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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용두동 판잣집 자취생활

운영자 2007.06.29 12:00:35
조회 1980 추천 0 댓글 3

3. 스물에서 마흔넷


   용두동 판잣집 자취생활



  가난했던 나는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 1970년 4월이 되어 나는 동아리 후진국사회연구회 소속 선배 및 친구 몇 명과 더불어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의 대학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난에서 오는 열등감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바뀌었다. “용두동 -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전한 판자촌이었다. 부자들의 가정교사로 서울의 휘황함을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래도 서울은 조금 나으리라 기대했던 촌놈의 눈에 이러한 비참함이 이렇게 선뜻 눈에 띄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뒷부분은 불타고 없어진 1970년 당시 일기장]


  용두동에는 내가 살았던 대구의 판잣집보다 훨씬 열악한 집들이 즐비했다. 이런 판잣집이 한 두 집도 아니고 청계천을 따라 쭉 늘어서서 대규모로 단지화되어 있었다. 젊은 처녀들은 맘 편하게 볼 일도 못 볼 지경이었다.

  엉성한 화장실은 엉덩이가 보일 정도로 엉망이었고 오물은 그대로 냇가로 흘러들었다. 시커먼 냇물에는 배설물은 물론 각종 생활오물이 뒤섞여 둥둥 떠내려가는 통에, 냇가에 나가면 하루 종일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당시 정부는 용두동에 있는 판자촌을 철거해서 성남시에 포로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대단위의 철거민 천막촌을 조성하고 있었다.

  천막 하나에 많게는 10가구 이상이 우글거리며 짐승처럼 사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산모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자기가 낳은 애를 삶아 먹었다는 기막힌 소문도 돌았다.

  거대한 빌딩이 즐비한 서울 하늘 아래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쫓겨나는 철거민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싶었다. 결론은 데모였다.
 
  사회적 불합리를 깨부수는 혁명이었다. 그것이 20살 청년 김문수의 애국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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