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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판결에 관련해서 4

운영자 2010.02.16 16:41:31
조회 518 추천 0 댓글 2

고소인이고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다섯 시간 이상을 비좁은 조사실에서 검사의 질문에 응해야 했다. 쉬는 시간이면 장관은 화장실 앞 복도에서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장차관의 얼굴에서는 모멸감이 나타났다. 초라한 장관이고 불쌍한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허위방송 때문에 뜻한 번 펴보지 못하고 장관이 된지 159일 만에 폭행을 당하고 내쫓겼다고 했다. 민동석대표도 비슷했다. 함께 일했던 생색나는 다른 분야의 협상대표들은 모두 승진했는데 그 혼자만 강등이 된 채 연구원의 한 쪽에 내동댕이 쳐져 있었다. 피디수첩제작진을 재판하는 단독판사의 법정에 가 보았다. 넓직한 이마에 강한 고집이 느껴지는 젊은 단독판사가 법대 중앙에 앉아 있었다. 법정풍경을 보면서 난 순간 혼돈이 왔다.

피고인석에 앉은 피디수첩제작진들이 모두 선량해 보이는 미남미녀들이었다. 들어가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방송사에 입사한 엘리트들이니까 당연했다. 피디수첩프로그램에서 본 정의로운 미녀피디가 피고인석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에서 조차 모두 다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묻어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들은 권력에 의해 핍박받고 있는 언론 투사 같은 인상이었다.

그 대척점에 눈을 부릎 뜬 네 명의 검사가 앉아 있었다. 고소인은 장관이고 차관보였다. 젊고 아름다운 피디 수첩 제작진들에 비해 장관이나 차관보는 늙고 험한 범인 같은 얼굴이었다. 어린아이들 보고 어떤 편이 좋은 사람 같으냐고 물어보면 즉시로 피디수첩제작진이라고 말할 것 같았다. 재판에서도 잘생기면 확실히 동정을 얻는다.

얼마 전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이제 학교 다니는 아이의 엄마인데도 얼굴이 정말 고왔다. 어쩌면 그 미모가 그녀를 사형에서 건져준 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이 철저한 이성과 논리 같지만 사실 순간의 감정이 지배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나도 30대 젊은 시절 군사법원에서 판사를 한 적이 있었다.

약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마음이 저절로 기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있는 자는 악으로 보이고 없는 자는 선으로 보였다. 권력은 악이고 그에 대항하는 언론인은 선이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강자로 보이는 쪽을 눌러놓고 혼자 사회정의를 이룬 듯 만족감에 젖곤 했다.

법정의 중앙에 있는 단독판사가 젊은 시절의 나와는 달리 절대적인 지혜의 소유자라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2009년 12월2일 오후2시경이었다. 서울 형사 지방 법원 519호 법정에서 소고기 협상대표 민동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고 있었다. 피디수첩제작진 측 변호사와 민동석 대표 사이에 다섯 시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방청석 끝에 앉아 차분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사가 증인으로 나온 민동석에게 물었다.

“피디수첩 방송이후 사직서를 제출하셨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제가 협상을 잘못해서 사직서를 제출한 건 아닙니다. 피디수첩의 방송에 선동된 국민들이 돌팔매질을 하는 바람에 저는 거의 죽음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대통령은 사과를 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이 사퇴를 하고 제가 공직자로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위산에서 뛰어내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다섯 번에 걸쳐 이 공판정에 나와 재판을 지켜보았습니다만 피디수첩제작진이 마치 공권력에 의해 탄압받는 민주투사나 영웅처럼 비추어졌다는 점을 바로 잡고 동시에 재판장님께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바르게 보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이 과연 언론의 자유인지 아니면 그 이면에 숨어있는 허위 선동인지 그리고 그 선동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아시라는 겁니다. 저는 피디수첩 제작진이 제일 미워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오를 하고 나온 민동석의 의미심장한 진술이었다. 이어서 피디수첩측 변호사의 신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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