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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경태..나도 궁금하다.

첫사랑(58.140) 2020.03.15 02:55:46
조회 890 추천 5 댓글 0

내가 너를 사랑했던 무게는 얼마큼이였을까?

내가 너와 헤어질때의 무게는 사랑했을때보다 적었을까?

그 날의 너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의 너의 눈빛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너의 집에 두고 온 우산이...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두려움만이 기억날 뿐...




해가 기울고 있는지 책상위로 그림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보던 책을 덮고 뻑뻑해진 눈을 비비니 약간의 통증이 느껴져 눈을 감고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난 자신없어. 내가 아무리 너를 사랑한다고 해도..네 어머니 무서워. 내가..감당할 자신이 없어.

-너보고 감당하라고 안해. 내가 해. 내가 한다고..그러니...태섭아.

-아니, 네가 뭘 어떻게 감당해. 너희 어머니 저렇게 나오시는데..죽어도 안된다고..더러운 놈이라고 고함치시는데..

뭘 어떻게 감당헤! 난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가족들...나 때문에 이런 일 겪게 할 수 없어.

너희 어머니 우리 집까지 찾아가실거야. 난 아직 준비가 안됐어.미안해..나는..시간이 필요해.

-그래..무슨 말인지 알았어. 알아 들었어. 하지만 태섭아..

-가..오늘은 그만 가줘. 생각 좀 할게.

-나는..나는 태섭아..네가 나를 놓지 않으면..내가 먼저 너를 놓는 일은 없을거야.

어떤 결정을 하든지..내 마음은 변함없어.


깜빡 잠이 들었었나보다.

꿈을 꾸었다.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도 꿈속에선 어제 일처럼 살아났다. 축축해진 눈가를 서둘러 닦고는

어느 새 어둠으로 짙어가고 있는 거리를 걸었다. 또 다시 버텨낸 하루가 저물고 있다.


-맛이 어때?

-음..별루야.

-어? 별루야? 이상하다 난 괜찮은데.

-괜찮긴 뭐가. 아무튼 이상해.

-하여간 할 줄 아는건 아무것도 없으면서..알았어 다시 해줄게.

-뭘..됐어. 그냥 먹을게.

-아냐, 다시 해. 다시 한다구.이리줘.

-하하하. 그냥 해본 소리야 먹을만해. 괜찮아.

-겨우 먹을만? 맛있는건 아니구? 이리줘 다시 해준다니까?


요리를 전문으로 하시는 어머니 덕에 입맛만 까다로운 너는 꼭 한 번씩은 짚고 넘어갔다.

하지만 너는 이상하다 트집을 잡으면서도 결코 남기지 않았다.

음식이라고는 라면 끓이는 것 밖에 모르던 네가 3시간이나 걸려 만들었다는 카레를

상 위에 올리면서 한 껏 눈을 반짝이며 5살 어린아이가 칭찬을 기다리는 설레는 넘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너.

미친/놈처럼 보인대도 상관없었다.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한다해도 두렵지 않았다.

하다못해 우리 부모님,가족이 뭐라해도 다 이겨낼 수 있었다. 너만 곁에 있다면...


-전에 드시던걸로 준비해 드릴까요?

-네. 고맙습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카페는 오늘도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투명한 유리잔 속으로 붉은 알갱이들이 흩어지며 채워져가는데 마음에선 하나씩 하나씩 시간이 버려지고 있다.

기대하지 않은 만남이였다. 소설속에나 나올 것 같은 우연이였다. 너를 만난건...


-잘...지냈어?

-...응...너는..너는 잘 지냈어?

-...좋아보인다.

-그래?..너두..좋아보여.


애써 태연한 척 먼저 말을 걸었다.

이렇게라도 말을 건네지 않으면 너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 같아서..잘..지냈어..라는 인사로 말이다.

두 잔째의 와인을 비우면서도 너는..그리고 나는 잘 지냈느냐는 인사외에 어떤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눈을 보는 대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직..거기 살아?

-응..아직..곧 이사하려구..곧...너는..서울로 간거 아니였어?

-갔었지. 아니 갔어...


이 곳에 왜 네가 혼자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사진전 하는 날..갔었어.

-어? 언제?

-작년 이맘때쯤...

-그래..연락이라도 하지 그랬어...그랬으면..그랬으면..


그랬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우연이 아니고 약속을 하고 만났더라면...


-그런데 손은...

-아, 별거 아냐. 일이 좀 있었어. 그때부터 손이 이러네.


처음에는 몰랐다. 너의 손이 떨리고 있는것을..그저 나만큼이나 긴장한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제 가야겠다. 너는..

-아...나...나는 좀 더 있다 갈게.

-그래 그럼..

-경수야...

-......

-잘..지내...

-그래..너도..

-우리..우리..


너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너는 끝내 다음 말을 잇지 않았고, 어설픈 인사만 남긴 채 나는 돌아섰다.

먼저 가야겠다고 한 것도 난데..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것도 난데...난 네가 떠날때까지 그 곳을 떠날 수 없었다.

필연처럼 우연을 기다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 곳을 향해 달려가 너를 찾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우연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너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네가 살고 있는 곳이 이 곳이 아니니까..그럼에도 나는 너를 찾고 있었다.

-저기..어떤 분이 메모 남기셨는데...혹시 김경수씨가 맞나요?

인상착의를 자세히 얘기해 주셔서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지더라구요.


메모지를 받았다.

짧게 전화번호만 써 있는...메모지를 받은 손이 가슴의 소리만큼 떨렸다. 너일까? 정말 너일까? 그런데 왜...왜...

아직도 난 너의 꿈을 꾸는 것을 알까? 너의 눈물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까? 너의 웃음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까?

너로 인해...난...매일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까?

오늘도 하루를 견디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

땀으로 젖은 메모지의 번호들이 꿈에서조차 낙인처럼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있는게 없네.


너를 만나러 갔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것에 이끌려 또 다시 상처를 갖더라도 내가 살아야했느니까..그 상처마저도..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네가 좋아하던 와인을 내려놓으며 집안을 훓어보았다.

너의 성격만큼이나 잘 정돈된 집...너의 냄새...


-와인..좋아. 좋아해. 사실 난 맛을 잘 몰랐는데...예전에 알던 사람이 와인을 좋아했어.

-그래.

-엄마가 이것저것 넣어주신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어. 천천히 해도 된다고.

-어머닌 잘 계시지?아버지는?

-좋아. 할머니 건강이 좀 안 좋아지셔서.

-그럼...할머니 건강 때문에?

-내려왔느냐구? 후후 아니...지난 번에 말했잖아.일이 좀 있었어. 그래서...흠...

아, 뭐 좀 마셔야지. 낮이니까 와인은 좀 그런가? 쥬스 줄까? 아님...

-와인 줘. 대리 불러서 가지 뭐.


기다리라며 주방 쪽으로 간 너는 무언가와 힘겨루기를 하는 듯 보였다.


-이리줘봐 내가 할게.

-아니...괜찮은데...가끔 말썽이야. 날이 흐리면 더...

-어쩌다..그런건데?

-손을..베였아. 그래서 수술은 꿈도 못 꾸고 후후.

-조심 좀 하지. 의사라는 놈이...아, 미안..가서 있어.내가 가지고 갈게.

-넌...여전하구나...

-......

-경수야

-말해.

-경수야

-......

-김경수...김경수...경수야...


경수야..경수야..처음 네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가슴에선 통곡처럼 울음이 쏟아졌다.

꿈속에서나 들을 수 있었떤 목소리...꿈속에서라도 듣고 싶었던 이름...

내 등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차마 돌아서서 닦아주지 못 했다. 너와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 그렇게 서로의 등을 보며 나는..너는 울었다.

너의 떨리는 손이 아파서 울었고, 내 상처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울었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었다.

가지고 온 와인이 하얀 바닥을 보이고, 나는 이제 떠나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너를 떠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우리에게 미래라는 것이 있을까? 그 때의 그 고통을 참아내고 지켜낼 만큼 우리는 사랑하고 있을까?


-어두워지나봐 이제 가야겠다.

-......그래...

-잘 지내고...

-저기..경수야...된장찌개 먹고 가.

-어? 된장찌개? 그것도 할 줄 알아?

-하면 되지. 해볼게.

-......다음에...다음에 먹자. 지금은...

-아니 그럼...네가 해주면 되잖아...사실은...네가 해준거 먹고 싶어.네가 해준 음식들...참...많이 그리웠거든.

-......

-아니...저기..바쁘면 어쩔 수 없고...내가 괜한 부탁을 했지.

-재료는 있어? 된장하고 마늘 파...

-있어. 그런것쯤은...밥은 내가 할게. 이제 밥은 잘 하거든. 너 질은 밥 싫어하지? 아...잘할려나 걱정된다. 잘해야하는데..

밥솥이 말을 잘 들으려나...

-테섭아, 양태섭...

-어? 왜?...

-시장갔다와야겠다.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 다 사야겠는데.갔다올게 있어.

-아냐 같이 가. 밖에 비도 오는데. 들고 오려면 힘들잖아.

-그래 그럼.


함께였다.

함께 장을 보고, 함께 밥을 먹고,함께 커피를 마시고..너와 나...





"여기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누가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태섭아 밖이 시끄러워 누가 쓰러졌나봐..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금방 구급차 올거에요. 여보세요...!!"


태섭아 조금만 조용해 시켜줘. 너무 시끄러워...나 우산 너한테 두고 왔는데 비가 오네...어쩌지..우산 가지러 가야하는데..












***비오는 날 태섭이 궁금하다는 글에 생각난건데 이런거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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