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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2장: 오(흙)해영/ 사망 선고 받은 여자

Heil(77.190) 2020.05.06 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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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오()해영/ 사망 선고 받은 여자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맞아 날개가 부러진 새.


1화에서 나타난 해영과 도경의 만남은 일반적인 클리셰에 비추어 볼 때 무척 코믹한 의외의 측면이 있다. 도경의 환시를 통해 미리 알려짐을 통해, 둘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운명적인 것으로 그려지는데, 그 만남의 순간마다 여주인공인 해영은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한 상태이거나, 코피가 터졌다.(그리고 결정적인 세 번째 만남에서는 야간 도로를 무단 횡단함으로 그녀의 상태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보는 사람 웃게 만드는 코믹한 연출이지만, 이것은 당시 해영의 망가진 마음의 상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1, 2화에서 상세히 묘사되듯, 그녀의 상처의 원인은 동명 오해가 낳은 비극이었다. ()해영의 파혼사건으로 인한 도경의 복수가 어이없이 아무 상관없는 그녀에게 돌이 되어 날아온 셈이고 해영은 그 돌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리게 된 셈이다.(특히 5화에서 도경은 그녀가 자기가 던진 돌에 맞아 날개가 부러졌는데 바보같이 자기 품으로 날아든 새 같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첫만남에서부터 해영은 도경의 말처럼 팔(날개)이 부러진 상태였고 계속 되는 만남을 통해 그의 품으로 날아들게 된다.) 흥미롭게도 2화에서 그녀의 엄마의 입을 통해, 또 도경의 입을 통해 누구한테 맞았느냐는 말이 반복된다.(하나만 묻자? 너 누구한테 맞고 다니니? 맞고 다니는거면 엄마한테 이야기해.”(해영엄마) “왜 울어요? 누가 때렸어요?” “한대 맞고 쓰러진 거야. 좀 쉬었다가 일어나면 돼.”(도경)) 안타깝게도 그것은 누구의 고의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2화의 해영 자신의 회상 속에서 나타나듯, 어디선가 날아온 공에 맞은 이유는 단지 그녀가 ()해영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뿐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 그 회상 속에서 쓰러지는 그녀를 붙잡아준 이가 ()해영이었다.) 그저 동명이인으로서의 오해로 말미암아 얻게 된 불행이 지금 그녀의 고통을 가져왔다.


죽음에 이르는 병


한마디로 말해 해영과 도경은 (약간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둘 다 일종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고 있고, 여러 등장 인물의 입을 통해 평가되었듯 미친년 놈으로 묘사된다. 특히 해영의 경우 그녀의 방에 있는 (정신없는 웃음소리를 내는) 엘모 인형이 마치 그녀의 아바타처럼 묘사된다.(7화 도경의 대사 결혼 전날 바보같이 차이고 지가 찼다고 깔깔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못보겠어서.” 참고) 아직 많은 것이 은폐되어있는 도경에 비해 해영의 경우 그녀의 캐릭터 묘사가 초반부터 상당부분 제시되는 편이다.

먼저 해영의 묘사를 보자. 이 여자 거의 오늘만 사는 여자처럼 그려진다. 선보는 자리에서 해영은 계속 핸드폰만 보며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상대 남자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저기 잠깐만요우리 일주일만 봅시다내가 너 일주일 안에 자빠뜨린다.” 황당한 여자다. 비록 그녀의 엄마가 쉴드를 쳐주지만 실제 통념상 이런 말을 하는 여자를 보게 된다면 그녀의 작은 엄마가 한 말과 동일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해영이 걔 미쳤어요. 제정신 아니예요. .” 그뿐인가? 희란과 술 마시고 박카스 원샷 만원빵을 하다 팔부러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팔 왜 그러느냐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말에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술 먹고 자빠졌어요!” 집에 돌아온 후 그녀의 엄마가 해영을 죽이려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한 회사에서 털린 후 회식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어 감히 대리가 이사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거예요. 그래서 뒷일은 생각지 않아도 되요. 그래서 죽이고 싶으면 죽여도 되요.말 그대로 오늘만 사는 여자다. 즐거움을 찾기 위해 술을 달고 살며 1화 마지막에서 보듯 차도 무단횡단을 서슴지 않는다.(2, 8화도 참고) 실제로 이 여자, 1화 마지막에서 그렇게 위험하게 무단횡단을 하여 도경에게 나아온 후 말한다. “난 안 죽어요. 내가 요새 가장 원하는 게 죽는 건데, 내가 원하는 건 항상 안 이루어지거든요. 그니까. 난 안 죽어요.”

죽는게 소원인데 자기 소원은 항상 이루어지는 법이 없댄다. 이 지경까지 되면 참으로 처량할 정도다. 수경에게 털린 후 돌아오는 다리 위에서 해영이 오열하며 회상하는 것처럼 이 상황을 가져다 준 것은 예기치 못한 태진의 일방적인 파혼 선언이었다.

그러한 해영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것은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3화에서의 도경의 말이다.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냐?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서 아양 떨면서 빌붙어 살아야 되는 기분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냐?”

말 그대로 예기치 못했던, 약혼자의 일방적인 파혼 선언이 그녀에게 죽음에 이르는 병을 만들어 놓았다. 즉 오늘만 사는 듯 미쳐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이 여자의 본래 상태는 아닐 것이다. 이것은 그녀의 절친인 희란의 말을 통해 암시되는데 1, 그리고 7화에서 희란도 해영의 상태가 뭔가 좀 이상하다고 해영에게 직접 대놓고 말하고 있다. 내가 널 안다면 아는데 말이지, 그런 사고 칠 줄은 정말 몰랐다.” “…솔직히 결혼 엎을 때부터 이상했다. 얘가 바람이 들었나 갑자기 정신을 놨나? 감을 못잡고 이리뛰고 저리 뛰는데 내가 알던 니가 아니란 말이지.”

물론 직장에서 이사인 수경의 별명을 지어 부르며 뒷담화를 주도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의 감탄사가 욕이거나(“겁없이 함부로 감동주고 지랄이네. 어쩔라구.”(3) 어쩌자고 이렇게 아름답고 지랄이니 눈물나게 진짜.”(7)), 화났을 땐 상대가 초면이든 말든 바로 반말이 튀어나오는 등 해영의 본래 성격이 꽤 똘끼스러운 면이 있긴 하다. 심지어 간만에 찾아온 부모에게 색드립을 하는 아주 보기 드문 여자 주인공이니.(4, 7)

어쨌든 희란의 대사가 암시하는 바는 현재 해영의 모습이 그나마 최소한의 정신줄이라도 지탱시켜준 안전핀마저 외출 나가 당췌 하는 짓이 정상인게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해영 자신도 도경의 방에서 그의 상처에 대해 처음 들었던 날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 원래 말 그렇게 세게 하는 스타일 아니예요. 제가 미쳐서 그래요. 날이 너무 좋아서 더 미칠 것 같애요.”

여기서 중요하게 기억해야 하는 사항1화에서 암시된, 드라마 진행의 동력이 되는 진실의 단계이다. 이전 글에 지적했듯이(1: A.B. 미친 년 놈의 만남 프롤로그(1) 2,3화의 구조 참고)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현재 각각 다른 수준의 진실을 인식하고 있는데 불행의 당사자인 오해영의 경우 2단계의 진실까지만을 알고 있고(태진이 결혼을 파토냈다.), 나머지 주변인물들은 1단계(해영이 결혼을 파토냈다.)가 사건의 본질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즉 주변사람들에 의해 사건의 진실과는 다르게 오해영 혼자만 미친 여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상 누구도 해영의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없다. 심지어 제 딴에는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밤에 거실에 나와 춤을 췄으나, 그것을 본 그녀의 엄마까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 “어디가서 뭣 좀 봐봐야 될까봐. 쟤 뭐 있는 것 같애. 뭐가 씌이지 않고서는 저렇게 미친년 꽃다발일 수는 없어. 그렇게 자랑스러운 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챙피한 딸도 아니었는데. 나 요즘 쟤 길거리에서 보면 도망가. 챙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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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해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해영의 죽음의 병을 더더욱 악화시킨 것은 해영 자신의 성격이다. 16화 마지막에 해영은 자신과의 결혼을 결혼 전날 일방적으로 파혼한 태진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결혼 전날,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져서 나랑 결혼 못하겠다고 했을 때, 그날태진씨는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거야. 나한테 그 말은, 너는 그냥 죽어야 된다는 말이랑 같은 말이었어. 아침에 눈 뜨기도 싫었어, 죽고 싶었어. 어떻게 죽어야 될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고사여야 되는데. 내가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야 되는데, 그랬다가.. 내 장례식장에 태진씨가 와서 다 말해버릴까봐. 그럼 또 죽어서도 창피할까봐. 별별 생각 다 해 가면서 죽지 않고 버텼어. 마음은 무너져 죽겠는데 누가 알까 무서워서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아? 심장이 녹아서 사라져 없어지는 거 같았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 억지로 심호흡을 해야지 간신히 숨이 쉬어졌어. 근데 그게 날 위해서 한 짓이야?

즉 해영은 진실이 밝혀지고 주변사람들에게 동정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찬 걸로 진실을 은폐하고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는 모습을 택한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5화에서 그녀가 희란에게 자신이 도경을 좋아하게 된 것을 털어놓은 후 하는 독백을 유의해보아야 한다.

“1급수에 사는 물고기와 3급수에 사는 물고기는 서로 만날 일이 없다. 1급수였던 이쁜 오해영은 1급수의 남자들을 만났고, 3급수였던 나는 3급수의 남자를 만났다. 결혼을 하기로 했던 태진씨는 내가 만났던 남자 중에 3급수가 아니었던 유일한 남자. 결국 그도 자기 급수의 여자를 찾아갔던 걸까? 박도경이 사랑했던 여자가 오해영이었다는 것을 안 순간, 그도 1급수였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 다시 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고등학교 3년 내내 동명 이인이었던 ()해영과의 비교의식 가운데 형성된 낮은 자존감, 그래서 더더욱 초라해지는 것에 대한 강렬한 거부 반응이 그녀의 인격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무엇이든지 ()해영과 엮여 있는 것은 자신이 접근하면 안 되는 성역처럼 여기고 있다. 또다시 자신이 초라해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다시 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어도, ()해영과 사귀었던 도경의 세계가 자신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늘 마음에 제동을 건다. 실제 극중 설정으로 ()해영의 캐릭터는 엄청나게 이쁜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했던 것도, 업무 실적이 특출 난 것도 아니며, 그렇게 잘 사는 집 딸도 아니다. 내세울 만한게 아무 것도 없다. 위의 한태진이 자신이 만났던 남자 중 유일하게 3급수의 남자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처럼, 한태진과의 결혼은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도였을 것이다. ()해영과 사귀었다는 이유만으로 박도경을 1급수라고 판단했듯이.

그러나 자신의 본 모습을 3급수 물고기로 인식하는 해영 자신에게 있어서, 1급수 남자를 잡기 위해 약간의 위장이 필요했던 듯 하다. 2화에서 ()해영은 동창회 이야기를 소재로 직장 동료들에게 오()해영에 대해 소개하는데, 완벽한데다 서울대까지 갔다는 이야기에 팀장 김성진은 남자들은 그런 여자 부담스러워서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해영은 자기 밥이 아니다 싶으니까 지레 접는 거지, 능력만 되면 왜 싫어?” 라고 맞받아 쳤다.

, 본래 자기 밥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태진을 잡기 위해서 해영에겐 늘 그에게 맞추어주는 삶이 일상이 되었던 듯 싶다. 실제 이후의 드라마의 전개를 보면, 해영은 한식 레스토랑 아이디어를 제안 했을만큼 그야말로 밥에 환장하며 지극히 일상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을 즐기는 여성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한태진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모습이 연출된다. 4, 수경의 집에서 수경과 1 1로 술을 마실 때 한 말을 생각해보자. “먹는 거 가지고 유난 떠는거 별로에요. 음식으로 자기 밸류를 높이는 거 유치해 보여요. 그냥 자연스러운 거 아니예요? 먹는건.

또 고기 사라고 도경에게 졸랐을 때, 그녀는 도경이 청담동 스테이크 집에서 보자고 한 문자에 어이구~ 이렇게 비싼데서? 통 크셔라고 반응했다.(5) 즉 태진과의 만남에서도, 식사 장소로 스테이크 집을 잡았던 것은 해영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이걸 확인사살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 12화에서 태진은 이찬수와 식사를 할 때에도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8화에서 태진과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후, 만취 상태에서 하필 이런 티 입고 나온 날, 오늘 머리도 안감았는데…” 라며 쪽팔려 하기도 했다. 즉 결혼 상대인 태진 앞에서만큼은 그녀는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연극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 이것은 ()해영이 태진과 결혼했더라면 정말로 행복했을까? 의문을 가지게 한다.

어쨌든 결혼 전날 해영은 그런 1급수 남자에게 차였다. 더구나 자신이 가장 자신다운 모습인 밥 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졌다는 말까지 들었다. 어쩌면 태진의 그 말은 해영에게 ‘3급수 물고기인 네 진짜 모습을 난 견딜 수가 없다.’ 라는 말로 인식되었던 것일까? 그녀는 실제 4화에서 도경에게 나는 내가 못나서그런 일 당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초라하고 창피한게 죽기보다 싫었기에 해영은 자신이 채인 것이 아닌 찬 것으로 위장해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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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당해온 이름, 부정 당해온 존재, 오해영 되기.


위와 같은 해영의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된 원인 제공자, 동명이인 오()해영은 2화에서 동창회를 소재로 ()해영 자신의 입을 통해 그녀의 직장 동료들에게 소개된다. ()해영의 존재가 ()해영 자신이 본연의 자신의 모습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나 입 터진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란다. 걔 때문에 너무 기죽어 지낸거지 뭐. 나대면 더 비교당하니까 없는 것처럼 조용히.”

동료 여직원의 말처럼 현재의 (그녀의 엄마인 황덕이의 성격을 꼭 빼닮은) ()해영의 대찬 성격을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된다. 심지어 당시 상황은 ()해영에게 있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름이라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무엇이니까.

학교 때 오해영! 하는 소리에 뒤돌아 보면 열에 아홉은 날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어요한 반에 오해영이 둘 이니까 걔는 예쁜 오해영, 난 그냥 오해영이었어요. 그냥 오해영

전부 오해영 오해영 그러는데 그 오해영이 내가 아닌거 아니까일부러 져줬어요.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미워하면 지는거다. 질투하면 지는거다. 난 이런 일로 상처받지 않는 꿋꿋한 여자이다. 그렇게 세뇌시키면서 진짜 어금니 꽉 깨물고 버텼답니다.

학창 시절, ()해영은 ()해영을 응원하는 남자애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달리기에서 일부러 져줬다. 미움 받지 않기 위한 연극을 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기 자신을 부정해 왔다. 그리고 넘어졌다. 마치 한태진 앞에서 했듯이 말이다.

심지어 학창 시절뿐 아니라, ()해영이 사라졌기 때문에 비로소 나갈 수 있었던 동창회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여전히 부정당하고 있다. 동창들은 자신을 무시하고 ()해영의 소식에만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오히려 자기 존재의 소멸을 가져온 당사자인 ()해영이 자신을 기억해주는 게 고맙기까지 하다. 이름이 같기에 대놓고 비교당하는 현실은 그녀로 하여금 ()해영 앞에만 서면 스스로를 쪼그라들게 만들었고 이것은 극중에서 ()해영이 극복해야만 하는 트라우마를 드러내 준다. 3화에서의 ()해영 자신의 평가대로 그녀는 인생이 좀 억울할 것 같은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드라마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회사에서 ()해영과 재회한 이후부터 ()해영은 늘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를 피해 다니는 자동 반사적 회피 반응을 보였다.

이제 해영의 캐릭터 설정에 대한 결론을 맺어보자. 결국 해영의 상처와 트라우마두 가지로 집약된다. 한 가지는 결혼 전날 파토를 당함으로 사망 선고를 당한 것, 또 하나는 잘 나서 자신의 이름을 독차지한 ()해영으로 인해 존재의 소멸을 경험하는 것. 이 드라마는 결국 해영과 도경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각 인물군상들의 구원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구원은 도경을 통해 주어지지만 바로 여기에는 해영 자신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해영에게는 그 과제를 수행하려는 의지,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학교 때, 오해영이 둘이었어요. 다른 오해영은 되게 잘 나갔어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는데 걔 옆에 가면 난 그냥 들러리. 근데 만약에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걔가 된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나는 걔가 되기로 선택할까? 안하겠더라구요. 나는 내가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기를 바랬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여전히 애틋하고잘 되길 바래요. 여전히.”

그리고 비로소 5화의 회식 자리, 자신과 ()해영을 대놓고 비교하던 남자 직원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잃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너는 너고. 나는 나야.”라고 외치면서. 물론 자신의 창피함을 연극으로 감추어왔던 모든 위장이 벗겨진 후에야 그녀는 ()해영과 비로소 마주 설수 있게 되지만 말이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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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30 서현진이 흔녀 평범녀로 나오는게 현실감 제로다 ㅁㅇㄴㄹ(203.229) 20.02.19 398 1
83829 언제나 봐도 명작이다 ㄹㅇ ㅇㅇ(125.252) 20.02.15 215 3
83826 특전블레 ㅇㅇ(175.209) 20.02.12 256 0
83825 이사도라님 오해영이후로 작품있나요 [1] ㄴㅇㄹ(180.64) 20.01.31 514 0
83822 죽은 갤러리에 찾아오는 나그네입니다 ㅍㅍ(118.38) 20.01.27 292 0
83821 나를 사랑하지 않는것들은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1] ㅇㅇ(182.222) 20.01.20 531 1
83820 오해영 애미 ㄹㅇ 볼 때마다 짜증나네 [1] ㅇㅇ(218.149) 20.01.05 742 2
83816 11회에서 조개구이먹고 신나게놀았으면서 [1] ㅇㅇ(221.139) 19.12.12 644 0
83815 서브여주 결혼식이 또 오해영 마지막 결혼식씬 느낌이야 ㅇㅇ(220.94) 19.12.11 830 3
83814 오스트 cover ㅇㅇ(211.36) 19.11.21 231 0
83813 근데 [2] 사디스트(61.102) 19.11.17 430 0
83812 볼수록 사디스트(61.102) 19.11.16 307 0
83811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정주행 하는데 [3] ㅎㅎㅎ(118.217) 19.11.14 990 0
83810 오랜만에 넷플릭스 올라와서 정주행했는데 ㅇㅇ(180.83) 19.11.09 346 0
83809 넷플에 떠서 또 정주행중 ㅇㅇ(39.7) 19.11.04 275 0
83808 대본집 팔 갤러 ㅇㅇ(223.38) 19.11.02 276 0
83807 특전블레나 딥디 [2] ㅇㅇ(59.2) 19.11.02 431 0
83806 전 박도경은 진짜 쓰레기네 (스포) [3] ㅇㅇ(1.236) 19.10.25 130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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