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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후드를 눌러 쓰고 스노우딘을 걷고 있었다. 지나가던 괴물들이 샌즈에게 반가운 듯이 인사했지만, 샌즈는 그 인사를 받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가벼운 농담이라도 건네며 웃었을 샌즈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다른 괴물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인간을 보러 가야 하나? 파피루스를 보러 가야 하나. 아니면, 침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샌즈는 폐인처럼 퀭한 표정으로 발치를 내려다보며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근처는 보지도 않고, 혼자 생각한 것을 주문이라도 외우는 마냥 중얼거리면서.
그러다 샌즈는 문득 다른 선택지를 떠올렸다. 그래, 폐허로 가보자. 폐허에 있을 최고의 청자를 만나러 가보자. 그러면 한결 나을 수도 있겠다. 샌즈의 얼굴은 뼈밖에 없었지만, 그 뼈 위로 오랜만의 화색이 돌아왔다.
그렇게 정했으면 바로 움직여야지. 하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샌즈는 바로 '지름길'을 통해 스노우딘의 폐허 앞 문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웃어 보이자. 어떻게든 웃겨 보이자. 또 '반복될' 하루라고 해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몇 발자국 걷자 샌즈는 보라색 문 앞에 도착했다. 어차피 문 너머로 얘기만 나눌 것이니 옷의 매무새를 고칠 필요는 없었지만 샌즈는 일부러 다소 과장스럽게 옷을 한번 정리하곤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샌즈의 노크보다 문이 열리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샌즈는 당황했다. 그런가, '인간'이 나올 시간인가. 그런데 이상한데, 평소라면 벌써 나와서 파피루스와 만나고 있어야 할 시간일 텐데. 뭐 아무래도 좋나. 문이 열렸다면 열린 대로 청자를 한번 만나러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여 샌즈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인간이 있었다.
인간은 평소와 달랐다. 무표정이어야 할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살짝 웃음을 지은 꼬맹이가 서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인간은 칼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칼은 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핏방울이 칼날의 날카로운 면을 따라 궤적을 그리더니, 잠시 맺히더니 그대로 땅에 떨어져 인간이 서 있는 스노우딘의 눈밭을 빨갛게 물들였다.
인간은 샌즈를 올려다봤다. 금방 짓고 있던 섬뜩한 웃음은 어디로 갔는지 이번엔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한 것을 보고 있는 듯한 표정도 어렴풋이 섞여 있었다.
샌즈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 폐허의 문에서 나온 인간. 그 인간이 들고 있는 피가 흐르는 칼. 저 피의 주인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서서히 머리가 두통으로 차고 있었다.
다음 순간, 샌즈는 블래스터와 뼈들을 꺼내 인간을 '죽이고' 있었다. 샌즈가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한순간에 모두 사용하여. 폐허 앞의 눈밭과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찢기고 부서지는 굉음과 샌즈의 거의 절규에 가까운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인간을 찾기 위해 근처를 순찰 중이던 파피루스는 폐허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쪽으로 빠르게 달렸다.
"눈사태가 일어난 건가? 아니면 나무들이 도미노를 하고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너무 시끄럽잖아! 나무들에게 주의를 줄 필요가 있겠어!!"
빨간 스카프를 휘날리며 달리는 파피루스는 초소를 지나 마침내 보라색 문 가까이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거기서 파피루스를 맞이한 것은 눈사태도, 도미노를 하는 나무들도, 적당한 전등도, 바닥에 놓인 바위도 아니었다. 살짝 웃고 있는 샌즈였다.
"샌즈! 여기서 또 땡땡이…를…."
"헤. 브로. 마침 좋은 때에 왔어. 내가 인간을 잡았다고?"
"……샌즈?"
공허한 눈으로 입꼬리만 살짝 웃고 있는 샌즈를 파피루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후드를 눌러 쓴 모습이 너무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 모습에 샌즈는 잠깐 당황해 잃었지만, 금방 합당한 이유를 찾았다는 듯이 인간의 시체를 가리키며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이 인간이 괴물들을 죽였다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하지만, 언다인은 꽤 마음에 들어 할 거야."
"……샌즈."
파피루스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샌즈에게 다가가, 인간의 피로 얼룩진 파란 후드를 보았다. 이런 샌즈는 너무도 낯설었다. 인간이 오면 퍼즐과 스파게티로 인간을 상대해야 한다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샌즈…. 이건, 이건 아니잖아. 인간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어? 그리고, 저 인간이 괴물을 죽였다고? 그걸 어떻게 안 거야?"
"피가 떨어지는 칼을 쥐고 있었어. 폐허에서 나오면서……."
파피루스는 샌즈가 어째서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의미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변명을 늘어놓는 어린아이 같았다.
"샌즈. 무슨 소리야…. 괴물들은, 피를 흘리지 않아…."
샌즈의 눈에서 눈동자가 사라졌다.
샌즈가 천천히 인간의 시체를 다시 한번 내려다 보자, 그 곳엔 피로 물든 칼같은 것은 없었다.
샌즈의 공격에 산산히 부셔져 버린 나무 막대와, 곳곳에 흩뿌려진 인간의 피로 장식된 폐허의 문과 눈만 있었을 뿐. 시체는 이미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고, 인간이 입었던 옷은 조각이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곧 파피루스와 샌즈가 보는 앞에서, 인간의 몸에서 나온 자그마한 붉은 영혼이 부서졌다.
샌즈는 안에서부터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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