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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1장. 달밤 아래의 연모 (2,3)

모래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0.05 22:14:37
조회 1934 추천 23 댓글 7


저번에 2편 올렸었는데 약간 수정할게 생겨서 지우고 3편이랑 같이 올려~

횽들근데 내가 갤에다 글쓰는건 이번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ㅠㅠ

한글에다 쓰고 복붙하면 글이 막 짤리고 이상하더라고... 이거 왜이러는지 알아 ? ㅠㅠ

아 진짜 쓸때마다 메모장에 옮기고 귀찮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아무래도 좋을거긴 한데 여기서 비담은 25이고 덕만인 21이야 ㅋㅋㅋㅋ

재밌게 읽어줘 ㅋㅋㅋㅋ










서시(序詩)

1장. 달밤 아래의 연모 (2)

 


 




비담은 미실이 부른다는 전갈에 읽고 있던 장계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7년을 같은 궁에서 지냈음에도 그녀는 자신을 부른적이 없었다. 그저 우연히 지나가다가, 혹은 먼저 찾아갔을 적에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비담은 이년전 비재에서 승리 한 후 원화로써 그녀가 승리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두 번째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식적인 포상에 대한 언급 후 미실은 비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너를 아들로 공표하지 않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되었을 때. 너는 이미 내 아들이 되어 있을거야. 이는 네가 바라지 않더라도...’



 


귓가에서 입술을 떼고 자세를 바로한 미실이 더할나위 없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입을 뗐다.



 


  ‘그러니, 그리 서운해 하지 마세요.’



 


서운해 했던가. 슬퍼했던가. 화를 냈던가! 비담은 자조적인 웃음을 퍼트렸다. 그래 분명 그랬던 적이 있었다. 비담은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고 유유히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섰다.







 


 



  “찾으셨습니까.”

  “앉으세요.”



 


비담이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는 동안 차를 한입 머금은 미실이 앉기를 권했다. 그리고 비담이 의자를 끌어내 앉기도 전에 미실이 먼저 입을 뗐다.



 


  “속히 서라벌 서쪽 외각의 별궁으로 가주셔야 겠습니다.”



 


그에 비담은 실소를 터트렸다.



 


  “...왜요.”

  “사량부에서 조사를 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비담이 답했다.



 


  “제가 사량부령이 된지 이레가 지나지 않아 일이 몹시 바쁘니... 새주께 사량부원 10명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직접 가심이 어떠합니까?”

  “그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니지요.”

  “새주의 명을 받는 것도, 제 일이 아닙니다.”

  “폐하께서.”



 


왕을 칭하자 비담이 괴이하게 고개를 꺾다가 미실을 바라보았다. 미실은 손을 곱게 포개어 놓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그 별궁에 숨겨둔 것이 있다 합니다. 아무리 성골이라 할지라도 황족의 재산을 숨기는 것은 이 신국의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을 비담공도 아주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사량부에 들어온 정보에도 없는 것을 새주께선 어찌 아셨습니까?”

  “이 미실이 모르는 것도 있습니까?”



 


허공에서 두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로의 눈속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다 실패한 두사람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비담은 어느새 앞에 놓인 차를 한입에 털어놓고 여유롭게 웃었다.



 


  “그럼 신 비담.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사량부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폐하께서 도로 숨기실지도 모르니.”



 


미실이 어깨너머로 시선을 주며 말했다.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지요.”







 


 


 


비담이 서라벌 서쪽으로 향한 것은 금일 자시였다. 최대한 수행원을 간추려 조용히 떠나려 한 것이었으나 궁에는 미실의 눈이 있듯이, 진평의 눈 또한 있었다.



 


  “뭐라, 사량부령이 어디로 갔다 했느냐?!”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사온데, 떠난 시점의 방향이 서쪽이였다 합니다.”

  “아니된다.. 하필 사량부가....”



 


진평은 시간이 늦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을제와 유신을 불러오라 일렀다. 또한 천명공주에게 기별을 넣어 그녀 또한 별궁으로 향하게 명을 내렸다.






 


 


 


축시. 서라벌 서쪽 외각의 작은 별궁안은 때아닌 소란으로 대낮마냥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덕만아, 내 너에게 평소 뭐라 일렀니. 우리는 궁에 들어갈 시녀들이기 때문에 외간 사내들과 말을 섞어선 아니된다 하지 않았느냐.”

  “그치만 어머니.. 이시간에 장돌뱅이 들이 근처를 지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어서... 갖고싶은 면경이 있어 그것 하나만 사고 돌려보내려고 했사옵니다.”

  “너 하나 때문에 이곳의 시녀들이 모두 잠이 깨 이 사단이 났는데도 잘했다고 하는 것이야?”

  “그게..헤헤... 제가 하나 사고 나니 명이가 갖고싶다 했던 노리개가 보여서 명이를 깨워 부르려다 보니 어느새..”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이쯤 해두겠다만 내일 이 일의 벌은 꼭 받아야 할게야. 알겠니?”



 


덕만은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며 답했다.



 


  “네에.”




 


 


 


시녀장이었던 소화에게 야단을 맞은 덕만은 곧장 침실로 가지 않고 뒷마당의 작은 뜰로 나왔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따금 달구경을 하려 그렇게 발걸음을 하기도 했다. 별궁을 밝히던 등불의 불들이 모두 꺼지고도 일각정도가 지났다. 온통 어둠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밝은 보름달이 저를 비추고 있는 것을 가만히 올려다 보던 덕만은 그 소란을 떨며 장돌뱅이에게서 산 면경을 달에 비추어 보았다.



바스락. 그때였다. 자신의 것이 아닌 발자국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린 것은. 덕만이 놀라 면경을 떨어트리고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다가왔던지 검은 인영이 면경을 주워 덕만에게 건냈다. 차림새가 빈민한 것이 자객이 아니라면 좀도둑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얼굴은 살수마냥 냉혹해 보였다. 덕만은 가끔 별궁을 지나는 장돌뱅이 외에 사내는 이리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숨소리가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빤히 내려다보는 시선은 덕만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을 정도였다.



 


  “저어..”



 


먼저 입을 뗀 것은 덕만이었다.



 


  “이곳은 금남..인데...”



 


사내는 덕만을 내려다 보던 것을 거두고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가.”



 


낮은 목소리가 답했다. 참으로 달달하면서도 남자다운 목소리여서 덕만은 다시한번 사내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들어 왔어요..? 아마 쉽게 들어오지는 못했을텐데.”



 


별궁은 시녀들의 외부접촉을 금지한다 라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왕이 직접 보낸 시위부들이 그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나 근처에 매복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덕만이었다. 그가 들어오려 했다면 분명 한번쯤은 저지당했을 테였다. 그러나 사 내는 대답이 없었다. 덕만은 조금 경계가 풀린 얼굴로 말했다.



 


 “여기, 도둑질 할 거 없어요. 매주 우리 먹을 식재료 들어오는 거 말고는... 헉, 설마 그 쥐꼬리만한 여인네들 봉급을 가져가려고 하시는 건 아니죠? 아니면 쌀”

 “....농이냐”

 “아니.. 농은 아닌데... 정말이예요. 제가 여기서 나고 자라 잘 압니

다. 돈될만한 건 없다구요.”



 


사내는 덕만을 흘겨보았다.



 


 ‘페하께서 별궁에 숨겨둔 것이 있다 합니다. 성골이라 하여도 황실의 보물을 숨기는 것은 신국의 법도에 어긋난다는 것을 사량부령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요.’



 


미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비담이 미실과의 접견 후에 사량부로 돌아와 오늘내로 봐두어야 할 장계들만 살폈음에도 자시가 다 되어 있었다. 궁에 들어오기 전 입고 다녔던 복색과 비슷한 것을 구해 입고 눈에 띄지 않게 사량부원 두어명을 데리고 왔으나 그것은 구색을 갖추려던 것 뿐이었다. 미실에게 보이기 위한.






비담이 한참 장계를 보고 있었을 시각, 미실을 찾아온 설원은 걱정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비담이 그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비담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설원이었다. 그는 미실이 제 어미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들로써 내색도, 행색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남남처럼. 그것보다 더 한 관계로 근 7년을 그녀의 밑에서살아왔다. 그녀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여도 득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 비담이었다. 설원의 말에 미실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설원공의 말씀대로, 아마 가져오지 않을 겁니다.”

 “그럼 어찌 비담을 보내신 겁니까. 차라리 보종이나 저에게 맡기셨어야지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 아이가 내 아들이라면 가져오는 것 보다 더 좋게 일을 만들어 줄거예요.”

 “새주..”



 


미실의 입에서 비담을 아들로 칭하는 말이 나온 건 오랜만이었다.



 


“우리는 그저... 그게 무엇일지.. 폐하께서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인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미실의 눈은 더없이 반짝거렸다.



 


“그 아이가 곧, 답을 알려줄겁니다.”











서시(序詩)

1장. 달밤 아래의 연모 (3)

 







궁에서는 유화가 되려는 이에게 꽤 많은 것을 요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히 여기는 것 세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몸가짐, 둘째는 용모, 셋째는 지식이었다. 양갓집 규수만치는 못되더라도 그녀들은 그것에 준하는 몸가짐과 지식을 지녀야 했다. 13세 이전의 소녀들은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 후에는 서라벌 서쪽의 별궁으로 들어가 17세가 되는 나이까지 궁에서 필요한 것을 교육 받았다. 교육을 모두 끝내고 시험을 치룬 소녀들은 못해도 18세 이전에는 궁으로 들어가 유화가 되었는데, 별궁에는 18세가 한참 지나도록 궁의 문턱에도 못들어가 본 이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소화의 딸 덕만 이었다.



 


“해서 말입니다, 이번 발탁에도 저는 쏙 빠진 것 있지요?”

“...어째서?”

“그걸 저도 모른단 말이지요. 수놓기도 화연이보다 잘했고, 글을 쓰는 것도 진이보다 잘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세달전에 궁에 들어갔지요.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모르겠다니까요.”



 


덕만은 어느새 담벼락에 등을 맞대고 마주한 사내에게 속에 있던 불만들은 술술 털어내고 있었다. 그는 별말 없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며 맞장구까지 쳐주고 있었다. 비담이 슬쩍 웃어보이며 말했다.



 


“네가 용모가 부족해서가 아니더냐.”

“네? 지금 그게 무슨말씀이세요? 제가 못생겼다는 거예요? 이래뵈도 별궁 제일의 미녀가 저거든요?”



 


덕만은 꽥 소리지를 뻔 한 것을 겨우 참아내곤 속삭이며 외쳤다. 자신하건데 별궁에서 저보다 예쁘장한 유화는 보지 못했다. 물론 나이가 있으니 파릇파릇한 소녀들과 비교하면 피부도, 머릿결도 그들보단 못하지만 말이다. 씩씩대는 덕만에게 얼굴을 가까이한 비담이 눈가를 찡그렸다. 안보이는 것을 더욱 자세히 보려는 행동이었다. 어둠은 둘을 적절히 가려주었고 그들은 서로를 온전히 보지 못했다. 비담이 긴숨을 한번 내뱉었다. 살떨리도록 나른한 그것에 덕만이 잠깐 몸을 움찔거렸다.



 


“못생긴 것은 아니지만... 그리 자신할 정도는 아닌 것 같구나.”

“지, 지금은 밤이니까 제 얼굴을 제대로 못봐서 그렇지요! 도둑씨도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네요!”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맹세하건데 덕만은 그리 잘생긴 사내를 본적이 없었다. 별궁밖으로 나가본적도 없고 사내라고는 장돌뱅이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병사들 외에는 본적이 없었어도 그녀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었다. 아마 그와 같은 외모는 서라벌을 다 뒤져도 그리 흔치 않을 것임을. 달빛 아래에서 보아도 그러한데 훤한 대낮에 본다면 또 어떨까. 살짝 설레이는 그 마음을 숨기고 덕만이 씩씩 거렸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



 


비담이 덕만이 기대어 있는 담벼락 뒤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흰 깃발이 펄럭거리며 흔들렸다. 그가 데려와 주변을 살피라고 지시했던 사량부원의 신호였다. 한시진이 지난 것이다. 비담은 처음에 쓰고 있던 복면으로 입을 가리고 느슨하게 들고 있던 검을 손에 단단히 쥐었다.



 


“어, 가시려고요?”

“여기엔 훔칠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긴 하지요.. 그...그런데..”

“네 이야기는 잘 들었다. 그러나 유화가 되지 못한다면 안되어도 그만이다.”

“네?”

“궁은 그리 좋은 곳이 못되니 이때까지 익힌 것으로 좋은 남자 만나 혼인을 하는 것도 좋을 거라는 말이다.”



 


어쩌면 옳은 선택일지도 모를 비담의 말이었지만 덕만은 살짝 서운해지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만난 사내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런 감정이라니. 대답을 않는 덕만에게 살짝 웃어보인 비담이 그녀의 머리위에 손을 살짝 얹고 쓰다듬었다. 저보다 4살이 어린 덕만이 제법 귀여워 보였다. 덕만이 비담의 손길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기 전에 비담은 덕만의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올때처럼 갈때에도 소리없이 사라진 것이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망해서 덕만은 가만히 여전히 밝은 달을 올려다 보았다.




 


 


*



 


다음날 아침부터 별궁이 꽤 소란스러웠다. 늦은 밤까지 멍하게 달을 바라보다보니 그 달이 숨은지도 모른 채 새벽까지 뒤뜰에 있던 덕만은 그때서야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기 때문에 다른 유화들보다도 한참을 늦게 일어났다. 그덕에 그 소란이 궁에서 온 공주님의 행차 때문이라는 것도, 또 공주님보다 이각정도 늦게 도착한 사량부령 때문이라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얘, 덕만아, 그만 좀 일어나 봐 이것아!”



 


덕만과 같은 방을 쓰는 유화 한명이 다급하게 그녀를 깨웠다. 세상모르고 단잠에 빠져있던 덕만이 고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슬쩍 눈을 떴다.



 


“공주님이 너 찾으셔, 빨리 일어나서 채비하고 소화님 방으로 와!”

“에...공주...공주님?!‘

“그래! 천명공주님이 벌써 한시진이나 널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왜, 왜?! 원래 오늘 오시기로 하셨었어?!”

“나도 몰라! 갑자기 행차하셔서... 게다가 궁에서 사량부까지 와서 지금 난리야 난리!”



 


덕만은 사량부 라는 말에 잠깐 고개를 갸웃하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덕만에겐 한시진이나 기다리고 있다는 천명공주쪽이 더 급했다. 그녀는 허둥지둥 동료유화가 가져다준 물에 대충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은 다음 옷을 꿰어 입었다. 소화의 방으로 달려가는 동안에도 눈에 눈꼽이 있지는 않을까 눈을 잔뜩 비벼대며 빠른걸음으로 걷던 그녀는 미처 마주 걸어오던 인영을 확인하지 못했다. 퍽. 덕만이 걷던 속도에 비례해 제법 크게 부딪혔으나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덕만이 눈을 비비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왜 울고 있지?”



 


달밤에 웃던 목소리가 들렸다. 덕만은 말을 건 상대가 어제의 그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어젯밤 그가 풍기던 향과 아주 똑같은 향이 코끝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아...”

 


대답하지 못하는 덕만에게 그가 재차 물었다.



 


“왜 울고 있느냐 물었다.”

“그..그게 운게 아닌데...”

“덕만아.”



 


그때 두사람의 사이를 가르고 차분하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화의 방이 있는 별채에서 나온 천명공주가 나긋한 걸음으로 천천히 그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여기에 계셨습니까, 비담공.”

“...공주님께서 볼일을 보고 계시는 동안 잠깐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이곳이 좁긴 하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잠깐정도 산책하기에는 참 좋지요.”



 


비담이 덕만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 천명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예의를 차리는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덕만은 그제야 제자리를 찾은 이성에 허둥지둥 고개를 조아렸다.



 


“고, 공주님 저를 찾으셨다고..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늦잠을 자서..”

“괜찮다. 내가 공연히 너를 찾아 당황했겠구나.”

“아휴, 아닙니다.”



 


덕만이 베시시 웃어보였다. 천명은 이따금 진지제의 명으로 별궁을 찾아 유화들의 교육을 보고 받는 명분 아래 덕만을 찾아왔다. 그녀는 매번 덕만을 찾아와 애타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이따금 궁에서 쓰는 장신구들을 선물하기도 했다.



 


‘내 일찍이 동생이 있었으나 모두 오래 살지 못하고 허망하게 떠났다. 내 아우들이 살아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도 나누고 마음을 의지했을텐데, 참으로 슬프다. 나는 네가 어쩐지 내 동생과 같이 생각된다. 부디 이렇게 가끔 시간을 내어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 다오.’



 


처음으로 천명에게 불려간 날 손을 마주잡은 그녀가 눈물을 매단채로 그렇게 말했다. 덕만은 그때부터 별궁을 찾을때마다 꼭 저를 찾는 천명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정말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냈던 참이었다. 물론 주변에 보는 이가 많을때는 철저하게 공주와 유화 였지만 단둘이 방에 남아 있으면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요, 자매였다.



 


“제 볼일은 끝났으니, 비담공의 볼일을 보시지요.”



 


천명이 덕만에게 살짝 웃어주다 비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뒤로 소화가 고개를 조아리며 비담을 안내하려는 듯 살짝 비켜섰다. 비담은 슬쩍 덕만을 내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럼...”



 


비담이 소화의 안내를 받아 별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천명은 덕만의 손을 마주 잡았다.



 


“비담공과 무슨일이 있었느냐.”



 


걱정어린 목소리였다.



 


“예? 아뇨, 무슨일이라기 보단...”

“그는 사량부령이다. 황족과 귀족의 비리를 탄압하고 궁의 모든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사내야. 무슨일로 별궁에 온것인지는 모르나 분명 무언가 알고 이곳에 온 것이다.”

“그게 무슨... 이곳에서 무얼 알아가려고요?”

“...내 말이 그것이다. 더 자세한 말을 해 줄 수는 없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사내이니 가까이 하지도 말고 바라보지도 말거라.”

“흐음...”



 


덕만이 그의 품에서 맡았던 향기와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비음을 흘렸다. 방금전 어깨를 잡았던 손은 사내의 것 답게 크고 강했다. 어쩐지 사량부령이라는 사내와 어젯밤의 사내가 같아보여 덕만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가 천명의 재촉하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이곳은 유화들의 교육장으로 알고 있네.”



 


비담이 소화에게 처음으로 건낸 말이었다. 소화가 긴장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전 천명에게 비담을 조심하라는 것과 그가 이곳에 온 이유를 들었던 참이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당연히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유화들은 보통 얼마나 교육을 받고 궁에 들어오나?”

“4년이옵니다.”

“그보다 더 교육을 받기도 하나?”



 


딴길로 새는 듯한 질문들에 소화는 다소 당황하면서도 차분히 대답했다.



 


“보통은 4년이 지나면 어느정도 유화로써 몸가짐이 되어 시험을 치루게 됩니다. 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궁에서 필요한 만큼 발탁되어 들어가게 되지요.”

“매년 몇 명의 유화가 발탁 되지?”

“...정해진 숫자는 20명 정도...”

“그렇게 적어?”

“이곳 말고도 유화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여러곳 있으니 나누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찌 이것을 물으십니까?”



 


소화가 살짝 비담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비담은 뭔가 불만을 가진 얼굴이었다. 그는 어젯밤 덕만이 툴툴거리며 말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럼 이곳에 4년이 넘어서도 궁에 들어가지 못한 유화가 있나?”

“예, 예?”



 


소화는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라고 속으로 외쳤다. 별궁에서 4년 넘도록 궁으로 들어가지 못한 유화는 덕만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유화로써 자격이 없기보단 제 선에서 덕만의 명단을 빼버렸기 때문이었다.



 


“대답하게.”

“그, 것이...”

“있는가?”

“...제... 딸이...”



 


비담이 히죽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웃음에 소화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등골이 서늘해 질 정도로 차디찬 웃음이었다.



 


“이유가 무언가.”

“이, 이유 말이옵니까..”

“내 그것을 들려줄 사람이 있네. 이유를 말하게.”

“.........”

“말하지 못하겠다?”



 


비담이 낮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자 소화는 문득 생각한 변명거리를 떠올리며 다급히 대답했다.



 


“그, 그아이는 유화로써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게 무언가.”

“호, 혼인을 약조한 상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명을 내뱉는 순간 소화는 망연자실 했다. 유화가 혼인을 할 상대를 두고 궁에 들어가려 하는 것은 참수에 처해질 정도의 죄로, 황제능멸죄에 해당했다.



 


“혼인상대가 있다라...”



 


그러나 비담은 그쪽보단 다른쪽에 신경을 빼앗긴 듯 했다. 그저 미실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어젯밤과, 또 오늘 아침 별궁에 오기는 했으나 그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하니 시간을 떼울 요량으로 아무래도 좋을 것을 묻고 있었지만 대답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나왔다. 비담은 어젯밤 달빛 아래에서 저가 별궁 제일의 미녀라고 외치던 덕만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둠이 가리고 있었으나 미인은 미인이었다. 아까 낮에 본 얼굴을 울고 있어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옷매무새도 엉망이긴 했으나 햇빛은 그녀를 달밤 아래에서 보다 더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사실 궁에 엄청 들어가고 싶은건 아니예요. 그곳에 들어가면 이곳보다 더 갑갑하게 살지 않겠어요? 그래도 제가 이나이 돼서 시집갈 것도 아니고... 할게 유화밖에 없으니..’



 


덕만이 했던 말중 하나가 떠올랐다. 비담이 조소를 흘렸다.



 


“사내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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