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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남은 어떨까?

첫사랑(58.140) 2020.03.20 18:58:07
조회 1200 추천 2 댓글 1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경수는 W호텔로 향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해야하는 것일까...창문 옆으로 떨어지는 붉은 가을잎이 왠지 자신의 처지마냥 서글퍼졌다.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핸들을 쥐고 있는 경수의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경수의 귓전으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성난 황소의 울부짖음처럼 들려왔다.

괜찮아지겠지..잘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어머니가 원하는대로 선을 보라면 보고, 웃으라면 웃었다.

그 결과물이라면 결과물인 이혼남..이 되었다.


  그녀가 싫었던 것은 아니다. 타고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미인인데다 집안도 괜찮았고

겉보기에는 어머니가 원하시는 그런 며느리감이였다. 하지만 부부의 일은 부부만 안다고, 그녀의 다른 얼굴을 알아버린 경수는 그녀와 딜을 했다.

경수가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이혼을 해주는 것. 대신 경수가 먼저 요구한 것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혼남이 된 후 지금까지 어머니의 끈질김은 끝이 없었다.

경수를 위한 것이 아닌, 집안과 부모님의 사회적 위치..를 위한 만남. 강요받는 결혼.

오늘만이라도 그런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경수의 오늘의 일탈을 하늘 탓이라 생각했다. 바람이라 생각했다. 햇빛아래 흔들리는 붉은 나뭇잎 탓이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런 생각에 울컥 눈물이 솟았다. 탓이라니..겨우 핑계를 댄다는게...


  도착한 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앞은 탁 트인 바다가 쉼없이 물결을 일으키고 있고, 어린 아이들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메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놓고 몸을 쥐고 있는 겉옷도 벗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메어있던 사슬이 풀어진 느낌이다.

한 껏 의자를 뒤로 재치고 창문을 열어 가을 바람을 맞았다. 자유..사슬에 얽매이지 않은 온전한 자유,

왜 일까? 하늘을 보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만으로도 울컥울컥 피를 쏟듯이 눈물이 났다.

남들에게는 그저 그런 평범한 햇빛이 바람이..오늘 경수는 그것 때문에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로했다.

가을이니까..남들도 가을에는 가끔 감상에 젖기도 하니까...라고...눈을 덮은 손등위로는 여전히 눈물이 흘렀다.


  해가 지고 있다. 배고픔보다는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는 조용했다. 하긴 서울만큼 복잡한 곳이 또 있을까 싶지만.

커피를 주문하고 오는 동안 꺼져있던 휴대폰의 전원을 켜놓을까 했지만 어머니의 잔소리는 다음으로 미뤘다.

오늘 하루였다. 오늘만큼은 나를 위해...


 커피를 기다리며 주위를 돌아보다 건너편 테이블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정확히는 마주친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경수와 잠시 눈빛이 스쳐갔다는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는 또 한 번. 눈을 떼지 않는 경수가 느껴졌는지 남자의 시선이 잠시 경수에게 머물렀다.

눈빛...시선을 돌리지 못 한채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기다리는 눈빛. 건너편 남자의 눈빛은 경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다.

남자의 눈빛 때문이였을까? 경수는 남자 옆으로가 마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앞에 앉은 여자의 의아한 눈빛과 당혹감에도 경수는 그가 손을 잡아 주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어 그래..오랜...만이다.

-아니 이게 몇 년만이야. 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아마?

-어...그러네...

-데이트 중인데 방해한건 아냐? 하하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친구라 실례했네요.

 

경수의 말에 여자는 너무도 친절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이 녀석하고 술 한 잔 하고 싶은데...안될까요?

  초면에 미안합니다.

-네?..

-아니..괜찮아요. 이게 무슨.


경수를 말리려는 남자의 손길도 무시한 채 경수는 여자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어이가 없는지 여자는 다시 연락을 하겠다며 고개를 까딱 숙이고는 카페를 벗어났다.

그제야 웃음을 터뜨린 경수는 남자의 앞에 앉으며 자신의 이름은 김경수..라고 소개했다.

피하지 않고 경수의 행동을 지켜보던 남자는 넥타이를 풀었다.

 

-무슨 짓이에요?

-뭐가요?

-몰라서 물어요? 아니 지금 이게...

-눈빛요. 당신 눈빛...나한테 도움 요청한거 아니였어요? 도와달라고..

-무슨...대체 무슨...

-나도 그냥 커피나 마시고 가고 싶었는데...당신 때문에..당신 눈빛이 나를 잡았어요.

-어쨌든...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고맙다는 말은 안할게요.

-진짜 몰라요? 당신이 어떤 눈빛으로 나를 봤는지? 그런 눈빛으로 보는데 어떻게 모른체해요. 나 그렇게 무딘 사람 아니에요.

  이름이 뭐예요? 이것도 인연이데 우리 통성명이나 합니다. 내 이름은 아까 말했듯이 김경수.

-양태섭.

-양태섭...양태섭...태섭씨 나한테 신세졌으니 술 한 잔 사시죠?

-내가 그럴 이유가 없는데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라. 그 여자한테서 구해줬는데 이유가 없는건 아니죠.

  당신 사실은 그 자리 싫었잖아 안 그래요? 그래서 내가 흑기사처럼 당신을 구해준거고.

  아마 이렇게 일찍 가면 집에서 또 난리 날거고...뭐 이미 그 여자가 얘기 했을지도 모르지만.

-좋아요. 술 한 잔. 못 살것도 없죠.

-후후. 보기보다 쎄게 나오네요. 술은 좀 해요?

-한 잔 입니다.

-알았어요 한 잔. 거 되게 깡깡거리네.


한 잔...분명히 한 잔이라 했는데 경수는 그 한 잔의 계산법이 달랐다.

불안한 눈으로 와인잔을 비우는 경수를 보던 태섭은 경수의 말도 안되는 한 잔 계산법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왠지 그 자리가 싫지 않았다.


-내가 무서워요?

-당신이? 당신이 왜?

-아니 그냥. 아니면 다행이구. 그런데 왜 그렇게 손은 떨어요 하하하.

-하 참나...이만 가죠. 한 잔이 넘은것 같은데.

-알았어요 알았어. 그런데 당신...다시 만나고 싶은데...

-......

-양태섭씨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난 그러고 싶은데.

-왜 그러고 싶은데요? 난 그럴 생각없는데.

-그냥..그냥..당신 눈빛이 너무...아파 보여서..나를...보는 것 같아서.

-취했네요. 이만 가죠.

-당신..


경수는 일어서는 태섭의 손을 잡았다.

태섭은 들켜버린 두근거림이 다시 손을 타고 올라와 경수의 손을 뿌리쳤다.


-오늘..덕분에 잠시..내가 누군지 잊을 뻔 했어요.

 잘 가요. 인연이 된다면...다시 만나겠죠.

-그래요.그럼...하지만 우린 곧 만날거에요. 느낌...그런 느낌 있잖아요.

 누군가를 처음 봤는데도 두근거리고 눈을 떼고 싶지 않은...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 나와...많이 닮은...그런 사람...그래서 가슴이..가슴이 아파오는 그런 사람...


태섭은 뒤돌아섰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껏 누구도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을 온전히 다 보이면서 다가오는 사람.

두려움이 앞서고 온몸이 떨리는 느낌...머릿속은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져 다리에 힘이 빠져 허우적거렸다.


-설마...설마...


태섭은 어두워져가는 유리 너머로 여전히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는 경수를 보았다.


-당신과 인연이라면...우린 만나겠지...인연이라면...


택시에 몸을 싣고도 태섭은 떨려오는 감정을 어쩌지 못 했다.

김경수...라고 했다...다시 만나고 싶다...다시 만나고 싶다...


비워져 가는 잔에 남은 와인을 남기고 경수는 일어섰다.

이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아니 생겼다. 양태섭이라고 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인연의 실이 그와 자신을 엮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되던 손을 가슴에 대어보았다. 겁을 먹고 자신을 보던 사람..눈빛으로 구해달라고 소리치던 사람...

경수는 이제 막 그와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운명이고 목숨인 사람...그 시작이...









**짧지 않은 십년. 여기 있는 모든 갤러들..함께 공유하는 시간. 고맙고 감사해. 우리 20년 후에도 이렇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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