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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08-

김유식 2003.04.02 14:34:38
조회 2373 추천 0 댓글 0

1999년 12월 13일. 월요일. 오후 6시 20분. 순천교도소 앞.  

교도관 한 명과 경비교도대원들이 철문을 열자, 대 여섯 명의 출소자들이 황급히 걸어나왔다. 제일 뒤에 나오던 사람이 문을 열어준 교도관과 몇 마디 나누고 목례를 한 뒤, 철문 밖을 나오자 철문은 끼잉 소리를 내며 육중하게 닫혔다.

짧은 머리에 검정색 양복을 차려입은 이광혁이 큰 소리로 외쳤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뒤를 이어 열 댓 명은 되어 보이는 사내들이 허리를  굽히며 역시 큰 소리로 복창했다. 다소 초췌해진 얼굴의 출소자는 이광혁에게  말했다. "미안하구나 내가 들어가 있으니 네 면회도 한 번 못 가보고..."  말꼬리를 흐리며 이광혁의 어깨를 살짝 안았다.

"하하. 형님 몇 일 전에도 면회로 뵈었는데요.  별 말씀을...먼저 차에 오르시지요. 몸은 괜찮으..."

이광혁이 미처 말을 다 마치기 전에 선글라스를 낀 두 명의 사내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 중 한사람의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어이..유정후 출소 축하하네. 아픈 데는 없는가?"

그들이 누군지 알아본 유정후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대답했다.

"덕분에 괜찮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허허...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만 나는 이제 경찰이  아니네. 벌써 정년 맞고도 몇 년이 지났지..."

서울 송파경찰서의 강력반 반장이었던 한광택은 조직 폭력 전담으로만 이십 여년의 세월을 보낸 베테랑 수사관이었다. 그는 범죄와의  전쟁 당시 목포파를 맡아 이광혁을 제외한 대부분의 목포파 조직원들을 검거해서 주가를 올린 적이 있었다. 목포파로서는 불구대천의 원수나 마찬가지였으나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씩의 수형 생활을 한 조직원들은 더 이상 그에게 지난날의 앙금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한광택은 3년 전 서내 뇌물사건에 연루되어 사표를 썼고 지금은 흥신소를 운영 중이었는데 주로 배우자의 불륜 관계를 조사해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같이 온 사내는 경찰인지 직원인지 구분이 안 갔으나 이광혁은 그에게서 곰의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한광택은  한 개비를 유정후의 손에  쥐어주고 불까지 붙여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꺼내 물었다. 유정후가 한 모금  깊게 들여 마신 후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같이 가시죠. 저 출소한다고 동생들이 자리라도 마련한 모양인데...."

"아닐세. 우린 이만 가겠네. 서울에 오거들랑 한 번 놀러오게."

한광택이 말을 마치며 명함을 꺼내어 유정후와 이광혁에게  한 장씩 주었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던 이광혁은 유정후에게  차에 오르자고
했다. 길가에는 네 대의 그랜저와 한 대의 소나타가 줄지어 있었는데 제일 앞의 차는 신형의 그랜저 XG였다. 유정후는 '조직에 무슨 돈이 있어서 그랜저를 가져왔을까?' 궁금해했으나 그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차 번호판이 "허"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씁쓸해 지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팔레스 호텔로 가자."

앞좌석에서 운전대를 잡은 김근태에게  행선지를 알려준 이광혁은  고개를 돌려 유정후에게 말했다.

"형님. 저희 사업 뭐라도 다시 시작해야지요."

"뭣 좀 생각해 둔 것이라도 있나?"

유정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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