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당신이 샌즈랑 아침에 일어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4609
2편 순수하게 샌즈가 바지를 안 입은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7071
3편 샌즈한테 문자오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8080
4편 토리엘이 가정방문 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0822
5편 메사장이 돈지랄 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1767
6편 알피스가 휴대폰 바꿔주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3849
7편 샌즈가 햄버거에 코 박고 자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86998
8편 프리스크 괴롭히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15709
9편 플라위가 꽃잎을 집어 던지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37342
(9편의 번외 떨어진 아이)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40356
10편 샌즈가 머리 감겨 주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60919
11편 정의의 아이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00985
12편 친절의 아이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23521
13편 샌즈와 다투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53913
14편 알피스와 접선하는 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1583
15편 인내의 아이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28105
=========================================================================================================
...글자 수 어쩌구 해서 메모장 복붙했더니 여백이 엄청 늘어남
*
전날 밤 당신은 뒤척이는 파피루스를 조심스럽게 깨워 방에다 눕혀 놓고 그의 형을 대신해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샌즈의 행방을 묻던 파피루스는 당신의 조용한 목소리가 동화책 속의 요정들이 인간들과 화해하는 부분을 읊조릴 때 곤히 잠들었으며 당신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기다리던 괴물은 오지 않았고 그 날의 피로와 걱정으로 범벅이 된 당신은 해가 뜨고 나서야 기절하듯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당신이 오후 늦게 일어났을 땐 파피루스는 나가고 없었다. 이 때부터 파피루스가 그의 형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샌즈의 행방이 묘연해진지 하루뿐이 지나지 않았지만 반나절. 그 이상 샌즈가 연락도 없이 그의 동생 곁을 떠난 적은 없었다. 오늘은 휴일이었고, 뼈다귀 형제가 없는 집에 당신은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뒹굴던 당신은 아차 싶어 휴대폰을 확인한다. 어제 연락처를 주고받은 리본 맨 아이가 당신의 피곤함을 예측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이들과 당신의 모임을 저녁 늦게 잡아놓았다는 것을 메시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늦게 일어나 아침도, 점심도 먹지 못한 당신은 배고픔을 느끼며 욕실로 기어 들어간다. 뼈다귀들은 체온이 없는데. 당신 혼자 남았을 뿐인데 어째서 춥다.
*
날이 저물고 당신은 저녁의 조금은 쌀쌀한 찬 공기를 맞으며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핸드폰을 열었지만 괴물 대사의 일은 어찌된 것인지 당신에게는 일과 관련된 그 어떤 연락도 없다. 메일함에 알피스가 상황을 보고한 장문의 글이 들어 있다. 토리엘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말이 없었다고 한다. 메타톤의 tv쇼가 갑자기 메타톤의 건강 문제로 폐지되었다. 이상하지. 알피스가 있는 이상 그가 고장 날 일은 없는데. 아스고어는 소식이 없다. 알피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 당신과 만나주지 않는다. 알피스는 그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라고 전한다. 언다인은 몰래 괴물들의 집회를 계획하다가 구속되었다. 그리고 샌즈는... 알피스는 샌즈라면 지름길을 이용해 안전한 곳에 있을 테니 걱정 말라고 덧붙인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걱정에 앞서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다. 뼈다귀는 당신을 생각하고 위했던 것뿐인데, 기분이 나빠 소리치고 나와서 사과도 하지 못했다. 미안하고
'보고 싶어.'
당신의 쓴 숨이 공기 중에 흩어진다.
*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자 고소한 기름 냄새와 자극적인 소스의 냄새가 당신의 식욕을 자극한다. 당신은 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섰고 홀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둥근 테이블에 모자 쓴 아이와 앞치마를 두른 아이, 이제 칼은 없고 리본을 맨 아이가 둘러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의 앞에는 저마다 제 취향으로 고른 요리가 한 접시씩 올라 있다. 둥근 테이블이라 누구의 옆이랄 것도 없지만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나누기 위해 앞치마를 두른 아이와 마주보고 착석한 당신의 앞에도 햄버그가 담긴 접시하나가 도착한다. 사이드 메뉴는 치즈스틱으로 교체 되어 있었다. 그 서빙을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의 웨이터는 퇴근했다.
"그릇이 우리 것 보다 좀 작지? 미안해. 어제 하나 깨뜨려버렸거든."
앞치마를 두른 아이가 리본 맨 아이를 흘긋 바라보았고 리본 맨 아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볼멘소리를 하며 고개를 휙 돌린다. 비슷한 크기의 대신할 그릇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굳이 눈치를 주는 것이 앞치마를 두른 아이의 성격이 호탕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아니었던 탓인지 당신은 알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당연히 그러하듯 앞치마를 두른 아이가 입을 연다. 누가 정해주지 않았지만 녀석이 이 무리의 리더인 것 같다고 당신은 계속해서 느끼고 있다.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아이는 가해자 아이들을 찾을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당신을 제외한 아이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이야기일 텐데도 회의에 임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범위를 좁혀야겠지. 기사에 의하면, 사건은 녀석들이 수업 중에 몰래 빠져나가서 생긴 일이야.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기록은 지워졌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라도 가해자 아이들의 담임은 시말서를 썼다고 해."
하지만 아이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모자 쓴 아이는 딴 짓을 하기 시작했고 리본 맨 아이는 못마땅하단 표정을 짓는다. 보안관 녀석은 원체 그런 성격이었지만 리본 맨 아이는... 받아들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 온건 책이 썩 맘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소각로와 버리는 자료들을 다 뒤져봤지만 시말서는 발견하지 못했어. 그 얘긴 아직 학교에 있다는 거였고..."
"염소 교장이 먹어버리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모자 쓴 아이가 이야기하며 웃는다. 앞치마를 두른 아이가 '야!'하고 소리치며 모자 쓴 아이를 쥐어박기 전까지. 모자 덕분에 맞은 녀석은 별로 아파보이지 않았고 때린 녀석만 손을 털며 시말서에는 적어도 아이들의 반을 맡았던 교사의 이름이 적혀 있을 거라 덧붙인다.
"아니나 다를까 토리엘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시말서를 들고 교장실로 들어가는 걸 이 녀석이 봤어. 하지만 저 보안관이라도 교장실에 들어가진 못 해.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던 거야."
토리엘 선생님은 교장이 나서야 할 중대한 사안이 있어도 학교의 관계자라고 할지언정 다른 사람을 교장실 안에 들여서 이야기하는 법이 적었다. 그 곳은 그녀의 집과 같은 공간이었고 어쩌면 당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학생 중에서는 유일하게 당신만 그 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으니까.
"할 수 있겠어?"
'아니 해야해.' 그 누구도 아무 말이 없었지만 꼭 모두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당신은 포크로 반 쪽 남은 치즈스틱을 찍어 누르며 대답한다.
"그럼. 나 말고 누가하겠어."
*
당신보다 늦게 집으로 돌아온 파피루스가 말이 없다. 손에는 어째서인지 분홍 슬리퍼 한 짝이 들려 있다. 구하기 쉬운 것이지만 당신도 그도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겠지. 당신은 애써 묻지 않는다. 소파에 주저앉은 파피루스가 혼자 중얼거린다.
"핫랜드에서 처럼..."
파피루스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당신은 조용히 그를 안아준다. 그의 풍성한 스카프에 당신의 작은 팔이 폭 묻힌다.
"그래. 그 때처럼, 어디선가 곤히 자고 있었을 거야.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었지만 당신은 조용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흥얼거렸고 파피루스는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이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새로운 꿈을 꾸려는 듯 잠에 빠진다.
*
주말을 하루 더 보내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 이제 당신이 학교에 갈 시간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시간이다. 파피루스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께, 그리고 지난밤. 당신은 그가 잘 자고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나쁜 꿈을 꾸는 것인지 자꾸만 덜컥 발작을 일으키는 파피루스를 달래려고 당신이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는 것만 새벽의 피로가 말해준다. 이제 멍한 것인지, 뻐근한 것인지 어떤 종류의 불쾌함이 밀려오는 지도 알 수 없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고 당신의 영 별로인 상태는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탓에 아침부터 토리엘 선생님의 걱정을 사야했다. 하지만 덕분에 교장실에서 이루어질 상담은 어렵지 않게 신청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먼저, 당신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시말서 때문 말고도 당신은 대사로서 또 가족으로서 토리엘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알피스가 이야기를 전하고 나서 당신은 그녀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교장 선생님은 방과 후에 당신을 호출했고 수업 내내 조금 눈을 붙여 뻐근함이 가신 당신은 교장실로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가야, 괜찮니?"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진 아이가 정신 차리라며 흔들어 깨우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잠을 좀 설쳤어요."
"저런... 혹시 샌즈 때문이니?"
정신이 번쩍 든 당신이 토리엘을 똑바로 바라보자 염소 교장은 씁쓸하게 웃어 보인다.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한 편 소파에 앉아있던 토리엘은 당신에게 맞은편에 착석할 것을 권한다. 테이블 위에는 당신을 위한 버터스카치 파이 한 조각이 접시에 담겨 준비되어 있다.
"오늘 아침부터 나에게도 직접적인 연락이 오고 있어. 정말이지..."
토리엘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학교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포크로 버터스카치 파이를 반으로 가르던 당신은 토리엘의 표정을 보고 나선 파이를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까. 토리엘의 어깨가 떨려오기라도 할까 불안해서 당신은 작지만 따뜻한 손을 뻗어 토리엘의 남은 한 손을 잡아주려 한다.
"다행이구나."
"다행이라뇨?"
당신의 작은 손은 토리엘의 앞에서 길을 잃은 채 그대로 얼어버렸고 토리엘은 손을 내리더니 시선을 떨어뜨린 채 이야기 한다.
"이대로 병원이 영영 생기지 않을까봐 걱정했어. 교육은 다른 곳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의료 시설은 형태도 갖추고 있지 않잖니."
당신은 적잖이 당황하여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토리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정신이 없었지만 곧 그녀가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당신의 착각이었단 사실을 깨닫게 된다.
"너무나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토리엘은 그 후로 자책하듯이 무어라고 몇 마디를 더 중얼거렸고 '역시 나처럼 둔한 여자는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게 없어.' 라는 말이 당신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다.
"내 아이들... 그리고 너도, 내 손으로 가르치고 싶었는데..."
토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돌아 당신의 옆으로 걸어온다."못난 엄마를 용서해주렴."토리엘이 당신의 앞에 조용히 무릎 꿇고 당신의 양 손을 맞잡는다. 폭신한 감촉과 폐허의 향기는 언제나 당신을 안심시켜 주었지만 오늘 만큼은 토리엘의 새하얗고 복실복실한 털 사이에도, 테이블 위에 반으로 조각난 버터스카치 파이가 담긴 접시 위도, 그 어디에도 당신이 마음을 둘 곳이 없는 것 같다.
눈물을 훔치는지 손으로 연신 눈가를 찍어내던 토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당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잠시 나갔다. 당신은 교장실 문과 맞은 편 벽 가까이에 놓인 책상을 쳐다본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당신을 찔러오는 것 같았지만 잠시 외면하기로 한다. 당신에겐 지금이 기회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걸어간다.
'죄송해요, 엄마. 제가 다 바로 잡을게요.'
조심히 서랍을 열어 뒤져 보았다. 주인의 성격을 대변하듯 잠겨 있지 않고, 묵직하다. 아이들이 일러준 시말서의 형태를 되뇌며 자료를 뒤져간다. 의심되는 봉투는 열어본다. 곧이어 같은 종류의 봉투 세 개를 발견한다. 당신이 내용물을 조용히 꺼내보려고 할 때였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어떤 그림자가 보인다. 토리엘 선생님인가 싶었지만 훨씬 작고, 머리가 검다. 인간이었다. 당신은 하던 일을 멈춘다. 문고리를 쥐는 소리가 났지만 그림자는 빠르게 사라진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볼일이 있니?' 하고 묻는 토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은 재빨리 봉투 안에 내용물을 꺼내본다. 당신이 찾던 것이다. 가해자는 다섯이지만 시말서 봉투는 세 개 뿐이다. 같은 봉투를 더 찾아봤지만 없다. 급한 대로 세 개의 봉투를 추려 주머니에 구겨 넣은 당신은 빠르게,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게 서랍을 닫은 뒤 제자리로 후다닥 달려와 소파에 앉는다. 곧이어 토리엘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아가야, 네 친구가 널 기다렸던 모양인데..."
토리엘이 뒤를 돌아본다.
"그냥 가버린 모양이구나."
"맞다! 약속이 있었어요!"
당신은 테이블을 짚고 벌떡 일어났고, 그런 당신을 보고 토리엘은 당황한 모양이다.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둑질에 당신은 태연하기가 쉽지 않았다. 녀석은 그저 지나가던 학생이었을지도 몰랐고 당신은 그저 자연스럽고 빨리, 당신의 불룩한 주머니가 들키기 전에 교장실을 떠날 구실이 필요했다. 당신의 눈동자가 빠르게 깜빡였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자애로운 염소 교장은 곧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토리엘은 아쉬운 인사를 건네며 당신을 배웅했으며 당신은 조금 굳어서 교장실 밖으로 겨우 빠져 나온다. 교장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당신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구겨진 시말서를 확인한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일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는데, 심장소리만큼 걸음도 빨라진다. 모퉁이를 돌아 정문 쪽 복도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당신의 옆으로 누군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못해."
뭐라고? 소름끼치는 음성이 당신의 귀를 할퀸다. 당신, 그리고 동시에 떨어진 아이가 몸서리친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은 청소중이라서, 줄지어 열려있는 교실 문 중 하나로 들어간 것인지 방금 지나간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니야.’
떨어진 아이가 부정한다. 그래. 조금 다르다. 당신은 곧 그 떨림이 허리춤에 찬 장난감 칼에서 비롯된 울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왜? 떨어진 아이는 자긴 저 따위 영혼에게 기죽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신경쓰지 마. 놀랬겠지.’
인간에게 해를 입은 아이의 영혼이라고 했다. 늘 그랬듯이 당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불특정 다수의 아이들 중 하나의 장난이었을 뿐일까. 당신은 장난감 칼에 깃든 영혼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당신까지 떨었던 것은, 아무래도 조금 전 긴장한 상황에서 검은 머리의 인간을 봤던 탓인지, 스쳐지나간 아이의 머리색이 검었던 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 조금 오싹했을 뿐이다.
*
당신은 문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리본 맨 아이에게 시말서를 전해주었다. 내용물을 살펴본 리본 맨 아이는 당신이 제대로 된 물건을 가져왔다며 칭찬해 주었다. 좋아해야 할지. 함께 레스토랑으로 가자는 아이에게 당신은 파피루스가 걱정되어 집으로 돌아가 봐야겠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당신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파피루스는 오늘도 쪽지를 남긴 채 형을 찾아 나가고 없었다. 그는 이제 스파게티는커녕 요리에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들이 다듬어지지도 않은 채 나뒹굴고 있다. 시큼한 냄새도 나는 것만 같았다. 더 썩어문드러지기 전에 버려야 했지만 당신도 영 의욕이 없다. 그대로 냉장고 문을 닫아버린다. 샌즈가 사라진지 사흘 째. 괜찮아. 샌즈는...
'언제까지 괜찮다고 할 거야?'
제발.
'이제 너한테 물어보는 것도 지겨워.'
지겹다는 말과 다르게 떨어진 아이는 까르르 웃는다. 어디선가 지금 바보처럼 혼이 나간 당신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당신도 지겹다. 실낱같은 희망을 끈질기게 쥐고 있는 당신을 뒤흔드는 목소리가 야속하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결국은 스스로의 탓이라는 걸 당신도 떨어진 아이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떨어져가는 의지를 추슬러줄 흔적을 찾기 위해 방으로 올라간다. 한 숨 푹 자거나 주인 없는 방 앞을 서성거려볼 참이었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다다른 그 방 앞에서, 당신은 보물을 발견한다. 문틈에 익숙한 검은 물체가 끼어 있다. 당신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당겨본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게으른 뼈다귀의 바지다. 당신은 샌즈의 방문을 힘껏 열어보려다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신의 방으로 뛰어 간다. 문을 열어젖히고 침대로 한달음에 달려가 불룩하게 솟아있는 이불을 확 끌어 챈다. 새하얀 뼈다귀가, 아니 조금 많이 더러워진 뼈다귀가 새하얀 이불 위에 몸을 묻고 곤히 자고 있다.
==========================================================================================================
+ 다음편에 샌즈 나오는 기념 예고편
찰나의 안도감을 더 느끼고 싶어서 뼈다귀를 하염없이 눈에 담아 내던 당신은 곧 그의 동생을 떠올린다. 바깥에서 홀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형을 찾아다니고 있을 불쌍한 녀석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신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그 순간 당신의 팔을 빠르게 낚아채는 차갑고 딱딱한 팔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만 바닥에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만다.
"파피루스에게 연락하려는 거라면, 그만둬."
한 쪽 팔꿈치뼈를 시트 위에 짚고 상체를 일으킨 샌즈가 당신을 향해 의미없는 시선을 던지고 있다. 금방이라도 빛이 꺼질 것만 같은 두 눈은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표현하기에도 뭣하게 형편없이 죽어있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