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구백구십구년구월구일아홉시구분구초..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괴예언이 있었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예언은 천년전 사람들도 걱정했던 일이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볍게 웃어넘겼고 대부분에 끼지 못했던 몇몇의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 밤잠을 설치고 교회로 달려나갔다 일천구백구십구년구월구일아홉시구분구초..가 되기 전까지 나는 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지구의 멸망보다는 내일의 레포트를 내는 것이 더 두려웠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예수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이 내게 그러하듯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못했다. 그런데. 일천구백구십구년구월구일아홉시구분구초가 되기..바로 일분전. 그 일분전임을 시계를 무심코 바라보며 발견한 순간 그 순간부터 육십초동안 나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구멸망에 관한 영화 속에 보았던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고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지구의 모습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고 내가 그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절박한 심정이 되어 내 연약함과 무력함과 부질없는 존재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차라리 \'예수불신지옥\'을 외치고 길거리에서 찬송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사람들은 이 순간에 얼마나 용감할 것인가 얼마나 안심이 될 것인가 나는 죽음에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지 않은가 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의와 반성으로 점철된 육십초가 지나고 일천구백구십구년구월구일아홉시구분이 지나는 순간 공포에 떨었던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며 나는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 거리를 지나고 예수를 믿으라거나 도를 믿으라는 사람에게 인상을 쓰고 전단지를 버리고 스쳐지나갔다 어쨌거나 지구멸망은 오지 않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