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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비하인드 대회] 불살엔딩 이후 뒷정리 하는 이야기 8

모제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27 03:17:09
조회 1259 추천 10 댓글 2
														

부제는 '황무지 이야기'

원작에서 해결 안한 떡밥들 나름대로 수거해보는 이야기 (동인해석 있음 주의)

불살엔딩 이후 3년~3년 반 정도 된 시점


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79175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82018


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84113


4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84963


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85951


6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87689


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91265


---------


샌즈는 곧바로 가스터 블래스터를 소환했다. 

사실 목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파피루스를 속이고, 모두의 영혼을 탈취한 뒤 세계를 리셋시키려 들고, 

또 모두를 죽이려 들고, 프리스크까지 위협했던 녀석이다. 잊어버릴리가 없었다. 


프리스크가 사태를 해결하고 모두를 돌려놓았을 때,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보기라도 하면 좋았을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면서,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하고 슬쩍 넘어간 자기 실수였다. 

샌즈는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회한과 변명으로 골이 아팠다. 


자신이라도 프리스크에게 물어보거나 좀 더 조사해서 싹을 잘라놨어야 했다.


"싹을 잘라...?"


그 생각에 샌즈는 움찔했다. 황금꽃 플라위는 차라에게 붙지도 못하고 구석에 몰려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샌즈에게 전의는 없는 듯 했다. 공격하려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샌즈는 가스터 블래스터를 치웠다. 그리고 플라위 앞에서 팔을 내렸다. 

마음에 들진 않아도, 어쨌든 차라의 살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녀석이었다.


"뭐,뭐야..해골.."


플라위는 샌즈의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손톱보다 작은 두 눈에서 혼란이 스쳐지나간다. 

마치 자기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금방이라도 목숨이 날아갈 것처럼 군다. 

샌즈는 지나치게 자신의 눈치를 보는 황금꽃이 우습기만 하다.


"아, 귀찮아져서."


샌즈는 풀어진 얼굴로 손을 젓고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플라위의 덩굴을 끊지 못해서 낑낑 거리고 있는 차라를 바라보고는 태평하게 워터폴 종유석 더미에 앉았다. 


플라위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저 상태의 샌즈가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맘에 드는 일을 했으니 일단 살려는 주지만 수틀리면 뿌리 한 조각 남지 않고 태워버리겠다는 오만한 해골 웃음이었다. 

그 전에 뒤통수를 치면 그만이지만, 플라위는 그러려고 샌즈를 차라에게서 구해낸 것이 아니었다.


"꽉 묶고 있으라고."


샌즈는 차라를 보고 비웃으면서 윙크했다. 

차라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모양이었다. 손과 팔을 움직이다 못해 이빨로 식물의 덩굴을 끊으려고 시도하나, 

덩굴은 의도와 상관없이 소녀의 몸을 조이고 있다. 차라는 몸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음에 실망한다.


플라위는 바닥에서 제일 큰 덩굴을 꺼내 차라의 뒷덜미를 때린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차라는 맞은편의 남자들처럼 맥없이 기절했다.


"그럼, 이게 뭔 상황인지 좀 말해봐."


샌즈는 뼈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긁으며 말했다. 

손톱 없는 손가락이 두개골에 부딪혀서 달그락, 달그락, 말의 편굽을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플라위는 샌즈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구하기 위해 진정하는 척 하는 해골의 태도에 의문스러워 한다. 


샌즈를 구하면, 플라위도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플라위 자신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괜히 구했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플라위는 자신의 안에 아스리엘이 너무 많이 살아났음을 알고 있다.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더라도, 본체인 꽃이 차라의 손에 뜯기는 한이 있더라도, 플라위는 그를 구했을 것이다.


플라위는 샌즈에게 나름대로 차분하게 3년 반 동안 지하세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했다. 

결계가 열렸을 때부터 플라위는 인간과 괴물의 눈에 띄지 않게 폐허에서 조용히 지냈다고 했다. 

괴물들이 인간과 교류를 했을 때도, 지상에 집을 구해서 한꺼번에 이사를 갔을 때도 같이 나가지 않고 

텅빈 폐허와 왕궁의 황금꽃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쭈욱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말했다.


"왜 나가지 않았는데?"


샌즈가 낮고 무심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흥미가 생긴 것일까,자신을 놀리려고 하는 것일까. 

플라위는 샌즈의 의뭉스러운 눈빛을 느끼면서 할 말을 열심히 찾아서 쏟아낸다.

프리스크와 그 안의 차라에게만 말했던 고독을, 샌즈에게도 말한다.


"알잖아, 나는 꽃이야."


모두에게 그런 짓을 한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플라위는 3년 반 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진심을 샌즈에게 털어놓는다.

거기에 반응이라도 하듯, 플라위의 말은 워터폴의 물을 타고 주변의 메아리꽃까지 떠내려간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모두에게 그런 짓을 한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난 괴물도 인간도 아니야... 샌즈는 갑자기 속이 불편해진다. 그럴만도 했다. 


플라위가 어떤 존재인지, 샌즈도 알피스와 한잔 했을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알피스는 얼마 전까지 융합체의 건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플라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국왕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그것에 대해서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 건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동반자인 언다인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이라고 말했다. 


샌즈는 그것을 존중했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은 있는거니까. 

샌즈가 파피루스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플라위는 아스리엘이라는 보스 몬스터의 정수와 첫번째로 떨어진 인간, 

차라의 의지가 인간도 괴물도 아닌 식물에 깃든 존재였다. 

샌즈는 플라위가 토리엘과 아스고어를 왜 찾아가지 않았는지, 


자신을 지나치게 경계하면서도 진심을 털어놓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가 어떤 식으로 광기에 물들고 타락해가는지에 대해서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샌즈는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샌즈는 그제야 결계를 깬 존재가 눈 앞의 황금꽃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난, 그때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어."  


플라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이전에 공허감에 자살을 시도한 후 다시 한번 죽음을 실감한 것은 1년 반 전이었다. 

날도 여느 때처럼 폐허의 꽃을 돌보고 있었다고 했다. 


토리엘이 남기고 간 물뿌리개로 화단에 물을 주고, 

스스로 목을 축인 뒤 마지막으로 햇빛을 쬐고 있었다고 했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해는 져가고, 플라위 자신도 시들어갔다. 


언제나 천장을 향해 있었던 잎사귀는 말라서 떨어지고, 

줄기는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여버린다. 

이윽고 저녁이 된다. 반나절을 더 기다리면 다시 아침이 오지만, 

의 시들어가는 플라위에게는 아침이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았다.


플라위는 한해살이 풀치고는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고, 겸허히 죽음을 맞기로 했다. 

가 완전히 지자, 고개를 들 힘도 없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조용히 잠들려고 했었는데..."


플라위는 쓴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전에 죽고자 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자신을 엄습했다고 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며 플라위는 깨어났다고 했다. 

눈을 떴을 땐 다음날 아침이었다고 했다. 저 세상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다시금 깨어난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주변을 확인해보면, 맞은편엔 누렇게 시든 황금꽃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플라위는 자신의 정수와 차라의 의지가 또 다른 황금꽃에 깃들인 것을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세이브 파일'을 확인해봤지."


플라위는 꽃잎을 흔들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샌즈를 한번 노려보았다. 그것은 플라위가 어떤 시간선에서 이전 시간으로 돌아갈 때 자주 하는 행위라고 했다. 

상대방을 없애겠다는 증오의 감정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줬다는 것이다. 


플라위는 샌즈를 계속 쳐다보았다. 이전 시간선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처럼, 증오의 감정은 없어졌고 그때 일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넌 그냥 바보 같은 똥자루 해골이야. 


플라위는 샌즈의 속을 일부러 긁으려는 듯 말했다. 샌즈는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다.


*


"예전에 프리스크가 나타났을 때랑도 다른 느낌이었어."


그땐 더 큰 의지에 막혀서 불러오지 못했을 뿐, 

그때도 플라위의 세이브 파일이 존재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것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 외의 다른 모든 의지들은 어딘가로 사라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간선을 감지하고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이 사라졌지만, 플라위는 기뻤다고 했다. 

양심을 배덕하게 만드는 지나치게 많은 기억들과 잔혹함이 사라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족쇄에서 해방되어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샌즈는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폐허에 들어왔어."


"그들? 누구? 인간들인가?...아니면 괴물들?"


"그건 잘 모르겠어. 주변이 너무 어두웠거든."


플라위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검은 망토를 두른 무리들이 폐허에 찾아왔다고했다. 

그들은 플라위를 빙 둘러싼 뒤 플라위를 다시 살린 것은 자신들이라고 밝히고 그들의 목적을 말했다고 했다. 

샌즈는 거기까지 듣고 벌떡 일어났다.

역시, 아무 대가 없이 시든 꽃을 되살려주고 주변 식물을 조종할 수 있는 힘까지 주었을 리가 없다.


"그들이 무슨 조건을 걸었지?"


"그건..."


플라위는 말꼬리를 흐렸다. 

순순히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 황금꽃은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앞에서 나타난 샌즈의 기세에 입을 다물고 몇 발짝 물러났다. 

샌즈가 가까이 다가오자 말 못해! 하면서 땅 속으로 숨으려고 했다. 

샌즈는 플라위의 목소리에서 망설임으로 인한 떨림을 캐치해내고 

팔을 들어 파란 마법으로 플라위를 땅 위에서 끄집어 내었다. 


플라위는 애써 버티려고 해봤지만, 더 많은 의지를 담았던 이전 몸과 달리 

한낱 식물로 약해진 몸은 파란 마법을 이기지 못하고 맥없이 꺾였다. 

플라위는 뿌드드득 소리를 내며 밀리다가 벽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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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그 위로 샌즈의 다리가 올라갔다. 


"여, 왕자님..나 지금 진지한데."


샌즈는 해골 웃음을 지으며 플라위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 

어두워진 안와에서 왼쪽 눈만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플라위는 양 잎사귀로 입을 꼭 막았다. 그리고 아스리엘의 얼굴을 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까놓고 말해서, 플라위가 개심한 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 

녀석이 개심했다고 해서 이전 시간을 헤집어놓은 죄가 싹 없어지겠는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관측자인 샌즈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샌즈는 마법이 깃든 손을 오그려트리려고 했다.


"윽!"


샌즈는 플라위를 딱 죽지 않을만큼만 어르고 달랠 생각이었다. 

갑자기 머리를 스친 쇠망치만 아니었다면, 반드시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그 아이를 놓아주게, 젊은이."


영웅이 해골과 식물 앞에 나타났다.

한때 정의의 망치 거슨이라고 불린 늙은 거북이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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