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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대회] 불살엔딩 이후 뒷정리 하는 이야기 1

모제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22 21:02:18
조회 1872 추천 16 댓글 3
														

부제는 '황무지 이야기'

원작에서 해결 안한 떡밥들 나름대로 수거해보는 이야기 (동인해석 있음 주의)

불살엔딩 이후 3년~3년 반 정도 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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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샌즈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꼭꼭 닫아놓은 창문을 매서운 겨울 바람이 때리고 지나갔다.

바람은 창틀을 잡고 흔들며, 달칵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른 주택에 살고 있는 괴물들은 한참 전에 잠들었다. 

동생 파피루스도 옆 침대에서 눈을 감고 살짝 입을 벌린채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샌즈는 베개를 꼭 안고 눈을 감고(해골은 눈두덩이가 없지만)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잠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방은 조용했다. 방 안이 고요할 수록 바람은 그 세기를 점점 높혀서 

샌즈의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샌즈의 집 아래층도 마찬가지였다.  

샌즈는 괴물들이 살고 있는 주택 단지가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언다인이 살고 있는 옆집이나, 스노우 드레이크 가족이 살고 있는 맞은편 집에서의 

코고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택 단지는 너무나 조용했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도 대화소리나 걸음을 걷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샌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열 한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괴물들은 밤 10시면 약속이나 한 듯 곯아 떨어지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 건물의 인간들은 12시가 되어도 잠을 잘 자지 않았다. 


괴물보다 더위를 잘 타는 인간들은, 기온이 25도만 넘어가도 집에서 나와 

탁 트인 곳에서 바람을 쐬는 것을 좋아했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스노우딘에서 살던 샌즈에겐 공감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너무 고요하면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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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별 일이 없었다면, 인간들의 소리는 샌즈에게 자장가가 되어줬을 것이다. 

급작스러운 이상기온에 의한 살을 에는 추위만 아니었다면. 

샌즈는 베개를 침대에 던졌다. 


몸을 일으켜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파피루스가 깨지않게 조심하며 옆으로 치웠다. 

김이 살짝 서린 창문 너머로 탁 트인 사거리와 대로가 보였다. 

움직이는 자동차나 지나다니는 사람이 몇 있을 법 하건만, 아무도 없었다. 

차도 주차된 차량만 있을 뿐이었다. 

바깥은 인기척이 조금도 없었다. 어디서건 칼바람 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골'골 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군. 


샌즈는 속으로 농담을 하고 파피루스를 한번 바라보았다. 

파피루스는 베개를 껴안고 살짝 뒤척이고 있었다. 거기에 샌즈는 자조했다.

지하에서 살았을 때도, 이렇게 조용한 적은 없었다고. 샌즈는 생각했다. 

괴물들의 세계에선, 항상 눈 사박거리는 소리와 메아리꽃 소리, 용암이 쿨럭거리는 소리, 전력을 공급하는 코어의 작동음을 들었다. 

항상 소리에 둘러싸여 있었던 샌즈에게 정적은 낯설었다.

 

지상에선 이런 걸 '마법의 시간'이라고 하던데.


샌즈는 턱을 괴며 프리스크와 파피루스에게 읽었주었던 동화책을 생각했다.

동화책에선, 마법의 시간이 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잠들게 된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재미의 요정 퍼그가 그때까지 잠 못든 연인들의 마음을 흔든다고 했다. 


이미 연인이 있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여인을 사랑하고, 그 여인은 자신의 정인을 사랑해서 그 남자를 피한다. 

요정에게 홀린 남자의 연인은 자신을 떠나버린 연인을 황망하게 바라보다가, 

다른 남자가 자신을 쫓아와서 겁에 질려 도망가게 된다. 밤새 서로를 쫓아가고 도망가던 네 사람은 

마법의 시간이 끝날 때쯤 사태를 알아차린 요정의 왕에 의해 잠들게 된다.

그리고 요정에 왕에게 혼난 재미의 요정은 연인들을 원래대로 돌려준다.

마법의 시간 이전에는 사이가 소원했었던 두 연인은 그 특별한 사건을 겪고 서로 더 가까워지게 되고, 

신에게 영광을 돌리며 사람들의 축복 속에 합동 결혼식을 올린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국 해피엔딩인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난잡한 이야기라는 토리엘의 핀잔을 듣고 샌즈는 해골을 긁적이기는 했지만, 

이미 같은 작가의 이야기를 한 개 더 읽어주기로 프리스크에게 약속해버린 상태였다. 


바람이 잦아들고 있었다. 샌즈는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슬슬 잠이 올 것 같았다. 

샌즈는 거센 기류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늘을 한번 보고는, 커튼을 치려다가, 

방금까지 아무도 없었던 대로 한 가운데에 누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샌즈가 잠 못 이룬 채 창가에 섰던 것은 정적이 낯설어서였다. 

인간이라는, 무언가 시선을 분산 시킬 만한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인간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복잡했다. 


인간은 프리스크 또래의 작은 어린아이였다. 

멀리서 봐서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몸집으로 보아 대충 그 또래의 소녀라는 확신은 든다. 

아이는 화가 난 듯 발길질을 하며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대로를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길거리에 세워진 자동차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한참 그러던 아이는 지쳤는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포장지를 뜯고 오물오물 씹어먹었다. 


샌즈는 커튼 뒤에 숨어서 창 너머로 그것들을 보고 있었다. 샌즈는 궁금했다. 

지금 바깥은 괴물도 이를 딱딱 부딪힐 정도로 차디찬 겨울 날씨였다. 온통 찬공기 밖에 없는 곳에, 

아이는 춥지도 않은지 여름용 세일러 상의과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별이 드문드문 뜬 감색 하늘 위로 달이 희끄무레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빛에 민감한 괴물들 때문에 괴물 단지의 가로등은 저녁 10시가 되면 모두 소등한다.


아이는 어떤 말을 하면서 무언가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었다. 

샌즈는 아이가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커튼 밖으로 나와 아이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했다. 아이가 무엇을 중얼거리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아이는 점점 더 크게 말했다. 마치 거리의 모두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듯이. 그러나 사람들은 깨지 않았다. 

들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샌즈 뿐이었다. 샌즈는 아이의 정체가 궁금하면서도 아이가 빨리 자기 집으로 들어가주길 원했다. 

거주한지 삼년 즈음 되어가고 있어서 손바닥 안에 놓고 봐도 훤히 보인다고 생각했던 동네 골목은 아이가 나타난 뒤로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가고 있었다. 


집들은 마치 녹슨 조각상처럼 낡아져가고, 조형물이나 자동차들은 회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단지의 계단은 마치 펜로즈의 계단처럼 끝없이 구부러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얼룩덜룩하고 잿빛이고 답답하게만 보였다.


아이는 마지막으로 발을 구르며 무언가를 외쳤고, 샌즈는 그것을 들었다. 

아이는 발걸음을 돌려 맞은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토리엘의 집이었다. 

샌즈는 거긴 네가 들어갈 곳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입술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혀도 입천장에 붙어버린 것만 같았다. 

해골은 입술과 혀가 없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로 샌즈는 경직되고 말았다.

샌즈는 곧장 커튼을 닫고 뒤로 물러섰다. 소름이 돋았다. 저것은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앞과 뒤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에 샌즈는 미약하게 떨었다. 살면서 이런 토나오는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변화가 거의 없는 얼굴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드리워졌다. 

샌즈는, 아이가 들어간 토리엘의 집도 진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이 회색,잿빛,안개 투성이었다. 그리고 명백히 겁에 질린 샌즈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시커멓고 하얀 몸과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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