼길 원해. 완전히 말야. 언젠가는, 나의 친절함이 너를 감싸는 게 아니라, 너의 친절함이 나를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어.'
그건 무리일 거야.
"마셔."
언다인이 어느새 찻잔에 황금꽃차를 담아 네 앞에 놓아주었다. 너는 나와 대화하길 그만두고 황금꽃차를 마셨다.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 하고 뱉어낼 뻔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언다인이 뭔가 말하려는 듯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 까먹었어……."
"네?"
"파피루스가 알려준 대사 까먹었다고."
"……?"
뭔 대사? 인간과 친해지기 강의에서 배운거 말하는 거야? 그걸 진짜로 써먹을 생각을 했다니, 진짜 저 물고기도 정상은 아니구나?
"몰라, 내 알 바 아냐."
"헤헤……."
"……, 너의 미치도록 물러터진 성격을 보니, 아스고어 생각이 나네."
"아스고어 대왕님이요?"
"그런 호칭 붙일 필요 없어. 나도 그거 붙일 때 살짝 오글거렸거든."
언다인은 책상에 손가락을 따닥따닥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옛날에 아스고어에게 내 힘을 보여주기 위해 싸움을 건 적이 있었지. 시도한 게 중요한 거야. 하지만, 아스고어는 내가 거는 싸움을 받아주질 않았고, 겨우 싸웠을 때에도 한 방도 먹이지 못 했지. 그러고 나선 나한테 자길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날 훈련시켜주더라고. 그래서 훈련을 받은 뒤에 아스고어의 엉덩이를 걷어차버렸지. 엉덩이를 걷어차이고서 좋아하는 괴물을 그 때를 제외하곤 정말 본 적이 없어."
옛날 이야기를 하는 언다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기분이 썩 좋진 않더군. 환하게 웃는 놈의 엉덩이를 걷어찬다는 거 말야. 뭐, 그렇게 해서 난 왕실 근위대의 수장이 됐지. 그리고 내가 다른 얼간이들을 훈련시키고 말야. 파피루스 같은 녀석 말야."
너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식은 황금꽃차를 마셨다. 생각보다 꽤 맛있었다.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파피루스는, 어, 사실 훈련을 받고 있진 않아. 왕실 근위대에 들어오기엔 너무 순수하고 착해빠졌거든. 너랑 친구가 된 데다가, 너가 내 창에 맞고 정신을 잃은 뒤론, 오히려 나한테 인간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3일 동안이나 떠들었다니까. 인간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둥, 이제 친해질 수 있는 때가 머지 않았다는 둥 이런 저런 소리를 해댔지. 그 정도로 착해빠진 애가 전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너는 파피루스가 무슨 말을 했을 지는 짐작이 갔으나, 직접 들어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파피루스도 샌즈 만큼이나 좋은 해골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파피루스는 옆에서 소리치는 역할만 맡고 있었으니까. 간호해준 것도 샌즈고.
"미안, 너무 오래 말했군. 차를 더 갖다줄게."
너는 차를 반도 마시지 못 했지만, 일단 언다인이 주전자를 가져오려는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이내 언다인이 찻주전자를 가져와서 너의 찻잔에 차를 더 따랐다.
"파피루스의 인간과 친해지기 강의도 그래.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뿐이더라구. 예전에 하던 요리교습을 시키는 게 훨씬 더 재밌었어. 파피루스는, 그렇게 좋은 요리사는 아니니까.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지. 뭐, 요즘은 못 했지만 말야. 이런 기분으로 하기도 싫고. 이런 느낌을 지우려고 싶어도 한 번 제대로 잡친 기분은 잘 돌아오지 않네."
언다인이 자신의 찻잔에 있던 황금꽃차를 한 번에 다 들이키더니 다시 너를 보며 말했다.
"넌 어떻게 나와 베프가 되겠다고 한 거지? 그 꼬마를 살려준 것에 대해 장황한 연설을 할 거야? 살인자가 될 뻔한 나를 구해준 것에 대해서 자랑할 건가? 우정팔찌? 롤링 페이퍼? '몰라요' 라는 대답으로 다시 일관할 텐가?"
"음……, 헤헤, 사실 친구를 만들어보려고 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건 또 무슨 헛소리지?"
아니, 이런 미친 눈치없는 물고기 새끼가 거기서 그런 대사를 치면……
"어, 저 바깥에서 친구는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 베프 만드는 방법도 잘 몰라요. 저는 그냥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혼자서 가만히 있었고 집에 가면 혼자서 청소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그런 거만 했어요. 가끔씩 선생님이 조를 짜서 숙제를 해오라고 하면 저 혼자 따로 떨어졌고요. 음, 베프는 커녕 친구가 없으니까 그랬어요. 그리고 또……."
"잠깐, 그만해, 인간."
"아, 죄송해요. 갑자기 이런 얘길 하니까 불편하시죠?"
"……."
언다인이 미간을 감싸쥐더니 뭔가 고민하는 듯 했다. 너는 괜히 이상한 얘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언다인을 불편하게 만들어다고 생각하여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의 표정을 본 언다인이 표정을 또 다시 일그러뜨리더니, 굉장한 기세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아!! 이 인간 미치도록 답답해!!"
"네?"
"내 창을 다 피해대던 기백은 어디 간 거야! 온갖 착한 척은 다 하고 베프가 되겠다더니 자기 혼자 우울해지는 꼴이라니 참을 수가 없어! 파피루스에게 배운 걸 써먹는다! 빌어먹을 인간!!"
언다인이 갑자기 너에게 다가와 머리끄댕이를 붙잡더니 외쳤다.
"지금부터 요리 교습을 시작한다!"
"으아아! 아파요!"
"닥쳐라! 물러터진 인간!"
*
어떻게 이렇게 정상적인 요리를 만들어낼 수가 있지? 너랑 언다인이 요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파스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꺼지지 않는 화염냄비, 검에 찔려 죽어가는 토마토, 그 와중에 춤추는 물고기와 프리스크…… 여러가지 말도 안 되는 요리 교습이었던 것 같은데.
"이거 꽤 맛있어 보여요."
"나도 이런 종류 파스타는 처음 만들어본다."
하얀 크림 파스타가 완성됐다. 딱히 그 외의 외관을 말할 수가 없다. 완벽하게 평범한 크림 파스타였다. 굳이 토마토를 왜 죽인 건지 모르겠다. 불쌍한 토마토. 그렇게 빨리 억울하게 죽을 운명이 아니었을 텐데.
"생각보다 요리는 잘하는군, 인간."
"왜냐면요, 집에서 혼자 있다보면……."
"더 이상 말하지 말고 닥쳐! 먹자!"
"네!"
언다인과 너는 냄비에 담긴 크림 파스타를 두 개의 접시에 옮겨 담았고, 굳이 식탁에 앉아서 먹지 않고 접시를 각자의 손에 든 채로 먹기 시작했다. 꽤 맛있었다. 물고기와 인간의 합작치곤 상당히 좋은 맛이었다.
"너, 여기에 있는 동안은 가끔씩 집으로 놀러와라. 꽤 재밌었다."
"네, 저도요!"
"이제, 네 영혼따윈 됐어. 나중에 나쁜 인간이 떨어지면 그놈의 영혼을 취하면 되겠지."
언다인이 크림파스타를 한 입 더 물면서 말했다.
"길을 찾아서 핫랜드 쪽으로 가면 아스고어에게 갈 수 있을 거야. 아까 말했듯이, 너처럼 물러터진 왕이니까 지나가도 되냐고 부탁하면 진짜 비켜줄 수도 있어."
"그래요?"
"그래. 한 번 노력해봐. 그런 거 잘하는 성격인 거 같은데 말야. 그런데 만약 너가 아스고어를……, 아니 이건 쓸데 없는 걱정이군."
너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크림 파스타를 계속 먹고 있었다. 너가 만들었지만 정말 잘 만든 것 같았다. 너는 크림 파스타는 처음 만들어봤지만 언다인 덕분에 잘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언다인도 아까 처음 만들어봤다면서? 뭐야?
너와 언다인은 그 뒤에 크림 파스타를 아무 말 없이 계속 먹었다. 그만큼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언다인은 너에게 슬슬 집에서 나가도 된다고 말했고, 너는 웃으면서 일단 샌즈 네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너는 언다인의 집을 나섰고, 언다인은 집 바깥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그러면서 언다인이 말했다.
"일이 이런 식으로 돌아갈 줄은 나도 몰랐어. 인간. 너, 물러터진 정도가 너무 심해."
"헤헤……."
"그런데, 너 이름이 뭐지?"
"프리스크요!"
언다인이 표정을 고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프리스크. 잘 가라."
너는 웃으면서 언다인에게 손을 흔들며 스노우딘으로 향했고, 언다인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는 샌즈와 파피루스에게 언다인과 요리한 얘기를 할 생각을 하니 기뻤고, 그런 발걸음으로 스노우딘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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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특별 편으로 '너희에게 말하는 차라의 이야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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